주문
이 사건 신청을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채권자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채권자는 OCS(Office Coffee Service) 사업을 목적으로 2005. 3. 4. 설립된 회사이다.
채무자는 2006. 4. 1. 채권자에 입사하면서, 2006. 3. 30. 자로 다음과 같은 내용의 서약서(이하 '이 사건 서약서'라 한다)를 작성하여 채권자에 제출하였다.
이후 채무자는 2008. 2.경 채권자를 퇴사하였다가, 2010. 5. 1. 재입사하여 2018. 1. 31.까지 사원으로서 채권자의 고객을 확보·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였다.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취업규칙 제6조에는 "직원은 회사 직무상 기밀사항 및 불이익이 되는 내용을 발설하여서는 안되며, 퇴직 후 2년간은 동종 타사에 종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채무자는 채권자를 퇴사한 뒤, 'C'라는 상호(사업자 명의: 채무자의 처)로 OCS(Office Coffee Service) 사업을 하는 개인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채무자가 커피기계를 대여한 거래처 중에는 채권자와 거래하던 곳도 포함되어 있다.
신청이유의 요지
채무자는 채권자를 퇴직한 직후 채권자와 같은 OCS(Office Coffee Service) 사업을 영위하는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면서, 거래처 담당자 연락처나 커피 단가, 커피 기계 종류 등이 기재되어 있는 거래처리스트(소갑 제7호증) 등 채권자의 영업비밀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바, 이는 이 사건 서약서 및 취업규칙 제6조의 경업금지의무 위반일 뿐만 아니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이라 한다)에서 금지하는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해당한다.
이로 인해 채권자는 영업상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으므로, 채무자를 상대로 신청취지에 기재된 바와 같은 가처분을 구한다.
판단
이 사건 서약서상 의무 위반 주장에 관한 판단
채무자가 채권자에 입사하기에 앞서서 이 사건 서약서를 작성하여 채권자에게 제출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채무자는 2008. 2.경 채권자를 퇴사함으로써 채권자와의 근로계약 관계를 종료하였고, 그로부터 2년이 지난 뒤인 2010. 5. 1. 채권자에 다시 입사하였으므로, 더이상 이 사건 서약서에 따른 경업금지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 즉, 채무자가 재입사하였다는 이유로 종전 근로계약 관계에서 작성된 이 사건 서약서의 효력이 부활한다고 보기 어렵고, 재입사 과정에서 체결된 근로계약서에 그와 같은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채권자는, 채무자와 사이에 이 사건 서약서상 의무를 재입사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하나, 이를 소명할 자료가 없다.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주장에 관한 판단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의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 여기서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다'는 것(비공지성)은 정보가 간행물 등의 매체에 실리는 등 불특정 다수인에게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보유자를 통하지 아니하고는 그 정보를 통상 입수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는 것(경제적 유용성)은 정보의 보유자가 정보의 사용을 통해 경쟁자에 대하여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거나 정보의 취득·개발을 위해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며,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다'는 것(비밀관리성)은 정보가 비밀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 표시를 하거나 고지를 하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대상자나 접근 방법을 제한하거나 정보에 접근한 자에게 비밀준수의무를 부과하는 등 객관적으로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는 상태인 것을 말한다(대법원 2011. 7. 14. 선고 2009다12528 판결 등 참조).
거래처리스트에 기재되어 있는 커피 기계 종류나 커피 단가, 원두의 종류 등 오랜 기간 거래를 통해 축적해온 정보들은 영업상 중요한 자산으로서 경제적 유용성을 가진다고 볼 여지는 있다. 그러나 채권자가 거래처리스트를 어떻게 비밀로서 유지하고 있는지, 이를 위해 채권자가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에 관하여 구체적인 소명이 없다. 채권자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채권자의 직원들이 각자 할당받은 거래처리스트를 관리하고 이를 채무자가 취합해 관리하였다는 것인데, ① 채권자가 거래처리스트에 대하여 비밀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 표시를 하거나 비밀이라는 점을 고지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이에 대한 접근 권한을 관련 직원으로 제한하였다는 등의 조치를 취한 사정도 존재하지 않는 점, ② 직원들이 널리 업무상 필요에 의해 거래처리스트의 내용을 주고받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거래처리스트가 영업비밀로서 유지·관리되고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
나아가 거래처리스트상 업체의 상호나 대표자명, 연락처, 주소 등은 시중에 유통되는 기업정보명부를 구매함으로써 쉽게 구할 수 있는 정보들이고, 이미 대외적으로 공지된 정보에 해당하는 점을 고려하면, 거래처리스트의 내용들이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은 정보로서 비공지성을 가지는지도 의문이다.
따라서 거래처리스트가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는 채권자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취업규칙상 경업금지조항 위반 주장에 관한 판단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경업금지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하며, 이와 같은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에 관한 판단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전직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말하는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라 함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정한 '영업비밀'뿐만 아니라 그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였더라도 당해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서 근로자가 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거나 고객관계나 영업상의 신용의 유지도 이에 해당한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채무자가 채권자에 재입사하면서 체결한 근로계약서에서 "기타 근로조건을 근로기준법에 위배되지 않는 한 채권자가 정한 취업규칙 및 제 규칙에 따르기로" 약정한 사실이 소명되고, 2009. 7. 28.부터 시행되는 채권자의 취업규칙 제6조에서 "직원은 회사 직무상 기밀사항 및 불이익이 되는 내용을 발설하여서는 안되며, 퇴직 후 2년간은 동종 타사에 종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여, 근로자인 채무자에게 경업금지의무를 부여함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기록과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 경업금지조항은 채무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나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여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로 볼 소지가 크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채권자의 거래처리스트는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그 중 일부는 이미 대외적으로 알려진 정보인 점, 근로자가 근무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취득할 수 있는 일반적인 지식과 정보는 보호할 가치가 있는 사용자의 이익에 해당하지 않는 점을 고려할 때, 채권자가 거래처리스트 등 영업 관련 정보를 통해 얻는 이익이 근로자인 채무자가 가지는 직업선택의 자유나 근로권보다 보호할 가치가 크다고 단정할 수 없다.
채무자는 채권자의 고객 관리업무를 담당하면서 연봉 34,162,000원을 지급받았는바, 실제 수행한 업무나 급여 수준, 그 직위 등에 비추어 볼 때, 회사의 주요직책을 수행하였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근무기간 채무자에게 별도로 경업금지의무 부담에 따른 대가가 지급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채권자의 취업규칙상 경업금지조항은 경업 제한의 지역이나 그 직종을 구체적으로 특정함 없이, 퇴직 후 2년이라는 상당한 기간 경쟁 관계에 있는 회사에 종사하는 것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므로, 그 범위가 너무나 포괄적이다. 나아가 채권자가 취업규칙을 통해 그 직책이나 근무 기간을 고려함 없이 모든 소속 근로자들에게 위와 같은 포괄적인 경업금지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점, 앞서 본 바와 같이 경업금지의무 부담에 상응하는 대가가 지급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위 경업금지조항에 채무자의 자발적이고 진정한 의사가 반영되어 있는지도 의문이다.
따라서 취업규칙상 경업금지조항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는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결론
결국 이 사건 신청은 그 피보전권리에 관한 소명이 부족하여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18. 11. 28.
판사 구회근(재판장) 유현식 강지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