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종합병원 기타 의료기관을 설립·운영하여 의료인과 의료관계자를 양성하고 그 연구활동을 지원하는 등의 목적으로 설립된 재단법인이다.
의사인 원고는 2017. 5. 1. 피고와 사이에, 피고 산하 C병원(이하 '피고 병원'이라 한다)에서 응급의학과 과장으로 1년간 근무하기로 하면서, 급여는 매월 15,000,000원(퇴직금 포함)을 지급받기로 하는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1) 원고는 2017. 5. 1.부터 이 사건 계약에 따라 피고 병원에서 근무하여 왔는데, 피고는 원고의 진료 태도에 대한 환자 불만 등 민원이 발생하여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2017. 6. 28.경 원고에게 사직을 권유하면서 퇴사 시기를 알려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런데 원고가 퇴사 시기를 알려 주지 않자 피고는 2017. 7. 11.경 원고에게 '원고의 거취 문제 관련하여 병원 운영상 어려움이 있어 7월말로 정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이에 원고는 같은 날 피고에게 '7월까지만 근무하는 걸로 결정된 거라면 ‥‥ 저야 더 일하고 싶지만 자리 뺀다는데 어쩔 수 없죠.'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원고는 2017. 7. 31.까지 피고 병원에서 근무하였고, 2017. 8. 1.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1) 한편 원고는 2017년 8월말경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전주지청에 '피고로부터 해고예고수당을 지급받지 못했다'라는 취지의 진정을 하였다. 이에 피고는 2017. 9. 18. 원고에게 '피고는 원고와의 원만한 합의를 통해 근로계약이 종료된 것으로 여겨 퇴직처리를 하였다. 그러나 원고가 해고로 인식하였다면 피고가 당초 해고의 의사가 없었던 것과 배치된다. 원고가 계속 근로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다면 2017. 9. 20.부터 또는 본 내용증명을 수령한 즉시 출근해 근무하여 달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이하 '이 사건 1차 내용증명'이라 한다)을 보냈고, 2017. 9. 19. 원고에게 위 내용증명이 도달되었다.
그러자 원고는 2017. 9. 20. 피고에게 '해고 의사가 없었다면서 다시 출근하라는 주장은 진정사건에서 유리한 증거를 작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진정사건의 쟁점과 무관하다.'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냈고, 이에 피고는 같은 날 원고에게 '계속 근로로 인식하여 9월분 급여를 17. 9. 25.에 지급하고, 8월분 급여는 진정사건 결과를 통보받은 후 지급할 예정이다.'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냈다.
그리고 피고는 원고에게 2017. 9. 21. 정상적으로 출근하여 근무할 것을 요청하는 취지의 내용증명(이하 '이 사건 2차 내용증명'이라 한다)을 다시 보냈고, 2017. 9. 28. 정상적으로 출근하여 근무할 것을 요청하면서 출근하지 않을 경우 징계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이하 '이 사건 3차 내용증명'이라 한다)을 재차 보냈다.
원고는 이 사건 1, 2, 3차 내용증명을 송달받고도 피고 병원에 출근하지 아니하였다.
한편 피고는 2017년 8월분 및 9월분 급여 명목으로 원고에게 2017. 9. 25. 10,854,250원, 2017. 10. 25. 13,891,050원, 2018. 5. 14. 5,253,660원을 각 지급하였다.
1) 원고는 2017. 10. 26.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피고를 상대로 2017. 7. 31.자 해고에 관하여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고, 전북지방노동위원회는 2017. 12. 19. 피고의 복직명령에 따라 구제명령의 실현이 불가능하므로 구제이익이 소멸한 것으로 보아 원고의 구제신청을 각하하는 판정을 하였다(전북2017부해229).
이에 원고가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는데, 중앙노동위원회는 2018. 3. 21. 위 전북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후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중앙2018부해81).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 을 제1 내지 11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요지
피고는 원고를 2017. 7. 31.자로 퇴사처리하였는바, 이는 사실상 해고에 해당하므로 근로기준법상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해고사실 및 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고, 30일 전 해고예고의 절차도 거치지 않았으므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해고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여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부당해고로 인해 원고가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2017. 8. 1.부터 계약기간 만료일인 2018. 4. 30.까지의 기간에 원고가 정상적으로 근로를 제공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원고가 이 사건 계약기간 동안 근로를 제공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은 180,000,000원(= 월 15,000,000원 × 12개월)인데, 피고는 합계 75,000,000원만을 지급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나머지 임금 105,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피고가 원고를 해고하였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근로계약의 종료사유는 근로자의 의사나 동의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퇴직,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해고, 근로자나 사용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이루어지는 자동소멸 등으로 나눌 수 있고, 그 중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대법원 1993. 10. 26. 선고 92다54210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본 기초사실, 앞서 든 각 증거들,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피고가 2017. 7. 11.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에 의하면, 원고는 계속 근무할 의사가 있음을 표시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가 원고의 퇴사일을 7월말로 정하여 통보하였던 점, ② 피고는 원고에게 사직서를 제출하여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원고는 이에 응하지 않은 점, ③ 그럼에도 피고는 근로계약의 존속 중인 2017. 7. 31. 임의로 원고를 퇴직처리하였고, 원고에 대한 4대보험에 관하여 원고의 퇴사를 이유로 피보험자격 상실신고를 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2017. 7. 31. 원고를 해고(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한다)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의 원고에 대한 해고가 유효한지 여부에 대한 판단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그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를 통해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게 함과 아울러,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그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사용자가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할 때는 근로자의 처지에서 해고의 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다42324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피고가 원고에게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하였다는 점에 관한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한 것으로서 무효이다.
부당해고 기간의 임금 청구에 대한 판단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해고가 무효인 경우 근로자는 근로계약관계가 유효하게 존속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근로제공을 하지 못한 셈이므로 민법 제538조 제1항에 의하여 그 기간 중에 근로를 제공하였을 경우에 받을 수 있는 반대급부인 임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으나, 사용자가 복직명령을 하였음에도 근로자가 복직을 하지 않음으로써 근로제공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근로제공을 하지 못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그 기간 중에는 임금을 청구할 수 없다(대법원 1994. 10. 25. 선고 94다25889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피고가 원고에게 '피고 병원에 복직하라'는 취지의 이 사건 1, 2, 3차 내용증명을 각 보냈는데, 원고가 이를 송달받고도 피고 병원에 복직하지 않은 사실은 앞서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해고 다음날인 2017. 8. 1.부터 원고가 이 사건 1차 내용증명을 받은 날인 2017. 9. 19.까지는 피고의 귀책사유로 원고가 근로제공을 할 수 없었으나, 원고가 위 내용증명을 받은 다음날인 2017. 9. 20.부터는 피고의 귀책사유로 원고가 근로제공을 하지 못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가 해고를 인정하지 않고 권고사직을 주장하여 복직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나, 피고가 권고사직을 주장하는 것은 근로관계 종료에 대하여 다른 의견을 표시하는 것에 불과한바, 그 주장이 원고의 복직에 어떠한 장애가 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복직 요청 이후 원고가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 '피고의 귀책사유로 근로제공을 하지 못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2017. 9. 19.까지의 임금만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피고가 2017년 9월분까지의 임금을 전부 지급한 사실은 앞서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결국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준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