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의 지위 등
원고는 공급사로부터 물품을 공급받아 면세점이 제공하는 영업장소에서 위탁판매하는 업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피고는 2016. 8. 1. 원고와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원고 회사에 입사하여 면세점 매장의 운영 관리, 면세점 바이어 관리, 신규 브랜드 유치 등 업무를 총괄하는 영업부장으로 근무하였다.
피고는 2019. 2. 11. 원고의 실질적 대표 C을 만난 자리에서 연봉 외에 피고가 유치한 신규 브랜드에 관한 매출이익금 분배를 요구하였으나 C이 난색을 표하자 퇴사하기로 하였고 원고도 이를 수용하여 2019. 3. 15.자로 원고 회사에서 퇴직하였다.
피고는 퇴직 후 직접 사업을 하기로 하고 퇴직 전 마지막 휴가기간 중인 2019. 3. 11. 사무실 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달 13. 주식회사 D(자본금 2,000만 원, 피고가 발행주식 20만 주를 전부 소유하는 회사, 이하, 'D'이라 한다)에 관한 설립등기를 한 후 같은 달 15. 사업자등록을 마쳤다.
이 사건 벤더계약 및 해지통고 등
한편, 원고는 2019. 2. 20. 공급사인 주식회사 E(이하, 'E'라 한다)와 사이에 계약기간 1년으로 정하여 E가 국내에서 독점적 판매권을 보유하고 생산하는 VN(선크림의 일종)과 FHD(마스크팩의 일종)를 원고에게 공급하고, 원고는 이를 주식회사 F(이하, 'F'이라 한다)에서 위탁판매를 하는 내용의 벤더계약(이하, '이 사건 벤더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피고는 영업부장으로서 2012. 2. 12. '미팅보고서(VN, FHD)'를 작성하는 등 계약 체결 업무를 담당한 바 있었다.
원고는 이 사건 벤더계약에 따라 F 부스에서 VN은 같은 날부터, FHD는 2019. 3. 1.부터 판매를 시작하였는데 FHD의 경우 2019. 4. 16.경까지 극심한 매출부진에 시달렸다.
E는 2019. 4. 17. 원고에게 "당사 제품인 FHD 마스크 부스 철수 통보에 대한 귀사의 의사에 유감을 표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당사는 귀사의 의견을 존중하여 오늘 날짜로부터 FHD 마스크 제품은 귀사와 협력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는 내용의 통지(이하, '2019. 4. 17.자 통지'라 한다)를 한데 이어 같은 달 22. "4월 23일자부터 당사 제품인 FHD 마스크의 F(명동분점) 입점 에이전트를 원고에서 D으로 변경됨을 알려드립니다. 본 변경 건은 순수한 당사의 경영상황으로 인해 결정된 사항이며 당사도 F 측에 에이전트 변경 건에 대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에이전트 변경으로 인한 업무 인수인계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 요청드립니다."는 내용의 통지(이하, '2019. 4. 22.자 통지'라 한다)를 하였다.
원고는 2019. 4. 22.자 통지를 받고 같은 날 F의 매장부스에서 FHD 마스크 판매를 중단하고 철수하였다.
피고와 E의 벤더계약 및 FHD 마스크 위탁판매 등
D은 2019. 4. 2. E와 사이에 신규 브랜드 G에 관하여 위 나.(1).과 같은 내용의 벤더계약을 체결하고 그 무렵부터 F 매장부스에서 위탁판매업을 하고 있었다.
피고는 2019. 4. 18. E 담당자와 F 담당자 H과 함께 E의 인천 소재 공장에 함께 가서 공장운영 실태와 FHD 마스크팩 생산현장을 확인하였다.
이후 D은 2019. 4. 23. E와 사이에 위 (1).항 벤더 계약의 대상 상품에 FHD 마스크팩을 추가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서를 작성한 후 같은 날부터 원고가 전 날 철수한 F 매장부스에서 위탁판매를 하였다.
한편, FHD 마스크팩의 매출액은 원고의 판매기간(2019. 3. 1. ~4. 22.)에는 합계 US$ 272,556(= 235,569 + 36,987), 피고의 판매기간(2019. 4. 23. ~10. 31.)에는 합계 US $ 1,052,713인데 2019. 4. 17.부터 그 증가세가 뚜렷하다가 2019. 5.이 지나면서 둔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 사건 근로계약 내용 등
피고의 근무기간 중 원고와 피고가 작성한 연봉계약서에는 '피고가 회사의 경영관련 정보의 유출을 초래하는 경우에는 취업규칙에 의한 제재를 감수한다(제7조)', 본 계약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은 근로기준법, 취업규칙 기타 회사규정 및 관행에 따른다(제8조 2항)'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원고의 취업규칙에는 '업무상 비밀 및 기밀을 누설하여 회사에 피해를 입힌 사원에 대하여 징계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징계할 수 있다(제44조 2호)'고 규정하고 있다.
[인정근거] 갑 1 내지 3호증, 4호증의 1, 2, 갑 6 내지 9호증, 갑 11호증의 1, 2, 갑 14호증, 을 2호증의 2, 을 3,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원고의 주장
피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계약 내용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근무기간 중 지득한 영업 비밀 누설 금지와 경업 금지 등의 의무를 부담하고 위 의무는 근로계약이 종료된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 지속되어 피고는 이를 준수하여야 하며, 이를 위반하였을 경우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 책임을 져야 한다.
원고는 이 사건 벤더계약에 의하여 FHD 마스크팩에 관한 독점적 판매권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피고는 원고의 영업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지득한 FHD 마스크팩 등과 공급사에 관한 정보를 퇴직 후 부당하게 이용하여 FHD 마스크팩에 관한 매출이 증가하는 시점에 F과 E에 접근하여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원고를 피고로 교체해줄 것을 종용 또는 유인하여 E가 이 사건 벤더계약을 해지하고 원고를 퇴점하도록 한 후 피고가 벤더계약을 체결하고 FHD 마스크팩을 위탁판매함으로써 피고는 아무런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아니하고 원고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함으로써 비로소 발생하기 시작한 이득을 부당하게 취하였다.
피고의 위 행위는 이 사건 근로계약상의 의무를 위반한 채무불이행에 해당하거나 또는 불법행위를 구성하므로,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금으로 피고가 위 기간 중 부당하게 취득한 영업이익 중 5천만 원을 배상하여야 한다.
판단
근로계약 종료 후에도 경업금지 의무를 부담하는지
퇴직 후의 경업금지 의무는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심대한 제한이 된다는 점에서 명시적인 입법규정이나 적어도 당사자 간의 특약이 없는 이상 이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할 것이고, 또한 근로자가 사용자와 사이의 근로관계 종료 후 사용자의 영업부류에 속한 거래를 하거나 동종의 업무에 종사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등 경업금지약정을 한 경우에, 그 약정은 사용자의 영업비밀이나 노하우, 고객관계 등 경업금지에 의하여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 존재하고, 경업 제한의 기간과 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여부,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및 퇴직 경위, 그 밖에 공공의 이익 등 관련 사정을 종합하여 근로자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합리적인 제한으로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만 유효한 것으로 인정된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앞서 본 연봉계약서와 취업규칙에 의하면, 근로계약 기간 중에 피고가 원고의 경영관련 정보의 유출을 초래하거나 업무상 비밀 및 기밀을 누설하여 원고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에는 징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할 것이나, 나아가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근로계약 종료 후에 원고의 영업부류에 속한 거래를 하거나 동종의 업무에 종사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약정(이하, '경업금지 약정'이라 한다)이 있었는지에 관하여 보면,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신의칙상 그러한 의무가 있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가 근무 중 지득한 영업비밀 또는 영업용 자산을 유출, 이용하여 부당하게 재산상 이익을 취하였는지
살피건대, 앞서 본 증거들, 을 1호증(갑 1호증과 같다), 2호증의 1, 3, 4, 5, 을 4호증의 1, 2의 각 기재, 증인 I, H의 각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에 비추어 갑 5호증의 1, 갑 10호증의 각 기재는 믿기 어렵거나 원고의 주장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FHD 마스크팩 매장의 퇴점을 먼저 요청한 당사자는 E가 아니라 원고이다.
FHD 마스크팩의 매출이 부진하자 원고와 F이 퇴점에 관하여 협의를 하던 끝에 원고는 F에게 유선으로 E의 FHD 마스크팩을 매장에서 퇴점하도록 하겠다고 통보한 후 2019. 4. 17. E의 담당자과 만나 'FHD 마스크팩의 판매가 한 달 이상 부진한데다가 여러 가지 논란으로 인해 퇴점이 불가피하다'는 의사를 전달하였고, 이에 E 담당자는 짝퉁이슈는 사실이 아니고 그대로 퇴점당할 경우 제품 이미지 손상은 물론 신규 브랜드 런칭도 실패할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이니 FHD 마스크 부스를 유지할 방법을 강구하자고 원고의 담당자(J 과장)에게 요청하였으나 J은 방법이 없다고 답변하였다.
E의 인천 공장 방문은 E가 먼저 피고에게 요청한 것이다.
E는 원고의 대응의지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해지 의견을 수용하겠다는 취지에서 2019. 4. 17.자 통보서를 원고에게 보내고 대책회의를 한 끝에 평소 의사소통이 잘되고 이미 G에 관하여 위와 같이 벤더계약을 체결하여 협력하고 있는 피고에게 FHD 마스크팩의 퇴점을 막아달라고 도움을 요청하였고, 이에 피고는 2019. 4. 18. G 위탁판매로 계약관계에 있는 F 담당자 H과 함께 위와 같이 E의 인천 공장에 방문하여 공장운영 실태와 생산현장을 확인함으로써 F으로 하여금 FHD 마스크팩이 중국산 짝퉁제품이라는 그 동안의 논란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였다.
FHD 마스크팩에 관한 새로운 벤더계약 체결을 요청한 한 당사자는 피고가 아니라 E이다.
이후 E는 원고의 해지 요청을 수락한다는 의미에서 원고에게 2019. 4. 22.자 통지를 한 후 피고에게 요청하여 위와 같이 새로이 D파 2019. 4. 23. 위 벤더계약의 대상 상품에 FHD 마스크를 추가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서를 작성하였고, D은 F에 벤더가 원고에서 D으로 변경되었다고 통보한 후 같은 날부터 원고가 전 날 철수한 F 부스에서 위탁판매를 하게 되었다.
원고는 피고를 업무상 배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이라 한다) 위반 혐의로 고소하였으나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위 (가), (나), (다)의 사정과 함께 피고가 유출, 이용하였다는 영업비밀 또는 영업용 자산을 원고가 특정하지 못하는 점, 피고는 E와의 계약 체결 과정에서 자신이 맺은 신뢰에 기초한 인간관계를 활용한 것이고 원고의 신뢰관계를 이용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E가 FDH 브랜드의 공급사이고 원고가 FDH를 런칭시켰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인 점, 원고가 공용 폴더를 활용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을 반박할 만큼 비밀유지를 위해 노력하였다는 사정이 확인되지 않는 점, 이 사건 벤더계약 내용이 독립적인 경제적 가치를 갖는 내용이 아닌 통상적인 면세점 공급사와 에이전트사의 거래 계약 내용인 점 등에 비추어 원고가 주장하는 정보를 영업비밀 또는 영업용 자산으로 볼 수 없고, 피고가 위와 같은 정보를 유출하여 이용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혐의 없음) 처분을 하였다.
D의 사무실 전대차계약, 법인 설립이 피고의 퇴사 이전에 진행되었더라도 이는 퇴사가 확정된 후의 일로서 그것만으로 근로계약 기간 중 경업금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소결론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근로계약 종료 후 경업금지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고, 피고가 원고의 영업비밀 또는 영업용 자산을 이용하여 F과 E에게 벤더사 교체를 종용 또는 유인하였다고 볼 수 없는 이상 피고가 퇴사 후 불과 1달 여 만에 E와 FDH 마스크팩에 관한 벤더계약을 체결하고 원고의 영업과 동종의 위탁판매업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근로계약상의 채무를 불이행하였다거나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하는 등 불법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청구는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하더라도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영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