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 8. 선고 2019가단5199045 판결

2019

주문

1.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0. 2. 14.부터 2021. 1. 8.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8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들이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원고는 피고 학교법인 B(이하 '피고 법인'이라고 한다)에서 설립·운영하는 D대학교(이하 '피고 대학'이라고 한다)에서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시간강사로 매년 한 학기의 강의를 하여 오다가, 2010. 3. 1.부터 2011. 2. 28.까지는 피고 대학 경영연구소 내지 E연구소의 연구원으로, 2011. 3. 1.부터 2013. 2. 28.까지는 피고 대학 예술학부 내지 예술대학의 초빙부교수로, 2013. 3. 1.부터 2014. 2. 28.까지는 피고 대학 디자인대학원의 초빙교수로, 2014. 3. 1.부터 2016. 2. 29.까지는 피고 대학 F대학원의 대우전임교수로 재직하였다.

나.

G은 2014년경 피고 대학 F대학원장으로 재직하던 자로서, G은 원고에 대한 강제추행죄로 기소되어 2018. 10. 26.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G은 2014. 4. 4. 20:30부터 23:00경 사이에 서울 종로구 H 주택에서 개최된 F대학원 신입생 MT 도중 위 대학원 소속 교수인 피해자 원고(여, 52세)의 어깨를 갑자기 팔로 감싸듯이 끌어안고, 다른 자리로 옮겨간 피해자를 따라가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의 목 뒷부분을 잡고, 피해자의 옆에 가까이 다가가 손으로 옆구리를 만지거나 꼬집고, 다시 자리를 옮긴 피해자의 옆에 다가가 갑자기 피해자의 팔을 비비고 피해자의 점퍼를 올려서 손으로 피해자의 손목과손등을 비비며 꼬집었다."라는 범죄사실(이하 '이 사건 강제추행 사건'이라고 한다)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 등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8노753, 이하 '관련 형사사건'이라고 한다).

다.

피고 대학의 교무처장은 이 사건 강제추행 사건 등과 관련하여 2015. 6. 초순경 별지 브리핑 내용과 같은 내용으로 기자 브리핑(이하 '이 사건 기자 브리핑'이라고 한다)을 진행하였다.

라.

피고 대학은 이 사건 강제추행 사건과 관련하여 진상조사 등의 절차를 거쳐 2015. 6. 18. G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을 하였고, 이후 G은 관련 형사사건 진행 중 해당 사건으로 인하여 교수직을 사퇴하였다.

마.

한편, I언론 J PD인 K는 2018. 3.경 이 사건 강제추행 사건 등과 관련하여 당시 피고 대학 소속 기획조정처 전략기획 홍보팀 과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피고 C을 방문하였고, 피고 대학 사무실에서 피고 C과 인터뷰(이하 '이 사건 인터뷰'라고 한다)를 하였는데, 이 사건 인터뷰 내용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아래와 같다(편의상 발췌한 인터뷰 내용을 '제1, 2, 3 진술'로 구분하여 기재하였다).

마.

원고는 2015. 12. 28.경 피고 대학 F대학원 운영위원회로부터 "비전임교원 임용규정에 근거하여 2016. 2. 29.자 임용기간 만료에 따라 재임용 심사결과 부적격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통지를 받았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 법인을 상대로 해고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였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가합40442), 위 법원은 2020. 7. 23. "피고 법인이 2016. 2. 29. 원고에 대하여 한 근로계약 갱신거절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피고법인은 원고에게 2016. 3. 1.부터 원고를 복직시키는 날까지 매월 2,000,000원이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원고 승소판결을 선고하였다(위 사건은 현재 항소심 계속 중에 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제1, 5 내지 8, 1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

1)

피고 C의 불법행위(명예훼손)

피고 C은 이 사건 인터뷰 과정에서 아래와 같이 허위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였는바, 피고 C은 원고에게 불법행위(명예훼손)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가)

제1 진술과 관련하여, 원고는 2004년경부터 정식강사로서 2016년까지 D대학교에서 매년 지속적으로 강의를 하였을 뿐 아니라 강의 외 대학로 축제, 졸업식, 문화마케팅전문가과정 등 학교의 다수 행사를 무보수로 지원하였고, F대학원 설립에 관한 모든 일을 거의 단독으로 처리할 정도로 기여하였다. 그런데 피고 C은 이 사건 인터뷰 과정에서 원고가 무보수로 지원한 행사만 언급하면서 도우미 정도에 불과한 자라는 식으로 원고를 비하하였다.

나)

제2 진술과 관련하여, 피고 법인은, 원고가 문화마케팅전공자로서 2006년 문화부장관상을 수상한 경력도 있기 때문에 F대학원 설립목적에 부합하여 그 설립과정을 원고에게 전적으로 맡겼던 것이다. 그런데 피고 C은 이 사건 인터뷰 과정에서, 원고가 F대학원 설립에 전혀 기여한 바가 없음에도 원고가 매우 큰 기여를 하고 다녔다는 듯이 이야기를 하고 다니고, 원고가 재임용 거절을 당한 것은 원고의 강의능력이 떨어져 수강생 수가 점차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발언하였다.

다)

제3 진술과 관련하여, 이 사건 강제추행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몇몇 학생들이 당시 상황에 대하여 자신들이 목격한 것을 적은 투서를 당시 사건의 조사를 담당한 피고 대학 양성평등센터에 제출하면서 익명 처리를 요청하였는데, 피고 대학 상담센터에서는 위 학생들의 요청을 무시한 채 학생들의 실명을 그대로 인사팀에 전달하였고, 학생들은 인사팀으로부터 수차례 출석하여 진술하라는 연락과 전화를 받아 자신들의 신상이 노출되었다는 것에 겁을 먹기도 하였다. 또한 피고 대학에서는 위 학생들에게 메시지를 보내어 내용증명우편을 보낼 테니 주소를 변경하라는 식으로 연락을 취하기도 하였다. 목격자인 위 학생들은 큰 용기를 내어 이야기를 하였던 것인데, 그럼에도 피고 대학은 위 학생들을 전혀 보호하지 않은 채 모든 신상을 공개하였고, 이에 위 위 학생들이 연락을 끊고 잠적하였던 것인바, 원고는 이러한 부조리함을 알렸던 것이다. 그런데 피고 C은 이 사건 인터뷰 과정에서, 피고 대학이 조사과정에서 익명성을 철저히 보장하였고, 학생들이 학교의 압박으로 인하여 잠적한 것이 아님에도, 원고가 이러한 내용을 허위로 이야기한다는 취지로 발언하였다.

2)

피고 법인의 사용자책임

가)

이 사건 인터뷰 당시 피고 C은 피고 대학의 공식적인 발언 및 소통처의 역할을 하는 지위에 있었으므로, 피고 법인은 위 1)항과 같은 피고 C의 발언에 관하여 피고 C의 사용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나)

또한 피고 대학의 교무처장은 이 사건 기자 브리핑 당시 이 사건 강제추행사건의 조사과정에서 발생한 내용을 공식적으로 이야기하겠다는 명목 하에 모든 내용을 기자들에게 언급함으로써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2017. 11. 28. 법률 제15109호로 개정된 것, 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고 한다) 제14조 제7항<1>에서 규정하고 있는 조사참여자의 비밀누설 금지의무까지도 위반하였는바, 이 사건 기자 브리핑에 관하여도 피고 법인은 사용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3)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피고 C은 불법행위(명예훼손)를 한 행위자로서, 피고 법인은 피고 C 및 이 사건 기자 브리핑을 한 교무처장의 사용자로서 공동하여 원고에게 위자료로 30,000,1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들

1)

피고 C

이 사건 인터뷰에서의 피고 C의 발언은 대부분 자신의 의견, 평가이지 사실에 관한 내용이 아니다. 당시 피고 C은 K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 사건 인터뷰에 응하였던 것으로, 제보한 학생들이 도망을 다닌다는 금시초문의 소문에 대하여는 제보한 학생들에게 직접 그 사실을 확인하는 등 진위 확인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발언을 하였고, 원고가 담당하였던 강의의 수요가 감소한 당시의 상황을 기억나는 대로 발언하였던 것인바, 이는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닐 뿐 아니라 정당한 직무의 집행에 해당하여 위법한 행위로 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인터뷰는 원고가 스스로 I언론 J 프로그램에 제보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피고 C이 업무의 일환으로서 이 사건 인터뷰에 응하여 발언을 한 것이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할 리가 없다.

2)

피고 법인

가)

피고 C의 불법행위(명예훼손)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피고 C의 사용자로서 피고 법인의 손해배상책임도 인정되지 않는다.

나)

또한 이 사건 기자 브리핑 관련하여서는, 원고가 주장하는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7항은 2017. 11. 28. 개정 시 신설된 규정으로 이 사건 기자 브리핑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강제추행 사건 등에 관하여 원고가 이 사건 기자 브리핑 전에 먼저 이를 공론화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대학 교무처장의 이 사건 기자 브리핑이 '해당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여 다른 사람에게 누설한 경우'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설령 이 사건 기자 브리핑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이 사건 기자 브리핑이 이루어진 2015. 6. 초순경에 이 사건 기자 브리핑이 있었던 사실 및 그 내용을 알았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 소는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한 2019. 2. 18.에 제기되었는바, 이 사건 브리핑으로 인한 원고의 피고 법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

3.

판단

가.

이 사건 인터뷰 관련 손해배상책임의 발생(피고들에 대한 청구)

1)

관련 법리

가)

민법상 불법행위가 되는 명예훼손이란 사람의 품성, 덕행, 명성, 신용 등 인격적 가치에 대하여 사회로부터 받는 객관적인 평가를 침해하는 행위를 말하고, 그와 같은 객관적인 평가를 침해하는 것인 이상 의견 또는 논평을 표명하는 표현행위에 의하여도 성립할 수 있지만, 단순한 의견 개진만으로는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가 저해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의견 또는 논평의 표명이 사실의 적시를 전제로 하지 않은 단순한 의견 또는 논평일 경우에는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성립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여기서 어떤 표현이 사실을 적시하는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의견 또는 논평을 표명하는 것인가, 또는 의견 또는 논평을 표명하는 것이라면 그와 동시에 묵시적으로라도 그 전제가 되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는 것인가 그렇지 아니한가의 구별은 당해 표현의 객관적인 내용과 아울러 일반인이 보통의 주의로 그 표현을 접하는 방법을 전제로 거기에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전체적인 흐름, 문구의 연결 방법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다가 당해 표현이 게재된 보다 넓은 문맥이나 배경이 되는 사회적 흐름 등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2다111579 판결 등 참조).

나)

민사상 명예훼손이 성립하는 데는 객관적으로 보아 피해자의 외부적·사회적 평판을 저하할 만한 사실을 적시한다는 인식이 있는 것으로 족하고, 그 내용이 허위라는 점까지 적극적으로 인식할 필요는 없으며, 다만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진실한 사실이라는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이다(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3다66806 판결 등 참조).

2)

판단

가)

제1 진술에 관하여

갑 제5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인터뷰 과정에서 피고 C이 "아.. 정말 2004년에는 F대학원도 있지도 않았고요."라고 진술하자, K가 "그때는 다른 강사 형태로 일을 했겠죠 뭐."라고 진술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 C이 제1 진술과 같은 발언을 이어간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 인정사실과 앞서 본 인정사실 및 거시증거에 의하면, 피고 C의 제1 진술은, 2004년부터 F대학원이 설립되기 전인 2013년까지 원고는 피고 학교의 강사가 아니라 그냥 학교 관련돼서 행사를 조금 도와주었고, 계속 강의를 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이러한 피고 C의 제1 진술이 단순한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이는 원고의 외부적·사회적 평판을 저하할 만한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나아가 제1 진술이 허위의 사실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가 피고 대학에서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시간강사로 매년 한 학기의 강의를 하여 오다가, 2010. 3. 1.부터 2011. 2. 28.까지는 피고 대학 경영연구소 내지 E연구소의 연구원으로, 2011. 3. 1.부터 2013. 2. 28.까지는 피고 대학 예술학부 내지 예술대학의 초빙부교수로, 2013. 3. 1.부터 2014. 2. 28.까지는 피고 대학 디자인대학원의 초빙교수로, 2014. 3. 1.부터 2016. 2. 29.까지는 피고 대학 F대학원의 대우전임교수로 재직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위 인정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피고 C의 제1 진술은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제2 진술에 관하여

앞서 본 인정사실과 거시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 C의 제2 진술은, 원고가 피고 대학의 F대학원 설립에 기여한 바가 없고, F대학원 초반에 강의를 조금 하는 등의 기여를 하였을 뿐이며, 과목들의 수요에 따라 원고가 강의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 점점 없어져 원고가 재임용되지 않은 것이라는 취지로, 이러한 피고 C의 제2 진술도 단순한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이는 원고의 외부적ㆍ 사회적 평판을 저하할 만한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나아가 제2 진술이 허위의 사실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6, 9, 10, 1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 대학은 2014. 3. 1.경 특수대학원인 F대학원을 신설하였는데, 원고는 당시 정규직 교수가 아니었음에도 F대학원 설립 위원으로 임명되어 2013. 5.경부터 유사 국내 및 해외 대학원 사례, 대학원 소개, 교육목표 및 인재상, 커리큘럼, 교강사 섭외 등 설립 초기 기획과 세부 운영안 마련을 주도한 사실, F대학원이 설립된 직후 원고는 디자인대학원에서 F대학원으로 소속이 변경됨과 동시에 초빙교수에서 대우전임교수로 변경되어 근무한 사실, 원고는 매학기 담당과목 강의평가에서 상위를 차지하였고, 특히 2015년도 1학기 '문화마케팅' 강의의 백분위 점수는 85점, 2학기 'M' 강의의 백분위 점수는 95점으로 강의평가 결과가 우수하였던 사실 등이 인정되는바,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고 C의 제2 진술은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제3 진술에 관하여

앞서 본 제3 진술의 내용 및 피고 C이 제3 진술에 이어 이 사건 인터뷰 과정에서 한 발언의 내용 즉, K가 "거기에서 개인적인 어떤 그 서류가 이쪽으로 나온다던가, 유출이 되면 안 되는 거잖아요?"라고 진술하자, 피고 C이 "유출이 되면 안된다고요? 유출하지 않았어요. 학교기관에서 학교기관으로 이첩한 거예요. 아니 지금,"이라고 진술하였고, 이에 K가 "아니요, 그 탄원서 자체가 교무처에서 오고,"라고 진술하자, 피고 C이 "아니 그러니까.. 아, 당연히 오죠."라고 진술한 사실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대학의 이 사건 강제추행 사건 등에 관한 조사과정이 적절하였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 C의 제3 진술이 원고의 외부적·사회적 평판을 저하할 만한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라)

피고들의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들은, 피고 C이 이 사건 인터뷰에 응한 것은 정당한 직무집행에 해당하여 위법한 행위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피고들이 주장하는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에 대한 명예훼손 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피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

이 사건 기자 브리핑 관련 손해배상책임의 발생(피고 법인에 대한 청구)

1)

관련 법리

구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2017. 11. 28. 법률 제15109 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남녀고용평등법'이라고 한다)에는 명문의 규정 이 없지만,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7항 본문은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조사한 사람, 조사 내용을 보고 받은 사람 또는 그 밖에 조사 과정에 참여한 사람(이하 '조사 참여자'라 한다)은 해당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피해근로자 등의 의사에 반하여 다른 사람에게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여 조사참여자의 비밀누설 금지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위 개정 법률이 시행되기 전에도 개인의 인격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보장하는 헌법 제10조, 제17조 규정, 직장 내 성희롱의 예방과 피해근로자 등을 보호하고자 하는 남녀고용평등법의 입법 취지와 직장 내 성희롱의 특성 등에 비추어,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경우 조사참여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밀을 엄격하게 지키고 공정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조사참여자가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조사하면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거나 가해자와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할 수 있는 언동을 공공연하게 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위와 같은 언동으로 말미암아 피해근로자 등에게 추가적인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결국 피해근로자 등으로 하여금 직장 내 성희롱을 신고하는 것조차 단념하도록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는 조사참여자에게 위와 같은 의무를 준수하도록 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6다202947 판결 등 참조).

2)

판단

가)

앞서 본 이 사건 기자 브리핑 내용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이 사건 기자 브리핑은 피고 대학의 교무처장이 피고 대학의 입장에서 공식적으로 언론기관을 상대로 진행한 것인 점, 이 사건 기자 브리핑은 이 사건 강제추행 사건 관련 징계절차 진행 중에 이루어졌고, 당시에는 G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 사건 기자 브리핑 내용 중에는 이 사건 강제추행 사건 관련하여 신체접촉에 관해서는 다른 목격자 진술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거나, c 여교수는 언어적 성희롱에 대해 수치심 느낄 정도는 아니었고, 문제제기 하지 않겠다는 진술서를 제출하였다거나, 여대학원생에 대한 부적절 발언 관련하여 해당 여학생들이 성적수치심을 느낀 바 없다고 진술하였다는 등 피해자인 원고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게 할 만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점, 이 사건 기자 브리핑에는 피해자가 원고임을 특정할 수 있을 정도로 피해자의 신분[b 여교수(비전임교원, 대우교수, 계약 갱신 사실 및 그 시기)]에 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대학의 교무처장은 이 사건 기자 브리핑 과정에서 원고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의 발언을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이에 대하여 피고 법인은,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7항이 이 사건 기자 브리핑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 학교측의 조사참여자로서의 비밀누설 금지의무를 부인하기는 어려우므로, 피고 법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또한 피고 법인은, 이 사건 강제추행 사건 등에 관하여 원고가 이 사건 기자 브리핑 전에 먼저 이를 공론화하였으므로, 이 사건 기자 브리핑은 '해당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여 다른 사람에게 누설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갑 제8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기자 브리핑에 앞서 원고의 인터뷰 등을 근거로 이 사건 강제추행 사건에 관한 보도가 이루어진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갑 제8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해자의 인적사항에 관하여 원고의 인터뷰 등을 근거로 한 선행 보도에는 '여교수'라는 표현만이 사용되고 있는 반면, 이 사건 기자 브리핑에는 피해자의 신분에 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는 점, 이 사건 기자 브리핑에는 선행 보도에서는 언급되지 아니한 원고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게 할 만한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선행 인터뷰 및 이에 근거한 보도가 이 사건 브리핑에 앞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나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만으로 피고 법인의 이 부분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라)

마지막으로 피고 법인은, 설령 이 사건 브리핑으로 인한 원고의 피고 법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이 사건 기자 브리핑이 2015. 6. 초순경 이루어진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원고는 이 사건 기자 브리핑 바로 다음 날 기자로부터 위 브리핑 내용을 전달받아 이를 알게 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는바, 이 사건 소가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한 후인 2019. 2. 18.에 제기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원고의 피고 법인에 대한 이 사건 기자 브리핑 관련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 법인의 명예훼손 등 불법행위가 2015년경부터 2018년경까지 계속되었으므로, 위 손해배상청구원의 소멸시효가 도과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설령 원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기자 브리핑 이후 피고 법인이 원고에 대하여 또 다른 불법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기자 브리핑으로 인한 원고의 피고 법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기산일이 달라진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소결론

결국 원고의 피고 법인에 대한 이 사건 기자 브리핑 관련 손해배상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피고 C이 직무집행행위로서 한 이 사건 인터뷰 과정에서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는 불법행위를 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피고 법인은 피고 C의 사용자에 해당하므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이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아가 피고들이 배상하여야 할 위자료의 액수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인터뷰가 이루어진 경위, 이 사건 인터뷰의 내용, 이 사건 인터뷰 전후의 상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들이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위자료의 액수를 5,000,000원으로 정한다.

라.

소결론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위자료 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2020. 2. 12.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다음날인 2020. 2. 14.부터 피고들이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1. 1. 8.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각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각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각 기각한다.

판사 이영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