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원고들은 다음과 같이 피고 직영 매장 또는 피고가 입점한 백화점, 쇼핑몰 매장에서 피고의 'N', 'O' 등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고 피고로부터 그 대가로 수수료를 지급받는 내용의 판매대행계약을 체결하고 매장관리자로 근무하였다.
원고들이 피고와 체결한 상품판매 용역계약은, 원고 D, I, K의 계약서에 '제7조 부정행위 관련 약정'이 없어 조문 숫자가 조금 다를 뿐 대체로 그 내용이 유사하다. 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 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이를 모두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의 주장 요지
원고들은 피고와 형식적으로는 용역계약을 체결하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청구취지 기재와 같이 퇴직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 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 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 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원고들이 담당한 매장 관리 업무는 브랜드 의류를 생산, 판매하는 피고의 사업특성상 중요한 부분이다. 그리고 갑 제2 내지 20호증, 제23 내지 42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가 다음과 같이 원고들의 상품 판매 업무 수행 방법에 관여하고, 근무 장소와 시간을 지정하는 등 원고들이 다소간 피고에게 종속되어 있다고 볼 만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피고는 제품의 가격, 할인 판매 대상, 할인 가격을 최종적으로 결정하였고, 판매 주력상품을 지정하였다. 아울러 매장별 매출 목표를 정하고, 매달 소속 매장 전체 매출 순위를 매기고 이를 공지하는 방식으로 판매를 독려하였다.
원고들은 배너 및 마네킹 연출사진 등 매장 내 상품 진열 방식을 피고에게 보고하였고, 피고는 이를 평가하여 결과를 공지하였다.
원고들은 물품 관리 프로그램(POS, Point of Sales)에 매일 매출 내역을 입력하였다. 피고는 이를 통해 판매 현황 및 재고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고, 소속 매장에 재고 실사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피고 직원은 매장을 방문하여 용모복장, 근무태도, 매장 환경, 인테리어 등을 점검하고 이를 평가하였고, 매장별 휴무 일정을 확인하였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교육 및 간담회 참석을 지시하였고, 불참할 경우 인센티브 수령 등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공지하였다.
피고는 어느 매장에 특정 제품이 부족한 경우 다른 매장에서 해당 물품을 보내게 하는 물량 이동을 실시하였고, 매장별로 물량 이동 이행률을 파악하였다. 이행률은 매장 인센티브에 반영된다고 공지되었고, 이행률이 낮아 페널티 매장으로 선정되면 일정 기간 물량 이동을 신청할 수 없게 되는 불이익을 받았다.
원고들은 자신의 매장에서 지정된 시간 동안 근무하였다. 특히 직영매장은 피고가 명절 기간 영업 여부 및 시간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서 거시한 증거, 갑 제21, 22호증, 을 제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거나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에 상품을 판매하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사업성이 강하여 피고가 매장을 직접 경영하지 않고 외주화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인 점을 더하여 보면, 앞서 본 사실과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앞서 본 피고의 업무 관여를 곧바로 근로자성의 표지 중 하나인 지휘·감독권의 행사로 단정하기 어렵다.
일정한 매출액과 점유율은 판매대행계약이 지속되는 전제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매출액에 비례하여 판매수수료를 지급받는 원고들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백화점이나 쇼핑몰 매장을 관리하는 원고들은 매출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해당 백화점 등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판매대행계약 해지 사유로 규정되어 있으므로(제12조 제1항 제10호) 더욱 밀접한 이해관계가 있다.
매출액 순위를 매겨 공지하는 방식으로 판매를 독려하는 것은 방법 자체로 구체적인 지휘·감독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고, 명확히 개인사업자의 성격을 갖는 대리점에도 같은 방식이 적용되었다. 원고들은 매출액 순위가 낮을 경우 계약을 종료하거나 매출액이 많지 않은 매장으로 근무지를 이동하는 등 징계를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피고가 그와 같은 불이익을 주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다.
원고들이 판매하는 제품의 소유권은 피고에게 있으므로(판매대행계약 제2조 제5항) 재고 발생이나 마진율에 따른 손해를 최종적으로 피고가 부담한다. 피고가 소유자로서 제품의 가격, 할인 판매 대상, 할인 가격 등을 결정하는 것은 그리 이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계약상 원고들이 피고의 영업기준을 준수하는 것도 예정되어 있었다(판매대행계약 제6조 제4항). 피고로서는, 매출액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지급받는 원고들이 마진을 고려하지 않고 판매 금액만을 늘리기 위해 저가에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방지할 수단도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의 조치가 반드시 원고들과 종속적 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없다.
매장 간 물량 이동, 재고 실사, 매니저 교육 등도 피고가 제품의 소유자로서 상품을 관리할 필요가 있고, 대리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시행되었던 점을 고려하면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한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특히 매장 간 물량 이동은 원고들과 같은 매장관리자에게도 적시에 필요한 제품을 확보하여 판매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그 이익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
매장별 판매촉진 및 매출 증대를 위해 적극적인 광고, 판촉활동 행사의 시행 여부도 해당 원고들과 피고가 협의하여 정한 것으로 보이고(판매대행계약 제9조 제1항), 사은품 행사 시 비용은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원고들과 피고가 50%씩 부담하였다(판매대행계약 제9조 제4항).
피고가 매장별 휴무 일정을 파악한 것은, 휴무 매장으로 물량 이동 요청을 금지하고 다음 달 매출 목표를 설정할 때 이를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원고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매장관리자의 휴가를 승인한다거나 근태 관리를 한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고, 피고가 원고들의 출·퇴근 여부나 근무 여부를 검증하거나 상시적으로 관리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 오히려 원고들은 출·퇴근 시간에 큰 지장을 받지 않고 근무 시간에도 개인적 용무를 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이나 쇼핑몰 매장을 관리하는 원고들의 경우, 해당 백화점 등의 개점 및 폐점 시간에 따라 근무를 해야 하지만 이는 근무 장소의 특성에 비롯된 것이다.
원고들이 지급받은 수수료를 근로의 대가로 보기 어렵고,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의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었다고 볼 요소도 있다.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약정한 고정수수료와 매월 1일부터 말일까지 매장의 판매 금액 중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원으로 산정된 매출기준수수료를 지급받았다. 수수료에 대해 근로소득세가 원천징수 되지 않았다.
매출기준수수료의 기준이 되는 수수료율은 원고별로 모두 달랐고, 수수료율을 정할 때 매장의 과거 판매 실적 외에 원고들의 판매 업무 경력이나 종사 기간, 매장별 업무 수행 난이도와 같은 노무 제공에 관한 요소가 고려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매출기준수수료는 오로지 매출 실적에 따라 상한 및 하한 없이 지급되고, 다음과 같이 원고들이 영업종료 직전 1년간 지급받은 수수료가 원고별로 모두 다르며, 해당 원고들의 월별 수입 편차도 적지 않았다.
원고들과 피고는 계약 체결 시 매장 별로 채용해야 하는 2~5명 사이의 최소 판매사원 수를 정하였고(판매대행계약 제3조 제3항), 최소 판매사원을 유지하지 않을 경우 수수료를 차감하여 지급할 수 있도록 하였다(판매대행계약 제5조 제3항). 이에 비추어 보면, 고정수수료는 그 인원수와 매장 유지비를 고려하여 지급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원고들이 지급받은 고정수수료와 판매사원에게 지급한 급여액(원고들이 2020. 3. 6.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에 첨부한 것에 따름)의 차액을 살펴보면(영업종료 직전 3개월 기준), 원고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원고들은, 피고가 판매사원 채용 및 그들에게 지급할 급여를 결정하였다고 주장한다.
피고는, 2014년까지 원고들이 판매대행계약에서 정한 최소 판매사원을 실제로 채용하는지 확인했다고 인정하였다. 그러나 이는 계약상 정해진 내용일 뿐만 아니라 피고가 지급하는 고정수수료와도 관련이 있으므로, 채용 여부를 확인하였다는 것을 두고 채용을 결정하였다고 볼 수 없다. 피고는 그 이후부터는 채용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갑 제23호증의 기재만으로는 피고가 판매사원 채용을 결정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원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명이 부족하다.
한편 원고들이 스스로 밝힌 판매사원 급여 내역을 살펴보면, 사원 별로 지급된 급여가 모두 다를 뿐만 아니라 약정한 최소 판매사원 인원수를 지키지 않은 원고들도 있는데, 피고가 이를 파악하여 수수료를 차감하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피고는 원고들이 판매사원을 실제로 몇 명 고용하는지, 급여로 얼마를 지급하는지 알지 못한 것으로 보이고, 갑 제27, 41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피고가 판매사원의 급여를 결정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원고들은 판매사원의 채용 여부 및 그 급여를 결정하였고, 판매대행계약에서 정한 바와 달리 판매사원 수를 조절함으로써 이윤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직영매장을 운영한 원고 C, G에 관하여
기초 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 C은 O 홍대직영점, 원고 G은 N 종로직영점을 운영하였다. 직영매장은 사회통념상 피고의 직원이 직접 관리하는 곳으로 인식되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명절 휴무 여부 및 시간을 결정하거나 프로모션과 관련하여 직영매장에만 구체적인 요구를 하는 정황이 확인되는 등(갑 제12, 17호증) 다른 원고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좀 더 종속적인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직영매장을 운영한 원고들도 다른 원고들과 같은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고, 특별히 직영매장에 적용되는 조항을 추가하지도 않는 등 백화점, 쇼핑몰 매장과 다르다고 인식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원고들 스스로 직영매장의 특성을 부각시켜 주장한 적이 없다). 전반적인 운영 방식이나 수수료 수령 체계 등에서도 다른 원고들과 본질적인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
결론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임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형표(재판장) 박수진 배인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