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피고는 섬유, 의류, 잡화류의 제조, 가공, 도·소매업 및 수탁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다.
피고는 피고가 생산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하여 백화점, 대규모 점포(이하 '백화점'이라고만 한다)를 운영하는 H 주식회사, 주식회사 I 등 백화점 운영회사들과, 위 운영회사가 매입한 상품 중 판매되지 않은 상품을 반품할 수 있는 것을 조건으로 매장위치, 면적, 종업원 수 등을 정하여 피고로부터 상품을 외상 매입하고 상품판매 후 일정률의 판매수익을 공제한 상품판매대금을 피고에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백화점 입점계약(이하 '이 사건 백화점 입점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백화점 입점계약은 '백화점 운영회사가 피고와 서면으로 피고가 고용한 직원의 파견조건을 약정하고 피고로부터 위 직원을 파견받아 피고가 납품하는 상품의 판매 및 관리 업무에 종사하게 할 수 있다. '고 정하는데, 이에 따라 체결된 파견약정에는 '피고가 백화점 매장에 파견된 종업원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및 노동관계법 등 관련 법령에서 정한 사용자로서의 의무를 다한다.'는 내용의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
원고들은 피고와, 원고들이 백화점 내 피고의 매장에서 피고의 상품을 판매하고 피고로부터 그 대가로 수수료를 지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위탁판매계약 내지 위탁경영계약(이하 계약의 명칭과 관계없이 '이 사건 위탁경영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별지 청구내역표의 '매장'란 기재 각 해당 매장에서, 별지 청구내역표의 '업무개시일'란 기재 각 해당 일자부터 매장을 운영하며 피고의 상품을 판매하는 업무를 수행하다가, 별지 청구내역표의 '업무종료일'란 기재 각 해당 일자에 위 업무를 종료하였다.
이 사건 위탁경영계약은 원고별로 또는 시기별로 세부 내용이나 표현이 다소 다르지만 주요 내용은 공통된다. 이 사건 위탁경영계약 중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부분은 아래와 같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 청구내역표의 '청구금액'란 기재 각 해당 돈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같은 표 '기산일'란 기재 각 해당 일자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사건정보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사건
2019가합510316
판결선고
2020. 8. 21.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2민사부
판결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5, 9, 13, 29, 30, 5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피고의 지휘·감독 아래 별지 청구내역표의 '업무개시일'란 기재 각 해당 일자부터 '업무종료일'란 기재 각 해당 일자까지 근로를 제공하다가 퇴직한 근로자로, 피고로부터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다. 따라서 원고들은 피고에 대하여 별지 청구내역표의 '청구금액'란 기재 각 해당 퇴직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한편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별 근무지에서의 업무형태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실심의 심리 결과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밝혀지거나, 근로자성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소송과정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증명할 증거를 제출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252891 판결 등 참조).
판단
이 사건 위탁경영계약 및 백화점 입점계약의 내용
이 사건 위탁경영계약에는 다음과 같이 원고들의 근로자성을 긍정할 수 있는 요소와 부정할 수 있는 요소가 혼재되어 있다.
피고가 공급할 상품의 종류와 수량을 결정하고, 원고들은 원칙적으로 피고로부터 공급받은 상품만을 계약된 장소에서 피고가 정한 금액으로 판매하여야 한다. 원고들은 당일 판매한 내용을 피고가 지정한 양식에 따라 당일까지 보고해야 하고, 피고의 판매정책에 적극 협력하여야 한다. 피고는 원고들과 협의하여 원고들의 판매 관련 장부의 열람 및 조사와 상품에 대한 재고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피고가 주관하여 매장 간 수평이동을 위하여 상품의 반환 또는 이동을 요구할 경우에는 원고들은 지체 없이 반품 또는 상품이동을 하여야 한다. 원고들은 회사의 계획 및 요구에 따라 매장영업 이외의 판촉 행사를 수행하여야 한다. 이러한 사항은 근로자성을 긍정할 수 있는 요소이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매월 상품 판매실적의 일정 비율을 판매수수료로 지급한다. 원고들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판매원을 직접 고용하고, 이에 수반되는 급여 등 노동관계법이 정한 사용자 책임을 부담한다. 이러한 사항은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 있는 요소이다.
이 사건 백화점 입점계약 및 그에 따른 파견약정은 원고들을 '피고가 고용한 직원' 내지 '종업원'이라 칭하면서,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및 노동관계법 등 관련 법령에서 정한 사용자로서의 의무를 다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이러한 사항은 원고들의 근로자성을 긍정할 수 있는 요소이다.
근로제공의 실질
그러나 이 사건에서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서의 문구보다 근로제공의 실질에 따라야 하므로, 그에 관하여 본다.
위 기초 사실에 더하여 다툼 없는 사실, 앞서 든 증거, 갑 제2 내지 4, 6 내지 8, 10 내지 12, 14, 18 내지 24, 37 내지 41, 45 내지 49호증, 을 제3 내지 5, 7, 8호증의 각 기재, 증인 J의 일부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들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업무의 내용과 수행 방식
원고들은 백화점 내에 설치된 납품업체 매장의 정규직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일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위탁경영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방법으로 신분이 강제 전환된 사람들과 달리, 처음부터 이 사건 위탁경영계약에 따른 위탁경영인의 지위만을 유지하여 왔다. 원고들은 사실상 직영제와 판매대행 방식에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나,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 내지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직영제와 판매대행 방식의 업무 내용에 달라진 것이 없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이 사건 위탁경영계약에서는 원고들의 업무와 역할을 '피고가 지정한 영업장소에서 피고의 상품을 판매하는 행위', '매출 향상을 위해 상품을 관리하고, 고객을 관리하는 등 매장을 관리하는 행위'로 구체적으로 정하였다. 원고들은 이 사건 위탁경영계약에서 정한 업무에 종사하였고, 피고의 지시로 위 계약과 무관한 업무까지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원고들에게는 피고의 취업규칙과 인사규정이 적용되지 않았다. 피고가 원고들을 비롯한 위탁경영인들에 대하여 취업규칙이나 징계규정 등에 따라 징계권을 행사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설령 위탁경영인이 다른 매장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의 일방적인 지시에 따라 강제로 근무지가 변경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피고는 원고들이 판매하는 제품의 판매 가격, 할인 판매 대상, 할인 가격을 최종적으로 정하고, 원고들에게 상품의 진열방식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들은 제품의 판매금액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지급받지만, 피고는 이 사건 백화점 입점계약의 특성상 재고 발생이나 마진율에 따른 손해를 최종적으로 부담한다. 피고로서는 원고들이 마진을 고려하지 않고 판매금액만을 증가시키기 위해 저가에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방지할 수단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이므로, 그에 따른 피고의 조치가 반드시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종속적 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긴 어렵다. 또한 브랜드의 통일적 관리 및 제품의 품질 유지를 위해 백화점 위탁판매가 전국 백화점에서 같은 방법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어 상품의 진열방식에 대한 피고의 관여가 불가피한데, 이를 통해 피고의 제품에 대한 매출이 높아지면 그만큼 원고들의 수익이 증진되는 면이 있다. 원고들은 기본적으로 원고들 각자의 노하우와 경험에 기초하여 원고들이 스스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피고의 상품을 판매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달리 피고가 원고들에게 상품 판매 방법에 관한 매뉴얼을 제작하여 배포하였다거나, 그 매뉴얼대로의 판매를 강제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유니폼을 무상으로 제공하였고(다만, 180일 미만 근무시 지급받은 유니폼 비용은 50% 반납), 원고들에게 이를 착용하고 근무할 것을 권장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피고의 조치는 의류상품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영업방침에 불과하고 이를 두고 피고가 원고들에게 근무상 지시를 하거나 통제를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원고들 또는 그 매장의 판매원이 유니폼을 착용하지 않은 경우 제재나 징계를 받았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
원고들은 주기적으로 피고에게 매출 실적을 보고하였으나, 이는 매출 실적에 따라 원고들에게 수수료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는 피고가 상품의 정확한 매출 실적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 조치로 보인다.
피고가 원고들에게 매출 목표를 제시하고 매출 현황을 파악하거나 매출이진한 매장의 분발을 촉구하는 방법으로 목표 달성을 독려한 것으로는 보인다. 그러나 이 사건 위탁경영계약은 '원고들의 판매실적이 크게 부진하여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매출 감소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원고들의 운영상 관리가 부실함으로 인하여 입점 백화점 내지 입점 몰과의 관계가 악화된 경우'를 계약의 해지 사유로 정하고 있으므로, 피고가 매출 목표를 제시하거나 목표 달성을 독려한 것은 원고들이 운영하는 매장이 백화점에서 퇴출되는 것을 막거나 원고들과의 위 계약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일정한 매출액에 관한 부분은 이 사건 위탁경영계약이 지속되는 전제이자 피고뿐만 아니라 원고들과도 밀접한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다. 원고들의 매출 실적을 이유로 피고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매장을 변경하거나 수수료를 삭감하는 등의 불이익을 준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따라서 목표 달성을 독려하기 위한 피고의 조치를 곧바로 피고의 지휘·감독권의 행사로 단정할 수는 없다.
피고가 원고들에게 경쟁사 브랜드의 매출 현황을 파악하도록 하였고, 원고들을 대상으로 워크샵이나 상품 품평회 등을 실시하였으나, 백화점 매장 퇴출 방지 내지 매출 증진이라는 원고들과 피고의 공통된 목적을 위한 협조와 협업으로 볼 수 있다. 피고의 본사 직원들이 원고들에게 워크샵이나 상품품평회의 참석을 독려하기는 하였으나, 이러한 워크샵이나 기타 피고가 주최하는 교육, 상품품평회 등의 불참을 이유로 피고가 원고들과의 관계에서 계약을 해지하거나 원고들에게 불이익한 처분을 하였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
피고는 원고들이 운영하는 매장의 특정 재고물품을 다른 매장으로 보내도록 지시하였고, 위 지시에 따라 원고들이 해당 매장으로 피고가 지시한 물품, 수량을 보내기도 하였으나, 이는 이 사건 위탁경영계약 제11조 제3항에 따른 것이다. 이 사건 백화점 입점계약의 특성상 피고가 재고 발생이나 마진율에 따른 손해를 최종적으로 부담하므로, 피고는 각 매장에 공급한 상품들이 적시에 판매되고 재고로 남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었다. 이 사건 위탁경영계약에 따른 매장 간 재고상품 이동으로 인해 원고들의 수익 창출에 어려움이 발생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는 이상, 위와 같은 조치를 근거로 원고들이 피고에 종속되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설령 피고의 위와 같은 조치들이 근로자성을 긍정할 수 있는 요소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상법상 위탁매매 내지 대리상의 징표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고, 독립적인 개인사업자와의 관계에서 이와 유사한 조치가 얼마든지 시행될 수 있으므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리는 중요한 사항이라고 볼 수 없다.
원고들은 피고가 백화점의 영업직원을 통해서 원고들을 관리·감독하고, 업무 지시를 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들이 백화점의 영업직원들로부터 지시를 받거나 그 지시에 따른 것은 이 사건 위탁경영계약이 피고와 백화점 운영회사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백화점 입점계약을 전제로 한 것이고, 원고들이 운영하는 매장이 백화점 내에 위치하고 있는 특성 때문이다. 백화점의 영업직원이 피고의 직원이나 근로자가 아님이 분명한 이상, 원고들이 백화점의 영업직원으로부터 업무 지시를 받는 것을 피고로부터 업무 지시를 받은 것과 같게 평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가 백화점의 영업직원들을 통해 원고들을 관리·감독하였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않는다.
근무시간과 근무장소
원고들이 근무하는 매장은 이 사건 위탁경영계약 체결 후 피고가 일방적으로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 체결 시에 개별적으로 협의한 후 원고들의 의사를 반영하여 정하였다.
원고별 근무장소인 매장은 피고가 백화점과 별도로 체결한 계약에 따라 확보한 곳이다. 원고들은 백화점 개점시간과 폐점시간에 맞추어 근무하였으나, 이는 원고들이 근무하는 장소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피고는 원고들의 구체적인 출·퇴근 시간을 통제하거나 원고들의 출근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오히려 원고들은 출·퇴근 시간에 큰 지장을 받지 않고 근무시간에도 개인적 용무를 볼 수 있었다.
피고의 본사 직원이 원고들의 휴무 일정 내지 휴가 계획을 취합하기는 하였으나, 피고가 원고들의 휴무 내지 휴가 여부를 사전에 승인하거나 통제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자신의 계산에 따른 사업 영위 및 그 독립성
이 사건 위탁경영계약은 원고별로 해당 매장에 근무할 판매원 인원수를 정하고 있다. 원고들은 피고가 정한 인원수에 맞추어 판매원을 채용하는 것이 강제되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들은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판매원을 채용하였고, 이 사건 위탁경영계약에서 예정한 판매원수가 관철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위탁경영계약에 따른 수수료율을 정할 때 판매원의 급여도 반영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판매원의 급여는 원고들이 정한 것으로 보이고, 수수료율을 정할 때 고려된 판매원의 급여란 실제의 비용이 아니라 피고가 예상한 수치에 불과한 것으로서 피고가 판매원의 급여 지급을 통제하거나 사후적으로 정산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는 없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원고들은 이 사건 위탁경영계약에 따른 상품 판매 및 매장 관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자신의 비용과 계산으로 판매원을 채용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위탁경영계약 중에는 원고들이 판매원의 인사사항에 대하여 피고가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피고의 요청이 있는 경우 원고들이 피고와 협의하여 적절한 자로 교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판매원의 채용 여부, 채용조건, 휴가 사용, 출·퇴근 등은 피고의 관여 없이 원고들이 독자적으로 결정하거나 관리한 이상, 앞서 든 사정들만으로는 피고가 판매원의 채용이나 업무 수행에 직접 관여하거나 원고들을 지휘·감독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경우에 따라서는 판매원이 원고들의 업무를 일정 부분 대행하는 것도 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매장 운영과 관련하여 발생한 인터넷 사용료, 지하철 퀵비, 수선비 등의 비용들은 원고들 스스로 부담하였다.
보수의 성격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보수로 수수료를 지급받았다. 수수료는 원고들이 당월 정산분에 대한 판매실적과 비용명세를 월말 마감 후 익월 3일까지 Web POS에 입력하고, 판매수수료의 청구용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여 피고에 제출하면, 피고가 매월 마감 후 익월 15일까지 원고들 명의의 통장으로 지급하였다. 수수료율은 피고가 예상 매출액을 고려하여 원고들과 개별적으로 협의하는 방식으로 정해져, 원고별로 수수료율이 달랐다.
수수료율을 정할 때 원고별로 판매 업무 경력이나 피고와의 계약기간, 매장별 업무 수행 난이도와 같은 원고별 노무 제공 차등에 관한 요소는 따로 고려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별로 수수료율을 정할 때 판매원의 급여가 고려되었으나, 수수료 자체는 원고들의 판매금액에 연동하므로 매출 실적에 따라 상한과 하한 없이 지급되었다. 이에 따라 실제로 지급된 수수료는 원고별로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개별 원고가 지급받은 월별 수수료 간에도 상당한 편차가 있다.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수수료에서 판매원의 급여, 일부 매장 운영비용을 지출하여야 하므로, 일정 정도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위 수수료를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으로 보기 어렵다.
피고는 이 사건 위탁경영계약 제7조 제8항에 따라 일부 위탁경영인에게 고정수수료를 지급한 적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고정수수료를 지급받은 위탁경영인은 대부분 고정수수료와는 별도로 변동수수료도 함께 지급받았으므로, 고정수수료의 지급이 변동수수료의 지급을 완전히 대체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위와 같은 고정수수료의 지급은 신규 매장 또는 매출이 저조한 매장에 대해 일시적으로 지급된 사례에 불과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이상, 제한된 수의 위탁경영인에게 한시적으로 고정수수료를 지급하였다는 예외적인 사정만으로 원고들에게 지급된 수수료에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기타 사정
앞서 본 사실 내지 사정들에 비추어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종속성 및 전속성의 정도가 약한 것으로 평가되는 이상, 원고들이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하고, 고용보험 등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사정들은 피고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이 사건 위탁경영계약에 따른 위탁경영인 업무의 본질과 무관하게 임의로 정한 것이 아니라 원고들의 노무제공 실질을 제대로 반영한 것일 여지가 크다.
원고들은 이 사건 위탁경영계약을 체결하고 근무하던 중 2015. 3. 1. 피고의 일방적인 지시 또는 방침에 따라 모두 일방적으로 개인사업자로 변경되고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나,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들이 피고의 일방적인 지시에 따라 원고들의 의사에 반하여 개인사업자로 변경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원고들과 마찬가지로, 피고와 위탁경영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의 상품을 판매하는 업무를 맡았던 K, L가 제기한 퇴직금 체불 진정사건에서,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위 K, L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소결
따라서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성인(재판장) 오승이 송승훈
별지
각주1) 원고들은 피고와, 2015년 2월경까지는 원고들을 '매니저(중간관리자)'라 칭하는 'I백화점 위탁판매계약'을, 2015년 3월경부터는 원고들을 '경영인'이라 칭하는 '위탁경영계약'을 각 체결하였는데, 위 각 계약은 원고들이 피고의 상품을 판매하고 관리할 전담자로서 판매 및 관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피고는 원고들의 상품 판매에 따른 판매수수료를 원고들에게 지급하기로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