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2. 5. 선고 2019가합526724 판결

주문

1.

원고 A 노동조합과 피고 사이에 2018. 10. 10. 체결된 2018년 임·단협 합의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2.

원고 B은 피고의 근로자임을 확인한다.

3.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원고 A 노동조합('원고 노동조합')은 피고 소속 근로자로 구성된 노동조합이다. 원고 B은 2018년 이전부터 원고 노동조합의 위원장이었던 사람이다.

나.

피고는 2018. 1. 19.경 원고 B을 해고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제기하였다(D, E 병합). 위 사건에서 2018. 4. 24.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화해조서('이 사건 화해조서')가 작성되었다. 위 화해조서에는 "피고는 원고 B의 명예로운 퇴사를 위하여 해고 처분을 취소하고 2018. 1. 19.자로 복직시킨다. 원고 B은 2018. 9. 30.자로 의원사직하기로 한다. 피고는 퇴직위로금으로 2억 원을 2018. 10. 14.까지 지급한다.", "원고 노동조합과 피고는 2017. 3. 21. 이후 양 당사자(소속 임·직원 또는 조합원 포함)가 진행한 일체의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즉시 취소하고 처벌불원의 탄원서를 제출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다.

원고 노동조합의 조합원인 F은 2018. 8. 20. 서울중부경찰서에 피고 사업장 앞에서 2018. 8. 22.~2018. 9. 18.까지 '불법행위규탄, 비리규명'을 위한 집회 개최 신고를 하였다. 집회 신고 사실을 알게 된 피고의 총지배인 G은 노무이사 H을 통하여 원고들에게, '내가 사임할테니 집회를 철회하라'고 하였고, 원고들이 그에 관한 문서를 요구하자 2018. 8. 22. 피고 대표자 이사 I로부터 아래와 같은 퇴임 확인서('퇴임 확인서')를 받아 H을 통하여 원고들에게 전달하였다. 그러자 원고들은 집회를 취소하였다.

라.

원고 B은 2018. 10. 10. 당시 원고 노동조합의 대표자 위원장으로서 피고와 별지와 같은 2018년 임·단협 합의('이 사건 단체협약')를 체결하였다. 이 사건 단체협약서에는 임금 동결, 퇴직위로금 폐지, 임금피크제 도입 등의 내용이 들어갔고, 원고 B과 피고의 교섭담당자인 H이 서명하였다.

마.

원고 B과 H은 이 사건 단체협약 부속합의서('부속합의서 1)를 작성하고 자신의 이름 옆에 서명을 하였다. 부속합의서 1의 전체 내용은 아래와 같은데, 3항 동아리 회비에 관한 부분을 뺀 나머지 조항으로만 작성되어 원고 B과 H이 서명한 합의서도 존재한다.

바.

원고 B과 H은 아래와 같은 내용의 이 사건 단체협약 부속합의서 2('부속합의서 2')를 작성하고, 자신의 이름 옆에 서명을 하였다.

사.

원고 B은 2018. 10. 19. 사직하였다. 한편, G은 이 사건 변론종결일 현재까지 피고의 총지배인으로 계속 재직하고 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5, 7, 9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2,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들

부속합의서 2는 이 사건 단체협약과 일체를 이루는 문서로서, 퇴임 확인서에 따른 G의 사임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이 사건 단체협약을 무효화하고 사직한 B이 복직하기로 노사 간에 합의한 것이다. 그런데 피고는 퇴임 확인서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단체협약은 무효이고, 원고 B은 복직하여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다는 확인을 구한다.

나.

피고

부속합의서 2는 사용자의 고유한 인사결정권에 관한 사항으로서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없는 G의 퇴직과 원고 B의 복직을 규정한 것이고, H이 원고 B과 공모 하에 피고가 위임한 단체교섭 권한 범위를 벗어나 원고 B의 사적 이익 내지 목적을 위하여 체결한 것으로 원고 B도 이를 잘 알고 있었으므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이다. 그리고 부속합의서 2는 근로조건과 무관한 내용으로, 피고는 그 내용을 보고받지도 못하였고, 원고 노동조합도 부속합의서 2를 관할 관청에 신고하지 않았으며 조합원들도 2019. 1.경까지 그 내용을 알지 못했으므로, 이 사건 단체협약의 일부라고 볼 수 없다. 설령 부속합의서 2가 이 사건 단체협약의 일부라 하더라도, 단체협약의 단체법적인 성격, 피고와 근로자들 사이의 기존 법률관계의 보호 필요성 등에 비추어 보면, 부속합의서 2가 무효여도 이 사건 단체협약은 그대로 유효하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단체협약은 서면으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이 서명 또는 날인하여야 한다[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제31조 제1항].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로부터 교섭 또는 단체협약의 체결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은 자는 그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를 위하여 위임받은 범위 안에서 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제29조 제2항).

사용자의 경영권에 속하는 사항이라 하더라도 그에 관하여 노사는 임의로 단체교섭을 진행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고, 그 내용이 강행법규나 사회질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이상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된다(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두20406 판결 참조). 단체협약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된다면 그 법률적 효력은 배제되어야 한다. 다만 단체협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단체협약이 헌법이 직접 보장하는 기본권인 단체교섭권의 행사에 따른 것이자 헌법이 제도적으로 보장한 노사의 협약자치의 결과물이라는 점 및 노동조합법에 의해 그 이행이 특별히 강제되는 점 등을 고려하여 법원의 후견적 개입에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헌법 제15조가 정하는 직업선택의 자유, 헌법 제23조 제1항이 정하는 재산권 등에 기초하여 사용자는 어떠한 근로자를 어떠한 기준과 방법에 의하여 채용할 것인지를 자유롭게 결정할 자유가 있다. 다만 사용자는 스스로 이러한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것이므로, 노동조합과 사이에 근로자 채용에 관하여 임의로 단체교섭을 진행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고, 그 내용이 강행법규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이상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된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6다24899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단체협약과 같은 처분문서는 그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의 내용에 따라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있었던 것으로 객관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노사가 일정한 조건이 성취되거나 기한이 도래할 때까지 특정 단체협약 조항에 따른 합의의 효력이 유지되도록 명시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그 단체협약 조항에 따른 합의는 노사의 합치된 의사에 따라 해제조건의 성취로 효력을 잃는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8두41532 판결 참조).

나.

구체적인 검토

위 법리에 더하여 앞서 본 증거들에 을 제16, 20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단체협약은 G이 2018. 12. 말까지 사임하지 않음으로써 2019. 1. 1. 해제조건의 성취로 효력을 잃었고, 원고 B은 같은 날 정지조건의 성취로 복직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①

피고는 2017. 10. 말경 노사문제 해결을 위하여 H을 노무이사로 영입하였다. H은 피고로부터 임·단협 교섭에 관한 업무 일체를 위임받았으며, 피고 측 교섭담당자로서 2018. 4. 19. 2017년 단체협약 및 그에 따른 노사 합의서, 2018. 4. 24. 이 사건 화해조서 및 그에 따른 부속합의서, 2018. 10. 10. 이 사건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 피고가 H에게 위임한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권한 범위를 특별히 제한했다고 볼 만한 증거는 없다.

②

이 사건 단체협약과 부속합의서 1, 2는 원고 노동조합 위원장인 원고 B과 피고 측 교섭담당자인 H 사이에 작성되어 양 당사자가 서명하였으며, 문서 사이에 간인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단체협약과 부속합의서 1, 2는 일체의 문서로 작성되었다고 판단되고, 피고가 제출하는 증거만으로는 부속합의서 2가 이 사건 단체협약과 별개의 문서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③

G은 부속합의서 2가 체결되기 전인 2018. 8. 22.경 피고에게 2018. 12. 말까지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피고는 그 무렵 이를 승인하였다. 부속합의서 2는 그 문언상 G을 퇴임시키는 내용이 아니고, 피고가 이미 퇴임 확인서로 원고들에게 확인하여 준 G의 사임 사실을 재확인하면서, 만일 G이 사임하지 않을 경우 이를 이 사건 단체협약의 해제조건 및 원고 B 복직의 정지조건으로 삼기로 하는 내용이다.

④

개별 근로자의 채용이 기본적으로 사용자의 고유한 인사결정권에 속하는 사항이라 해도, 그에 관하여 노사는 임의로 단체교섭을 진행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 단체협약이 협약당사자 간 의사의 합치에 의한 계약인 만큼, 조건부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도 그 내용이 강행법규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이상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⑤

원고, 노동조합이 부속합의서 2를 관할 관청에 신고하지 않았다거나, 원고 노동조합 조합원들과 피고가 2019. 1.까지 부속합의서 2에 대하여 알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부속합의서 2가 강행법규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밖에 피고가 제출하는 증거들은 2017년 단체협약, 이 사건 화해조서 등의 체결을 위한 교섭 과정에서 원고 B과 H 사이에 오간 대화의 녹취록 등인데, 이것만으로는 부속합의서 2가 원고 B과 H이 공모하여 원고 B의 사적 이익 내지 목적을 위하여 체결한 것으로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원고 B이 사직을 전제로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퇴직위로금 등을 반환해야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4.

결론

이 사건 단체협약은 무효이고, 원고 B은 복직하여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으며, 피고가 이를 다투고 있는 이상 확인의 이익도 있다.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한다.

판사 박성인(재판장) 오승이 송승훈

각주1) 2018년 임.단협 합의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