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주위적 청구 및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 사이의 관계
원고 A노동조합(이하 '원고 A노조'라고 한다)은 국내 금속산업에 종사하는 근로 자들로 조직된 산업별 노동조합이고, 원고 A노동조합 B지부(이하 '원고 B노조'라고 한다)는 피고 D 주식회사(이하 '피고 D'이라고 한다)와 피고 C 주식회사(이하 '피고 C'라고 한다)에 소속된 근로자들로 조직된 원고 A노조의 산하 지부이다.
피고 D 주식회사(이하 '피고 D'이라 한다)는 2018. 10. 4. 이사회에서 자동차 및 부품에 관한 연구개발사업 부분을 인적분할 방식으로 분리하여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기로 결의하였고, 같은 해 12. 18. 주주총회에서 그에 관한 분할계획서를 승인함에 따라 분할 후 신설 법인으로 피고 C가 2019. 1. 2. 설립되었다(이하 위 회사 분할을 '이 사건 회사분할'이라 한다).
원고들과 피고 D 사이의 단체협약
원고들은 2018. 4. 26. 피고 D과 유효기간을 '2018. 8. 1.부터 2020. 7. 31.까지'로 정한 단체협약(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단체협약에서 정한 사항의 주요 목차는 아래와 같다.
이 사건 회사분할의 경위
피고 D은 2018. 10. 16. 원고 B노조에게 '노동조합에서는 단체협약 자체가 승계되지 않아 기존의 근로조건에 큰 변동이 예상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회사가 분할신설법인으로 고용관계가 이전되는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은 변함없이 승계된다는 설명과 확인을 수차례 드렸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확인하여 드립니다'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피고들은 2018. 11. 12. 원고들에게 이 사건 회사분할로 피고 C로 승계되는 근로조건과 승계되지 않는 이 사건 단체협약 조항에 관하여 아래와 같은 취지의 내용이 기재된 공문을 주었다(이하, 아래의 표에 기재된 'Ⅱ. 관련 법리상 피고 C로 자동적으로 승계되지 않는 단체협약 조항들을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
피고들은 이 사건 회사분할에 따른 분할계획서에서 아래와 같이 정하였다.
피고 D의 근로자 약 12,500명 중 약 3,240명은 이 사건 회사분할로 피고 C로 소속이 변경되었다.
피고 C와 원고 A노조 E지부의 단체협약 체결
원고 A노조 E지부는 2019. 12. 6. 피고 C와 사이에 유효기간을 2019. 12. 1.부터 2021. 11. 30.까지로 정한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아래와 같이 합의하였다.
관련 가처분 사건의 경과
원고들은 피고 C를 상대로 이 사건 단체협약이 피고 C로 그대로 승계됨에도 피고 C가 이 사건 조항에 대하여 그 적용을 거부하여 원고들의 단체협약상의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단체협약상지위보전가처분을 신청하였으나, 제1심 법원은 '피고 C가 이 사건 조항들을 승계하거나 연대하여 변제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어 이 사건 신청의 피보전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 가처분신청을 기각하였다(인천지방법원2019카합10014).
원고들은 위 제1심 결정에 관하여 항고하였으나, 항고심 법원은 '이 사건 신청은 피보전권리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보전의 필요성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원고들의 항고를 기각하였다[서울고등법원 (인천)2019라10010].
원고들은 위 항고심 결정에 대하여 대법원에 재항고하였으나, 대법원은 2020. 1. 16. 심리불속행 기각결정을 하여 위 결정이 확정되었다(대법원 2019마6332).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 을 제1, 3, 4호증(각 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의 주장
주위적 청구에 관한 주장
피고 C는 이 사건 회사분할로 이 사건 단체협약 중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사항(이하 '규범적 부분'이라 한다)을 승계하였으나, 이 사건 단체협약 중 규범적 부분 이외에 협약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관한 사항(이하 '채무적 부분'이라 한다)인 이 사건 조항은 승계하지 않았다.
그러나, 피고들은 상법 제530조의9에 따라 원고들에 대한 이 사건 단체협약상 채무에 관하여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을 부담하고, 이 사건 회사분할 계획서에 규범적 부분에 대해서는 승계하지 않는다고 기재되어 있을 뿐 채무적 부분을 승계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기재하지 않았다.
설령, 피고들이 채무적 부분에 대하여 연대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회사분할시 일신전속적인 근로관계가 포괄승계되므로 단체협약도 당연히 포괄승계되고, 영업양도의 경우 양수회사로 단체협약의 승계가 인정되는 대법원 판례 법리를 유추하여 보면 회사분할의 경우에도 단체협약이 승계되므로, 피고 C는 이 사건 회사분할로 이 사건 단체협약을 포괄승계한다.
따라서, 피고들은 이 사건 단체협약 중 채무적 부분이 피고 C에 승계되어 피고들이 연대하여 또는 피고 C가 위 채무를 변제할 의무가 있음에도 위 채무적 부분의 승계를 인정하지 않은 채 조합비 일괄 공제 및 인도, 전임활동 보장, 노조사무실, 조합원 교육시간 등 그 이행을 거부하였고 이로 인하여 원고들은 조직력 및 단결력이 침해되는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들에게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예비적 청구에 관한 주장
피고 D은 이 사건 회사분할 계획서에 이 사건 단체협약 중 채무적 부분을 피고 C가 승계하지 않는다고 기재하여 이 사건 회사분할로 인하여 채무적 부분을 일방적으로 이행이 불가능하도로 하였으므로, 원고들에게 이행불능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이 사건 단체협약 중 채무적 부분의 승계여부에 관한 판단
회사분할로 인한 회사의 책임에 관한 상법 규정은 아래와 같다.
살피건대, 합병의 경우에는 법인격이 합일되므로 소멸회사의 모든 '권리의무'를 신설회사 또는 존속회사가 포괄승계하나(상법 제235조), 회사분할에는 이 같은 채무의 포괄승계를 인정하는 규정은 없다. 다만 상법 제530조의10에서 분할신설회사가 분할회사의 '권리와 의무'를 '분할계획서에서 정한 바에 따라'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인데, 위 조항이 회사분할의 효과 내지 권리와 의무의 승계에 관한 일반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상법 제530조의9 제1항은 분할 후 신설회사는 분할 전 회사의 채무에 관하여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 있다고 정하면서 같은 조 제2, 4항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가 있는 경우에는 채권자보호절차를 거치는 것을 조건으로 '분할계획서에 승계하기로 정한 채무'에 대한 책임만을 부담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데, 상법 제530조의9 제1항에서 분할에 따른 연대책임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채무'란,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금전채무 또는 성질상 금전채권으로 전환되어 변제될 수 있는 급부채무(이하 '금전 등 대체적 급무채무'라 한다)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상법은 회사분할의 효과에 관한 제530조의10에서 '의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한편, 분할 후 회사의 책임에 관한 제530조의9 제1항에서 '채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양자를 구별하고 있다.
상법 제530조의9 제1항은 '분할회사 채무에 관하여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채무'란 채무자가 채권자의 채권에 상응하여 일정한 행위를 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의미하고, '변제'란 채무 내용인 급부가 실현되어 채권이 만족을 얻어 소멸하는 것을 의미하며, '책임'은 일정한 재산이 채무의 담보가 되어 있는 것을 의미한다. 위 개념 중 '채무'와 '변제'는 반드시 금전 등 대체적 급부채무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예컨대 물상보증인이나 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의 제3취득자와 같이 채무 없이 책임만을 부담하는 경우 또는 유한회사 사원의 책임(상법 제553조)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책임'의 개념은 액수로 산정될 수 있는 금전 등 대체적 급부채무에 한정된다.
분할신설회사가 설립되는 경우 분할당사회사가 기존의 채권자에 대하여 가지는 연대채무는 회사분할로 인하여 채무자의 책임재산에 변동이 생기게 되어 채권 회수에 불이익한 영향을 받는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부과된 법정책임이라 할 것인바(대법원 2010. 8. 26. 선고 2009다95769 판결 참조), '채무자의 책임재산 변동으로 불이익을 받고 회수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에 금전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특정물 인도청구권이나 비대체적 작위의무에 관한 채권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연대채무란 '수인의 채무자가 채무 전부를 각자 이행할 의무가 있고, 채무자 1인의 이행으로 다른 채무자도 그 의무를 면하게 되는 경우로서, 채권자는 수인의 채무자 중 어느 한 채무자에 대하여 또는 동시나 순차로 모든 채무자에 대하여 채무의 전부나 일부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 채무'인바(민법 제413, 414조), 이와 같이 연대채무는 채무자 중 1인이 다른 채무자 대신 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이행할 수 있음을 전제하고 있는 점, 연대채무자 중에 상환할 자력이 없는 자가 있는 때에는 그 채무자의 부담부분은 구상권자 및 다른 자력이 있는 채무자가 그 부담부분에 비례하여 분담한다고 정하고 있는 점(민법 제427조 제1항) 등에 비추어 보면, 금전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특정물 인도청구권이나 비대체적 작위의무에 관한 채권에 대한 연대채무를 상정하기는 어렵다.
금전 등 대체적 급부채무가 아닌 채무, 이를테면 비대체적 작위채무의 이행은 그 채무를 이행할 수 있는 특유의 물적, 인적 요소가 전제되어야 가능한데, 상법상 회사분할은 기존 회사의 물적, 인적자원을 분할하여 각 법인격이 다른 주체에게 귀속시키므로, 분할신설회사가 항상 분할 전 분할회사의 비대체적 작위채무를 연대하여 이행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어떤 예외도 없이 분할신설회사가 분할 전 분할회사의 채무에 대하여 항상 연대책임을 부담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이행이 불가능한 채무의 이행을 강요하는 것이 될 수 있다.
한편, 이 사건 단체협약 중 규범적 부분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3조 제1항에서 '단체협약에 정한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에 위반하는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의 부분은 무효로 한다'고 정하고 있어 협약당사자가 아닌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개별적 근로관계를 강행적․직접적으로 규율하는 규범적 효력을 갖고 있으나, 이 사건 단체협약 중 채무적 부분은 이와 같은 규정이 없다. 따라서 위 채무적 부분은 그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 사이에서만 유효함이 원칙이고 피고 C는 이 사건 회사분할로 분할 전 회사와 구분되어 새로운 법인격을 갖는 법적 주체로 설립된 상황에서 위 채무적 부분이 그 당사자가 아닌 피고 C에게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그에 관한 별도의 규정이나 합의가 필요하다. 또한 위 채무적 부분은 회사가 노동조합에 부담하는 단체협약상 채무로서 금전채무가 아님이 분명하고, 그 불이행의 경우에 금전채무로 쉽게 전환되는 성질의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더구나 다수의 법적 주체가 '연대하여' 변제 책임을 부담할 수 있는 유형의 채무로 보이지 않고, 위 채무 부분 전체가 유기적으로 집단적 노동관계에 관하여 정해진 이상, 설령 그 중 일부가 예외적인 경우에 금전채무로 전환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일부만 분리하여 성질상 금전채무로 취급할 수 없으며 위 채무적 부분 전체를 금전채무와 같이 평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위 채무적 부분에 대해서는 상법 제530조9 제1항이 적용되지 않고, 같은 법 제530조의10의 일반규정에 따라 분할계획에서 정한 바에 따라 승계여부가 결정된다.
이 사건 회사분할 계획서에서 정한 바에 따라 위 채무적 부분이 피고 C에 승계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면, 앞서 본 기초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 D은 원고들에게 주주총회에서 이 사건 회사분할 계획서를 승인받기 이전에 이 사건 단체협약 중 채무적 부분에 대하여 회사분할로 인하여 자동적으로 승계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공문과 위 채무적 부분에 관한 이 사건 조항을 회사분할로 승계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공문을 각 보낸 사실, 피고들은 이 사건 회사분할 계획서에 '피고 D이 적용되는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은 피고 C에 승계되지 아니한다'는 취지를 명확히 기재하였던 사실, 이 사건 회사분할 이후 원고들은 피고 C와 사이에 새로운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피고 D과 원고들이 기존에 체결한 모든 별도 협의 또는 합의사항은 피고 C에서 효력이 없고, 피고 C와의 단체협약이 노사간 기존 모든 별도 협의 또는 합의사항보다 우선한다'고 합의한 사실이 인정된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회사분할 계획서에서 정한 '피고 D이 적용되는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은 피고 C에 승계되지 아니한다'는 의미는 이 사건 단체협약 중 채무적 부분을 피고 C가 승계하지 않는다는 것을 정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 C는 위 상법 규정과 위 분할계획서에서 정한 바에 따라 위 채무적 부분에 해당하는 이 사건 조항들을 승계하지 않고, 그에 대한 연대변제 의무가 부담하지 않는다.
영업양도의 법리에 의한 단체협약의 포괄승계여부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위 기초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회사분할로 피고 D의 연구개발 부문이 피고 C로 이전되었다. 그러나 회사의 분할은 회사조직의 규모, 근로자의 인적구성, 업무영역이 변경될 수밖에 없어 그 법적 성질이 영업양도와 항상 같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에서도 분할 전 피고들의 조직과 구성이 달라 그 사업에 동일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회사 분할시 권리·의무 승계에 관하여 직접 적용되는 상법 제530조의10을 배제한 채 영업양도의 법리를 유추하여 위 채무적 부분의 승계 여부를 판단할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 부분에 관한 원고들의 주장도 이유 없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회사분할로 인하여 피고 C가 이 사건 단체협약 중 채무적 부분을 승계하여 위 채무적 부분의 채무에 대하여 피고들이 연대하여 또는 피고 C가 단독으로 변제할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주위적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앞서 본 기초사실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 D은 생산과 연구개발부문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 단순한 업무분장상의 분리가 아닌 상법상의 회사분할을 통한 분사가 더욱 효과적이라는 경영 판단하에 이 사건 회사분할을 하기로 정한 점, 이 사건 단체협약 중 채무적 부분은 협약당사자인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의 노동조합 조직에 관한 조항, 사업장 내 노도조합 활동에 관한 조항,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에 관한 조항 등으로 위 협약당사자 사이의 권리․의무관계를 규율하는 것으로, 피고 D 내에 조직되어 있는 노동조합원들을 상대로 부담하는 의무일 뿐이지, 이 사건 회사분할로 인하여 피고 C로 근로관계가 이전된 근로자들에 대해서까지 부담하는 의무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D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이 사건 단체협약 중 채무적 부분이 이행불능이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들의 예비적 청구는 더 이상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주위적 청구 및 예비적 청구는 각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명수(재판장) 김미경 김현영
각주1) 승계되는 단체협약 조항을 이 사건 판단을 위한 범위내로 간략히 정리하여 설시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