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제1심판결의 인용
이 법원의 판결 이유는 제1심판결 이유 제2의 나. 2)항을 다음과 같이 고치는 외에는 제1심판결 이유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인용한다.
고치는 부분
아래와 같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2, 3, 4, 8~11호증의 각 기재 또는 도면, 제1심 증인 H의 일부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인정할 수 있다.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체결한 위임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고들은 위임직채권추심인이라는 명칭으로 피고와 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실제 종사업무는 채권추심업무가 아닌 신용조사업무로서 신용정보를 의뢰인에게 제공하는 일이다.
원고들은 피고가 제공한 신용조사부 사무실에서 I 팀장(피고에 의하여 고용된 정규직 직원이다)을 중심으로 별지와 같이 배치된 자리에서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각 자리에는 피고가 설치한 컴퓨터와 전화(각 자리에 고유전화 번호가 있다)가 있으며, 원고들은 위와 같이 배치된 자리에 설치된 PC로만 신용조사 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들은 피고 회사의 지사 중 일정 지사를 담당하고 그 해당 지사에서 의뢰하는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의뢰 건수는 아래와 같이 원고들이 받는 수수료와 직결이 되어 있어 피고가 지사의 규모 등을 고려하여 원고들에게 담당 지사를 배분하였다.
원고들은 신용조사 회보서를 피고의 전산시스템을 이용하여 작성 및 입력하고, 피고는 이를 출력하여 제본 후 우편이나 직접 전달 방식으로 채권자인 의뢰인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들이 업무수행 중 작성한 신용조사 회보서의 내용에 누락이나 오류가 있는 경우 또는 원고들이 의뢰받은 신용조사의 처리가 늦어지는 경우, 의뢰인인 채권자들로부터 민원이 제기되기도 하였는데, 피고 회사는 의뢰인에게 비용을 반환 또는 감액하는 경우에도 이를 이유로 원고들의 수수료를 감액하지는 않고, 다른 방법 즉, 신용조사부의 팀장이 의뢰인들로부터 제기된 민원을 관리하여 신용조회 건을 재분배하거나, 원고들이 의뢰받아 작성한 신용조회 회보서를 검수하는 등의 방법으로 원고들을 관리하였다.
원고들은 기본급이나 고정급 없이 성과급의 형태로 신용조사 회보서 작성 건수 기준으로(한 건 당 5,000원~14,000원) 매월 25일 수수료를 지급받았는데, 2016년 1월부터 6월까지 원고들이 받은 보수는 아래 표와 같다.
(생략)
(단위: 원)
피고는 신용조사원들에게 피고 사명이 기재된 사원증을 발급하여 원고들은 피고 사명과 직급이 기재된 명함을 사용하였고, 2015. 12. 29. 신용조사부 팀장 I의 지휘 아래 일일보안점검 업무설명회를 열고 보안점검을 실시하여 그 결과를 고지하기도 하였는데, 여기에서 원고 D은 개인서랍장 시건장치 미흡, 개인 전열기 사용금지 등의 지적을 당하였다.
원고들은 피고와 처음 이 사건 약정을 체결한 이래 재계약 형식을 통하여 겸직 없이 계속 근무하였으며, 원고 A 등은 각 2015. 12. 22. 피고와 계약기간을 6개월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한편, 피고는 원고들로부터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고, 이들을 피보험자로 한 국민건강보험, 고용보험, 국민연금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 등에 가입하지 아니하였으며, 피고는 피고 회사의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 등을 원고들에게 적용하지 아니하였다.
위 인정 사실에 이 사건 각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더하여 보면,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계약은 실질적으로 원고들이 피고에 종속된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므로, 원고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원고와 피고 사이의 이 사건 계약의 법적 성질이 근로계약인지 위임계약인지 여부는 법률적 판단의 문제로서, 이 사건 계약서에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계약이 위임계약이라 기재되었다 하더라도 법원이 이에 구속되지 아니하고(그러므로 사실판단에 관련된 처분문서의 증명력을 근거로 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또한 취업규칙의 적용 여부는 근로관계임을 판단하는 데 적극적 요소가 된다 할 것이나, 단순히 피고 회사의 취업규칙이 원고들에게 적용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근로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오히려 원고들이 피고 회사의 근로자라 판단되면 취업규칙을 적용할 피고의 의무가 발생한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신용정보법'이라 한다)은 제2조 제9호에서 신용조사업무, 제10호에서 채권추심업무에 관하여 각 정의 규정을 두고 있고, 같은 법 제4조 제1항 제2호는 신용조사업에 대하여 '신용조사업무 및 그에 딸린 업무', 같은 항 제3호는 채권추심업에 대하여 '채권추심업무 및 그에 딸린 업무'라고 각 규정하면서 같은 조 제2항은 신용정보업을 하려는 자는 제1항 각 호에 따른 업무의 종류별로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여 채권추심업과 신용조사업을 엄격히 구분하고 있다. 한편, 신용정보법은 제27조 제2항에서 채권추심회사의 추심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에 대하여 채권추심회사의 임직원과 채권추심회사가 위임 또는 그에 준하는 방법으로 채권추심업무를 하도록 한 자(위임직채권추심인)라고 규정하여 위임직채권추심인을 두고 있는 반면, 신용조사회사에 관하여는 위임직신용조사인과 같은 규정을 두지 않고, 단지 채용 및 고용할 임직원의 결격사유에 관한 규정만 두고 있다. 여기에 신용조사업이 가지는 신용정보 누출의 위험성(업무의 특성상 짧은 기간 다수의 개인과 법인의 신용정보에 접근하여 다양한 신용정보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에 대한 규제 및 통제의 필요성을 고려하면 신용조사업무는 채권추심업무와 달리 위임 또는 그에 준하는 방법이 아닌 신용정보법 제27조 제1항이 예정하고 있는 임직원 채용 또는 고용의 형태로 신용조사업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법의 취지에 부합하고, 피고 역시 원고들의 업무 특성에 따른 통제 및 관리의 필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 사건 계약의 내용은 업무의 범위, 준수사항, 수수료 지급 기준 등 취업규칙을 갈음할만한 사항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고, 징계해고 사유에 상응하는 사유가 계약 해지 사유로 되어 있으며,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의 담보로 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되어 있다.
위임계약은 당사자 사이의 고도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한 계약으로 계약해지의 자유가 서로 인정되어 있으므로(민법 제689조 참조) 위임계약의 해지권 제한은 예외적인 현상으로 보아야 한다. 하지만 이 사건 계약 제6조는 피고에 대하여 해지 요건 이외 사유로 계약을 해지하는 행위를 불공정 행위로 금지하고 있고, 제8조에서 피고가 해지할 수 있는 사유를 열거하고 있는데, 위 각 사유는 징계해고에 상응하는 사유로 구성되어 있어 계약해지의 자유가 인정되지 아니한다.
원고들이 신용조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서는 피고가 제공하는 사무실에서 별지와 같이 정규직 팀장을 중심으로 자리가 배치된 곳에서 피고가 제공한 컴퓨터만을 사용하여야 하므로 결국 원고들은 업무 수행과정에서 피고의 지휘·감독권이 직접 미치는 범위 안에서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원고들은 신용조사 회보서의 작성 즉, 의뢰 처리 건수를 기준으로 수수료를 지급 받았는데, 원고들 사이에 수수료 액수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아니하고, 일정 기간 수수료 변동의 폭 역시 크지 않았으나, 2016. 6. F을 제외한 원고들이 지급 받은 수수료는 전월과 비교하여 일제히 100만 원 이상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을 알 수 있으며, 원고들의 업무량을 알 수 있는 조사원 관리현황에도 원고들 사이의 업무량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되어 있다.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원고들의 업무를 배분함에 있어 지사별 의뢰 건수의 평균을 낸 수치를 근거로 원고들을 비롯한 신용조사원들 사이에 처리 건수의 형평을 기하기 위하여 담당 지사와 의뢰 건수를 조정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원고들은 위와 같이 조정하여 배분받은 의뢰를 일정 기간 안에 처리해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들이 업무에 관하여 선호도 차이가 있고 의견반영이 일부 있었다 하더라도 원고들은 배분된 업무를 종국적으로 거부하지는 못하였던 것으로 보이므로 결국 원고들 업무는 피고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배분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고들이 피고의 사전 승인 없이 위임사무에 필요한 서식을 제작·사용하는 것이 위 당사자들 사이의 약정에 의하여 금지된 것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은 임의로 서식을 제작·사용하지 못하였으며 적어도 이를 사용함에 있어 피고의 명시적·묵시적 승인이 있어야 하고, 위임사무에 필요한 서식은 원고들이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작성해야 할 내용과 그 형식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는 것이므로, 결국 피고는 서식에 대한 통제를 통하여 원고들의 구체적인 업무처리 내용에 관하여 상당한 지휘·감독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의뢰인들에게 제공하는 신용조사 회보서의 작성은 신용조사업을 영위하는 피고에게 중요하고 본질적인 업무일 뿐 아니라 회보서에 대한 의뢰인들의 민원은 피고의 영업에 중요한 장애사유가 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피고의 통제 필요성이 큰데, 그런 점에 비추어 보면 신용조사부 팀장의 신용조회 회보서에 대한 검수는 곧바로 원고들의 업무수행에 대한 지휘·감독으로 이어진다고 보아야 한다.
피고에게 신용조사를 의뢰한 채권자들의 민원 내용을 고려하면 신용조사원의 업무는 그에 투입되는 시간보다 신용조사 회보서를 정해진 기한 안에 작성하였는지가 더 중요한 것으로 보이고, 작성된 신용조사 회보서에 대한 신용조사부 팀장의 검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결국 원고들은 팀장이 출근하여 있는 동안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원고들에 대한 출·퇴근 관리의 필요성도 상당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원고들은 피고의 전산시스템에 신용조사 회보서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였으므로 피고는 이를 통해 원고들의 업무수행에 대한 지휘·감독이 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위와 같이 전산시스템을 마련하여 원고들에게 접속 권한을 부여한 것은 개인신용정보를 보호하고 유출에 따른 법적 책임을 예방하기 위하여 신용정보법 및 관련 법령에 따라 마련한 조치라고 주장하나, 피고가 그와 같은 전산시스템을 통하여 업무수행을 하도록 한 주된 목적이 관계 법령의 준수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원고들에 대한 업무수행 감독과 양립할 수 없는 것이 아닌 이상 그것을 통한 원고들에 대한 업무수행 감독이 없었다고 할 수 없다.
나아가 피고는 회사명이 적힌 사원증을 원고들에게 발급하고, 원고들이 피고 회사명과 직급이 적힌 명함을 사용하는 것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원고들이 신용정보 조사업무를 하는 경우 신용정보법 제27조 제8항에 따라 신용조사업을 나타내는 증표를 관계인에게 내보여야 하는 것을 고려하면, 피고는 외부관계에 있어 원고들을 피고용자로 인식하게 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원고들은 그들이 작성한 신용조사 회보서의 오류 등으로 민원이 제기된 경우에도 계약서에 예정된 수수료 지급 거절이나 감액 등의 불이익을 받은 바 없어 사업자로서의 위험을 부담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받은 수수료는 신용조사 회보서의 내용이나 질 즉, 성과에 상관없이 건수에 비례하여 책정되었는데, 여기에 원고들이 받은 수수료 사이에 차이가 크지 아니하고(증인 H의 일부 증언에 의하면 원고들이 사건당 받는 수수료는 원고들의 경력 등을 고려하여 책정된 것으로 원고들이 지급 받은 수수료 사이에 차이가 나는 것은 이러한 점도 반영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 증감의 추이도 유사한 점 등을 보태어보면, 피고가 원고들에게 지급한 수수료는 일의 성과 등을 반영하여 지급하는 개인사업자에 대한 보수라기보다는 근로에 대한 대가로 봄이 상당하다.
원고들이 매달 받은 수수료 액수와 신용조사 회보서 한 건당 수수료, 그 한 건을 작성하는 데 투입되는 시간 등을 고려했을 때, 원고들은 스스로의 판단과 선택에 따른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피고에 전속되어 피고의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결론
그렇다면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한돈(재판장) 이광영 이성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