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12. 18. 선고 2019나50658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2017. 12. 1.부터 2019. 12. 18.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2%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부대항소 및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 중 7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한다.

4.

제1항의 금전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및항소취지및부대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1,5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2017. 9. 20.부터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5%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부대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5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2017. 12. 1.부터 2019. 8. 12.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2%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 사실(다툼 없음)

가.

피고는 상시 근로자 약 8명인 주식회사 C(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의 대표이사이다.

나.

원고(1982년생, 여성)는 2017. 9. 11. 이 사건 회사에 입사하여 가구사업부 디자인실장(디자이너)으로 근무하다가 2017. 12. 9. 퇴사하였고, D은 2017. 9. 11. 이 사건 회사에 입사하여 원고의 상급자인 가구사업부 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7. 12. 19. 퇴사하였다.

2.

원고의 주장

피고는 사업주로서 원고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직장 내 성희롱을 하였고 이로 인하여 원고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책임이 있다.<1>

3.

판단

가.

성희롱 인정 여부

1)

관련 법리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 제2조 제2호는 '직장 내 성희롱'을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면서, 제12조에서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의 직장 내 성희롱을 금지하고 있다.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등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5두6461 판결,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2)

성희롱으로 인정되는 부분

가)

갑 제1, 3, 4호증, 을 제5, 10, 12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에 의하면 다음 사실이 인정된다.

①

피고는 2017. 11. 9. 원고에 관하여 D과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D이 원고를 달래야 한다는 취지로 메시지를 보내자 "그래 너가 안아줘, 다음에 내가 안아주지 뭐"라고 하였고, D이 'H' 성폭행 사건을 언급하자 "H? 알지, 그런데 상대방이 다가오면 뭐, 내가 고소하지 뭐 푸하핳, 나도 당해주지 뭐 우리를 위해서, 너도 받아줘", "개가 외로운 모양이다. 너가 안아주면 해결될 듯"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②

피고는 2017. 11. 29. 업무차 원고, D과 함께 포천시법원에 갔다가 자신이 운전하는 차량으로 복귀하던 도중 이 사건 회사 업무나 그 전 대화와 아무 관계없이 휴대폰으로 해외 속옷패션쇼 동영상을 크게 틀어 대시보드 위에 올려놓아 원고로 하여금 약 7분간 그 동영상을 시청하게 하였다.

③

피고는 원고, D과 동행하는 유럽 출장을 준비하던 중 2017. 12. 1. 원고가 그룹 채팅방에서 피고와 D이 출장지에서 각각 독방을 쓰는 것이 더 좋을지를 묻는 원고에게 "큰방으로 3명 같이 있어야지 ~~ㅋ, 항상 3명 같이 가야 하는 거 아닌가? 푸하하"라고 하였고, "전 유럽 여성을 본다니 설레네요. 어쩔 수 없어요. 본부장 새로운 세상을 볼 꺼에요", "아 맞다 독일 혼탕이 있는데"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나)

다음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위 각 행위는 피고가 직장 내 상급자로서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원고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수치심을 느끼게 한 행위로서 남녀고용평등법 제12조에서 금지하는 같은 법 제2조 제2호의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남녀고용평등법은 직장 내 성희롱을 금지하면서(제12조), 사업주로 하여금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할 의무(제13조),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조치의무(제14조)를 각각 부과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제5조 제2항은 '사업주는 해당 사업장의 남녀고용평등의 실현에 방해가 되는 관행과 제도를 개선하여 남녀 근로자가 동등한 여건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근로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사업주에게 책무를 부과하고 있다. 피고는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인 사업자로서 남녀고용평등법에 의하여 위와 같은 의무 및 책무를 부담하고 있는 자임에도 여성인 원고가 성적 수치심을 느낄 만한 표현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원고의 상급자인 D과 주고받았다. 특히 D이 다른 성폭행 사건을 언급하면서 '철창 간다'고 하였음에도 계속하여 "개가 외로운 모양이다", "너가 안아주면 해결될 듯", "너가 희생해, 안되면 내가 당하고ㅋㅋㅋㅋㅋ"라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직장 내 성과 관련된 문제에 대하여 안일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부하 직원에게 원고에 대한 성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고 행하였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안전하고 성평등한 근로환경에서 근무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며, 비록 위 채팅 메시지가 피고와 원고가 직접 대화한 내용이 아니고 피고와 D이 가까운 사이였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한 문제의 발언 내용 및 횟수 등에 비추어 D을 통해 원고가 위 메시지를 보게 되었을 때 상당한 성적 굴욕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이상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②

피고가 2017. 11. 29. 차량 안에서 재생한 해외 속옷패션쇼 동영상에는 여성 모델들이 노출이 심한 속옷 차림으로 무대 위에서 걸어 다니는 모습 등이 담겨있다. 위 동영상에 유명 가수(I)가 노래 부르는 장면이 포함되어 있고 위 동영상이 해당 속옷 판매업체(J)의 매장 등에서 제한 없이 방영된다는 점, 당시 원고는 뒷좌석에 앉아있었던 점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피고가 폐쇄된 공간인 차량 안에서 업무와 아무런 관계도 없으며 선정적인(최소한 원고 입장에서는 선정적이라고 느낄 만한) 내용의 위 동영상을 여성 직원인 원고에게 시청하도록 한 행위는 원고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 또는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행위로 평가하기에 충분하다. 나아가 직장 내 성희롱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행위자의 의도는 고려대상이 아닐 뿐더러 특정인을 염두에 두지 않은 언동이라도 그것을 듣고 보는 사람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준다면 직장 내 성희롱이 될 수 있는바, 피고 주장처럼 피고의 행동에 성적인 의도가 없었다고 가정하더라도<2> 함께 차량에 타고 있던 원고의 의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노출 장면이 있는 동영상을 재생하여 원고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한 이상 위 행위가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

③

위 ③항의 행위는 출장 시 숙소 예약과 관련하여 원고가 피고와 D이 각자 방을 쓰도록 준비할지를 묻는 질문에 대하여 피고가 원·피고 및 D 3명이 한 방을 쓰도록 하자는 취지로 답변한 것과 '독일에 혼탕이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원고에게 충분히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언동에 해당한다.

원고가 전자의 메시지에 대하여 곧바로 피고에게 난처한 표정의 이모티콘과 함께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던 점, 피고도 후자의 메시지가 여성과 함께 있는 채팅방에 올리기에 부적절한 내용이라는 점은 인정하고 있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더욱 그러하다.

④

한편 위 ①, ②, ③항에 기재된 행위와 관련하여 원고가 피고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및 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서 피고가 2018. 5. 18.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받은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피고는 '통신매체를 이용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거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것이 유형력 행사를 전제로 하는 '추행'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고, 나아가 위 행위가 범죄에 해당하는지와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구성요건이나 적용법조 등을 달리하여 별도로 평가될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사정은 피고의 행위가 직장 내 성희롱이라고 판단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

3)

성희롱으로 인정되지 않는 부분

위에서 인정한 행위 외에 피고가 앞서 본 표의 1번 행위(2017. 9. 20.자 행위), 5번 행위를 하였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2호증(D의 사실확인서)의 기재만으로는 피고가 이 부분 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하기에 충분한 증거가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피고의 손해배상책임

피고의 위와 같은 직장 내 성희롱 행위로 말미암아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는 이를 금전적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

나아가 위자료 액수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와 피고의 이 사건 회사 내에서의 직책과 지위, 원고와 피고의 성별과 나이, 함께 근무한 기간, 피고의 성희롱 행위의 경위나 정도 및 태양, 반복성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위자료 액수는 500만 원으로 정한다.

4.

결론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500만 원 및 그중 ① 제1심 인용금액 300만 원에 대하여 최종 불법행위일인 2017. 12. 1.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제1심판결 선고일인 2019. 8. 12.까지 민법상 연 5%, 그 다음 날부터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연 12%로 계산한 지연 손해금과 ② 항소심 추가 인용금액 200만 원에 대하여 2017. 12. 1.부터 이 판결 선고일인 2019. 12. 18.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2%로 계산한 지연손 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부대항소를 일부 받아 들여 제1심판결의 원고 패소 부분 중 일부를 취소하고 피고에게 항소심 추가 인용금액 지급을 명하며, 원고의 나머지 부대항소와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한다.

판사 강화석(재판장) 정철민 마은혁

각주1) 원고는 제1심에서 피고의 성희롱 행위 외에 모욕 행위까지 청구원인으로 주장하였는데, 제1심은 아래 표의 성희롱 행위 중 일부(3번 행위 중 동영상을 시청하게 한 행위 및 4번 행위)만을 불법행위로 인정하였다. 이에 피고가 피고 패소 부분에 대하여 항소하였고 원고는 부대항소를 제기하였는데, 부대항소장에는 아래 표의 1, 2번 행위 및 5번 행위에 관하여만 제1심 판단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이 있다. 그러므로 이 법원의 심판범위에서 제외되는 ① 3번 행위 중 동영상을 시청하게 한 행위 외의 나머지 행위와 ② 모욕 행위에 대하여는 따로 판단하지 않는다.

각주2) 피고는, 의도적으로 위 동영상을 재생한 것이 아니라 '유튜브 자동재생 기능을 통하여 동영상을 시청하다가 우연히 위 동영상이 재생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만한 자료는 없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