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1. 10. 선고 2019노2779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피고인이 주식회사 C(이하 'C'이라 한다)을 경영하는 과정에서 재정사정이 악화되어 결과적으로 피해자 E 주식회사(이하 '피해회사'라 한다)에 납품대금 등을 지급하지 못한 것일 뿐 피해회사가 시스템작업 등을 제공하거나 소프트웨어를 제작·납품할 당시 피고인에게 사기의 고의가 없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과 피고인의 원심 변호인이 원심에서 이 사건 항소이유와 동일한 주장을 하여 원심은 판결문에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이라는 제목 아래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과 이에 대한 판단을 자세하게 설시하여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그로부터 추론되는 사정들을 보태어 보면, 피해회사가 시스템작업 등을 제공하거나 소프트웨어를 제작·납품할 당시 피고인에게 사기의 고의가 있었다고 본 원심판결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1)

피해회사의 직원으로서 C과 계약 체결을 담당하였던 N는 수사기관 이래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피고인이 원청업체로부터 대금을 받는 즉시 피해회사에 (납품대금 등을) 지급하겠다고 말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① AD가 발주한 AE 설치공사와 관련하여 C이 2018. 1. 31. 원청업체인 AF로부터 6,380만 원을 계좌로 지급받아, 같은 날 그 중 5,280만 원을 피해회사에 지급한 점(증거기록 95쪽), ② N가 피고인에게 C이 원청업체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에 대한 양수도계약의 체결을 요청하였으나 피고인이 이에 응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는 점(공판기록 88쪽) 등의 사정이 위 N의 진술에 부합한다.

2)

이와 같이 피고인이 원청업체로부터 대금을 받는 즉시 피해회사에 납품대금 등을 지급하겠다고 약정하였으나,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 각 사업에 관하여 발주처 및 원청업체로부터 대금을 모두 수령하였음에도 피해회사에 납품대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았고, 위 각 대금을 수령한 사실조차 피해회사에 통지하지 않았으며, 앞서 본 바와 같이 원청업체에 대한 채권의 양도를 요구하는 피해회사의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3)

오히려 C의 계좌거래내역(증거기록 85쪽 이하, 94쪽 이하)에 의하면, C의 법인계좌에서 피고인의 계좌로 가지급금 명목으로 2017. 12. 28. 1,000만 원, 2018. 1. 5. 1,000만 원, 2018. 1. 29. 1,000만 원, 2018. 2. 13. 500만 원이 각 이체되었고, 특별한 명목 없이 2018. 1. 16.경 1,000만 원, 2018. 2. 14. 1,200만 원이 각 이체된 사실이 인정된다. 이와 같이 피고인이 발주처 및 원청업체들로부터 대금을 지급받은 후 가지급금 명목 등으로 C의 법인계좌에서 자신의 계좌로 돈을 수회 송금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피해회사와 체결한 계약의 내용대로 이행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4)

피해회사와 납품계약을 체결할 당시 C의 재정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점은 피고인도 이를 시인하고 있고, 피고인은 당시 발주처 및 원청업체로부터 지급받은 대금을 해당 사업의 하수급자가 아닌 다른 채권자들에 대한 채무상환에 사용하는 등 '돌려막기' 방식으로 충당하고 있었다(증거기록 147쪽). 그런데 이러한 방식의 자금운용은 필연적으로 한계를 내재하고 있어 장차 새로운 사업을 수주하지 못하게 될 경우 기존 채무들에 대한 변제가 불가능해지거나 파산을 면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므로, 피고인으로서는 피해회사와 납품계약을 체결할 당시 피해회사에 대한 대금의 변제가 불투명할 것임을 최소한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5)

당심에서 제출된 AG의 진술서(증 제11호) 등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이 2018. 1.경 F 전산실 재구축사업을 수주하기 위하여 컨설팅 업무를 진행하는 등 C을 계속 운영하려고 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그러한 과정에서도 피고인이 피해회사에 대하여 채무의 변제를 약속하였다거나 변제계획을 제시한 바 없고, 오히려 피해회사의 변제요구를 외면하거나 회피하였던 점을 감안하면, 위와 같이 새로운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컨설팅 업무를 진행한 사정만으로 피해회사에 대한 납품대금 등 변제의사를 추단하기는 어렵다.

6)

피고인은 피해회사에 납품대금 등을 변제하지 못한 이유에 관하여, L으로부터 수주한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추가 부담 부분이 발생하여 재정이 악화되었고, 원청업체로부터 지급받은 대금을 적절하게 배분하지 못한 과실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은 피해회사의 납품행위를 통해 원청업체로부터 수령한 대금을 피해회사에게 그대로 지급할 수 있었음에도 전혀 지급하지 않은 것이어서, 사후적으로 회사의 재정이 악화되었다는 등의 사정이 피해회사에 대한 미변제 사실을 정당화할 수 없다. 또한 거래대금을 회사의 다른 채무에 배분하였다는 사정 역시 돌려막기 방식으로 대금을 채무에 충당하였다는 것일 뿐, 그 자체가 특별한 경영판단이었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

3.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조건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 근로기준법위반죄 등으로 1회 벌금형을 받은 이외에 피고인에게 별다른 전과가 없는 점은 유리한 정상이지만, 피고인이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사기의 고의를 부인하고 있고, 편취금의 액수가 합계 4억 5,221만 원으로 상당히 크며, 피해회사에 대한 변제나 피해회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와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 변론에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주장하는 여러 사정들을 감안하더라도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되지 않는다.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도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한다.

판사 이근수(재판장) 이원신 김우정

각주1) 실제로 N와 C의 영업대표인 K 사이에 주고받은 메일을 보면, N가 K에게 M에 대한 채권에 관한 양도계약의 체결을 요청한 사실이 인정된다(공판기록 179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