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채권추심업, 신용조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다.
원고들은 피고와 사이에 채권추심 위탁계약 또는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별지 ‘퇴직금정산표’ 기재 근무기간 란의 각 근무기일 초일부터 같은 란 각 근무기간의 말일까지 피고가 채권자들로부터 수임한 채권의 관리 및 추심업무를 담당하다가 퇴사한 사람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원고들
원고들은 비록 위임계약의 형식으로 피고에 입사하였으나, 업무수행에 있어 피고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 등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원고들은 피고와 대등한 입장에서 위임계약을 체결한 독립사업자로서 자신의 사업을 영위한 것이다. 원고들은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에게 종속되어 피고의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판단(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된다(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다99396 판결 등 참조).
또한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소속된 채권추심회사의 지점, 지사 등 개별 근무지에서의 업무형태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실심의 심리 결과 채권추심원이 채권추심회사에 매일 정시에 출근할 의무가 없었고 채권추심회사와 계약관계를 유지한 기간 동안 채권추심회사에 종속되어 지휘·감독을 받으며 업무에 전념하였다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적은 액수의 성과수수료를 받는 등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밝혀지거나,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소송과정에서 다른 회사의 채권추심원 등에 관한 판결 선례 등만을 증거로 제출하였을 뿐 당해 사건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증명할 증거를 전혀 제출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252891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든 증거, 갑 제4 내지 9호증, 을 제1, 2, 2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들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는 크게 채권자들로부터 채권추심을 수임하거나 신용조사를 유치하는 영업직과 그 채권을 배당받아 직접 채권을 추심하는 추심직 등으로 업무가 분화되어 있는데, 원고들은 위임직채권관리사로 피고와 사이에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6개월 또는 1년 단위로 위임계약을 갱신하고 있다.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체결된 계약서의 명칭은 ‘채권추심 위임계약서(이하 ’이 사건 위임계약서‘라 한다)’이고, 이 사건 위임계약서 제2조 제1항 및 제2항은 원고들의 신분에 관하여 ‘원고들은 독립사업자로서 본 계약에 의하여 피고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수행하고, 피고의 근로자가 아니며, 원고들에 대하여는 대하여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아니함은 물론 피고의 정규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및 제반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라고 정하고 있다. 실제로 원고들을 포함한 위임직 채권추심인들에게는 피고의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 등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보인다.
채권관리사인 원고들은 피고의 정규직 근로자들과 달리 채권의 수임 및 회수실적에 따라 일정 비율의 수수료만을 지급받았을 뿐 기본급이나 고정급을 지급받은 바 없다. 수수료 자체는 원고들의 채권 수임 여부 및 그 사건을 배당받은 담당 추심직원에 의한 채권회수 실적에 연동하므로 실적에 따라 상한과 하한 없이 지급되었고, 이에 실제로 지급된 수수료는 원고들 별로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원고들이 지급받은 월 별 수수료 간에도 상당한 편차가 있다[원고 A이 지급받은 수수료는 월 기준으로 적게는 43만 원(2019. 3.분)부터 많게는 560만 원(2018. 8.분)까지이고, 원고 F이 지급받은 수수료는 월 기준으로 적게는 29만 원(2018. 9.분)부터 많게는 1,100만 원(2018. 12.분)까지여서 적지 아니한 차이가 있다].
위 수수료는 근무내용이나 근무시간과 관계없이 오로지 채권 수임 여부 및 추심결과물인 채권회수 실적에 따라 산정되었다는 점에서 원고들과 같은 채권관리사들이 받은 수수료가 근로 자체에 대한 대상적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원고들이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의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가 원고들의 영업 실적을 관리하고 실적이 우수한 채권관리사에게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추심실적에 관하여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피고가 추심실적을 높이기 위하여 실적이 우수한 채권관리사에게 포상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원고들과 피고의 관계를 근로계약 관계로 보는 경우에만 설명이 가능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또한 피고가 원고들의 영업 실적을 관리한 것은 수수료 액수가 정확한지를 정산․확인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도 있으므로, 피고가 원고들의 실적을 관리하였다고 하여 업무수행 과정에 대하여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원고들이 피고의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정들에 대한 근거로 제출한 증거들은 대부분 원고들이 피고의 채권추심원으로 근무하기 이전의 자료들이거나 원고들이 근무한 피고의 영업지점이 아닌 다른 지점의 단편적인 자료에 불과하여 그와 같은 내용들이 원고들에게도 적용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원고들이 피고의 지휘․감독으로 주장하는 내용 중 일부는 관계 법령 등에서 요구하는 것이거나 건전한 채권 추심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볼 수 있고, 다른 내용은 위임계약에서도 가능한 일상적 준수사항으로 볼 여지가 있다(민법 제683조는 ‘수임인은 위임인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위임사무의 처리상황을 보고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금융감독원의 ‘채권추심 및 대출채권 매각 가이드라인’ 제29조 제1항은 ‘금융회사 등은 채권추심 과정에서 발생하는 채무자에 대한 소재파악 및 재산조사, 추심 업무 착수 전 안내사항 통지, 채권에 대한 변제 요구, 변제금 수령 등 일체의 추심활동이 전산으로 기록․관리될 수 있도록 전산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가 원고들에게 사무실 내 자리를 마련해 주고, 책상, 컴퓨터, 해당 컴퓨터에 접근할 수 있는 전산 아이디(ID), 전화기 등을 제공하였으며, 원고들이 피고의 전산시스템에 접속하여 업무를 수행하였으나,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전산시스템에 업무수행 과정을 입력할 것을 요청받았다는 등의 사정을 들어 피고가 원고들의 위임업무 처리에 필요한 최소한의 편의 제공이나 관리를 벗어나 원고들의 업무수행 과정에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피고는 원고들의 출․퇴근 시간 등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아니하였고, 원고들의 출․퇴근 시간과 관련하여 특별히 간섭하거나 원고들에게 불이익을 주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피고의 사무실에서 전산시스템에 접속하여 영업 실적 및 업무수행 과정을 기록할 것을 요구받았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는 관계 법령 등에서 요구하는 내용이거나 건전한 채권 추심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 혹은 위임계약에서도 가능한 일상적 준수사항에 해당한다.
피고가 책상, 개인별 전산 아이디, 전화기 등을 제공하고, 채권관리시스템을 마련하여 영업직에게 개인별로 등록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접속한 다음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추심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 사실은 있으나, 이는 신용정보법에서 정한 신용정보전산시스템에 대한 제3자의 불법적 접근을 방지하고(제19조), 타인의 신용정보 등의 업무목적 외 사용을 금지하며(제42조), 이를 위반할 경우의 민・형사상의 책임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조치이거나 위임업무 수행에 편의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방편에 불과할 뿐이므로, 이를 두고 피고가 구체적・개별적으로 원고들의 업무를 지시, 통제, 감독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들은 소득에 대해 근로소득세가 아니라 사업소득세를 납부하였고, 4대 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지 아니하였다.
소결
따라서 원고들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퇴직금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도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