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원고는 1987. 4. 1. 피고 F 주식회사(‘피고 회사’)에 입사하여 아래 표와 같이 근무한 근로자이다.
피고 회사는 2012. 6. 27.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아래와 같은 사유로 원고를 징계해고하였다(‘이 사건 해고’).
원고는 2012. 9. 11. 피고 회사를 상대로, ‘이 사건 해고는 적법한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징계사유들도 존재하지 아니하며, 설령 징계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해고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해고의 무효확인과 해고일 이후부터 복직일까지의 임금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울산지방법원 2012가합6680). 제1심 법원은 2014. 10. 30. 원고의 청구를 모두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피고 회사는 제1심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고, 항소심 법원은 2015. 12. 23.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부산고등법원 2014 나8295). 이에 대하여 원고가 상고하였으나, 2016. 4. 27. 심리불속행 판결로 기각됨으로써 항소심 판결이 확정되었다(대법원 2016다3317, 이하 ‘선행 소송’이라 한다).
원고는 2016. 6. 1. 선행 소송의 확정된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위 판결은 피고 D, E 등의 허위 증언에 근거하여 징계사유 존부를 판단하였고, 원고는 피고 회사에 의하여 노동조합 활동을 하였거나 할 우려가 있는 문제인력으로 분류되어 피고 회사가 미리 정해놓은 절차에 따라 징계해고를 당하였음에도 이에 대한 판단을 누락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재심을 청구하였으나, 재심 법원은 2016. 12. 7. 재심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심의 소를 각하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부산고등법원 2016재나33). 이에 대하여 원고가 상고하였으나 2017. 4. 28. 심리불속행 판결로 기각되었다(대법원 2017다2144).
한편, 이 사건 해고 당시 피고 B, C은 각각 G그룹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 노사담당 임원, 피고 D, E은 각각 피고 회사 인사팀 상무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18, 35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피고들은 노동조합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원고를 문제인력으로 지정하여 밀착감시와 금전적 회유를 통하여 해고사유를 형식상 만든 다음 이 사건 해고를 하였다. 이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호를 위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피고 B, C은 G그룹 본사 미래전략실 임원으로서 헌법과 노동조합법에 정면으로 반하는 노사전략문건을 작성하여 각 계열사에 하달했으며, 피고 D, E은 그 지시에 따라 문제인력을 지정한 후 밀착 감시하고, 전향불가세력의 경우 징계해고를 위한 정보수집을 통하여 원고를 징계해고하였다. 피고 회사는 피고 D, E의 사용자로서 위 피고들이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하여 민법 제756조에 따른 사용자책임을 부담한다.
따라서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피고들의 부당해고 행위가 없었다면 원고가 받았을 해고기간(2012. 7. 1.부터 2020. 6. 30.까지) 동안의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액 969,728,759원과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10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회사에 대한 청구
관련 법리
해고무효확인의 소는 해고 즉,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라는 과거의 법률행위가 무효라는 점에 대하여 판결로써 공적 확인을 하여 달라는 것이므로, 그 확인심판의 대상(소송물)은 소장의 청구취지에 표시된 해고의 무효 여부 그 자체로 보아야 할 것이고, 판결의 기판력에 의하여 확정되는 사항도 심판의 대상으로서 판결 주문에 포함된 해고처분의 무효 여부에 관한 법률적 판단의 내용이다(대법원 1993. 1. 15. 선고 92다20149 판결 참조).
전소와 후소의 소송물이 동일하지 아니하여도 전소의 기판력 있는 법률관계가 후소의 선결적 법률관계가 되는 때에는 전소의 판결의 기판력이 후소에 미쳐 후소의 법원은 전에 한 판단과 모순되는 판단을 할 수 없다(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다55472 판결 등 참조). 또한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전소의 변론종결 전에 당사자가 주장하였거나 주장할 수 있었던 모든 공격방어방법에 미치는 것이고, 다만 그 변론종결 후에 새로 발생한 사유가 있어 전소 판결과 모순되는 사정 변경이 있는 경우에는 그 기판력의 효력이 차단된다. 그리고 여기에서 변론종결 후에 발생한 새로운 사유라 함은 새로운 사실관계를 말하는 것일 뿐 기존의 사실관계에 대한 새로운 증거자료가 있다거나 새로운 법적 평가 또는 그와 같은 법적 평가가 담긴 다른 판결이 존재한다는 등의 사정은 그에 포함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6. 8. 30. 선고 2016다222149 판결 참조). 동일한 소송물에 대한 후소에서 전소 변론종결 이전에 존재하고 있던 공격방어방법을 주장하여 전소 확정판결에서 판단된 법률관계의 존부와 모순되는 판단을 구하는 것은 전소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반하는 것이고, 전소에서 당사자가 그 공격방어방법을 알지 못하여 주장하지 못하였는지 나아가 그와 같이 알지 못한 데 과실이 있는지 여부는 묻지 아니한다(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다49981 판결 참조).
판단
앞서 본 인정 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이 사건 해고가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선행소송을 제기하여 항소심에서 청구기각 판결을 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으므로, 원고와피고 회사 사이에서 이 사건 해고가 정당한 이유가 있는 적법하고 유효한 징계라는 점에 관하여 기판력이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원고는 이 소송에서 이 사건 해고가 불법행위임을 전제로, 이 사건 해고로 말미암아 원고가 입은 재산상 및 정신상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선행 소송에서 확정된 기판력 있는 법률관계가 후소인 이 소송의 손해배상 청구의 선결적 법률관계가 되므로, 이 법원은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의 당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이 사건 해고의 효력에 관하여 선행 소송과 다른 판단을 할 수 없다.
원고는 선행 소송에서 주요 쟁점이 아니었던 노동조합법 위반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므로 선행 소송의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이 사건 해고의 무효사유로 주장하는 개개의 사유들은 무효를 이유 있게 하는 공격방어방법에 불과하고, 선행 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그 때까지 제출하지 않은 공격방어방법은 전소에서 당사자가 그 공격방어방법을 주장하지 못한 데 과실이 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그 뒤 다시 동일한 소송을 제기하여 이를 주장할 수 없다. 이러한 법리는 전소의 기판력 있는 법률관계가 후소의 선결적 법률관계가 되어 전소 판결의 기판력이 후소에 미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것이다.
설령 이와 달리 보아 이 사건 청구가 전소의 기판력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가 되므로 합리적인 이유 설시 없이 이를 배척할 수 없고, 특히 전후 두 개의 민사소송이 당사자가 같고 분쟁의 기초가 된 사실도 같으나 다만 소송물이 달라 기판력에 저촉되지 아니한 결과 새로운 청구를 할 수 있는 경우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8다92312, 92329 판결 등 참조). 그렇다면 선행 소송에서 이 사건 해고가 징계해고 사유가 인정되고 징계양정도 적정하여 근로기준법상 정당한 해고라고 인정되었고, 원고가 이 사건에서 새로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선행 소송의 사실인정을 배척하기에 부족한 이상, 이 사건 해고가 노동조합법상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해고를 함에 있어서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해고사유와는 달리 실질적으로는 근로자의 정당한 조합활동을 이유로 해고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있어서 그 해고는 부당노동행위라고 보아야 할 것이나, 정당한 해고사유가 있어 해고한 경우에 있어서는 비록 사용자가 근로자의 조합활동을 못마땅하게 여긴 흔적이 있다거나 사용자에게 반노동조합의 의사가 추정된다고 하여 당해 해고사유가 단순히 표면상의 구실에 불과하다고 할 수는 없는 터이므로, 그것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대법원 1994. 12. 23. 선고 94누3001 판결, 1996. 4. 23. 선고 95누6151 판결 등 참조).
결국 원고의 피고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나머지 피고들에 대한 청구
원고는 이 사건 해고가 부당해고이고, 위 피고들이 부당해고 행위에 가담하였음을 전제로 위 피고들에게 부당해고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보았듯이 선행 소송에서 원고와 피고 회사 사이에 이 사건 해고가 적법․유효한 것으로 인정되었고, 이 사건에서 선행 소송의 사실인정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렵다고 볼 만한 사정을 발견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변론재개신청에 대한 판단
원고는 2020. 9. 4.에 피고 E이 2020. 8. 26. 선행 소송 항소심에서 위증을 하였다는 공소사실로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2020고단1064호로 기소되었다는 이유로 변론재개를 신청하였다. 그러나 피고 E이 위 소송에서 위증죄로 유죄 판결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선행 소송 판결의 효력이 바로 제거된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이 사건의 결론이 달라지기 어려우므로, 원고의 변론재개신청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원고가 피고 E에 대한 소송 결과에 따라 재심을 통하여 선행 소송 판결의 기판력을 제거하게 된다면, 그 후에 부당해고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을 새로이 제기할 수 있을 여지는 있어 보인다).
결 론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박성인(재판장) 오승이 송승훈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