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6. 22. 선고 2020가합552101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피고는 섬유, 의류 제품의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이탈리아 본사로부터 ‘H’, ‘I’ 등의 브랜드 라이센스를 받아 위 브랜드의 의류 등을 수입, 판매하였다. 피고는 백화점 운영회사들과 사이에 ‘특약매입거래계약’을 체결하고, 피고가 특수한 판매기법 또는 능력을 지닌 숙련된 인력을 파견하는 등 일정한 경우에는 백화점 내에서 판매업무를 수행할 인력을 파견한다고 정하였다.

나.

원고들은 피고와 백화점 운영회사들과 사이에 체결된 위 특약매입거래계약에 따라 백화점으로 파견되어 위 브랜드 매장에서 상품 판매, 매장 운영 및 관리 등 업무를 담당하였다.

다.

원고들은 피고와 사이에 아래와 같은 내용의 각 거래약정(이하 ‘이 사건 위탁계약’이라고 한다. 수수료율 등 개별 내용에서 원고별로 다소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그 내용은 동일하다)을 체결하고, 별지 청구금액표 원고별 각 ‘입사일’란 기재 날짜부터 각 ‘퇴사일’란 기재 날짜까지 각 ‘대리점명’ 기재 장소에서 위 브랜드 매장을 운영하며 상품을 판매하고, 피고로부터 매월 판매분을 정산한 후 이 사건 위탁계약에 따른 수수료를 지급받았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3, 7, 10, 12, 14, 16, 1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들

1)

원고들은 형식적으로는 사업자로서 위탁계약을 체결하기는 하였으나, 실질적인 업무수행에 있어 피고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 등 피고에 종속되어 근로를 제공하였으므로,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가 2014. 9.경 원고 B에 대하여 일방적으로 이 사건 위탁계약에 따른 수수료율을 14%에서 13.5%로 조정하였는바, 원고 B는 2017. 6. 10.부터 2018. 2. 28.까지 지급받지 못한 임금 합계 5,183,357원(= 위 기간 동안 발생한 원고 B의 매출액 1,036,671,592원 × 0.5%)의 지급을 구한다.

나.

피고

원고들은 업무의 내용이나 수행방법, 업무수행 시간 등에 관하여 피고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은 사실이 없으므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상품 판매금액에 연동한 수수료를 지급받고 지출 내역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었다. 따라서 원고들은 이윤을 창출하고 손실을 초래하는 위험을 스스로 부담하는 자로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3.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252891 판결,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20다207864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 갑 제7, 11, 30호증, 을 제4, 5, 8, 9, 11, 13, 15, 17, 28호증의 각 기재, 증인 J의 증언, 증인 K의 일부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이 사건 위탁계약의 성격

①

상법이 정한 대리상은 일정한 상인을 위하여 상업사용인이 아니면서 상시 그 영업부류에 속하는 거래의 대리 또는 중개를 영업으로 하는 사람을 말한다(상법 제87조). 대리상은 본인의 허락 없이 자기나 제3자의 계산으로 본인의 영업부류에 속한 거래를 하거나 동종의 영업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의 무한책임사원 또는 이사가 되지 못하며(상법 제89조), 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계약과 관련하여 알게 된 본인의 영업상 비밀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상법 제92조의3).

②

한편, 상법이 정한 위탁매매인은 자기의 명의로써 타인의 계산으로 물건 또는 유가증권의 매매를 영업으로 하는 사람을 말한다(상법 제101조). 위탁자가 매도를 위탁한 물건은 위탁매매인과의 관계에서 위탁자의 소유에 속하고(상법 제103조), 이에 따라 위탁자는 매도 가액을 지정할 수 있다(상법 제106조).

③

위와 같은 대리상계약과 위탁매매계약의 성격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위탁계약은 피고가 상품의 소유권을 보유하면서 상품의 판매가격을 정한다는 점에서 위탁매매계약의 성격이 일부 있고, 위탁경영인이 피고를 위하여 상품을 판매하고, 피고의 허락 없이 다른 회사의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는 점에서 대리상계약의 성격도 일부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위탁계약은 위탁매매계약 및 대리상계약의 성격이 혼합된 계약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2)

피고가 이 사건 위탁계약에 따른 위탁판매의 목적 달성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 수준을 넘어 원고들의 업무수행과정에서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①

원고들에게는 피고의 취업규칙과 복무규정이 적용되지 않았으며, 이 사건 위탁계약은 피고가 피고의 직원들과 체결한 근로계약과 달리 근로시간, 휴게시간, 휴일, 휴가 등에 관한 내용이 없었다.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들이 업무 방식과 내용에 관한 피고의 요청 내지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고가 원고들과의 계약을 중도에 해지하거나 징계 등 불이익한 처분을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②

원고들은 주기적으로 피고에게 매출 실적을 보고하였다. 그러나 이는 이 사건 위탁계약상 상품이 판매될 때까지 그 소유권이 피고에게 있고, 매출 실적에 따라 원고들에게 수수료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는 피고가 상품의 정확한 매출 실적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 조치로 보인다.

③

피고는 카카오톡 등을 통하여 원고들에게 상품의 진열방식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거나 ‘매장 체크리스트’를 교부하여 매장 상태를 점검하고, 원고들에게 공급할 상품의 구체적인 품목과 수량을 결정하였다. 그러나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가 아니라 피고의 상품을 위탁판매하는 독립된 사업자라 하더라도 피고는 피고가 가진 브랜드의 통일성을 유지하고 피고 상품을 판매하는 모든 매장에서 동일한 상품이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되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고, 제품의 소유자로서 재고 발생이나 마진율에 따른 손해의 최종적인 책임을 부담하므로 원고들이 마진을 고려하지 않고 판매 금액만을 증가시키기 위해 저가에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방지할 필요도 있다. 따라서 피고가 개별 상품 판매 가격을 정하고 할인판매를 금지하였다는 사실만으로 피고가 원고들에게 근로관계를 전제로 한 지휘, 감독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④

피고가 원고들과 같은 매장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상품의 특징이나 가격, 원단 등에 관한 교육을 실시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나, 이는 브랜드의 통일성을 확보하고 상품에 대한 이해와 매출실적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3)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태 관리를 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①

피고는 원고들의 구체적인 출·퇴근 시각을 통제하거나 휴게시간을 정하지는 않았다. 원고들은 백화점 영업시간(개점 시간부터 폐점 시간까지)에 맞추어 근무하였으나, 이는 피고가 백화점 운영회사 등과 별도로 체결한 특약매입거래계약에 따라 백화점에서 피고의 매장을 운영하기로 함에 따라 원고들의 근무 장소가 백화점인 특성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다. 또한 피고는 원고들로부터 휴무일을 공유받기는 하였으나 원고들의 휴무를 사전에 승인하거나 통제하지도 않았다.

②

원고들의 근무 장소인 특정 매장은 피고가 일방적으로 지정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위탁계약 체결 시 개별 원고와 협의한 후 원고들의 의사를 반영하여 정해졌다고 보인다. 원고들은 피고가 일방적으로 원고와 같은 매장관리자들의 매장을 변경하기도 하였다고 주장하나,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③

피고는 사내 그룹웨어 프로그램을 통해 피고 소속 직원들의 출‧퇴근시간 등을 확인하는 등 근태관리를 하였으나, 원고들의 경우 위 프로그램의 메신저 기능만을 주로 사용하였을 뿐 위 프로그램의 ‘출퇴근 체크 기능’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4)

원고들은 하위판매원의 채용이나 근로조건 등에 관하여 독자적으로 결정하고,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수수료를 재원으로 하여 하위판매원의 인건비를 지급하거나 매장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제반비용을 지출하는 등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였다.

①

원고들은 이 사건 위탁계약에 따라 원고들의 업무 보조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하위판매원을 자체적으로 채용할 수 있었고, 고용여부 및 고용 시 구체적 근로조건 등은 원고들이 결정하였으며, 그에 대한 책임과 비용도 원고들이 부담하였다. 피고가 매장 규모에 비례하여 일정 수준 이상으로 판매 인원을 유지해 줄 것을 요청한 적이 있기는 하나, 피고가 요구한 수준으로 판매 인원을 유지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거나 이에 미달된다고 하여 채용을 강제하거나 불이익을 가하였다고 볼 만한 정황은 없다.

②

원고들은 모두 그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하였고, 피고를 사업자로 하여 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보험,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되어 있지는 않았다.

③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매출실적에 비례하여 지급받은 수수료나 지원금을 재원으로 하여 자신이 채용한 하위판매원들에 대한 인건비를 지급하거나 매장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제반비용을 지출하고, 거기에서 남는 금원의 유무나 그 규모에 따라 수익 또는 손실을 입게 되었다. 결국, 원고들은 본인 스스로의 업무를 통하여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부담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5)

원고들은 매월 판매량을 정산하여 일정한 수수료율을 적용하여 산출된 금액을 수수료로 지급받았다. 수수료는 원고들의 판매실적에 비례하여 산정되었고, 상한과 하한도 정해져 있지 않아 개별 원고의 각 월별 수수료 액수에 상당한 편차가 있었다. 위와 같은 수수료의 성격에 비추어 볼 때, 원고들은 일정 정도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면서 그 실적에 따른 보상으로 수수료를 지급받았다고 보아야 하고, 이와 달리 수수료를 근로 자체에 대응하여 비례적으로 지급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

소결론

결국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퇴직금 및 미지급 임금 청구는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회일(재판장) 이진희 김창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