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5. 13. 선고 2020나20837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의 피고에 대한 부분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1,100만 원과 이에 대하여 2013. 12. 1.부터 2021. 5. 13.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4.

원고와 피고 사이에 생긴 소송 총비용 중 10%는 원고가, 90%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5.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D는 2013. 7.경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여 근로기준법위반죄로 구속되었다.

나.

피고는 당시 D와 사실혼 관계에 있었고, D와 피고는 합의금(근로자들에게 지급할 임금)을 마련하려고 노력하였다.

다.

D의 지인인 원고, 피고, C(제1심 공동피고이고, 이 법원 증인이다), E 등 5명은 2013. 8.경 구치소에서 D를 면회하려고 하였는데, 원고가 늦게 도착하여 원고를 제외한 4명이 D를 면회하였다. 당시 D는 면회 온 사람들에게 원고로부터 합의금을 마련해 보라고 말하였다. 원고, 피고, C, E 등이 같은 날 식당에서 만났는데, 그 자리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합의금으로 쓸 돈을 빌려달라고 요청하였다.

라.

이후 원고는 피고, C 등을 몇 차례 더 만났고, 결국 합의금으로 사용할 돈 1,100만 원을 빌려주기로 하였는데 피고, C에게 보증을 서라고 요구하였다.

마.

그에 따라 2013. 8. 20. 공증인가 F 법무법인 증서 2013년 제789호로 약속어음(이하 ‘이 사건 약속어음’이라 한다. 액면: 1,100만 원, 지급기일: 2013. 11. 30., 공동발행인: C, 피고)에 대한 공정증서(이하 ‘이 사건 약속어음 공정증서’라 한다)가 작성되었다.

바.

이 사건 약속어음 공정증서를 확보한 원고는 1,100만 원을 마련한 다음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들을 직접 만나서 합의를 하였고, 그 이후 D는 석방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 증인 C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판단

가.

약속어음의 발행인에게 어느 특정인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약속어음의 사용 목적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거나 약속어음의 발행인이 채권자의 요구에 따라 그 앞에서 직접 약속어음을 발행․교부하였다는 사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실이 약속어음의 발행인에게 민사상의 보증채무까지 부담할 의사가 있었다고 인정하는 데 있어 적극적인 요소 중의 하나가 될 수 있으나, 그러한 사실로부터 바로 약속어음의 발행인과 채권자 사이에 민사상 보증계약이 성립한다고 추단할 수는 없다. 그보다 더 나아가 채권자의 처지에서 약속어음 발행 시에 원인이 되는 채무에 대한 민사상의 보증채무를 부담할 것까지도 약속어음의 발행인에게 요구하는 의사가 있었고 약속어음의 발행인도 채권자의 그러한 의사 및 채무의 내용을 인식하면서 그에 응하여 약속어음을 발행하였다는 사실, 즉 약속어음의 발행인이 단순히 약속어음법상의 상환의무를 부담한다는 형태로 채권자에게 신용을 공여한 것이 아니라 민사상의 보증의 형태로도 신용을 공여한 것이라는 점이 채권자 및 채무자와 약속어음의 발행인 사이의 관계, 약속어음의 발행에 이르게 된 동기, 약속어음의 발행인과 채권자 사이의 교섭 과정 및 방법, 약속어음의 발행으로 인한 실질적 이익의 귀속 등 약속어음의 발행을 전후한 제반 사정과 거래계의 실정에 비추어 인정될 수 있을 정도에 이르러야만 약속어음의 발행인과 채권자 사이의 민사상 보증계약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고,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는 약속어음의 발행인은 원칙적으로 약속어음의 채무자로서 약속어음이 지급거절된 경우 그 소지인에 대하여 상환청구에 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약속어음법상의 채무만을 부담할 뿐이다(대법원 2007. 9. 7. 선고 2006다17928 판결, 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다44884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의 경우 앞서 본 증거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D와 사실혼 관계에 있는 피고에게 D의 형사 합의금 명목의 돈 1,100만 원을 빌려주면서(C은 보증인. 변제기는 이 사건 약속어음의 지급기일인 2013. 11. 30.) 차용증 대신 피고로부터 이 사건 약속어음 공정증서를 받았거나, 적어도 원고가 원고의 지인인 D에게 변제기를 이 사건 약속어음의 지급기일인 2013. 11. 30.로 정하여 1,100만 원을 빌려주었고, 피고는 민사상의 보증채무까지 부담한다는 의사로 이 사건 약속어음을 발행하였다고 판단된다.

1)

D는 2013. 8.경 구치소에 면회 온 사람들에게 원고로부터 합의금을 마련해 보라고 말하였지만, 면회를 오지 못한 원고에게 직접 돈을 빌려달라고 말하지 않았다. 피고는 같은 날 원고에게 D의 형사합의금으로 쓸 돈을 빌려달라고 요청하였다.

2)

원고가 D의 형사합의금 명목으로 사용할 1,100만 원을 빌려주기로 마음먹고, 피고와 C에게 보증을 서라고 요구함에 따라 피고, C이 이 사건 약속어음을 발행하고 이 사건 약속어음 공정증서가 작성되었다. 이후 원고는 1,100만 원을 마련하여 D 또는 피고에게 지급한 것이 아니라 직접 D의 근로자들에게 합의금 명목으로 지급하였다.

3)

원고가 피고로부터 1,100만 원을 빌려달라는 요청을 받고 1,100만 원을 마련하여 직접 D의 근로자들에게 지급하였고 당시 D는 구치소에 구속되어 있었으므로, 원고가 원고의 지인인 D와 사실혼 관계에 있는 피고에게 대여한 것인지, D에게 대여한 것인지 모호한 면이 있다. 이 사건 약속어음을 피고와 공동으로 발행한 C은 이 법원에서 ‘피고가 2013. 8.경 원고에게 합의금 명목의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하였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원고가 D가 아닌 피고한테 돈을 빌려준 것이다.’라고 증언하였다(C은 ‘원고가 피고, C에게 보증을 서라고 요구함에 따라 이 사건 약속어음 공정증서가 작성되었다.’고 증언하기도 하였다).

4)

원고가 D의 지인이고, 피고는 사실혼 관계에 있는 D의 형사합의금으로 쓸 돈을 마련하려고 원고에게 이 사건 약속어음을 발행한 점, 약속어음의 발행으로 인한 실질적 이익은 D뿐만 아니라 피고에게도 귀속되는 점, 그밖에 약속어음의 발행인인 피고와 채권자인 원고 사이의 교섭 과정 및 방법 등 약속어음의 발행을 전후한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원고에게는 약속어음 발행의 원인이 되는 채무에 대한 민사상의 보증채무를 부담할 것까지도 약속어음의 발행인인 피고에게 요구하는 의사가 있었고, 피고도 원고의 그러한 의사 및 채무의 내용을 인식하면서 그에 응하여 약속어음을 발행하였다고 볼 수 있다. 약속어음의 발행인인 피고와 채권자인 원고 사이에 적어도 민사상 보증계약의 성립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

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1,100만 원과 이에 대하여 변제기(이 사건 약속어음의 지급기일) 다음날인 2013. 12. 1.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법원 판결 선고일인 2021. 5. 13.까지는 민법에 정해진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정해진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 중 피고에 대한 부분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위에서 지급을 명한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여 피고에게 위 금액의 지급을 명하고, 원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당우증(재판장) 최정인 김현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