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0. 7. 선고 2020나84756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다툼 없는 사실

가.

피고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신용정보법'이라 한다)에 따라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신용조사업, 채권추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나.

원고들은 피고와 사이에 '위임계약서'를 작성하고, 아래 표 기재 '재직기간' 동안'담당 업무'란 해당 기재와 같이 피고가 채권자로부터 위임을 받은 채권의 관리 및 추심업무를 수행하다가 위 재직기간 말일에 퇴사한 사람들이다.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비록 위임계약의 형식으로 피고 회사에 입사하였으나, 원고들의 업무내용이 피고에 의해 결정되고 원고들이 이를 거부할 수 없었던 점, 피고의 조직체계 ·전산시스템에 의한 관리 · 채권추심원에 대한 업무지침의 내용 · 실적관리 방식 등에 비추어 피고가 원고들을 상당한 정도로 지휘 · 감독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피고가 근무시간과 장소를 지정하고 원고들이 이에 구속받았던 점, 원고들이 독립적 사업자의 실질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없는 점, 원고들이 상당기간 계속적으로 피고에 전속하여 근무한 점, 원고들도 피고로부터 제1심공동원고 D 등과 같은 수준의 지휘 · 감독을 받은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들은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으로 별지 '퇴직금 산정표'의 '법정퇴직금'란 기재 각 해당 금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원고들은 피고와 대등한 입장에서 업무대행계약 또는 위임계약을 체결한 독립사업자로서 자신의 사업을 영위한 것이다. 원고들은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에게 종속되어 피고의 지휘 · 감독을 받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3.

원고들이 근로자인지 여부

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 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 · 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 · 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 ·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다99396 판결 등 참조).

한편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소속된 채권추심회사의 지점, 지사 등 개별 근무지에서의 업무형태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고, 심리 결과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밝혀지거나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당해 사건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증명할 증거를 제출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대법원 2015. 9.10. 선고 2013다40612(본소), 2013다40629(반소) 판결, 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252891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갑 제1, 2, 5, 9호증, 을 제18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1)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작성된 '위임계약서'(을 제18호증) 제2조 제2항은 원고들의 신분에 관하여 "위임직 채권추심인은 신용정보법 제27조 제2항 제2호에 의거하여채권추심업무를 하도록 한 독립사업자로서 본 계약에 의하여 피고로부터 위임받은 업무를 수행한다. 위임직 채권추심인은 피고의 근로자가 아니며, 위임직 채권추심인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음은 물론 정규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및 제반규정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라고 정하고 있다. 비록 위 계약서가 피고가 미리 마련한 양식에 의해 작성된 것이라 하더라도, 원고들은 계약 당시 자신들이 피고와 근로계약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위임계약관계를 맺는다는 점을 인식하고, 근로계약관계에서 채권추심업무를 하는 경우와 위임계약관계에서 채권추심업무를 하는 경우의 각 근무여건(수입의 다과, 소득에 대한 세금관계, 근무의 안정성 또는 유연성 · 자율성의 정도 등)을 비교해 볼 기회를 가진 뒤, 자신들의 의사로 위임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

위 계약서 제4조에서는 원고들의 업무 내용을 '수임 사실의 통보 및 그 밖의 변제독촉 문서의 발송, 채권의 회수, 변제독촉 및 상담, 채무관련인의 소재추적, 방문및 재산조사, 채권서류의 관리, 상환계획서 및 사후관리일지의 작성관리 등'으로 정하고 있고, 제7조에서는 원고들의 준수사항으로 법령 준수, 회사 기밀과 고객 정보 보호, 자체 서식 제작 금지 등 각종 사항을 정하고 있으며, 이를 기초로 피고가 원고들에게 채권추심업무와 관련된 업무지침 등을 배포하여 준수하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원고들의 업무내용, 절차와 준수사항 등이 사실상 피고에 의하여 정하여지기는 하였으나, 이는 피고가 불법적인 추심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할 목적으로 제정된 신용정보법과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등의 엄격한 적용을 받는 채권추심회사로서 대량의 채권을 반복적 · 정형적 · 효율적으로 추심하기 위하여 채권추심인에 대한 기본적인 업무내용과 지시사항을 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인 점, 신용정보법 제27조 제2항에 의하더라도 채권추심회사는 자사의 임직원 외에 위임직 채권추심인을 통하여서도 채권추심 업무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는 점, 위임계약에 있어서도 위임인이 주도적으로 위임업무의 내용을 정하거나 수임인에게 업무지시를 하는 것이 가능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사정을 반드시 근로계약에서의 지휘 · 감독의 요소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3)

피고는 소속 채권추심인들을 금융사업본부, 민상사채권을 담당하는 지사총괄본부 산하 각 지사, 통신채권 추심을 담당하는 전략자산본부로 구성된 조직에 배치하여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면서 팀장 등의 관리와 지원을 받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위와 같이 원고 A, B, C, E, F, G, H, I, J은 전략자산본부 전략7팀에 배치되어 피고가 N로부터 위탁받은 통신료 관련 채권의 추심을 담당하고, 원고 L는 금융자산본부 금융1부에 배치되어 피고가 Q로부터 위탁받은 신용카드대금 관련 채권의 추심을 담당하였다.

피고는 원고들을 비롯한 채권추심인들에게 피고의 전산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는 아이디(ID)와 비밀번호를 부여하고 전산시스템으로 추심대상 채무자의 정보에 접근하여 추심업무를 하면서 추심 관련 사항을 입력하도록 하는 한편, 전산시스템을 통해 원고들의 업무상황을 관리하고 채권회수 실적을 집계하였다.

그러나 피고가 이처럼 채권추심원의 조직을 구성하고 전산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많은 수의 채권추심인들로 하여금 대량의 채권추심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도록 함과 아울러 업무수행 과정상 채무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범위의 조직 체계 구성과 전산시스템에 의한 업무처리가 불가피하기 때문인 점, 위임계약의 경우에도 수임인에게 위임인에 대한 보고의무가 인정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점을 반드시 근로계약관계에서의 지휘 · 감독의 수단으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피고가 전산시스템을 통하여 원고들의 업무 내용과 실적을 파악할 수 있거나 원고들의 근무장소가 전산시스템이 설치된 회사 내부로 사실상 한정되게 된 것은 그 부수적인 효과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4)

원고들은 피고와의 위임계약서 제5조에 따라 피고로부터 소정 지급기준에 의하여 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지급받았는데, 다음의 예에서 보듯이 월별로 그 액수가 불규칙적인 것은 원고들이 자신의 사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업무량과 강도를 조정하여 업무를 수행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특히 Q 채권을 담당한 원고 L는 통신회사 채권을 담당한 다른 원고들에 비하여 훨씬 큰 수수료 액수의 편차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신용카드 채권의 경우 소액의 통신채권에 비하여 월별로 회수율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근로자가 월별로 규칙적인 금액의 급여를 받는 것과 차이가 두드러지는 점으로 볼 수 있다.

(단위 원)

5)

원고들은 신용정보법 제27조 제4항에 따라 다른 채권추심회사에서 근무하는 것이 불가능하였고, 세법상 사업자의 지위에서 사업소득세를 납부하였으며, 채권추심과정에서 소요되는 일부 비용을 스스로 부담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아가 개인적으로 채권추심업을 하여 추가적인 이윤을 얻을 기회가 있었다거나 사업상 손실의 위험을 분담해야 하는 지위에 있었던 것은 아니고 오로지 피고의 이름으로 채권추심업무를 하여 수수료를 받았을 뿐이며, 위 법상 자격요건의 결여로 개인적으로 채권추심업을 할 수도 없었으므로, 피고의 주장과 달리 원고들을 독립된 사업자로 보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다. 그러나 원고들이 독립된 사업자가 아니라고 하여 곧바로 피고와의 계약관계를 위임관계가 아닌 근로관계로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6)

원고들은 피고가 실적에 따라 수수료율이나 채권배분에 차등을 두었고, 실적이 저조한 사람과 계약을 갱신하지 않거나 계약을 해지할 권한을 갖고 있었으며, 관리자를 통해 구체적인 업무방법을 지시하고, 실적 제고를 독촉하거나 야근과 주말근무를 지시하는 등으로 원고들에게 지휘 · 감독권을 행사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들이 이와 관련하여 제출한 증거들은 T은행 채권 또는 자산관리공사 채권 담당 추심원들에 대한 것이어서 그것만으로는 위 주장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임을 전제로 한 퇴직금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최정인(재판장) 김현석 당우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