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피고인은 E의 사용자에 해당되지 아니고,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6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노원구 B, C호에 소재한 개인건설업자로서 상시 4~5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건설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8. 6. 1.부터 2019. 4. 21.까지 서울 종로구 D에 있는 근생 및 다세대 신축공사 현장(이하 위 공사를 ‘이 사건 공사’, 위 공사 현장을 ‘이 사건 공사현장’이라 한다.)에서 현장소장으로 근로하다 퇴직한 E의 2018. 8월 임금 500만 원, 9월 임금 500만 원, 10월 임금 300만 원, 11월 임금 500만 원, 12월 임금 500만 원, 2019. 1. 임금 500만 원, 2월 임금 500만 원, 3월 임금 500만 원, 4월 임금 350만 원 등 총 4,150만 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하도록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공사는 피고인이 H(주)의 면허를 빌려 도급받은 공사인 점, ② 피고인은 이 사건 공사 중 일부를 ㈜I에 하도급 주었고 당시 근로자 E은 ㈜I와의 근로계약에 따라 이 사건 공사현장의 현장소장으로 임명되었으나 ㈜I가 공사를 포기하자 E은 피고인과 건축주의 합의에 따라 그대로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현장소장으로 일을 하게 되었던 점(E은 H의 직원으로서 현장대리인으로 등재되었다), ③ 건축주가 E 및 피고인에게 현장경비 금액을 제외하고 각 월 500만 원씩을 수회 지급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는 E의 진술대로 기성금이 나오기 전까지 생활이 되지 않아 건축주가 임금 등의 명목으로 선지급한 후 기성금에서 공제하는 방식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④ 만약 건축주가 이 사건 공사를 직영한 것이라면 H(주) 또는 피고인이 급여 외에 이윤을 획득할 이유가 없음에도 건축주는 H(주)와의 도급계약에 따른 대금지급의무를 여전히 부담하고 있었던 점, 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당시 자신이 H(주)의 이사로 재직하면서 이 사건 공사를 주관한 사실과 공사 준공 이후 건축주에게 지체상금을 배상하여야 하는 입장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하여 이 사건 공사는 피고인이 수급하여 수행한 것으로서 그 현장소장인 근로자 E의 사용자는 피고인이라고 판단하면서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였다.
당심의 판단
관련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계약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이든 또는 도급계약이든 그 형식에 관계없이 실질에 있어서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며,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 시간과 근무 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근로자 스스로가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업무의 대체성 유무, 비품·원자재·작업 도구 등의 소유관계,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대상적) 성격을 갖고 있는지 여부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하여야 하는지 여부, 양 당사자의 경제·사회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다17575 판결 등 참조).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입증이 이러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유죄의 의심이 든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도15767 판결 등 참조).
인정사실
기록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실질적 건축주 J(명의상 건축주인 G의 부, 이하 ‘J’, ‘G’라 한다.)은 2018. 2. 20.경 H(주) 면허를 빌린 피고인과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도급계약을 체결하였고, 공사금액은 1,326,000,000원(부가가치세가 제외된 금액, 암반공사 별도 특약)으로 정하였다. 피고인은 2018. 3. 23.경 위 공사에 관하여 ㈜I와 공사금액을 955,000,000원(부가가치세가 제외된 금액)으로 정하여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E은 ㈜I와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현장소장으로 근무하고 임금 월 500만 원을 받기로 정하였고, 2018. 4. 1.부터 2018년 5월 말경까지 ㈜I 소속으로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현장소장으로 근무하였으며, ㈜I로부터2018년 4월분 임금 500만 원을 받았다.
㈜I의 대표 F는 2018년 5월 말경 이 사건 공사를 중도 포기하기로 하고, J, E, 피고인이 동석한 자리에서 포기각서를 작성하였다. E은 계속해서 이 사건 공사현장의 현장소장으로 일하면서 월 500만 원의 임금을 받기로 하였다.
E은 2018. 4. 1.부터 2019. 4. 21.까지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현장소장 업무를 담당하였다. E의 4대 보험은 H㈜로 가입되어 있고 그 가입기간은 2018. 4. 20.부터 2019. 4. 21.까지이다.
J은 2018년 7월 중순경(2018. 7. 18. 이전) 이 사건 공사현장의 공사비 계산을 담당한 E에게 “공사(비)가 얼마가 남느냐?”고 물었고, H(주)와의 계약금액 13억 2,500만 원 중 공사비로 11억 4,000만 원이 소요되고 급여를 포함하여 1억 6,000만 원이 남을 것 같다는 취지로 답하자, “생활비 조로 1억 6,000만 원에서 월 500만 원씩 집행을 할 것이고 남는 것이 있으면 둘(E과 피고인)이 나눠가지라.”고 말하였다.
E은 J으로부터 2018년 6월분, 7월분 임금 각 500만 원을 받았고, 2018년 11월경 200만 원을 받았다. 구체적으로, J은 E의 처 M 명의 계좌를 통하여 E에게, 2018. 7. 18. 현장경비 400만 원을 포함한 1,400만 원, 2018. 8. 20. 현장경비 500만 원을 포함한 1,500만 원, 2018. 11. 5. 현장경비 600만 원을 포함한 1,000만 원을 각 입금하였고, E은 위 각 돈 중 각 500만 원, 500만 원, 200만 원을 피고인에게 전달하였다.
구체적인 판단
위 인정사실에다가, 위 인정사실 및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보태어 보면,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E의 사용자라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가 있다.
피고인은 ㈜I 대표 F가 포기각서를 작성하는 자리에 동석하였을 뿐이고, 명시적으로 E과 ㈜I 사이의 고용관계를 승계하는 의사표시를 하였다거나 E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아니하였다. 오히려 E은 J의 요청에 의하여 이 사건 공사현장의 현장대리인으로 계속하여 일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J은 전적으로 E 측을 통하여 이 사건 공사현장에 대한 공사대금, 현장경비 및 생활비 등을 지급하였고, E이 이 중 일부를 피고인에게 전달하였으며, 이와 달리 피고인이 E에게 임금 등을 지급한 내역은 없는 점, G 명의 계좌의 거래내역에 ‘A이 사급여’, ‘E급여’라고 기재되어 있는 점, J이 E에게 공사대금 중 남는 금액은 E과 피고인이 나눠가지라고 말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E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형태였다고 단정할 수 없고, 피고인과 E이 대등하거나 유사한 지위에서 J으로부터 임금 등을 지급받는 형태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은 2018년 9월 이후 임금이 거의 지급되지 아니하자, 2018년 10월 내지 11월경 J에게 임금 지급을 요구하였고, J은 “네 월급은 내가 책임지마.”라고 답하였던 점, E은 2018년 12월 말경 피고인에게 ‘더 이상 월급도 못 받는 이런 조건에서 일을 못하겠다. 이제까지 했던 것을 다 정리해주고 그만두겠다.’는 취지로 말하였고 이에 피고인은 건축주한테 얘기해보겠다고 말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E에 대한 임금에 관한 결정권이 피고인에게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과 E은, 피고인의 업무지시가 있는 경우에도 E이 오랫동안 현장소장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점을 고려하여 상호 협의 하에 E의 의견을 따랐던 점, E은 피고인뿐만 아니라 J으로부터도 업무에 관한 요구사항을 들었고 J에게도 업무보고를 하였던 점, E은 현장에서 피고인의 역할에 대하여 “제가 건축주를 상대하지 못하니까 건축주를 상대하고 업체를 선정하는 일을 했습니다.”라고 진술하였던 점, E에게 따로 취업규칙 등이 적용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E이 피고인에게 고용된 자로서 지휘·감독을 받는 종속적인 관계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2018. 4. 3.부터 2018. 7. 30.까지 암반공사가 건축주 직영으로 이루어졌음에도 E은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현장소장으로서 위 암반공사를 진행한 점, 2018. 9. 3. G와 H(주) 간에 이 사건 공사를 ‘건축주가 피고인, E을 통하여 직영하고, H(주)는 이를 전사적으로 지원한다.’는 취지의 약정서 작성이 논의 되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J이 이 사건 공사 전반에 걸쳐 이 사건 공사현장을 계속적으로 관리하는 지위에 있었다는 의심이 든다.
E이 H(주)의 현장소장으로 등록되고, H(주)의 근로자로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었다 하더라도 이는 E이 피고인의 피용자라서기 보다는 E을 이 사건 공사현장의 현장소장으로 근무시키기 위한 현실적 필요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 점, 위 4대 보험의 가입 시기 또한 E이 ㈜I의 근로자로 근무하던 때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E이 H(주)의 현장소장으로 등록되고, H(주)의 근로자로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E의 사용자라고 단정할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 중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다시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