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해자 학교법인 C대학교(이하 ‘피해자 학교법인’이라고 한다)는 피고인들의 기망에 의하여 교육조교 위촉 제청서에 기재된 대학원생들이 교육조교로서의 근무조건에 따라 근무할 것이라는 착오에 빠져 이들을 교육조교로 임명하고 그에 따라 장학금을 지급한 것이므로, 피고인들의 기망과 피해자 학교법인의 착오, 착오와 처분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음에도 피고인들에 대한 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판단
원심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 각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이 교육조교로 임명된 대학원생들이 교육조교로서 일할 의사가 없음을 알면서도 그러한 의사가 있는 것처럼 피해자 학교법인을 기망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나아가 기계공학부의 ‘조교공동 운영방식’이 비록 편법적인 장학금 운용방식이라고 하더라도 위 방식과 피해자 학교법인의 교육조교 장학금의 지급이라는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피고인들이 C대학교 공과대학 기계공학부 학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C대학교의 ’조교규정‘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조교는 대학원에 등록한 재학생 중에서 임용한다.
조교는 ‘교육조교‘와 ‘연구조교‘로 구분된다.
교육조교의 담당 업무는 ‘학생의 수업지도, 강의 및 실험실 실습 준비, 기자재 관리 업무, 시험 및 성적평가 보조, 등록․수강신청․학적변동․졸업 보조 업무, 위 사항에 수반되는 업무’이다.
교육조교는 ‘주당 4일 이상, 25시간 근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단 휴일이 포함되는 등의 특수한 경우 주당 근무일수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며, 점심시간은 근무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C대학교의 교육조교 임용절차는, ㉠ 매 학기 초 교무처에서 학부별 교육조교 인원을 배정하여 통보(기계공학부는 통상 8명 인원 배정) → ㉡ 각 학부 사무실에서 대학원생 대표에게 교육조교 희망자를 요청 → ㉢ 대학원생 대표는 다른 장학금의 수혜를 받지 않는 대학원생들을 상대로 교육조교 신청자를 모집 → ㉣ 지도교수의 교육조교 신청 허가 → ㉤ 학부장의 교육조교 위촉 제청 → ㉥ 교무처 심사 후 총장이 교육조교를 임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교육조교로 임명된 대학원생에게는 등록금 전액이 장학금으로 지급된다(교육조교의 계좌로 등록금 상당액의 장학금이 실제로 입금된다). 그런데 C대학교 기계공학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교육조교에게 지급된 장학금 중 약 10%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환수하여 학부장 명의의 계좌에 입금하여 관리하다가(2011년경부터는 행정담당직원 명의의 계좌에 입금하여 관리하였다), 매 학기 말에 수업이 모두 진행 된 후 해당 학기에 실제로 조교로서의 업무를 수행한 대학원생들에게 수업기여도(포인트로 점수를 누적)에 따라 위 장학금을 배분하여 지급하였고, 일부 금원은 학교에서 비용이 지원되지 않는 기계공학부의 회의나 행사 등의 비용 등으로 사용하였다(이하, 위와 같은 교육조교 장학금 운용방식을 ‘조교공동 운영방식’이라고 한다).
기계공학부에서 ‘조교공동 운영방식’으로 교육조교의 장학금을 사용하게 된 경위는, 2000년대 들어 기계공학부의 학생 수가 증가하자(800명 내지 1,000명) 피해자 학교법인에서 배정해 준 교육조교 8명의 인원만으로는 실질적인 수업보조 등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하였고, 그로 인해 실제로는 교육조교를 포함한 20명 내지 35명의 대학원생들이 교육조교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으며, 조교로서 일을 한 대학원생들에게 그 수행한 업무에 대한 인건비를 지급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피해자 학교법인에서는 한정된 조교에 대한 장학금 이외에 별도의 인건비를 책정하지는 않았다, 한편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2017년경 조교들을 근로자로 인정하여 조교들에 대한 퇴직금과 연차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은 ○○대학교 총장을 근로기준법위반죄 등으로 고발하기도 하였다).
피고인 A은 2012. 9.경부터 2015. 2.경까지 기계공학부 학부장으로 재직하였고, 피고인 B은 2015. 3.경부터 2017. 4.경까지 기계공학부 학부장으로 재직하였는데, 피고인들이 학부장으로 임명되기 훨씬 이전부터 기계공학부에서는 ‘조교공동 운영방식’으로 장학금이 운용되어 왔고, 피고인들은 기존의 관례를 그대로 따른 것이다.
검사는 교육조교는 ‘주당 4일 이상, 25시간의 근무조건’을 충족하여야 하나 실제로 임명된 교육조교들이 위와 같은 근무조건을 충족하지 않았던 것을 문제 삼고 있으나, 위와 같은 조건은 ‘복무조건’에 해당할 뿐 ‘자격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교육조교의 복무에 대한 관리는 학과장이 아닌 각 해당 지도교수들이 담당하는 업무이다. 나아가 피고인들이 학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교육조교로 임명된 대학원생들(J, K, L, M, H)은 원심 법정에서 “시간과 업무내용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수업지도, 강의준비, 기자재 관리, 시험 및 성적평가 보조, 강의보조(실험․실습) 등의 업무를 실제로 수행하였고, 조교공동 운영방식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C대학교의 연구부총장으로 재직한 N(기계공학부 교수)과 자연공학계열 부총장으로 재직한 O(컴퓨터공학부 교수)의 원심 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타 단과대학과 비교하여 공과대학의 경우 실험․실습 보조, 기자재 관리 등의 업무 수요가 많다는 특성으로 인해 학교에서 배정한 조교 외에도 일반 대학원생들이 조교로서의 업무를 담당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그로 인해 기계공학부 외에 다른 공과대학의 학부에서도 기계공학부의 조교공동 운영방식과 유사한 형태의 장학금 운용이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인다(증거기록에 의하면, 공과대학이 아닌 사범대학 유아교육과에서도 교수들의 회의를 거쳐 비공식 조교의 인건비를 위해 교육조교의 장학금을 갹출하였던 것이 확인된다).
피해자 학교법인에서는 2012. 11. 23.경 ‘조교제도 개선을 위한 의견수렴 조사’를 시행하였는데, 당시 기계공학부 학부장이던 피고인 A은 “기계공학부의 경우 20여명의 조교가 운영되는 상황에서 현실적인 교육조교의 운영이 불가능하므로 교육조교의 경우 100%를 기준으로 80% ~ 20%의 부분 장학금 형태로 지급하거나 현실적인 과목수를 고려하여 교육조교의 인원을 증원하여 달라”는 제안을 한 사실이 확인되고, 기계공학부의 행정담당직원이었던 F는 원심 법정에서 “기계공학부의 교육조교 장학금 운용에 관하여 공대 행정실에 수차례 이야기를 하는 등 문제를 제기하였으나 학교법인에서는 학과별 특성을 다 고려해줄 수 없기 때문에 이해해 달라고만 하였다”, “2007년경 당시 기계공학부 학부장인 P 교수도 전체 학부장들을 대상으로 한 공청회에서 교육조교 장학금의 운용이 현실과 맞지 않으니 전체적인 비용으로 달라고 건의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2012. 11. 13. 총장이 주재한 교무위원회의에서도 교육조교 제도 운용의 문제점이 제시되기도 하였다. 위와 같은 사실에 비추어 피해자 학교법인에서도 교육조교의 장학금이 실제로는 조교 업무를 담당한 대학원생들의 인건비로 편법 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일반적으로 장학금의 수혜를 받는 학생들은 등록금 납부를 감면받는 것이 보통임에도 C대학교의 교육조교 장학금은 등록금을 납부한 학생들 중에서 교육조교로 임용된 학생들에게 등록금 상당액을 반환하여 주는 절차를 택한 점도 위와 같은 해석을 뒷받침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학교법인에서 현실에 맞추어 조교규정을 개정하거나 조교업무를 실제로 담당한 대학원생들의 인건비를 별도로 지급하지 않았던 것은 장학금 명목으로 인건비를 지급함으로써 장학금 수혜비율을 높여 교육부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것이었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에 수긍할 점도 있다.
위와 같이 기계공학부 등 공과대학의 수차례에 걸친 문제제기로 인하여 2017. 7.경에 이르러서야 조교규정이 개정되어 ‘실험조교’에 대한 규정이 신설되었고, 일괄적으로 조교 장학금 전액을 지급하던 규정이 실험조교의 경우 1/2, 1/3 지급으로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변경되었다.
결국, 조교제도의 운영과 관련하여 규정과 현실이 괴리되는 상황에서 기계공학부의 ‘조교공동 운영방식’은 오랜 관행으로 정착되어 왔던 것으로 보이고, 수차례의 문제제기를 통해 피해자 학교법인에서도 그러한 사정을 충분히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설사 교육조교의 장학금을 편법적으로 운용한 것이 잘못이라고 보더라도 이를 형사법적으로 특히 학부장에게 사기죄의 죄책까지 묻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보인다.
당심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이 사건 기록과 면밀하게 대조·검토해 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들의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각 무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따라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검사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서 이를 기각한다.
판사 전연숙(재판장) 차은경 김양섭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