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결정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8. 25.자 2020카합189 결정

주문

1.

이 사건 신청을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채권자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채무자는 유리병 등의 제조 및 판매업을 영위하는 회사로 음성, 괴산, 여주, 연천, 군산, 이천, 하남에 제조공장을 두고 있다. 채권자는 2003. 6. 10. 채무자 회사에 입사한 이래 충북 음성군 C에 있는 채무자 음성공장(이하 ‘음성공장’이라 한다) 생산팀에서 오퍼레이터 등으로 근무하여 왔다.

나.

채무자는 2019. 11. 11. 채권자의 근무형태를 교대제에서 일근제로 근무형태를 변경하고, 2019. 11. 21.자로 채권자를 이천시 D에 있는 채무자 이천공장(이하 ‘이천공장’이라 한다)으로 전출하는 인사명령(이하 ‘이 사건 전직명령’이라 한다)을 하였다.

다.

채권자는 채무자의 2019. 11. 11.자 근무형태 변경 및 이 사건 전직명령이 부당할 뿐만 아니라, 부당노동행위에도 해당한다면서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다. 충북지방노동위원회는 2020. 4. 2. 채권자의 구제신청을 일부 받아들여, 이 사건 전직명령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채권자에 대한 전직을 취소하고 원직에 복직시키라고 판정하였다. 채무자가 이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2020. 7. 8. 재심신청이 기각되었다. 채무자는 2020. 8. 19.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위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20구합74528호).

2.

신청이유의 요지

채무자는 채권자와의 근로계약 체결 당시 취업장소 및 직종을 ‘음성공장’, ‘기능직’으로 정하였으므로, 채권자의 동의 없이 이천공장에서의 근무를 명할 수 없음에도, 채권자와 협의 절차를 충분하게 거치지 아니한 채, 업무상 필요 없이 이천공장에서 근무를 명하는 이 사건 전직명령을 하였다.

채권자는 이와 같은 전직명령으로 인하여 매일 청주에서 이천공장까지 출ㆍ퇴근하여야 하고, 노동조합 활동도 할 수 없게 되는 중대한 생활상의 불이익을 입고 있다.

결국 이 사건 전직명령은 인사권한을 남용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무효이므로, 신청취지에 기재된 바와 같은 가처분을 구한다.

3.

판단

가.

판단의 기초가 되는 법리

근로자에 대한 전직처분은 근로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내용·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도 있으나,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가지며, 그것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는 할 수 없다. 나아가 전직처분 등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의 여부는 당해 전직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직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근로자가 속하는 노동조합(노동조합이 없으면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그 전직처분 등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의 여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7다54498, 54504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사용자가 전직처분 등을 함에 있어서 요구되는 업무상의 필요란 인원 배치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고 그 변경에 어떠한 근로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할 것인가 하는 인원선택의 합리성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업무능률의 증진, 직장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 간의 인화 등의 사정도 포함된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0다52041 판결 참조).

나.

구체적인 판단

위 법리에 따를 때, 이 사건 전직명령이 유효한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증거조사를 거쳐 이 사건 전직대상자 선정 과정이나 기준, E 노동조합 및 채권자와의 협의의 경과, 채무자 직원들의 복무 관행 등에 대한 면밀한 심리가 필요해 보인다. 그런데 위와 같은 심리가 진행되기 이전인 현 단계에서 채권자가 제시한 사정이나 자료만으로는 이 사건 전직명령이 무효라는 채권자의 주장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채무자는 음성공장의 매출 및 영업이익의 감소로 경영난이 가중되자,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E 노동조합과 합의하여 음성공장의 근무형태를 ‘4조 3교대’ 방식에서 ‘3조 3교대’ 방식으로 변경하기로 하였으므로, 그에 따라 음성공장에 발생하는 잉여인력에 대한 고용을 보장하고,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잉여인력을 다른 제조공장으로 재배치할 필요성이 충분하였다고 보인다.

2)

채무자는 인사고과 및 기능도를 기준으로 전출대상자를 선정하기로 하였는데(소을 제15호증), 인원 재배치의 목적이 음성공장의 업무 효율성 강화에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와 같은 선정기준은 전출대상자의 업무수행능력을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서 불합리하다거나 불공정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채권자는 최근 2년의 인사고과에서 모두 D등급을 받았을 뿐 아니라, 이 사건 전직명령 직전인 2019. 9.경에는 업무상 과오로 채무자 회사에 적지 않은 손해를 발생시킨 바 있으므로, 채권자에 대하여 이 사건 전직명령을 단행한 것이 인원선택의 합리성을 결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3)

채무자는 2019. 6.경부터 E 노동조합 조합원들을 상대로 경영상황 설명회와 개별 면담을 실시하여 근무형태 변경의 필요성을 설명해왔고, 2019. 10. 31. E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을 통해 근무형태 변경에 따른 전직 대상 및 시기를 합의하였다. 그리고 2019. 11. 6.에는 채권자와 개별 면담을 실시하여 전직대상자 선정 기준 및 전직 가능성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일련의 전직대상자 선정 과정에 비추어 볼 때, 채무자가 이 사건 전직명령에 앞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협의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고, 채권자로서도 근무장소나 담당 업무가 변동될 수 있다는 점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

4)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작성된 근로계약서 제1조는, ‘근무지’라는 표제 하에 ‘취업장소 및 직종 : 사업장소속 음성공장 생산1팀 생산2계/직군(직종) 기능직’이라고규정하고 있으나, 위와 같은 규정 내용만으로 채권자의 근무장소나 근로 내용을 음성공장의 기능직으로 특별히 한정 지은 것으로 곧바로 단정하기는 어렵고, 이는 본안소송에서 채무자 직원들의 복무 관행 등에 대한 면밀한 심리를 거쳐 판단되어야 할 사항으로 보인다(오히려 채무자 취업규칙에 따라 제정된 인사규정 9.는 채권자의 근로 내용이나 근무장소가 업무상 필요에 따라 변경될 수 있음을 전제로 규정하고 있다).

5)

한편 이 사건 전직명령 전후로 채권자의 담당 업무에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채무자 제조공장별로 생산품목과 기능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보이고, 음성공장의 잉여인력을 수용할 수 있는 다른 제조공장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었으므로, 근무장소가 변경됨에 따라 담당 업무가 변경되는 것은 채무자의 사업 여건상 부득이한 것으로 볼 여지도 충분히 있다. 다시 말하면 채권자의 담당 업무가 변경된 것이 그에 대한 채무자의 고려가 불충분하였기 때문으로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6)

그리고 이 사건 전직으로 인해 채권자의 임금 수준이 저하된 것으로 보기도 어렵고, 채무자가 채권자의 과거 노동조합 활동에 불이익을 주거나 향후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기 위하여 이 사건 전직명령을 하였다고 볼 만한 뚜렷한 자료도 없다. 비록 이 사건 전직명령으로 채권자의 출ㆍ퇴근 거리, 시간이나 그에 소요되는 비용이 증가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그로 인하여 채권자에게 발생하는 생활상의 불이익이 이 사건 전직명령의 효력을 긴급하게 정지하지 않으면, 추후 본안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회복할 수 없는 것으로까지 보이지는 않는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신청은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20. 8. 25.

판사 이승련(재판장) 고석범 원도연

각주1) Operator, 생산현장에서 직접 설비ㆍ기계를 조작하는 자를 의미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