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피고 N, O에 대한 소를 각하한다.
원고들의 피고 주식회사 L, M에 대한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 주식회사 L는 경기 이천시 P 외 16필 지상에 물류센터 신축을 계획하고 2018. 9. 30. 주식회사 Q와 건설사업관리형 공사감리계약을 체결한 후 2019. 2. 28. 주식회사 R에 신축공사를 도급하였다.
① 피고 M는 피고 주식회사 L 소속으로 물류센터 TFT 팀장이 되어 공사 관리·감독, 설계변경 승인 등 역할을 수행하였다. ② 피고 N은 주식회사 Q 소속으로 감리단장이 되어 공사현장에 상주하며 감리단 업무를 총괄하고 공사관리·안전관리 등에 대하여 지도·감독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 ③ 피고 O 역시 주식회사 Q 소속으로 위 감리단의 일원이 되어 공사현장에 상주하며 기계설비가 설계도서의 내용대로 시공되는지 확인하고, 해당 분야의 공사관리·안전관리 등에 대하여 지도·감독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
주식회사 R는 도급받은 공사를 다시 여러 건설업체에 하도급하여 시행하였는데,2020. 4. 29. 13:32경 공사현장에서 화재가 일어나 근로자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원고들은 화재로 사망한 하도급 회사 소속 근로자 S(원고 A의 부친), T(원고 B, C, D의 부친), U(원고 E, F의 자), V(원고 G의 자), W(원고 H의자), X(원고 I의 자), Y(원고 J, K의 부친)의 유족들이다.
화재 원인과 책임 소재에 관하여 수사 중이던 2020. 6. 초순경 피고 주식회사 L와 주식회사 Q, 주식회사 R, 그리고 하도급 회사들이 각자 합의금을 마련하여 하나의 계좌로 모았고, 하도급 회사들은 그 자금으로 2020. 6. 6. 원고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유족들과 합의에 이르렀다. 하도급 회사는 각자 그 소속 근로자의 유족과 합의하였는데 합의서의 형식과 내용은 동일하고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갑<1>은 을<2>에게 근로기준법, 민법, 기타 제 법령에 의한 일체의 합의금(산업재해보상
보험법에 의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제외, 근로자재해보험금 포함, 형사합의금 삼천만
원 포함)조로 실수령액 기준 일금 1억 원<3>을 지급하되, 갑이 요구하는 서류기망인 기
준 가족관계증명서(상세) 사본 1부]를 제출받음과 동시에 을에게 위 금원을 지급하기로 한다.
갑은 을이 본 사고로 인하여 지급받을 수 있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원만히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조력하며, 을은「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보험급여의 수령여부에 관계없이 이후 본 사고에 대하여 갑 및 갑의 소속 임직원에게 일체의 책임을 묻지 아니한다.
을은 본 사고로 인하여 갑이 Z공제조합의 근로자재해보험의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날인(보험금 청구서, 위임장, 법정상속인 확인서 및 보험자(유족) 동의서 등) 및 제출서류 등에 적극적으로 조력하기로 하며, 을은 동 합의금 수령 후에 갑이 근재보험금청구 및 수령권 등 일체의 권한을 을로부터 위임받아 수령할 수 있도록 위임, 양도하였음에 동의한다. 을은 갑이 Z공제조합에서 근재보험금을 청구 및 수령 등에 있어 법률적 행위에 대하여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을은 을 및 기타 이해관계인(직계비속, 직계혈족, 형제자매 등)에 대한 상기 합의금으로 갑과 갑 소속 임직원, 기타 이 사건 회사[㈜)R, ㈜Q, ㈜㈜AA, ㈜AB, ㈜AC, AD(㈜), ㈜AE, ㈜AF, ㈜AG, ㈜AH, ㈜AI]<4>와 원만히 합의하였으므로 향후 본건 사고와 관련하여 합의 당시 예기치 못한 사항을 포함하여 민·형사·행정상 일체의 이의청구, 추가배상청구, 소송 등 어떠한 행위를 제기하지 않으며, 위 `가'호의 합의 사항 이외에 모든 청구권을 포기한다.
위 가호의 합의금은 을의 이해관계인(직계비속, 직계혈족, 형제자매등) 모두에 대한 손해배상금 및 위자료(정신적 피해, 물질적 피해 등 일체를 포함)를 포함한 금액으로 향후 을의 이해관계인 중 특정인이 갑과 갑 소속 임직원, 기타 이 사건 회사[㈜)R, ㈜㈜Q, ㈜AA, ㈜AB, ㈜AC, AD㈜, ㈜AE, ㈜AF, ㈜AG, ㈜AH, ㈜A]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기타의 사유로 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을이 책임을 지고 부담하여
처리키로 한다.
갑과 을이 본 합의가 원만히 이루어짐에 따라 을은 본 사고와 관련된 갑 및 갑 소속
임직원, 기타 이 사건 회사[㈜R, ㈜Q, ㈜AA, ㈜AB, ㈜AC, AD(㈜), ㈜AE, ㈜AF, ㈜)
AG, ㈜AH, ㈜AI]의 형사상 처벌 및 제재 등을 원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며, 필요 시
관계기관에 본 뜻을 정확히 전달되도록 협조한다.
약 한 달 후인 2020. 7. 20. 피고 M, N, O과 주식회사 R 및 그 소속 직원들, 하청회사 두 곳의 직원들 등 관련자들의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에 대한 공소가 제기되었다. 법원은 심리 결과 ① 피고 M에 대하여는 피고 주식회사 L가 산업안전보건법상건설공사발주자에 지나지 않아 도급인과 같은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하지 않고 피고 M를 통해 설계변경에 상당 부분 개입하거나 사고현장의 대피로 폐쇄를 결정하기도 하였으나 이는 발주자의 권한 범위 내에 있는 설계변경으로 구체적인 시공이나 작업을 지시, 감독한 것은 아니어서 그에게 화재발생 시 근로자들을 안전하게 대피시켜야 할 구체적인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는 점에 대한 증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무죄를, ② 피고 N에 대하여는 그가 시공사의 유해위험방지계획과 안전관리계획의 준수, 이행을 확인하여 지도, 감독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사상의 결과가 일어났다는 이유로 유죄를, ③ 피고 M에 대하여는 그가 기계설비 분야의 업무만을 수행하는데 화재가 기계설비인 냉각기에서 발생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아 그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과 사상 결과의 인과관계에 대한 증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고(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2020. 12. 29. 선고 2020고단802 판결, 수원지방법원 2021. 7. 16. 선고 2021노260 판결) 이는 상고기각으로 확정되었다.
위 1심 판결 후 2021. 1.경 부상 근로자 중 1인이 피고 주식회사 L와 주식회사Q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가단5020203), 2021. 3.경에는 사망근로자들의 유족들이 피고들을 상대로 추가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이 사건 소와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가단5065039, 2021가단5065169,2021가단5067202).
[근거] 갑 제1~3, 6~14호증, 을가 제1~17호증, 을나 제1~4, 9, 1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피고 N, O의 본안전항변에 대한 판단
위 피고들은 이 사건 소가 2020. 6. 6. 부제소합의를 위반한 소로 부적법하다고 항변한다.
앞서 본 2020. 6. 6.자 합의서의 라항 중 "민·형사·행정상 일체의 이의청구, 추가배상청구, 소송 등 어떠한 행위를 제기하지 않으며" 부분은 부제소합의에 해당한다. 부제소합의의 대상으로 합의 당사자인 해당 하청회사 뿐 아니라 원청회사와 감리회사, 그리고 다른 하청회사까지 모두 포괄하면서 다만 공사 발주자만 제외하는데, 합의 당사자인 해당 하청회사의 임직원은 명시적으로 기입하여 포함하고 있으나 원청회사, 감리회사와 다른 하청회사의 임직원에 대하여는 언급이 없다.
그러나 한편 사고 후 수사과정에 관련 회사들이 거액의 자금을 한 데 모아 기소 전에 신속하게 합의에 이른 경과와 당시 각 회사가 부담하리라 예상할 수 있었던 책임의 수준에 비추어 보면 합의서에 서명한 가해자 측 당사자는 하청회사 하나지만 원청회사와 감리회사 또한 합의 내용에 더 큰 영향을 받게 될 실질적인 당사자로서 합의 내용을 조율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와 같이 작성한 합의서에 형사합의금의 액수와 함께 추후 처벌불원 의사표시 협조의 뜻까지 명시한 주된 이유는 수사 대상 중에서도 가장 중한 형사책임이 예상되는 원청회사, 감리회사 담당 임직원의 불안한 피의자 지위 때문이라 할 것인데 그들만 합의에서 제외한다는 것은 경험칙에 반하고 그만한 특별한 사유도 찾아볼 수 없으며 실제로 당사자들이 합의 과정에 원청회사, 감리회사의 담당 임직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만은 명시적으로 유보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
더구나 합의서에 명시된 손해 항목과 합의금의 액수, 유족급여 등 구체적인 유보 항목과 포기 항목에 대한 채권양도까지 명시한 내용에 비추어 보면 당사자들은 망인과 유족의 손해액을 모두 고려하여 합의금의 액수를 정하고 유족에 대한 배상 문제를 종결하려 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 부족한 배상액에 대한 후속 소송까지 염두에 두었다고는 볼 수 없다.
이에 비추어 보면 합의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는 부제소합의의 대상으로 원청회사, 감리회사의 임직원까지 포함하였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이는 제3자를 위한 계약에 준하는 것으로 감리회사의 직원들인 위 피고들이 이 사건 소송에서 원고들에게 그 수익의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부제소합의의 효력을 받게 되므로(대법원 2004. 9. 3. 선고 2002다37405 판결 참조) 원고들의 위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소는 부제소합의를 위반한 것으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위 피고들의 본안전항변은 이유 있다.
피고 주식회사 L, M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들은 피고 M가 물류센터 TFT 팀장으로 공사 관리·감독, 설계변경 승인 등 역할을 수행하면서 공사기간 단축을 요구하여 안전관리 부실을 야기하고 사고현장의 대피로를 폐쇄하고 대안을 마련하지 않는 등 근로자에 대한 안전조치를 취할 업무상 주의 의무를 위반하여 화재사고에 따른 근로자 사망의 결과를 일으켰고 이는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민법 제750조에 따라, 그 사용자인 피고 주식회사 L는 민법 제756조에 따라 원고들에게 청구금액과 같은 잔여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 주식회사 L가 산업안전보건법상 건설공사발주자의 지위를 넘어 도급인과 같은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한다거나 피고 M를 통한 공사 관여가 발주자의 권한 범위를 넘어 구체적인 시공이나 작업에 대한 지시, 감독에 해당하여 피고 M가 화재발생 시 근로자들을 안전하게 대피시켜야 할 구체적인 업무상주의의무를 부담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를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원고들의 피고 N, O에 대한 소는 부적법하여 각하하고, 피고 주식회사 L, M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방일수
각주1) 해당 하도급 회사
각주2) 해당 근로자의 유족
각주3) 유족마다 금액이 다르다. 원고 A 1억 원, 원고 B, C, D 1억 원, 원고 E, F 328,371,494원, 원고 G 234,614,497원, 원고 H¦
각주4) 320,783,626원, 원고 I 300,519,240원, 원고 J, K 324,064,956원.
각주5) 원청회사와 감리회사, 그리고 하청회사들이다. 발주자인 피고 주식회사 L는 제외되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