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임을 확인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56,649,562원 및 이에 대하여 2021. 9. 4.부터 2023. 2. 14.까지는 연 6%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제1항 및 피고는 원고에게 56,649,562원<1> 및 이에 대하여 2021. 9. 4.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자동차 및 그 부품의 제조·판매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회사로, 울산(C·D·E·F 등), 아산(G·H), 전주(대형트럭·버스 등 상용차)에 공장을 두고 있다.
원고는 2000. 4. 22. 피고와 직접 도급계약을 체결한 이른바 ‘사내협력업체’인 I에 입사하여 피고 아산공장 내부에서 엔진제작공정(소재제작공정의 일부)의 업무를 담당하였다. 이후 원고는 아래 표 기재와 같이 소속 업체가 변동되었고, 2009. 9. 26.경 J에서 해고되었다.
피고의 자동차 생산공정 개관
피고의 자동차 생산공정은 ‘설계 → 개발 → PILOT 생산(양산 전 시험차량 생산단계) → 양산 → 출고단계’로 구분되고, 그중 양산단계는 ‘프레스공정 → 차체공정 → 도장공정 → 의장공정’의 순서로 이루어지며, 위 각 공정과 관련된 공정 또는 업무로서 소재제작공정(엔진제작공정, 범퍼제작공정), 생산관리업무, 포장업무 등이 있다.
그 중 원고가 담당한 엔진제작공정은 엔진, 변속기의 구성품인 실린더 헤드, 실린더 블록, 크랭크, 캠, 변속기 케이스 등을 제작하는 공정이다. ① 용해된 금속을 주형에 부어 부품의 모양을 만드는 조형공정(주물작업, 여기까지의 공정을 ‘선처리공정’이라 한다), ② 조형공정에서 만들어진 부품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탈사ㆍ쇼트작업<2>, 표면을 매끄럽게 하는 그라인딩작업, 탕도파쇄작업<3>, 냉각된 부품과 파편을 분리하는 냉금선별 작업, 팔레트 적재작업(여기까지의 공정을 ‘후처리공정’이라 한다)으로 구분된다.
피고와 사내협력업체들 사이의 도급계약 체결
피고는 사내협력업체들과 도급 형식의 계약(이하 ‘이 사건 도급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함에 있어 정형화된 계약서를 사용하여 왔다. 사내협력업체들은 해당 업체 명의로 생산직 근로자들을 채용한 다음 해당 근로자들을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른 작업에 투입하였다.
이 사건 도급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고, 도급계약서 말미에는 각 사내협력업체의 업무내용에 따라 도급작업명과 표준T/O, 단가, 월예상도급액을 정한 ’도급업무 세부명세서’가 첨부되어 있다.
피고의 사내협력업체 관리
피고는 사내협력업체들을 관리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내용의 ‘사내협력업체 관리’라는 업무표준을 마련하여 시행하였다.<4>
피고는 ‘M’이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사내협력업체들로 하여금 ‘현업코드별 근태입력(상주)’을 하도록 하였는데, 위 프로그램에는 ‘계약인원’, ‘정취시간’, ‘연장시간’, ‘특근시간’, ‘작업명’ 등이 입력사항으로 되어있다(갑 제26호증의 2). 또한 피고는 기성도급금액 산정을 위하여 사내협력업체들로부터 동일한 양식 및 코드번호를 사용한 작업일보·작업월보 등을 제출받았다. 사내협력업체가 제출하는 작업일보에는 업무 담당자, 근무형태(주간조, 야간조, 특근 등), 업무별 투입현황, 투입인원의 성격(정규직 결원으로 투입된 것인지 여부), 작업시작·종료일 등 근로시간, 출·퇴근을 비롯한 근태상황 등이 기록되어 있었다.
피고는 사내협력업체에 2003. 6.까지는 사업부별 ‘계획M/H’를 적용한 ‘임율도급’ 방식으로 도급대금을 지급하다가, 2003. 7. 1.부터 공식적으로 임율도급을 삭제하고, 물량도급과 단위도급으로 도급비 지급방식을 변경하였다. 피고는 사내협력업체를 통하여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게도 격려금, 귀향비 등을 지급하였다.
I 소속 근로자들과 피고 사이 선행판결의 확정
계쟁기간<5> 동안 I에 소속되어 엔진제작 등 업무를 담당한 근로자들 중 일부<6>가 피고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는데(이하 ‘선행소송’이라 한다), 그 청구원인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선행소송의 제1심,<7> 항소심<8>은 위 계쟁기간 동안 I에 소속되어 있던 근로자들의 청구에 관하여, “원고들 소속 사내협력업체 생산직 근로자들의 근로관계의 실질은 사내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피고의 아산공장에 파견되어 피고로부터 직접 지휘·명령을 받으면서 피고를 위한 자동차 생산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위 근로자들의 근로자지위확인 청구를 인용하였다. 위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쌍방이 상고하였으나, 2022. 10. 27. 쌍방의 상고가 기각됨에 따라 위 항소심 판결이 확정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1의 기재,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 주장의 요지
선행소송 판결을 통해 원고가 소속되어 있던 사내협력업체가 피고와 체결한 도급계약의 실질은 협력업체에 고용된 근로자들로 하여금 피고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한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원고는 소속 사내협력업체가 피고와 체결한 도급계약에 따라 피고의 지휘·명령을 받으면서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피고를 위하여 파견근로를 제공하였으므로, 구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6. 12. 21. 법률 제8076호로 개정되어 2007. 7. 1. 시행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파견법’이라고 하되, 개정 전후를 구별할 필요성이 없을 경우에는 통틀어 ‘파견법’이라고만 한다) 제6조 제3항 본문에 따라 원고는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한 날의 다음 날인 2002. 4. 22.에 피고와 사이에 직접고용관계가 형성되었다.
이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❶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다는 확인을 구하고, ❷ 2018. 2. 1.부터 2021. 12. 31.까지 피고 소속 근로자로서 지급받을 수 있었던 임금과 협력업체로부터 지급받은 임금 등(기본급, 각종 제수당, 정기상여금, 성과급, 노사단체교섭협으에 의한 일시금, 설·추석 귀향비, 등)의 차액 및 이에 대하여 2021. 8. 25.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 다음 날부터 발생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판단
관련법리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①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②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③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④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⑤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7다217724, 217731(병합) 판결 등 참조].
원, 피고 사이 파견근로관계 성부에 관한 판단
인정사실
다음과 같은 사실은 갑 제3 내지 6, 9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다.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하여 자동흐름방식으로 진행되는 자동차 생산작업은 ‘단순성’과 ‘반복성’, ‘분절성’을 그 특징으로 하고, 작업시간과 속도는 물론이고 심지어 작업의 양과 방식까지도 전체로서 설계된 컨베이어벨트의 작동속도 등에 좌우된다.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작업의 위와 같은 ‘단순 반복성’과 ‘분절성’은 해당 업무에 투입된 근로자들에 대한 구체적 작업지시나 명령의 필요성을 저감시키는 한편(개별 근로자들에 대한 지휘·명령은 컨베이어벨트의 속도와 작동 조건 등을 통제하는 것으로 상당 부분 대체된다), 중단 없이 작동하는 컨베이어벨트의 특성으로 인해 개별 업무들 사이의 유기적 연관성이 증대되는 현상도 발견된다(일부 공정에서의 작업 중단은 곧바로 전체 자동차 생산업무의 중단으로 이어진다). 이와 같이 피고의 생산공정은 기본적으로 컨베이어벨트의 작동속도와 투입 인원에 비례하여 생산량이 정해지는데, 특히 프레스·도장·의장 및 소재제작공정(엔진제작공정 포함)은 컨베이어벨트에 직접 연관된다.
피고는 자동차 생산계획에 맞추어 사내협력업체 인력운영계획을 결정하였다. 피고는 사내협력업체들의 담당 공정에 대하여 생산량, 월별 가동시간, 시간당 생산대수, 가동률, 작업 일정 등을 상세하게 계획함으로써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 대하여 작업량, 작업순서, 작업속도, 작업시간 등을 결정하였고, 피고의 필요에 따라 사내협력업체의 담당 공정을 수시로 변경하였다.
일련의 작업이 연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자동차 생산공정의 특성상,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담당 업무와 피고 소속 정규직 근로자들의 담당 업무는 컨베이어벨트의 전후로 배치되는 등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었다.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피고의 공장에서 직접생산공정을 담당하는 작업집단의 일원으로 피고 소속 정규직 근로자들의 근무시간에 맞추어 피고가 정한 컨베이어벨트의 속도에 따라 작업하였다.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각자가 배치된 공정의 생산일정에 따라 정규직 근로자들과 구분 없이 연장·휴일근무를 하였고, 정기휴가 또한 동일하게 실시되었다. 피고 소속 정규직 근로자들이 안전교육을 받거나 노동조합 활동 등으로 작업을 쉬게 되면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도 작업을 하지 않았다.
피고는 산업재해, 휴직 등의 사유로 정규직 근로자 중 결원이 발생하면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로 하여금 해당 정규직 근로자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였다. 피고는 이를 위해 정규직 근로자들과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로 구성된 ‘지원반’을 운영하였는데, 별도의 ‘지원반’ 사무실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자신의 사무실에 대기하고 있다가 피고로부터 연락을 받으면 결원이 발생한 공정에 투입되었다.
판단
위 인정 사실 및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❶ 직접생산공정은 피고의 필수적·상시적인 업무이며 컨베이어벨트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업무인 점, ❷ 원고는 피고 아산공장에서 일하였던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로서 피고가 정한 생산계획 및 컨베이어벨트의 속도에 따라 직접생산공정(엔진제작공정) 중 일부에 참여하여 비교적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하였는바, 원고의 구체적 업무 수행은 피고로부터 작업량·방법·순서·장소·시간 등을 직접 개별적으로 지시받은 것과 다를 바가 없었던 점, ❸ 엔진제작업무의 세부공정에 몇 명의 근로자를 투입할 것인지, 그들의 작업시간을 얼마로 할 것인지, 작업방법·순서·내용·속도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피고에 의하여 결정되었던 반면, 이에 관하여 I이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사실상 없었던 점, ❹ 원고가 담당한 업무는 피고가 미리 정해 둔 비교적 단순한 작업을 반복하는 것으로서 전문적인 기술 등이 요구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피고는 도급계약을 통한 엔진제작업무 수행시 수급업체 고유의 기술력이나 전문성보다는 근로자들의 노무제공 자체를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였던 점, ❺ I은 엔진제작공정 업무에 고유 자본이나 기술을 투입한 바가 없고, 별도의 사업장이나 사무실조차 없는 등 독립적인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I에 고용된 후 2년을 초과한 기간 동안 피고의 아산공장에 파견되어 직접생산공정인 엔진제작공정에 속한 업무를 담당하며 피고로부터 지휘·명령을 받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임금 등 청구에 관한 판단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구 파견법에 따라 2002. 4. 22.부터 피고의 근로자로 의제된 원고에게 ‘고용의제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기간 동안 동종·유사업무를 수행하는 피고의 정규직 근로자로서 받을 수 있었던 임금 및 단체협약에서 정한 약정금’에서 ‘같은 기간 동안 위 원고가 협력업체에서 받은 임금’을 공제한 차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2두9758 판결 등 참조).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할 임금 등의 산정 내역은 별지 기재와 같으며, 그 계산결과는 56,649,562원이다(금액 산정의 기초가 되는 사실과 계산방법에 관하여는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다<9>).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56,649,562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2021. 8. 25.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 다음 날인 2021. 9. 4.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3. 2. 14.<10>까지는 상법상 연 6%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기선(재판장) 현재언 최윤영
각주1) 원고는 변론종결 후 2022. 12. 1.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에서 청구취지를 위와 같이 감축하였다. 청구금액의 감축은 소의 일부 취하로 볼 것인데(대법원 1993. 9. 14. 선고 93누9460 판결 등 참조), 해당 서면이 2022. 12. 2. 피고에게 송달되었음은 기록상 명백하고, 피고는 2022. 12. 2.자 서면을 통해 원고의 소 일부 취하에 동의하였다.
각주2) 주형․조형 과정에서 소재 표면에 붙은 모래나 돌기 등을 제거하는 작업
각주3) 모래, 주형틀 등을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파쇄한 후 탕도의 지하와 주변을 청소하는 작업
각주4) 2002. 12. 11. 제10차 개정 기준.
각주5) 선행소송 사건 원고들의 각 계쟁기간을 의미한다.
각주6) 위 선행소송 항소심 원고 순번 66 내지 68, 741, 744, 746, 779, 798, 799번 등.
각주7)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가합112450 판결
각주8) 서울고등법원 2014나51666 판결
각주9) 원고는 변론종결 후 2022. 12. 1.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를 통해 피고가 2021. 12. 27.자 준비서면에서 지적한 청구금액 산정의 오류를 반영하여 청구금액을 일부 감축(소 일부 취하)하였고, 피고는 2022. 12. 2.자 의견서를 통해 위 청구취지 감축에 동의하였다.
각주10) 원고가 청구한 원금 전부가 인정되기는 하나, 피고의 지적에 따라 청구취지가 일부 수정·변경되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이 판결 선고일까지 이루어진 피고의 항쟁은 타당하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