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 B, C, D, E, F, G, H, I, J, K, L, M, N, O, P, Q, R, S, T의 각 소를 모두 각하한다.
원고 U, V, W, X, Y, Z, AA, AB, AC, AD, AE, AF, AG, AH, AI, AJ, AK, AL, AM, AN, AO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의약품의 수입, 포장, 배급, 마케팅활동 및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제약회사이고, 원고들은 병원이나 약국 등을 방문하여 피고가 취급하는 의약품을 홍보하는 피고 소속 영업직원이거나, 영업직원으로 근무하다가 퇴사한 사람들이다.
원고 B, C, D, E, F, G, H, I, J, K, L, M, N, O, P, Q, R, S, T(이하 ‘원고 B 등’이라고 한다)은 2022. 7. 22.부터 8. 18.까지 피고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희망퇴직신청서를 작성하여 제출한 후 퇴사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호증, 을 1, 13, 14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원고들
원고들은 소정근로시간인 평일 9시부터 18시까지 병원이나 약국 등에서 피고가 취급하는 의약품을 홍보하는 방법으로 근로를 제공하였고, 평일 18시 이후에도 1주에 1~2회 1시간에서 3시간 정도 진행되는 피고가 주관하는 제품설명회에 참석하여 의약품을 홍보하는 연장근로를 제공하였다.
피고는 원고들로 하여금 영업활동 내역을 기록하게 하거나, 카카오톡 메시지로 업무지시를 하며 출퇴근과 업무 보고를 받는 등 원고들을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하였으므로, 원고들의 실제 근로시간을 산정할 수 있다. 또한 피고는 2020. 1. 1.부터 3개월간 시범적으로 간주근로시간제를 도입하였다가 이후 이를 정식 도입하지는 못하였으므로, 결국 원고들이 제공한 근로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 제58조 제1항 본문에서 규정한 간주근로시간이 적용되지 아니한다.
설령 원고들이 제공한 근로에 대하여 간주근로시간이 적용되더라도, 피고가 주관한 제품설명회는 의사나 약사가 참석할 수 있는 평일 18시 이후 진행될 수밖에 없으므로, 원고들이 제품설명회에 참석하여 제공한 근로는 통상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근로기준법 제58조 제1항 단서에서 규정한 간주근로시간이 적용되고, 이에 따라 원고들은 평일 18시 이후 연장근로를 제공하였다고 간주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원고들이 2018. 8.부터 2020. 12.까지 제품설명회에 참석하여 의약품을 홍보한 연장근로수당으로 별지2 청구금액 표 ‘청구금액 합계’란 기재 각 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피고가 원고들로 하여금 영업활동 내역을 기록하도록 하는 콜<1> 기록, 콜 리포트, 결과보고서는 근로시간을 관리하고 확인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 약사법 및 의료기기법 등 관련 법령을 준수하기 위하여 작성되었거나 원고에게 성과급 및 비용을 지급하기 위한 증빙자료에 불과하다.
피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사업장 밖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원고들을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하기 어렵다. 이에 영업직원인 원고들에 대하여 매일 8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간주하기로 하는 간주근로시간제를 운영하여 왔으므로, 원고들이 제공한 근로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 제58조 제1항 본문에서 규정한 간주근로시간이 적용되고, 이에 따라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제품설명회에 참석하여 제공한 근로에 대하여 연장근로수당을 청구할 수 없다.
원고 B 등이 제기한 각 소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처분문서는 그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반증이 없는 이상 그 문서의 기재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며, 의사표시의 해석에 있어서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가 아니라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된 의사를 가지고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11133 판결 참조).
살피건대, 원고 B 등은 이 사건 각 소를 제기한 이후 피고로부터 법정퇴직급여에 더하여 특별퇴직위로금까지 지급받고 퇴사하면서, 명시적으로 ‘시간외근로수당을 포함’한 임금 관련 소송 등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문언이 기재된 희망퇴직신청서에 서명하였다. 그렇다면 원고 B 등은 피고와 사이에 연장근로수당에 관한 재판청구권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부제소합의를 하였다고 인정되므로, 연장근로수당을 구하는 원고 B 등이 제기한 각 소는 소의 이익이 없어 모두 부적법하다.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본안 판단
근로기준법 제58조 제1항 본문에서 규정한 간주근로시간 적용 여부
살피건대, 갑 2 내지 5, 7, 8, 12, 13호증, 을 6, 8, 1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들은 피고의 요구로 피고 내부시스템에 당일 영업활동 내역을 기록하는 콜 기록, 월 단위로 소정근로시간의 영업활동 내역을 기록하는 콜 리포트, 제품설명회에 참석하는 경우 작성하는 결과보고서를 작성하여 온 사실, 원고 AC은 2019. 3.경 그가 2018. 8. 1.부터 같은 해 8. 10.까지 콜 리포트에 의료인을 만나지 않았음에도 영업활동을 하였다는 허위사실을 기재하였다는 사유로 징계처분을 받은 사실, 피고는 카카오톡 메시지로 원고들에게 업무지시를 하고 원고들로부터 출퇴근과 업무 보고를 받아오다가 2019. 8.경부터 출퇴근 보고는 받지 않기로 한 사실, 피고가 2019. 12. 20. 외근업무를 수행하는 피고 직원들에게 2020. 1. 1.부로 약 3개월간 간주 근로시간제를 도입하여 시범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낸 사실은 각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에 을 3, 4, 7, 9, 10, 1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들이 제공한 근로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 제58조 제1항 본문에서 규정한 간주근로시간이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 취업규칙 제10조 제1항은 직원의 정규 근무시간을 1시간의 휴게시간(12시~13시)을 제외하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8시간으로, 매주 40시간으로 규정하고 있고, 제2항에서는 영업직원의 근무시간을 정규 근무일의 경우 8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여, 대부분의 시간을 사업장 밖에서 근무하는 영업직원의 간주근로시간에 관하여 취업규칙에 근거를 마련하고 있는데, 위 취업규칙은 원고들이 연장근로수당을 청구하고 있는 기간 이전인 2013. 4. 1.부터 현재까지 적용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2020. 1. 1.부터 비로소 영업직원에게 간주근로시간제가 적용되었다고 주장하나, 취업규칙 제10조 제2항은 피고의 전직원이 아니라 ‘영업직원’으로 특정하여 간주근로시간이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피고가 2019. 12. 20.경 2020. 1. 1.부로 약 3개월 동안 간주근로시간제를 도입하여 시범적으로 운영하겠다고 하였으나, 새로 간주근로시간제를 도입하는 근로자 집단은 기존 간주근로시간제가 운영되고 있던 원고들과 같은 영업직원이 아닌 Key Accountant Manager<2>, e-Commerce<3>, Retail Manager<4> 등을 의미한다고 보인다.
근로기준법 제58조 제1항 본문은 근로자가 출장이나 그 밖의 사유로 근로시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간주근로시간이 적용되려면 사용자의 구체적인 지휘·감독이나 시간 관리가 곤란하여 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워야 하는데, 원고들은 피고 사무실에 지정된 좌석이 없어 한 달에 한 번 가량 지출한 비용을 보전받기 위하여 피고 사무실을 방문하는 외에는 자택에서 곧바로 병원이나 약국 등을 방문하여 의약품을 홍보하는 방식으로 대부분의 근로시간을 사업장 밖에서 보내고 있고, 피고가 사업장 밖에서 근무하는 원고들의 병원이나 약국 등 거래처 방문시각이나 근무상황·이동경로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지휘·감독하였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원고들은 콜 리포트에 특정시간에 방문한 고객의 명단과 주소를 기재하고, 결과보고서에도 시간대를 특정하여 제품설명회가 개최된 장소와 참석자 명단을 기재하였는바, 피고는 얼마든지 원고들의 근무시간을 정확하게 산정할 수 있으므로, 원고들에 대하여 간주근로시간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콜 리포트와 결과보고서는 영업직원이 수행한 업무 결과 및 횟수를 확인하고 실비 지출을 증빙하기 위한 용도로 작성되었다고 인정될 뿐, 실제 피고가 원고들이 실제 해당 시간에 고객을 방문하였거나 제품설명회를 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콜 리포트나 결과보고서를 확인하여 승인하거나 검증하는 절차를 거치지는 않았는바, 피고로서는 원고들이 직접 작성한 콜 리포트나 결과보고서를 이용하여 간주근로시간제가 적용되고 있던 영업직원들의 근로시간을 따로 관리하지는 않았다고 보인다. 다만 콜 리포트를 허위로 작성하였다는 이유로 한 원고 AC에 대한 징계처분은 비위행위에 관한 구체적인 제보로 그가 작성한 콜리포트에 관한 면밀한 조사가 이루어진 이후 사후에 징계가 이루어졌을 뿐이다.
영업직원의 급여는 기본급 외에 그들이 목표치를 초과 달성한 매출액에 비례한 성과급으로 구성되므로, 피고로서는 원고들의 매출액 외에 구체적인 근로시간을 확인하거나 파악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고, 원고들로서는 급여 수준을 결정하게 되는 매출액을 증대시키기 위하여 콜 및 제품설명회 등을 일상적으로 수행하여 왔다고 보인다. 영업직원의 통상적인 업무 범위에 콜 및 제품설명회가 포한되는 이상 콜 및 제품설명회에 참여한 근로 역시 모두 소정근로에 포함되고, 원고들이 오후 6시 이후 제품설명회에 참여하였다고 하여 소정근로를 초과하는 연장근로를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약사법과 의료기기법은 의약품공급자가 의료인 등에게 제공한 경제적 이익에 관한 지출보고서를 작성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지출보고서 양식에는 경제적 이익 제공의 일시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보전해주어야 할 비용과 성과급을 산정하기 위한 매출액을 파악하고, 관련 법령에서 의무사항으로 부과하고 있는 지출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라도 원고들로 하여금 콜 기록, 콜 리포트, 결과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었다고 보인다.
원고들이 2019. 8. 이전 피고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하여 출퇴근과 업무 보고를 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이는 시업시각인 9시 무렵 또는 종업시각인 18시 무렵 이루어진 단발성 보고에 불과해 보이고, 피고가 원고들이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파악하면서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하였다거나 원고들의 근태관리를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근로기준법 제58조 제1항 단서에서 규정한 간주근로시간 적용 여부
근로기준법 제58조 제1항 단서의 ‘통상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는 해당 근로자의 경험에서 주관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평균인이라면 통상 상태에서 그럴 필요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업무 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은 그 업무수행에 그 근로자가 사용한 시간이 아니라 평균인이 통상의 상태에서 객관적으로 필요한 시간을 의미한다.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에 을 12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들은 제품설명회에서 피고가 취급하는 의약품을 홍보하고 참석시간과 무관하게 목표치를 초과 달성한 매출액에 비례한 성과급을 지급받아 온 사실, 제품설명회의 주관자는 피고이나 원고들은 매출액을 높이기 위하여 제품설명회 개최 여부를 결정하고 그 대상기관도 지정하여 온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반면, 피고가 제품설명회를 개최하지 않거나 참석하지 않은 원고들에게 징계 등 업무상 불이익을 가하는 방법으로 그와 같은 업무수행을 사실상 강제하였다고 인정할 증거는 없다. 그렇다면 원고들의 제품설명회 참석을 ‘통상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원고들이 주장하는 제품설명회 참석시간은 원고별로 편차가 심할 뿐만 아니라 동일한 원고조차 2018. 8.부터 2020. 12.까지 매달 제품설명회에 참석한 시간이 상이한데, 그렇다면 원고들이 제품설명회에 참석하여 제공하는 근로가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평균인의 입장에서 파악할 수 있는 ‘업무 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을 특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원고들이 제공한 근로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제58조 제1항 단서에서 규정한 간주근로시간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소결론
원고들에게는 근로기준법 제58조 제1항 본문에서 규정한 간주근로시간만이 적용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원고들이 연장근로 하였음을 전제로 한 청구는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 B 등이 제기한 각 소는 부적법하여 각하하고, 나머지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봉기(재판장) 김성준 이진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