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9. 9. 선고 2021고정714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B의 단원으로 2019. 9. 설립된 C조합(D조합)의 위원장이다.

피고인은 2020. 1. 8. 서울 종로구 E에 있는 B 3층 및 5층의 게시판과 5층 복도에서, B의 기존 노동조합인 F노총 G조합 H지회의 지회장인 피해자 I에 대하여 “J는 전임자들을 두고 이들의 이익을 위해 노동법을 악용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하였고, 사용자측은 대다수 성실히 직무에 임하는 단원들보다 더 많은 수당을 전임자들에게 지급하였다”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작성한 후 이를 배포하였다.

그러나 사실은 피해자가 소속된 J는 근로시간 면제자가 있을 뿐, 전임자를 두고 있지 않으며, 피해자는 2017. 6.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안에 따라 체결된 2017. 9. (재)B과 피해자 측 노동조합의 단체협약에 근거하여, 근로시간 면제자에 대한 3개월간 평균임금에 따른 수당을 지급받았을 뿐, 그 단체 협약의 체결 과정에서 피해자가 전임자의 이익을 위하여 노동법을 악용한 사실이 없고, 위 수당 지급이 노동조합법에서 금지하는 경비원조의 부당노동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2.

피고인의 주장의 요지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 일시, 장소에서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내용이 포함된 성명서를 작성하여 배포한 일은 있으나, 위 성명서의 내용은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아닌 의견표명 내지 논평에 해당하고, 그 기초가 된 사실 역시 대체로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고 정당한 노동조합활동의 일환으로서 행해진 것으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형법 제310조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한다.

3.

판 단

가.

관련 법리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하는데, ‘사실의 적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 내지 진술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 표현내용이 증거에 의한 입증이 가능한 것을 말하고, 판단할 진술이 사실인가 또는 의견인가를 구별함에 있어서는,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입증가능성, 문제된 말이 사용된 문맥, 그 표현이 행하여진 사회적 정황 등 전체적 정황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0. 2. 25. 선고 98도2188 판결, 대법원 2007. 9. 21. 선고 2007도2824 판결 등 참조).

한편,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형법 제310조에 따라 처벌할 수 없는데, 여기서 ‘진실한 사실’이란 그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사실이라는 의미로서 세부(세부)에 있어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하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라 함은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주관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하는 것인데, 여기의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는 널리 국가·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하는 것이고,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당해 적시 사실의 내용과 성질, 당해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하며,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대법원 1997. 4. 11. 선고 97도88 판결, 대법원 1998. 10. 9. 선고 97도158 판결, 대법원 2001. 10. 9. 선고 2001도3594 판결 등 참조). 그리고 형법 제310조의 규정은 인격권으로서의 개인의 명예의 보호와 헌법 제21조에 의한 정당한 표현의 자유의 보장이라는 상충되는 두 법익의 조화를 꾀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두 법익간의 조화와 균형을 고려한다면 적시된 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진실한 것으로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3. 6. 22. 선고 92도3160 판결, 대법원 2007. 12. 14. 선고 2006도2074 판결 등 참조).

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정들이 인정된다.

1)

피고인은 재단법인 B(이하 ‘이 사건 교향악단’이라 한다)의 직원으로서 2019. 9.경 설립된 B 내 D조합(이하 ‘D노조’라 한다)의 노조위원장이고, 피해자 I은 이 사건 교향악단의 직원으로서 위 교향악단 내 다수노조인 F노총 G노조 산하 B지회(이하 ‘J’라 한다)의 지회장이다.

2)

피고인은 D노조 위원장으로서 공소사실 기재 일시 장소에 이 사건 성명서를 부착하고 책상 위에 성명서를 둔 것은 이 사건 교향악단의 단원 및 직원들에게 다수노조인 J의 운영상의 문제점을 알리고 이 사건 교향악단에 시정을 요구하기 위함인데, 이 사건 교향악단의 단원 및 직원들은 다수노조인 J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적정성이나 지회장으로서 근로시간면제자인 피해자가 지급받는 수당의 산정방법에 관하여 주요한 관심과 이익을 가지고 있고, 이를 알 권리가 있다.

3)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성명서에 기재한 내용 중 “J는 전임자들을 두고”라는 내용은 J가 근로시간 면제자를 두고 있을 뿐 전임자를 두고 있지 않다는 점에 있어서 객관적인 사실과 상이하다. 그러나 “노조전임자(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4조 제1항에 정한 단체협약 또는 사용자의 동의를 얻어 근로계약 소정의 근로를 제공하지 않고 노동조합의 업무에만 종사하는 자)”와 “근로시간면제자(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4조 제4항에 정한 단체협약 또는 사용자의 동의를 얻어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결정된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임금의 손실 없이 사용자와의 협의·교섭, 고충처리, 산업안전활동 등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또는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업무와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동조합의 유지·관리업무를 할 수 있는 자)”의 개념을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명확히 인지하고 이를 구분하여 사용할 것을 통상 기대하기는 어렵다. 피고인도 법률전문가가 아니고, 이 사건 성명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법률전문가의 검토를 받고 그 개념 차이에 관하여 명확히 이해하였다고 볼 만한 아무런 정황이 없는 상황에서 근로시간면제자를 노조전임자로 표현한 것에 불과한바, 이는 단순한 법적 개념에 대한 착오로서 그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고 보아야 한다.

4)

다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성명서에 기재한 내용 중 “전임자들의 이익을 위해 노동법을 악용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는 부분에 관하여 보건대, 이는 J가 체결한 단체협약에 관한 피고인의 평가 내지 의견을 표명한 것에 불과하고 사실의 적시라고 할 수 없으며,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저해될 만한 구체적인 사실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5)

마지막으로 “사용자측은 대다수 성실히 직무에 임하는 단원들보다 더 많은 수당을 전임자들에게 지급하였다”는 부분에 관하여 본다. J가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서 이 사건 교향악단과 2017. 9. 7. 체결한 단체협약 제12조에 의하면 근로시간 면제제도 사용자의 임금은 3개월의 평균임금으로 계산하여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2018. 6. 7. 근로시간면제자로 통보된 피해자 I에 대하여 이 사건 교향악단은 3개월의 평균임금을 산정하여 지급하였다.

6)

한편, 피해자 I은 2018. 11. 3. ~ 같은 달 4.까지 2일 동안 진행된 “K”에 단원강사로 10시간 동안 활동하고 2018. 11. 20. 강사수당 100만 원을 지급받았는데, 위 100만 원은 피해자 I이 2018. 12.부터 2019. 8.까지 지급받은 3개월 평균임금의 산정의 기초에 포함되어 피해자 I에게 약 9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강사수당이 지급되게 되었다(증거기록 270~298쪽). 또한 피고인이 위원장으로 있는 D노조는 2019. 12. 30. 피해자 I 등에 대한 강사수당이 노동조합 근로시간 면제제도 사용자 임금 지급(안)에 포함되지 않은 수당의 지급이고 일회성 행사에 지급된 강사수당을 3개월 이상 평균임금 산정에 계속 반영하여 과다한 임금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교향악단에서 J에 경비원조에 의한 부당노동행위를 하였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하였다(증거기록 161~165쪽, 270~298쪽, 제460~489쪽). 그리고 피해자 I은 근로시간면제제도를 적용받기 이전인 2017년에는 연습참여 94회, 공연참여 59회 하였음에 비하여 근로시간면제제도를 적용받은 2019년에는 연습참여 28회, 공연참여 24회로 1/2 이하로 감소하였음에도 그 수당은 2017년에는 6,780,000원을 지급받았으나 2019년에는 11,500,000원을 지급받아 5,000,000원을 추가 지급받았다(증거기록 제270~298쪽, 제460~489쪽). 사정이 이러하다면, 이 사건 교향악단이 피해자 I에게 위와 같은 임금 상당액을 지급한 것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는 않더라도 피해자 I 등이 J 근로시간 면제자로서 사용자인 이 사건 교향악단으로부터 다른 단원들보다 다소 많은 수당을 지급받았다고 볼 여지가 있어 그 자체가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려울뿐더러, 설령 진실과 세부에 있어 차이가 있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성명서를 작성하고 게시, 비치할 당시 이를 진실한 사실로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7)

나아가 이 사건 교향악단에서 피해자 I에게 위와 같은 수당을 지급한 행위가 법률상 경비원조로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고인의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피고인이 이 사건 성명서를 게시, 비치한 이후인 2020. 3. 31.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사용자가 근로시간면제자에게 과도한 임금을 지급하여 경비원조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판정을 하고 2020. 8. 30. 서울중앙노동위원회에서 D노조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이 사건 성명서를 비치할 당시 허위성을 인식하고 허위사실을 적시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

8)

더욱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이유에 의하면, 이 사건 교향악단에서 피해자 I에게 2018. 11. 20. 강사수당을 지급한 행위 자체는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의 제척기간을 경과하여 신청이 부적법하고, 강사수당을 포함하여 산정된 3개월의 평균임금을 피해자 I에게 지급한 부분은 강사수당 역시 근로기준법상 평균임금의 범위에 포함되는 임금이고 동종 혹은 유사 업무에 종사하는 일반 근로자(단원)의 급여 수준에 비하여 과다한 것으로는 보이나 J의 노동조합으로서의 자주성이 저해되었거나 저해될 위험이 현저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또 서울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이유에 의하면, 3개월간 지급된 평균임금 산정에서 2018. 11. 20.에 지급한 강사수당이 이후 개월을 거듭할수록 계산상 줄어들지 않고 유지되는 것이 공정성이나 적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

앞서 살펴 본 법리에다가 이상과 같은 여러 사정들을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성명서를 통하여 적시한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내용은 착오에 의한 기재 또는 단순한 의견표명에 지나지 아니하거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그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진실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허위일 뿐만 아니라 그 적시된 사실이 허위라는 것을 피고인이 인식하였다는 점이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라.

따라서 피고인의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는 명예훼손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거나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형법 제31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된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의하여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양소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