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정보처리 및 컴퓨터 운용 관련업, 소프트웨어 개발 및 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2001. 3.경부터 2006. 3. 16.까지 피고의 고문으로, 2006. 3. 17.부터 2014. 3. 24.까지 피고의 감사로 재직하였다.
원고는 2014. 3. 25. 이후 피고의 고문직에 있다가 2016. 3. 1. 피고와 계약기간 2016. 3. 1.부터 2016. 6. 30.까지로 정하여 자문계약을 체결한 것을 끝으로 2016. 6. 30.경 계약관계가 종료되었다.
피고의 감사 퇴직금 관련 정관 및 임원퇴직금지급규정은 다음과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6, 8호증, 을 제1 내지 4, 8, 9, 17, 1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원고의 주장
원고는 2006. 3. 17.부터 피고 회사의 감사로 재직하다가 2014. 3. 24. 감사직에서 퇴임하였는바, 피고의 정관 및 임원퇴직금지급규정에 따라 산정한 퇴직금 43,333,326원(= 퇴직일 전 3개월 평균 월 보수 4,166,666원 × 퇴직금 지급률 1.3 × 원고의 감사 재임기간 8년)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피고의 주장
피고의 정관상 상근감사에 한하여 퇴직금이 지급되는데, 원고는 상근감사가 아니므로 퇴직금 청구권이 없다. 설령 퇴직금 청구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감사 퇴직일로부터 5년이 경과되었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피고의 임원퇴직금지급규정(을 제2호증) 제4조 제1항에서 명문으로 ‘상근감사’에대하여 1.3의 지급률을 곱한 금액을 퇴직금으로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퇴직금 지급의 대상이 되는 감사는 상근감사에 한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아가 원고가 퇴직금 청구권이 인정되는 상근감사였는지 보건대, 앞서 든 증거에 갑 제3호증의 1 내지 5, 갑 제5, 9, 21호증, 을 제21, 23호증의 각 기재, 을 제10호증의 일부기재, 제1심 증인 C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는 피고가 제공한 사무실에 출근하여 상시 피고의 감사로서의 업무를 수행하는 상근감사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근감사였던 원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주식회사의 이사, 감사 등 임원은 회사로부터 일정한 사무처리의 위임을 받고 있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고 소정의 임금을 받는 고용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일정한 보수를 받는 경우에도 이를 근로기준법 소정의 임금이라 할 수 없고, 회사의 규정에 의하여 이사 등 임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도 그 퇴직금은 근로기준법 소정의 퇴직금이 아니라 재직 중의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보수에 불과하므로(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0다61312 판결 등 참조), 상근감사인지 판단하는 기준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 준과는 구별된다. ‘상근감사’라 함은 통상 회사의 업무시간 중에 정해진 장소에서 상시적으로 감사로서의 업무를 수행하는 감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 요구되는 사용·종속관계까지 요할 것은 아니다.
피고는 원고에게, 2006. 9. 1.부터 2010. 5. 13.경까지 서울 영등포구 D 소재사무실을 제공하였고, 2010. 5. 14.부터 2014. 4. 10.까지는 서울 영등포구 E 소재 사무실에 대하여 보증금 1,000만 원 및 월세 70만 원을 지원하였다. 피고는 원고의 감사업무를 위하여 사무실 여유 공간 문제 등으로 본사 인근의 위 장소를 제공한 것으로 보이고, 원고는 피고가 제공한 위 사무실에 출근하여 감사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한편, 피고는 위 사무실을 원고의 업무용이 아닌 개인 연구공간으로 지원하거나, 원고가 활동하는 사단법인 F에 대한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제공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을 제11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다. 오히려 원고의 감사 취임 후 5개월가량이 경과한 2006. 9. 1.에 사무실이 제공된 점, 원고가 2014. 3. 24. 감사에서 사임한 후 2014. 4. 10.을 마지막으로 위 사무실에 대한 지원이 끊긴 점 등을 고려하면 이는 감사 업무에 수반되어 제공된 사무실로 봄이 상당하다].
원고는 감사로 취임한 후 2014. 3.경까지 매주 피고 본사에서 개최되는 주간전략회의에 참석하고 그 밖의 회의나 행사에도 참석하는 등 정기적·비정기적 회계감사 활동에만 임하는 것을 넘어 일상적으로 피고의 감사로서의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는 원고가 퇴임한 당일 후임 감사로 취임한 G을 상근감사로 인정하고 있는데, 상근감사인 G의 2017년 월 평균 급여는 대략 400만 원으로 피고가 인정하는 원고의 2014년 월 평균 급여 350만 원과 큰 차이가 나지 않고, 두 사람의 업무내용도 같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피고의 규모나 임직원수, 원고의 감사 재직 기간 동안 다른 감사는 없었던 점까지 보태어 보면, 원고도 상근감사였다고 보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 한편, 피고는 G의 경우 피고 본사 사무실에서 근무하였으므로 원고와 구별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감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는 구분되므로 사용자와의 사용·종속관계를 요건으로 하지 않으며, 원고 역시 피고가 제공한 사무실에서 업무를 수행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한편, 피고는 원고가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사단법인 F의 이사직을 겸하고 있었고, 그 사무실이 피고 제공 사무실과 같은 점 등에 비추어 원고가 상근이었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을 제6, 12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원고가 피고의 감사로서 상근하였다고 인정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감사 취임일인 2006. 3. 17.부터 감사 사임일인 2014. 3. 24.까지의 퇴직금 36,400,000원[피고가 인정한 원고의 월 평균 급여 350만 원 ×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른 근속기간 8년 × 감사 퇴직금 지급률 1.3]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항변에 대한 판단
소멸시효의 기간
임원의 퇴직금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소정의 퇴직금이 아니라 재직 중의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보수의 일종으로서 퇴직금 청구권에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10조 소정의 퇴직금채권의 시효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일반채권의 시효규정이 적용되고(대법원 1988. 6. 14. 선고 87다카2268 판결 참조), 회사가 감사를 선임하여 위임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는 회사의 영업을 위한 행위로서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하며 그에 기한 감사의 퇴직금 청구권은 ‘상행위로 인한 채권’이므로, 상법 제64조에 따라 5년의 상사소멸시효가 적용된다.
한편 원고는, 대량·정형·신속이라는 상거래 관계 특유의 성질에 기인한 상사시효 제도의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상거래 관계 특유의 성질이 없는 원고의 퇴 직금 청구권에 대하여는 상법 제64조의 적용이 배제되어야 하므로,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라 10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고 주장하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근로자의 퇴직금 청구권에 상사시효보다 더 짧은 3년의 단기 소멸시효가 적용되는점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주장하는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임원의 퇴직금 청구권에 대하여 상법 제64조의 적용이 배제되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시효의 기산점과 소멸시효 완성
피고의 정관 제50조 및 제38조와 임원퇴직금지급규정 제4조에 의하면, 퇴직금은 원고가 감사에서 현실적으로 퇴임한 때에 발생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와 달리 정관상 정해져 있던 임기 만료 예정일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퇴직금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된다는 취지의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는 이 법원에 이르러 2014. 3. 24. 감사를 퇴임한 후에도 2016. 2. 29.까지는 감사의 지위에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갑 제4, 12, 14, 18 내지 21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렇다면 원고는 원고가 감사로부터 퇴임한 2014. 3. 24.로부터 5년이 경과한 2019.12. 4.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원고의 위 퇴직금 청구권은 결국 시효로 소멸하였다.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칙에 반하는지 여부
원고는 ① 퇴직금의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인 2019. 3. 6. 피고에게 퇴직금 지급을 요청하였고 피고가 곧 지급할 것과 같은 신뢰를 부여하였으므로, 혹은 ② 피고와 계약관계가 완전히 종료하게 된 2016. 2. 29. 또는 2016. 6. 30.까지는 퇴직금을 청구할 수 없었던 사정이 있었으므로,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권리남용 또는 신의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 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대법원 1999. 12. 7. 선고 98다42929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갑 제2, 17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원고가 소멸시효 완성 전인 2019. 3. 24. 이전에 피고에게 퇴직금 지급을 요청하였다거나, 나아가 피고가 원고의 권리행사나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다거나, 원고에게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는 등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만한 사유가 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재항변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원고가 들고 있는,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한 판례들은 근로자로 근무를 하다가 임원으로 승진을 한 상태에서 근로자로 근무한 기간 동안의 퇴직금을 청구한 사건으로, 임원인 감사로 근무한 기간 동안의 퇴직금을 청구하고 있는 이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하여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소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퇴직금 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
결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김창형(재판장) 당우증 최정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