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자 B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관한 공소를 기각하고, 나머지 공소사실은 모두 유죄로 판단하면서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하였다. 그런데 피고인과 검사는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하여만 항소를 제기하였고, 공소기각 부분에 대하여는 모두 항소하지 않았는바, 원심판결 중 공소기각 부분은 항소기간의 도과로 분리․확정되었다. 따라서 이 법원의 심판범위는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으로 한정된다.
항소이유
피고인
사실오인
피고인은 피해자 I에게 건축주라고 말한 사실이 없고, 공사대금이나 건축자재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있었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기의 점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잘못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2,0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검사
원심의 위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판단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관련 법리
우리 형사소송법은 형사사건의 실체에 대한 유죄·무죄의 심증형성은 법정에서의 심리에 의하여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의 한 요소로서,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을 수 있고 증명 대상이 되는 사실과 가장 가까운 원본 증거를 재판의 기초로 삼아야 하며 원본 증거의 대체물 사용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를 채택하고 있는바, 이는 법관으로 하여금 법정에서 직접 원본 증거를 조사하는 방법을 통하여 사건에 관하여 신선하고 정확한 심증을 형성할 수 있게 하는 한편 피고인에게 원본 증거에 관하여 직접적인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공정한 재판을 실현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형사소송절차를 주재하는 법원으로서는 형사소송절차의 진행과 심리과정에서 법정을 중심으로, 특히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조사가 이루어지는 원칙적인 절차인 제1심의 법정에서 위와 같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이 충분하고도 완벽하게 구현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원래 제1심이 증인신문절차를 진행한 뒤 그 진술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논리성·모순 또는 경험칙 부합 여부나 물증 또는 제3자의 진술과의 부합 여부 등은 물론, 법관의 면전에서 선서한 후 공개된 법정에서 진술에 임하고 있는 증인의 모습이나 태도, 진술의 뉘앙스 등 증인신문조서에는 기록하기 어려운 여러 사정을 직접 관찰함으로써 얻게 된 심증까지 모두 고려하여 신빙성 유무를 평가하게 된다. 이에 비하여, 현행 형사소송법상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에 대한 항소심의 신빙성 유무 판단은 원칙적으로 증인신문조서를 포함한 기록만을 그 자료로 삼게 되므로, 진술의 신빙성 유무 판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는 진술 당시 증인의 모습이나 태도, 진술의 뉘앙스 등을 신빙성 유무 평가에 반영할 수 없다는 본질적인 한계를 지니게 된다.
여기서 앞서 본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따라 위와 같은 제1심과 항소심의 신빙성 평가 방법의 차이를 고려할 때, 제1심판결 내용과 제1심에서 적법하게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들에 비추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관한 제1심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제1심의 증거조사 결과와 항소심 변론종결시까지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관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항소심으로서는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관한 제1심의 판단이 항소심의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에 관한 제1심의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6도4994 판결, 대법원 2010. 7. 29. 선고 2008도4449 판결,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1도5313 판결 등 참조).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편취 고의에 관한 판단’에서 원심 증인인 피해자 I의 증언에 신빙성을 부여한 후 상세한 설시를 통하여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을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대조하여 면밀히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 사기범행의 편취금의 규모가 작지 않은 점, 누범기간 중에 위 사기범행을 저지른 점, 피해근로자 3명에 대한 퇴직금의 규모도 적다고 할 수 없고, 현재까지 위 퇴직금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의 불리한 정상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피고인은 I과 합의하여 I이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이 사건 사기 범행의 내용은 공사대금과 관련한 것으로 확정적인 고의에 의하여 저질러 진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근로자들과의 연락이 제대로 되지 않아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정 등의 유리한 정상도 있다.
여기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과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양형은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검사와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는 모두 이유가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봉규(재판장) 김진영 김익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