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1. 25. 선고 2021노3498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1)

F이 C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고 한다)에서 근무하다가 정년퇴직 후 상무이사로 선임된 경위, F의 업무상 지위와 권한, 근로자와는 완전히 구분되는 업무 수행의 내용과 방식, 근로자들과는 차별화된 처우, 현장 파견 근무 업무의 특수성 등에 비추어 볼 때, F은 위임관계에 있는 임원에 해당할 뿐,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볼 수 없다.

2)

피고인이 F에 대한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에 대하여 다투어 볼 만한 충분한 근거가 존재하였으므로,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되지도 않는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종로구 B빌딩에 있는 C 주식회사의 대표로서 상시근로자 300명을 사용하여 종합건설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1985. 8. 1.부터 2017. 4. 30.까지 D 전기공사현장, D시설 유지관리현장, E 현장 등에서 현장소장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F의 퇴직금 잔액 94,025,364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① F이 1985. 8. 1. 이 사건 회사에 입사하여 근무하다가, 2004. 1. 5. 이사로, 2010. 1. 1. 상무이사로, 2014. 1. 1. 전무이사로 선임되어 2017. 4. 30.까지 근무한 사실, ② F이 2015. 7. 1.부터 2016. 2. 20.까지는 D 유지관리·시설공사 현장 책임자로, 2016. 11. 8.부터 2017. 4. 30.까지는 E 현장 책임자로 근무하였고, 그 근무기간 동안 이 사건 회사 명의의 신용카드와 차량을 사용한 사실, ③ 이 사건 회사는 2011. 4. 20.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여 ‘임원(이사, 상무이사, 전무이사, 부사장, 대표이사 등)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조건으로 급여를 연봉제로 전환하는 경우’에는 퇴직금을 정산하는 것으로 결의하였고(이 사건 회사의 임원 퇴직금 지급규정 제2조, 제4조), 2011. 7.경 F에게도 퇴직금 118,198,340원(소득세 등을 원천징수한 후의 금액)을 지급한 사실, ④ F은 2017. 4. 30. 퇴직하였는데, 그로부터 약 1년 6개월이 지난 2018. 1. 15. 비로소 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였고, 2019. 9. 16.에 이르러 이 사건 회사를 상대로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사실(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19가단92182 임금)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사실들에도 불구하고, 아래와 같은 Ⓐ 내지 Ⓒ의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F은 이 사건 회사에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라 보는 것이 타당하고, 또한 ⓐ 내지 ⓑ의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게 퇴직금 미지급의 고의도 있었다고 보인다고 판단하였다.

Ⓐ F은 회사의 인사발령이나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지정된 현장에서 현장소장으로 근무하였다. F은 현장에서 지출하였거나 지출할 비용, 현장에 근무할 인원, 현장 업무 진행 상황 등에 관하여 회사에 보고하고, 지시를 받았다. 또한 F은 휴가 등에 관하여 사전 보고하였고(D공사의 사정 등으로 인하여 사전 보고한 계획과 달리 휴가를 사용하기도 하였다), 매일 출퇴근 시간도 보고하였다.

Ⓑ F은 이 사건 회사의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이사, 상무이사, 전무이사로 선임된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이사, 상무이사, 전무이사로 임명하였다(이 사건 회사의 다른 상무이사, 전무이사 역시 피고인의 의사에 따라 임명된다). F은 이 사건 회사의 이사로 등기되지 않았다. F은 이사, 상무이사, 전무이사로 임명된 후에도 그 전과 같은 업무를 하였다. F은 이 사건 회사의 경영과 관련한 주주총회, 이사회 등에 참석한 사실이 없다.

Ⓒ 이 사건 회사는 피고인이 운영하는 회사이다(피고인과 그 가족이 회사 지분을 가지고 있고, 법인등기부에 대표이사, 이사로 등재되어 있다).

ⓐ 이 사건 회사는 2011. 4. 20.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여 ‘임원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조건으로 급여를 연봉제로 전환하는 경우’에는 퇴직금을 정산하는 것으로 결의하였고, 그에 따라 2011. 7.경 F에게 퇴직금 118,198,340원을 지급하였으나, 이 사건 회사는 위 주주총회 결의 이전에 그 내용을 F과 협의하거나 그 의사를 확인하지 않았고, 퇴직금도 F에게 미리 알리거나 협의하지 않고 지급하였다. 또한 이 사건 회사는 F과 급여를 연봉제로 전환하는 협의나 계약을 하지도 않았다.

ⓑ F에게 위 퇴직금이 지급된 2011. 7.경 전후로 F의 급여는 차이가 없다(F 급여에 대한 지급명세서를 보면 2013. 9.부터 2015. 6.까지, 2016. 11.부터 2017. 4.까지 그 전보다 약 2배 이상 인상되어 지급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데, 지급내역서에 본봉은 변함없이 기타수당이 추가로 지급된 것으로 기재된 것으로 보아 F의 근무지 등에 따른 수당이 지급된 것으로 보이고, F의 직위에 따라 급여가 인상된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한편 F은 2013. 9.분 기타수당 800만 원은 실제 지급받지 않았다고 한다).

다.

당심의 판단

1)

F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살피건대, 원심이 설시한 위 Ⓐ 내지 Ⓒ와 같은 사정들에다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들, 즉 F은 이 사건 회사로부터 본봉, 현장수당, 기타수당 등으로 구성된 고정적인 급여를 지급받았는데, 위 급여가 이 사건 회사의 영업실적 등에 좌우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바, 결국 F은 회사의 이윤 창출과 손실 초래 등에 관한 위험을 안고 있지는 않았다고 봄이 상당한 점, F이 이 사건 회사에 사원으로 입사한 이후 이사, 상무이사, 전무이사로 승진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회사와 새로운 계약을 체결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까지 보태어 보면, F이 실질적으로 피고인의 지휘ㆍ감독을 받으면서 일정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되는지 여부

가)

형사재판에서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5도4737 판결 등 참조).

한편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44조 제1호, 제9조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여러 사항, 기타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여러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 대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44조 제1호, 제9조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될 것이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도8248 판결 등 참조).

나)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건대, 피고인은 F에 대한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었다고 판단된다. 결국 피고인이 F의 퇴직 당시 그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 할 것인바, 그렇다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을 모두 합하여 보더라도, 피고인에게 F에 대한 퇴직금 미지급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F은 실질적으로 피고인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일정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되기는 하지만,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F을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닌 이 사건 회사의 ‘임원’이라고 인식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이 사건 회사는 대표이사와 전무이사, 상무이사, 이사, 이사 대우 등으로 구성된 임원 직급체계를 가지고 있는데, F은 2004. 1. 5. 이사로, 2010. 1. 1. 상무이사로, 2014. 1. 1. 이 사건 회사에서 대표이사인 피고인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직급인 전무이사로 각 선임되었다. 이 사건 회사의 전체 직원 300여 명 중 임원은 13여 명에 불과하다.

㉡ F은 주로 공사현장의 현장소장으로 일하였던바, 현장소장 또는 총괄책임자로서 해당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업무 전반에 관하여 보고를 받고 지시를 하는 등의 일을 하였고, 노사협의회의 사용자위원 측 대표위원으로 선출되어 업무를 수행하는 등 이 사건 회사의 사용자 측 대표로 활동하기도 하였다.

㉢ 이 사건 회사의 취업규칙에 따르면 일반직 직원의 정년은 만 60세이고, 직원은 그 정년에 달한 날이 7월에서 9월 사이에 있는 경우 9월 30일에 당연퇴직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F이 일반직 직원이라면 2009. 9. 30. 당연퇴직되거나, 촉탁직원으로 전환되었어야 한다. 그런데 당시 이사였던 F은 2009. 9. 30.을 전후하여 신분상의 변화가 없었을 뿐 아니라, 2010. 1. 1.에는 상무이사로, 2014. 1. 1.에는 전무이사로 각 승진하였고, 2017. 4. 30.경까지 계속 이 사건 회사에서 일하였다. 이는 피고인이 F을 ‘정년’이 적용되지 않는 이 사건 회사의 ‘임원’으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추단케 한다.

②

또한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은 2011. 4. 20.자 임시주주총회 및 2011. 5. 25.자 이사회 결의를 거쳐, 대부분의 이 사건 회사 임원들과 연봉제 전환 계약서를 새로이 작성하고, 2011. 7.경 F을 포함한 이 사건 회사 임원들 전부에 대하여 퇴직금정산까지 완료함으로써, 위 임시주주총회 및 이사회 결의 내용과 같이, F을 포함한 이 사건 회사 임원들에 대해 더 이상 퇴직금 지급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인식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 이 사건 회사는 2011. 4. 20.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여 ‘임원(이사, 상무이사, 전무이사, 부사장, 대표이사 등)이 향후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는 조건으로 급여를 연봉제로 전환하는 경우’에는 퇴직금을 정산하는 것으로 결의하였다.

㉡ 위 임시주주총회 결의에 따라 이 사건 회사는 2011. 5. 25. 이 사건 회사의 이사 7명 중 6명과 감사 1명이 참석한 상태에서 이사회를 개최하였다. 위 이사회에서 임원연봉제 시행의 건에 대하여 ‘임원연봉제 시행에 따라 이후 임원에 대한 퇴직금은 없음’, ‘임원연봉제는 2011. 6. 1.부로 시행하되, 매년 정기적으로 임원 각각에 대하여 임원연봉계약을 재계약한다’는 안건, 기존 임원퇴직금 지급의 건에 대하여 ‘본 임원연봉제 시행으로 인하여, 2011. 5. 31. 현재까지의 임원퇴직금 발생분은 2011. 4. 20.자 임시주주총회에서 결의한 임원퇴직금 산정방법으로 산출한 퇴직금을 별도의 퇴직금지급품의서에 의하여 2011. 6. 21.에 지불함을 원칙으로 하나, 회사의 자금사정상 일부 지불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는 안건이 각 가결되었다.

㉢ 이어서 이 사건 회사는 2011. 6. 1. 임원인 I, Q, R, S, T, O(이상 당시 등기이사), U, V, W, X(이상 미등기이사)와 ‘임원연봉계약서’를 작성하였다. 비록 F과 체결한 임원연봉계약서는 존재하지 않지만, 당시 퇴직금 중간정산 및 연봉제 전환 업무를 담당한 O은 그 이유에 관하여, ‘F은 당시 상무로 D 관리담당 총괄로 근무 중이었고 유지보수업무를 주로 하였는데 현장업무의 특성상 본사에 들어올 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이사들은 서명을 다 받았는데 F만 서명을 받지 못해서 제가 서류를 F에게 보냈으나 회신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 후 제가 퇴직하게 되어 후임자에게 서명을 받으라 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서명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게 되었습니다.’라고 진술하였는바, 이 사건 회사의 주주 및 임원의 구성 등에 비추어 볼 때, F의 임원연봉계약서가 작성되지 못하였던 것은, O의 진술과 같이, 단순히 업무상 착오 내지 실수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 F에 대한 급여명세서를 살펴보면, F이 이 사건 회사의 상무이사로 된 2010. 1.부터 연봉제 전환 직전인 2011. 5.까지는 본봉이 3,600,000원이었다가, 연봉제로 전환된 2011. 6.부터 본봉이 3,900,000원으로 인상되었고, F이 이 사건 회사의 전무이사로 된 2014. 1.에 다시 한 번 본봉이 4,300,000원으로 인상되었다. 피고인은 2019. 10. 11. 피의자조사를 받으면서, 2011. 5. 말 이후 퇴직금 정산 방식이 어떻게 되는지를 묻는 수사기관의 질문에 “임원 퇴직금은 지급하지 않되 그에 상응한 보수 인상 등으로 반영하기로 한 것입니다”라고 답한 바 있는데, 2011. 6. 이후 인상된 본봉의 1년치 합계 4,800,000원(300,000원 × 16회, 이 사건 회사의 임원들과 체결한 2011. 6. 1.자 임원연봉계약서 4의 ②, ③항 참조)은 당시 F의 1년치 퇴직금 액수[증거목록 순번 43 중 퇴직금산출내역 및 지급품의서(144면) 참조]와 일치하고 있다.

㉤ 나아가 이 사건 회사는 위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 결의에 따라 당시 등기임원 및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이던 총 17명의 임원 전원의 퇴직금을 정산하여 일괄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 F에게도 2011. 7.경 퇴직금 118,198,340원이 지급되었다. 그런데 위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 결의에 의하면, ‘임원 급여의 연봉제 전환’이 퇴직금 지급의 조건이었던바, 이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회사는 F과도 ‘급여의 연봉제 전환’에 관한 약정이 체결되었다고 생각하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 그리고 F이 2011. 7. 6. 지급받은 퇴직금은 이 사건 회사의 2011. 4. 20.자 임시주주총회에서 제정된 ‘임원 퇴직금 지급규정’에 따라 계산되었다[퇴직금을 계산함에 있어 일반 근로자는 근무개월수/12개월을 곱함에 반하여, 임원은 근속연수를 1년 단위로 계산하되 단수는 1년으로 환산하여 곱하는데, 310개월(25년 10개월)을 근무한 F에게 26년(312개월)을 곱하였다].

㉦ 한편 F은, 2011. 7. 중에 통장정리를 하며 2011. 7. 6.자로 퇴직금이라고 표기된 큰 금액이 입금되어 있음을 발견하였고, 이에 본사에 연락하였더니, 경리부 담당자가 ‘이사급 이상은 2011. 5. 31.자로 정산하기로 결정이 났다’고 하면서 ‘1985. 8. 1.부터 2011. 5. 31.까지의 퇴직금이 지급된 것’이라고 알려주었으며, 이에 관한 지급품의서 및 퇴직소득원천징수영수증을 자신에게 보내주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결국 F도 2011. 7. 무렵에는 이 사건 회사가 2011. 5. 31. 기준으로 자신에 대한 퇴직금을 정산처리하였다는 사실은 알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F은 위와 같이 경리부 담당자와 이야기하면서 ‘회사가 자신에게 한 마디 말도 없이 임의로 퇴직처리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취지로 항의한 외에는 그 이후로 재직 중은 물론 2017. 4. 30.경 퇴직할 때에도 자신의 퇴직금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문의하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 F은 2017. 4. 30. 이 사건 회사에서 퇴직하였는데, 퇴직시는 물론 그로부터 약 1년 6개월이 경과하도록 피고인이나 이 사건 회사에 퇴직금의 지급을 요구하지 않았다(다만 F은 원심 법정에서 ‘사실은 처음에는, 사장님이 지금 옆에 계시지만, 그동안 고생하고 있었던 것도 있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우회적으로 들리는 소리를 들어보니까, 회사에서 완전히 저를 이상하게 몰고 가고 이상한 소리들을 많이 하더라고요’라고 자신이 퇴직금을 지급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였으면서도 1년 6개월 가량을 기다린 이유를 설명하였다). 이 사건 회사의 이사 등 임원으로 분류되었던 T, O도 F과 마찬가지로 2011. 7.경 이 사건 회사로부터 퇴직금을 정산받았는데, 이 사건 회사 또는 피고인에게 위 퇴직금정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바 없을 뿐만 아니라, 퇴직하면서 또는 퇴직 이후 2011. 6. 1.경부터의 근무기간에 대한 퇴직금 지급을 요구한 바 없다.

㉨ 위 ㉦, ㉧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회사 또는 피고인으로서는, F이 2011. 7.경 그 퇴직금을 수령한 다음, 그와 관련하여 자신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지 않은 것에 대해 항의한 외에는, 재직 중 또는 퇴사 후 1년 6개월 가량이 지날 때까지 회사에 2011. 7. 6. 지급받은 퇴직금을 반환하거나, 회사에 기지급 퇴직금을 공제한 퇴직금 잔액을 청구하는 등으로 이 사건 회사의 퇴직금 지급에 대하여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을, 이 사건 회사의 2011. 4. 20.자 임시주주총회 및 2011. 5. 25.자 이사회 결의를 수용한 것이라고 이해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③

한편 F은 이 사건 회사를 상대로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는바, 제1심 법원은 F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여 F 전부 승소 판결을 선고하였다(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0. 12. 18. 선고 2019가단92182 판결). 이 사건 회사는 위 제1심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는데, 항소심 역시 제1심 판결과 마찬가지로 F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면서 이 사건 회사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의정부지방법원 2022. 8. 25. 선고 2021나200656 판결). 하지만 사후적으로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함은 위 관련 법리에서 살핀 바와 같다. 이 사건 회사는 위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상고하지 않고 위 판결에 승복하여 2022. 10. 7.경 F에게 미지급 퇴직금 94,025,364원과 이에 대한 지연이자 및 소송비용을 모두 지급하였다.

3.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 대한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