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미술품 전시 및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원고는 피고의 대표이사 등으로 일했던 자로서, 피고는 2017~2018년경 서울 용산구 C 대 336㎡ 토지에 건물(전시장 등, 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을 신축(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하고자 하였다.
그 후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 원고를 피고의 근로자로 하는 2018. 4. 25.자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서가 작성되었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원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 체결 후로부터 얼마 지나지 아니한 2018. 6. 8.경 피고의 법인등기부상 사내이사로 취임하였는데(그 후인 2018. 12. 28.경에는 피고의 법인등기부상 대표이사로 취임하였다가 2021. 11. 19. 해임되었다), 이 사건 공사가 진행 중이던 2018. 8. 6.경 사실상 원고의 1인 회사로 보이는 주식회사 D(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와 피고의 대표인 E 명의로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소외 회사가 시공사 선정 및 공사와 관련한 각종 계약업무, 시공관리 및 공사감독 등‘에 관한 용역을 수행하고, E이 이 사건 공사의 준공일로부터 2개월 이내에 소외 회사에 대금 1억 원(부가가치세 별도)을 지급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으로 된 건설공사 시행대행 계약서(갑 제7호증 참조, 이하 ’건설대행 계약서‘라 한다)가 작성되었다.
그 후 이 사건 공사가 진행되어 이 사건 건물이 완공되었고 2019. 11. 6.경 사용승인까지 받았다. E은 그 후인 2019. 12. 27. 소외 회사에 1억 1,000만 원<1>을 지급하였다.
[인정 근거] 일부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7, 16호증, 을 제1 내지 4, 1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2018. 4. 24.부터 2021. 11. 18.까지 피고의 관리전반(총무, 재무, 법무 등)에 관한 업무를 하여 근로를 제공하였음에도 피고는 위 기간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고 있으므로 위 근로기간에 해당하는 임금 합계 128,600,000원의 지급을 구한다.
피고의 주장
피고가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유는 피고의 대표인 E이 원고로부터 이 사건 공사 과정에서 도움을 받기로 하여 원고가 E에게 근로계약의 형식을 빌려 그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였기 때문이지, 실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며, 건설대행 계약서는 E의 관여 없이 원고가 임의로 작성한 것일 뿐이다. 그리고 그 후 이 사건 건물이 완공됨에 따라 E은 2019. 12. 27.경 원고에게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원고가 도움을 준 대가로 보수 또는 급여 등의 명목으로 110,000,000원을 지급함으로서 이 사건 근로계약(또는 원고가 제공한 이 사건 공사과정에서의 도움)에 관련한 채무는 모두 청산되었다.
판단
관련법리
일치한다.
처분문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반증이 없는 한 그 문서기재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나 처분문서라 할지라도 그 기재내용과 다른 특별한 명시적, 묵시적 약정이 있는 사실이 인정될 경우에는 그 기재내용과 다른 사실을 인정할 수도 있다(대법원 1991. 7. 12. 선고 91다8418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서 근로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그러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는지 여부,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갖고 있는지 여부와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며(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그에 대한 증명책임은 근로자임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6다54637 판결 참조).
판단
위 법리를 고려하여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앞서 든 증거에 을 제5 내지 10, 12 내지 31호증 의 각 기재, 감정인 F의 필적감정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해 인정되는 다음의 각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청구에 있어 처분문서로 볼 수 있는 갑 제2호증(근로계약서)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위 근로계약서의 내용과 달리 피고가 원고에게 따로 대가를 지급하기로 하는 특별한 약정 등이 있었다고 보이고, 그 밖에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근로계약서의 내용대로 실제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다거나 그에 따라 원고가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였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설령 이 사건 근로계약이 체결되고 원고가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보더라도 1억 1,000만 원을 지급함으로써 그 대가가 모두 지급된 것으로 보이므로, 결국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
원고가 피고의 사내이사로 취임한 시점은 2018. 6. 8.경으로서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얼마 지나지 아니한 시점이고, 2018. 12. 28.경에는 피고의 법인등기부상 대표이사로도 취임하였는바, 그렇다면 원고는 이 사건 임금청구 기간의 상당부분을 피고의 임원이나 대표자로서도 근무한 것이 된다. 그 밖에 E은 2019. 10.경 피고와 별개의 법인인 주식회사 G(이하 ’G‘라 한다)를 설립하였는데, 원고는 G의 설립과 동시에 E과 각자 그 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여 그 대표이사로서 활동하기까지 하였고 그 후 단독으로 사내이사로까지 취임하였다. 이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원고가 피고와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로를 제공한 일반적 근로자의 지위를 갖고 있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이 사건 근로계약서의 내용을 살펴보면, 원고의 근무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고, 재택근무가 원칙으로 되어 있는데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여건이나 환경에 관한 자료도 제출되어 있지 않으며, 근로제공을 하기로 하는 업무의 내용도 비교적 추상적으로 기재된 것으로 보이는 등 통상의 근로계약서에 비추어 그 내용이 매우 간결화되어 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갑 제18호증으로 다량의 이메일 자료를 근로제공의 주된 근거로서 제출하고 있으나, 이는 원고가 피고의 사내이사 또는 대표이사로서 할 수 있는 업무로 못 볼바 아니며, 피고의 주장대로 원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 체결 이전인 2013년경부터 E 또는 E이 운영하는 회사와 관련된 소송을 맡은 변호사와 소송관련 서류를 주고받았고, 2014년 1월경부터 피고의 직원들로부터 소송관련 서류, 법률서류, 세금관련 자료까지 피고의 이메일을 통하여 주고받는 등의 업무를 이미 해오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따라서 위와 같은 자료들이 이 사건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사실이나 그에 따라 노무를 제공한 사실에 있어 핵심적인 증거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이 사건 근로계약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예정하고 있는 등 원고가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의 지위에서 그 체결을 의도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그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져야 하는데, 원고가 피고(또는 E)(으)로부터 업무의 내용을 전달받았다거나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볼 근거가 없고, 원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 기간에도 사실상 원고의 1인 회사인 소외 회사를 운영하거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및 G의 대표이사로서 업무를 하는 등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에 종속적인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들이 확인되며, 원고가 피고의 4대 보험에 가입한 이력도 없다. 그 밖에 E은 원고가 2020. 8. 15.부터의 2021. 11.경까지<2> G에서 근무한 대가를 모두 지급한바 있어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근로계약의 대가나 급여에 한하여만 그 지급을 회피하고자 할 별다른 이유가 확인되지 아니한다.
원고는 건설대행 계약서에 따라 소외 회사가 지급받은 1억 1,000만 원과 이 사건 근로계약에 따른 임금은 별개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나, 피고의 대표인 E이 원고의 실질적 1인회사(대표: 원고)인 소외 회사에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다액의 금원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피고가 원고에게 별도의 임금을 추가로 지급하기로 계약을 하였다는 것 자체에 의문이 있고(만약 그렇다면 원고는 건설대행 계약서상 의무와 피고의 근로자로서의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는데 책정된 급여의 액수나 그 업무가 중첩적인 부분이 있는 점, 원고와 피고 사이에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역 등을 고려할 때, 이에 관한 피고의 주장<3>이 설득력 없어 보이지 아니한다), 또한 갑 제7호증(건설대행 계약서)은 원고가 E으로부터 지급받은 1억 1,000만 원이 이 사건에서 구하는 임금과 별개의 대가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하여 필수적인 증거인데 피고가 위 증거가 위조되었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하여 필적감정신청을 하자 원고는 돌연 태도를 바꾸어 이미 증거조사까지 완료된<4> 갑 제7호증에 대하여 서증철회를 하겠다고 하며 감정인에게 그 원본을 제공하지 않는 등 필적감정을 위한 협조를 하지 않았는바, 결국 갑 제7호증의 증거가치를 인정하기 어려운 위와 같은 정황도 피고의 주장에 신빙성을 더하는 사정으로 보인다(이에 따라 법원이 지정한 감정인의 필적감정 결과는 ‘감정대상은 PDF자료와 출력본으로 저해상도의 자료였으며, 일부 운필의 진행에서 E의 필적과 상사한 특징이 관찰됨. 그러나 자획떨림, 멈춤운필, 유연성과 연속성이 부족 등이 관찰되어 왜곡현상이거나 모방필적일 가능성도 있음. 따라서 더욱 정밀한 감정을 위해서 원본 문서로 감정을 요함’으로 나타났다<5>. 한편, 피고가 시행한 사설 필적감정의 결과는 ‘건설대행 계약서의 서명필적과 E의 필적이 동일인의 필적이 아닌 것으로 추정됨’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본다면 피고의 대표인 E이 소외 회사에 지급한 1억 1,000만 원(건설대행 계약서상 용역대금과 액수가 일치함)이 이 사건 근로계약의 대가를 사실상 포함하여 지급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가 갑 제7호증을 스스로 메일에 첨부해서 보낸 것이므로 위조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위 주장에 관하여 피고는 일관되게 피고의 대표인 E이 전공분야인 미술 외 컴퓨터나 회사운영과 관련한 법률 및 세금문제를 어려워하여,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원고로부터 도움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E의 메일인 ‘(이메일 1 생략)’ 메일계정을 원고로 하여금 사용하게 하여 원고가 피고의 위 메일을 사용하여 건설대행 계약서와 그에 따른 부가가치세 환급 등에 관한 자료를 H 세무법인대치지점에 발송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살피건대, 원고는 실제 피고의 대표이사로서 업무를 수행하였고, 원고 역시 이 사건에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E이 제3자에게 보낸 이메일에 관한 자료(예컨대, 갑 제22, 27호증 등)를 그대로 이 사건의 증거로 제출하고 있음이 확인되며, 앞서 본 바와 같이 2019. 10.경 설립된 G의 경우 원고와 E이 각자 대표이사를 하다가 2022. 10. 8.경 원고가 돌연 G의 단독 사내이사로 취임한 사실이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서울서부지방법원 2022가합31788호로 주주총회결의부존재확인 등에 관한 소송도 진행 중이다. 그 밖에 피고 직원 I와 J의 진술 및 112신고사건 처리내역, 위 이메일의 계정 인증요구 화면(인증을 위한 메일주소가 원고의 것으로 확인됨) 등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피고의 주장을 신빙할 수 있다고 판단되므로, 앞서 본 바와 같이 건설대행 계약서(갑 제7호증)의 내용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변론종결 후에 일부 판단이 필요한 주장을 기재한 참고서면과 서증으로 볼 여지가 있는 자료들을 제출하였으나, 이 사건의 결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장이나 유의미한 자료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보여 별도로 변론의 재개를 하지는 아니하였다).
판사 박창우
각주1) ‘A대표건축비용’으로 이체란의 적요에 기재되어 있고, 이는 건설대행 계약서에서 정한 대금에서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금액과
각주2) E이 원고를 업무상횡령, 배임 등으로 고소하여 분쟁이 일어난 시점이다.
각주3) ‘건설대행 계약서는 위조된 것이고, 1억 1,000만 원은 원고가 이 사건 공사과정에 도움을 준 부분(즉, 이 사건 근로계약서를 작성함에 따라 지급하기로 한 부분)과 원고 고향집의 경매 등과 관련하여 요청한 금원을 합쳐 지급한 것으로서 원고가 건설대행 계약서의 금액과 일치시켜 요구한 금원을 지급한 것일 뿐이다’는 취지의 주장
각주4) 증거신청의 철회는 법원에 의한 증거조사가 개시되기 전까지 상대방의 의사 여부와 상관없이 임의로 가능하고, 증거조사가 완료된 후에는 철회가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것이 통설이다. 따라서 원고의 서증철회를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각주5) 그러나 원고가 원본을 제공하지 않아 추가적인 필적감정 결과는 확인할 수 없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