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2. 14. 선고 2022가합543453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피고는 산업기술 개발을 위한 대정부 정책건의 및 의견활동, 민간연구소 설립촉진 및 운영 등에 관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설립된 법인이고, 원고는 1996. 12. 3. 피고에 입사하여 기술지원팀 이공계인력중개센터 파트장으로 근무하였다.

나.

피고는 2021. 4. 27. 이공계인력중개센터에서 근무하던 C(이하 '피해자'라고 한다)로부터 '원고가 자신에게 사적 만남 등을 요구하여 정신적인 고통을 받았다'는 내용의 성희롱 고충신고를 접수하였다. 이에 피고 고충심의위원회는 2021. 6. 1. 위 고충신고를 심의하여 원고의 위 행동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피고 협회장에게 원고에 대한 징계심의를 권고하였다.

다.

피고는 2021. 7. 7.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아래와 같은 이유(이하 '이 사건 징계사유'라고 한다)로 원고에 대하여 정직 2개월의 징계를 의결하였고, 2021. 7. 8. 원고에게 위 징계처분을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징계처분'이라고 한다).

라.

원고는 2021. 7. 22. 이 사건 징계처분에 대한 재심을 요청하였으나, 피고는 2021. 7. 29. 원고의 재심 청구를 기각하였다.

마.

이에 원고는 2021. 8. 13. 이 사건 징계처분이 부당하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1. 11. 5. '이 사건 징계처분의 징계사유가 인정되고, 피고가 징계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으며, 징계절차도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위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바.

피고의 규정 중 이 사건 징계처분과 관련된 내용은 별지 기재와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21, 2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원고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징계처분의 무효 확인을 구하고, 위 처분으로 인하여 수령하지 못한 임금을 구한다.

가.

이 사건 징계처분에는 아래와 같은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존재하여 위법하다.

1)

피고 취업규칙에서는 징계사유를 명시하여 징계위원회 개최를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피고는 원고에게 징계위원회 개최를 통지하면서 '성희롱, 직장 내 괴롭힘, 정보통신법 등 위반'이라고만 징계사유를 기재함으로써 비위행위의 구체적인 내용을 특정하지 아니하여 원고로 하여금 징계절차에서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게 하였다.

2)

징계혐의가 사실인지 여부나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에 관하여 제대로 된 검토나 조사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채 징계절차가 진행되었다. 특히 피고 징계위원회는 원고에게 소명의 기회를 제대로 부여하지 않았고, 원고의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청을 거부하였으며, 징계의결서에 징계 등의 원인이 된 사실과 증거의 판단을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았다.

3)

고충심의위원회는 원고의 피해자에 대한 성희롱을 인정하면서 피고 협회장에게 원고에 대한 '경징계' 조치를 권고하였으나, 징계위원회는 '정직 2개월'이라는 중징계를 의결하였다.

나.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징계사유는 존재하지 않고, 설령 일부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징계양정이 지나쳐 부당하다.

1)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의한 성희롱은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근로조건 및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의미하는데, 원고는 피해자에게 이러한 성적 언동 등을 한 사실이 없다.

2)

원고는 피해자를 다른 직원과 비교 평가하여 비인격적인 대우를 하거나 원고가 작성한 논문을 읽게 하는 방법으로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

3)

원고는 피해자와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을 확인하고 이를 증거자료로 확보하기 위하여 다른 직원에게 피해자의 업무용 컴퓨터 ID와 비밀번호를 문의하였을 뿐이고, 피해자의 사내 메신저에 접속하지는 않았으므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나 그 밖의 보안관계법령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3.

징계무효확인청구에 관한 판단

가.

징계절차 위반에 관한 판단

앞서 든 증거들에 을 제2, 7, 9, 1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는 피해자로부터 '원고가 자신에게 사적 만남 등을 요구하여 정신적인 고통을 받았다'는 내용의 성희롱 고충신고를 접수한 이후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에 착수하였는데, 2021. 5. 10. 원고를 면담하면서 피해자와 식사를 하게 된 경위, 피해자에게 자신의 논문을 읽게 하고 소감을 알려달라고 하거나 다른 직원에게 피해자의 컴퓨터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요구한 사실 등 이 사건 징계사유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특정하여 문답을 진행한 점, ② 이후 원고는 2021. 6. 1. 개최된 고충심의위원회에 출석하여 위 사실관계에 대하여 소명하는 기회를 부여받았고, 징계절차와 징계사유에 관한 변호인 의견서 및 참고자료를 제출한 점, ③ 원고는 '성희롱, 직장 내 괴롭힘, 정보통신법 등 위반'이라고만 징계사유가 기재된 징계위원회 출석통지서를 받았으나, 이는 원고가 고충심의위원회에서 이미 소명한 사실관계와 동일한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점, ④ 원고는 2021. 7. 7. 개최된 징계위원회에 변호인과 함께 출석하여 위 징계사유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힌 점, ⑤ 피고 고충심의원회는 피해자와 원고의 진술을 대조하여 상반되는 부분을 적시하여 심의결과를 통보하였고, 징계위원회는 위 심의결과를 확인한 후 해당 부분을 중점적으로 심문하였다고 보이는 점, ⑥ 피고 취업규칙 제39조 제2호에서는 징계 대상자에게 소명의 기회와 증인신청을 허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인바, 징계위원회가 원고의 증인신청에 대해 반드시 증인을 채택해야 한다고 볼 수 없고, 이미 퇴사한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의 필요성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증인신청의 채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보이는 점, ⑦ 징계위원회가 고충심의위원회의 심의결과에 기속된다고 볼 근거는 없는 점, ⑧ 피고 징계규정 제8조 제2항은 '의결서에 징계 등의 원인이 된 사실, 증거의 판단과 관계법령 및 규정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위 징계위원회의 징계의결서에는 이 사건 징계사유와 관련 규정이 기재되어 있는데, 그 설시의 정도는 피징계자로 하여금 어떠한 근거에서 징계가 이루어졌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하는 범위 내에서 징계사유로 된 사실관계와 이에 해당하는 의무위반 사유가 무엇인지를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적시하면 족하고 모든 증거와 적용법령을 구체적으로 일일이 나열하여야 할 것은 아닌 점(대법원 1993. 9. 10. 선고 93누5741 판결 참조) 등에 비추어 보면, 징계절차에서 이 사건 징계사유는 특정되었고, 원고는 징계위원회 의결 전 진행된 고충심의위원회 조사과정에서부터 어떠한 혐의로 징계절차가 진행되는지 충분히 인지하고 이에 대해 소명하는 등 징계과정에서 별다른 지장 없이 방어권을 행사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징계처분에서 조사절차의 하자가 있다거나 원고에게 충분한 소명의 기회가 부여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징계절차가 불공정하게 진행되었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이 사건 징계사유 존재 여부

앞서 든 증거들에 을 제4, 6, 14 내지 18, 2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게 이 사건 징계사유가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

①

2021. 4. 27.경 원고와 피해자 사이의 대화 내용을 살펴보면, 원고가 피해자에게 주말에 만나자거나 영화를 보자고 언급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다만 '별로 진지하게 한 이야기가 아니었다'거나 '밥 먹다가 이런 소리 저런 소리 한 것이었다'라고 하면서 피해자가 자신의 의도를 오해하였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는바, 원고가 관리자의 지위를 이용하여 피해자에게 사적인 만남 등을 요구하였다는 점은 충분히 인정되고, 피해자로서는 직장 내 직급이 높고 나이가 많은 등으로 우월적 지위에 있는 원고에게 위와 같은 행위의 부당함을 지적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원고의 피해자에 대한 반복적인 사적 만남 요청의 횟수와 시기,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를 지휘·감독하는 업무상 우월한 지위에 있는 원고가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여성인 피해자에게 사적인 만남을 계속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설령 원고에게 성적인 의도나 동기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②

원고가 피해자를 타 직원과 비교 평가하면서 비인격적으로 대우하였다는 징계사유에 관하여는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나, 원고는 피해자에게 자신의 논문을 전달하면서, '다 읽은 날 알려달라'거나 '꼭 다 읽은 소감을 알려달라'고 여러 차례 언급한 사실이 인정되는데, 이는 업무와 무관한 지시로 신입사원인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보이고, 원고가 위 논문을 읽으라고 강요하지 않았다거나 업무관련성이 있는 지시라고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③

원고는 피해자의 컴퓨터에서 자신이 피해자에게 보낸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 다른 직원에게 피해자의 업무용 컴퓨터 ID와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한 사실이 있음은 인정하고 있는데, 컴퓨터, 노트북 등 개인용 장비와 홈페이지, 전자메일 등 정보시스템을 보호하여야 한다는 피고 보안업무규정 제10조에 위배되는 행위에 해당하고, 설령 징계절차에 유리한 증거자료를 수집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하더라도, 그 수단이나 방법에 상당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다.

징계양정의 적정성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하는 것은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다. 다만, 징계권자가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있고, 그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그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다60890, 60906 판결, 대법원 2007. 12. 28. 선고 2006다33999 판결 등 참조).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징계처분이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거나 명백히 부당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이루어진 징계처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①

원고는 관리자로서 직장 내 성희롱을 방지하고 상사로서 모범을 보여야 할 지위에 있음에도 오히려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부하직원인 피해자에게 이 사건 징계사유의 비위행위를 하였고, 피해자는 원고의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업무수행과정에서 상당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입었다고 보이는바, 그 비위의 정도가 경미하다거나 중하지 않다고 볼 수 없다.

②

피고 징계규정의 징계양정기준에 따르면, 이 사건 징계사유는 '비위의 유형'으로는 '6. 품위유지의무위반, 나. 기타 행위', '1. 성실의무 위반, 나. 직권남용으로 타인 권리침해', '4. 비밀 엄수 의무 위반, 마. 그 밖에 보안관계 법령 위반'에 각 해당하고, '비위의 정도 및 과실'로는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중과실이거나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경과실인 경우'에 각 해당한다고 볼 수 있어 '감봉'이나 '견책'뿐만 아니라 '강등 내지 정직' 사유에도 해당하고, 징계규정 제13조에 의하면, 서로 관련 없는 둘 이상의 비위가 경합될 경우 그 중 책임이 무거운 비위에 해당하는 징계보다 1단계 위의 징계로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피고 징계위원회는 위 범위 내에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의결하였다.

라.

소결론

이 사건 징계처분에는 절차적 하자가 없고 징계사유가 인정되며 징계양정 또한 적정하므로, 이 사건 징계처분이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4.

임금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는, 이 사건 징계처분은 무효이므로 이 사건 징계처분으로 인하여 원고가 정직기간 동안 받지 못한 임금 20,503,000원 및 그 지연손해금을 구한다. 그러나 이 사건 징계처분이 무효가 아닌 이상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원고의 위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회일(재판장) 이진희 김창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