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1. 7. 선고 2022가합569110 판결

주문

1.

피고가 설립·운영하고 있는 E대학교가 2008. 10. 23. 제정·시행한 연봉제급여규정은 원고 C에 대하여 무효임을 확인한다.

2.

피고는 원고 A에게 72,240,473원 및 그 중 54,179,376원에 대하여는 2023. 1. 11.부터, 나머지 18,061,097원에 대하여는 2024. 6. 6.부터, 원고 B에게 62,601,093원 및 그 중 61,206,045원에 대하여는 2023. 1. 11.부터, 나머지 1,395,048원에 대하여는 2024. 6. 6.부터, 각 2024. 11. 7.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원고 A, B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4.

소송비용 중 원고 C과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가 부담하고, 원고 A, B와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 중 30%는 위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5.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제1항 및 피고는 원고 A에게 114,305,120원, 원고 B에게 97,422,948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 날부터 청구취지 변경신청서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피고는 E대학교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는 학교법인이다.

2)

원고 A은 1993. 3. 1. E대학교에 신규 임용되어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4. 2. 29. 정년퇴직하였고, 원고 B는 1994. 3. 1. E대학교에 신규 임용되어 자연과 학대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3. 2. 28. 정년퇴직하였으며, 원고 C은 2004. 3. 1. E대학교에 신규 임용되어 자연과학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나.

E대학교 교직원에 대한 보수체계의 변경

1)

E대학교는 소속 교직원들에게 급여규정에 따른 호봉제를 실시하여 보수를 지급하여 오다가, 2008. 10. 23. 연봉제급여규정(이하 ‘이 사건 연봉제규정’이라 한다)을 제정·시행하면서 2008. 3. 1.부터 위 규정에 따른 연봉제(이하 ‘이 사건 연봉제’라고 한다)를 소급하여 적용하기로 하였다.

2)

이에 따라 종전 규정인 급여규정, 상여금지급규정, 정근수당지급규정, 체력단련비지급규정 등 보수에 관한 규정이 폐지되었고, 교원업적평가규정이 개정되어 2008. 3. 1.부터 시행되었다.

3)

E대학교가 시행한 종전 급여규정 및 이 사건 연봉제규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가.

본안전 항변의 요지

1)

피고는 이 사건 연봉제 도입 과정에서 여러 차례 교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였고, 교원들도 보수체계 개편에 직접 참여하여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였으며, 이 사건 연봉제는 2008년에 도입된 이후 교원들의 성과평가 및 보수체계로 기능해 왔다. 원고들 역시 이 사건 연봉제가 유효함을 전제로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한 바 없이 약 15년간 피고와 연봉계약을 체결해 왔음에도 돌연 이 사건 소를 제기하여 이 사건 연봉제의 근거가 되는 이 사건 연봉제규정이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은 금반언의 원칙 또는 실효의 원칙에 반하여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

2)

원고 C은 이 사건 연봉제 도입 이후 수령한 임금 총액이 종전 호봉제에 따라 수령할 수 있는 임금 총액을 초과하므로, 이 사건 연봉제규정의 무효 확인을 구할 이익이 없다.

나.

이 사건 소 제기가 신의칙에 반하는지 여부

1)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안 된다는 추상적 규범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의 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짐이 정당한 상태에 있어야 하고, 이러한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 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 또한 강행법규를 위반한 자가 스스로 그 약정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되는 권리의 행사라는 이유로 그 주장을 배척한다면, 이는 오히려 강행법규에 의하여 배제하려는 결과를 실현시키는 셈이 되어 입법 취지를 완전히 몰각하게 되므로,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주장이 권리남용에 해당되거나 신의성실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8. 4. 26. 선고 2017다288757 판결 등 참조).

2)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갑 제7, 8, 18, 19호증, 을 제1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이 이 사건 연봉제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피고가 정당한 신의를 가지게 되었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연봉제 시행으로 인한 강행법규 위반이라는 결과는 피고에 의해 초래된 것이므로, 이 사건 연봉제규정이 무효라는 원고들의 주장이 정의 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사건 소 제기는 신의칙에 반하지 않는다.

가)

피고가 이 사건 연봉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교수들에게 변경되는 보수 체계에 관하여 설명을 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 사건 연봉제 도입에 관하여 교수들로부터 찬·반에 관한 의견을 받거나 동의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나)

E대학교 교수들로 구성된 교수협의회 회장은 이 사건 연봉제가 시행된 이후인 2009. 6. 22. E대학교 총장에게 서신을 보내 ‘현재 시행되고 있는 연봉제 규정을 첨부하지도 않은 채 계약서에 서명을 할 것을 요구받았는데, 연봉제와 관련된 규정의 내용을 모르면서 서명을 요구받는 것은 기본적인 권리의 침해라고 여기는 교수들이 많다. 연봉제 내용을 개별 교수들에게 충분히 알려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달라’는 의견을 밝혔는바, 이를 보더라도 교수들이 연봉제 내용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그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다)

원고 A은 교수협의회 회장의 지위에 있던 2018. 12. 19. 피고에게 ① 호봉제 시행 당시인 1998년부터 연봉제를 시행하기 이전인 2008. 2.까지 교직원들에 대한 급여지급 기준, ② 연봉제를 시행한 2008. 3.부터 2018년까지 교직원들에 대한 연봉산출기준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하였고, 이를 피고가 거부하자 그 거부처분에 대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함에 따라 피고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기도 하는 등 이 사건 연봉제로 인한 교수들의 불이익을 보다 면밀히 파악하기 위해 피고를 상대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였다.

라)

그 후 원고 A은 2021. 12. 13.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관악지청에 E대학교 총장이 이 사건 연봉제규정 등 관련 규정의 제·개정 과정에서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절차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진정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마)

원고들로서는 이 사건 연봉제 도입 이후 그것이 피고에 의해 실제로 어떻게 운용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단지 수년간 원고들이 연봉제 시행에 대해 명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거나 수년간 피고와 연봉계약을 체결해 왔다는 사정만으로 원고들이 이 사건 연봉제에 대하여 묵시적으로 동의하였다거나 추인하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바)

피고는 원고 A의 경우 교수업적평가제도 검토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한 점에 비추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가 신의칙에 반한다고도 주장하나, 원고 A은 이 사건 연봉제의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검토위원으로서 참여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연봉제의 도입을 전제로 그 시행에 필수적인 교수업적평가제도의 시행을 위한 검토위원으로서 참여한 것에 불과하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원고 C에게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는지 여부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 즉 ① 일반적으로 확인의 소는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허용되는 것인데, 원고 C은 현재 E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연봉제규정의 적용을 받으면서 그에 따른 임금을 수령하고 있는 점, ② 피고의 주장과 같이 원고 C이 이 사건 연봉제가 시행된 이후 업적평가 결과가 우수하여 종전보다 많은 임금을 수령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장래에도 위와 같은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점, ③ 피고는 이 사건 연봉제규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원고 C의 무효 확인 청구에 관하여 다투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 C은 현재 자신에게 적용되고 있는 이 사건 연봉제규정의 무효 여부의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라.

소결론

따라서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모두 이유 없다.

3.

본안에 관한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가.

원고들

1)

이 사건 연봉제규정은 취업규칙에 해당하고, 피고가 이 사건 연봉제규정을 제정·시행함에 따라 기존의 호봉제에서 이 사건 연봉제로 보수체계를 변경한 것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함에도 피고는 그 과정에서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지 않았다. 따라서 이 사건 연봉제규정은 무효이고, 현재 피고에 재직 중인 원고 C에 대하여 그 무효의 확인을 구한다.

2)

이 사건 연봉제규정이 무효이므로 원고 A, B는 종전 급여규정에 따라 호봉제가 계속해서 시행되었을 경우 위 원고들이 지급받았어야 할 임금과 실제로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임금과의 차액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 A의 경우 2020. 1.부터 2024. 2.까지, 원고 B의 경우 2020. 1.부터 2023. 2.까지 위 임금 차액을 계산한 결과에 따라 원고 A에게 114,305,120원, 원고 B에게 97,422,948원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1)

피고는 이 사건 연봉제 시행 이후 교원들에 대한 개별 평가등급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임금을 인상해 왔고, 그에 따라 교원들은 호봉제가 적용될 때보다 더 높은 임금을 지급받아 왔으므로 이 사건 연봉제규정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

2)

원고 A, B는 임금 차액을 청구하면서 2008년 기본급여 책정자료를 기준으로 매년 연봉제 하에서의 임금 인상률을 적용하였으나, 2008년 기본급여 책정자료는 연봉제 도입을 전제로 이례적으로 높은 11%의 임금인상률을 적용한 것이어서 부당하고, 호봉제가 계속되었다면 연봉제 하에서의 임금인상률이 그대로 적용될 수 없으므로, 원고들의 계산방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오히려 피고의 계산에 의하면 원고 A, B는 연봉제 도입으로 인하여 호봉제가 유지되었을 때보다 더 많은 임금을 수령하였으므로, 위 원고들의 임금 차액 청구는 이유 없다.

4.

본안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연봉제규정의 유효 여부

1)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복무규율과 임금 등 당해 사업의 근로자 전체에 적용될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을 규정한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그 명칭에 구애받는 것은 아니므로(대법원 2004. 2. 12. 선고 2001다63599 판결 등 참조), 피고가 원고들의 보수와 관련하여 제정·시행한 이 사건 연봉제규정은 취업규칙에 해당한다.

2)

사용자가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의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 과반수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받아야 한다(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 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20다239441 판결 등 참조). 여기서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이란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작성 또는 변경하여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여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것을 말하고(대법원 1994. 10. 14. 선고 94다25322 판결 등 참조), 근로자에게 불리한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근로자 전체에 대하여 획일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것이며, 그 변경이 일부 근로자에게는 유리하지만 다른 일부 근로자에게는 불리할 수 있어서 근로자에게 전체적으로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단정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려운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으로 취급하여 근로자들 전체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0다17468 판결 등 참조).

3)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앞서 든 증거, 을 제11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호봉제를 규정하고 있던 종전의 급여규정을 폐지하고 이 사건 연봉제규정을 제정·시행한 것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피고의 교직원들은 종전 급여규정에 따른 호봉제 방식으로 임금을 지급받을 경우 매년 호봉승급분과 급여인상률 상당의 안정적, 단계적 임금 상승을 기대할 수 있었으나, 이 사건 연봉제가 시행된 이후에는 호봉승급분이 없어졌고 업적평가에 따라 C 등급의 경우 급여인상률조차 적용되지 않아 매년 안정적인 임금 상승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대해 피고는 C등급은 절대평가에 따라 최저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교원에 대하여만 10% 이내에서 부과할 수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나, 피고는 이 사건 연봉제 시행 이후 10년 이상 매년 4.6%에서 7.5% 사이의 비율로 C등급을 부과해 왔으므로, 업적평가 결과 매년 일정 비율의 교수들이 C등급을 받는 것이 일반적인 것으로 보인다.

나)

업적평가가 좋은 교수들의 경우 이 사건 연봉제 시행으로 인하여 종전보다 더 높은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으나, 그 반대의 경우에는 이 사건 연봉제 시행으로 인하여 종전에 누리던 호봉승급분과 급여인상률 상당의 안정적, 단계적 임금 상승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임금이 감소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연봉제 도입 이후 업적평가가 낮은 교수들의 경우에도 호봉제일 때에 비하여 임금이 상승하였으므로 불이익변경이 아니라고 주장하나, 피고는 호봉제가 계속 유지되었을 경우를 가정한 임금을 계산하면서 급여인상률을 전혀 적용하지 않았는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러한 계산방법이 타당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라)

이와 같이 이 사건 연봉제의 도입은 일부 교수들에게는 유리하지만 다른 일부 교수들에게는 불리할 수 있어서 근로자에게 전체적으로 유리한지 불리한지 단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경우에 해당하고, 그와 같은 경우에는 근로자들 전체의 의사에 따라 이 사건 연봉제의 도입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의 취지에 부합한다.

마)

원고 A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관악지청에 E대학교 총장을 상대로 진정을 제기하면서 이 사건 연봉제규정, 인사규정, 교원업적평가규정, 교원임용규정은 취업규칙에 해당하고 E대학교 총장이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였는데, 이에 대해 위 노동청은 이 사건 연봉제규정 등은 취업규칙에 해당하고, 위 규정들의 개(제)정·시행으로 인하여 대상 근로자들 상호간 이익 충돌이 발생할 수 있고 근로자에게 전체적으로 유리한지 불리한지 단정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려워 보여 대법원 판례에 따라 불이익한 것으로 취급하고, 그 적용대상 근로자들 전체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4)

이와 같이 이 사건 연봉제규정의 제정·시행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하는데, 피고가 그 과정에서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었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연봉제규정은 원고들에 대하여 무효라고 할 것이다(다만 원고들은 현재 E대학교에 재직 중인 원고 C에 대하여만 이 사건 연봉제규정의 무효 확인을 구하고 있다).

나.

원고 A, B의 임금 차액 청구에 관한 판단

1)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연봉제규정은 원고들에 대하여 효력이 없으므로, 피고는 원고 A, B에게 위 원고들이 청구하고 있는 기간(원고 A의 경우 2020. 1.부터 2024. 2.까지, 원고 B의 경우 2020. 1.부터 2023. 2.까지) 동안 종전 급여규정의 호봉제에 따를 경우 지급받았어야 할 임금과 위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실제 지급받은 임금과의 차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이에 대하여 피고는, 위 원고들은 소장에서 이 사건 연봉제규정의 무효 확인을 구하였을 뿐 임금 차액 청구를 하지 않았으므로, 임금 차액을 청구한 청구취지 변경신청서 제출일인 2024. 6. 5.를 기준으로 역산하여 3년이 지난 부분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항변한다. 살피건대, 소멸시효의 존재이유는 영속된 사실상태를 존중하고 권리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데에 특히 의미가 있으므로 권리자가 재판상 권리를 주장하여 권리 위에 잠자는 것이 아님을 표명한 때에는 시효중단사유가 되는 것이고, 이러한 시효중단사유로서의 재판상 청구에는 그 권리 자체의 이행청구나 확인청구를 하는 경우만이 아니라 그 권리가 발생한 기본적 법률관계에 관한 확인청구를 하는 경우에도 그 법률관계의 확인청구가 이로부터 발생한 권리의 실현수단이 될 수 있어 권리 위에 잠자는 것이 아님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때에는 그 기본적 법률관계에 관한 확인청구도 이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2. 3. 31. 선고 91다32053 판결, 대법원 1994. 5. 10. 선고 93다21606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원고들은 이 사건 소를 제기하면서 이 사건 연봉제규정의 무효확인을 구하였는데, 그에 따라 이 사건 연봉제규정이 무효로 확인될 경우 원고 A, B는 종전의 급여규정에 따라 지급받았어야 할 임금과 이 사건 연봉제규정에 따라 실제로 지급받은 임금과의 차액 상당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 위 무효 확인 청구는 급여청구의 한 실현수단이 될 수 있어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로서의 재판상 청구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이유 없고, 위 원고들이 청구하고 있는 기간을 모두 인정하기로 한다.

3)

원고 A, B가 피고에게 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 임금 차액의 범위에 관하여 보건대, 위 원고들은 청구취지 변경신청서를 통하여 피고가 작성한 2008년도 호봉표(갑 제26호증)를 기준으로 매년 직원 노동조합과의 임금협약에 따라 정해진 기본급 인상률을 적용하여 2008년부터 2023년까지 호봉표를 작성한 다음, 각 원고별로 기본급(본봉, 연구보조비), 상여금, 정근수당, 체력단련비, 장기근속수당, 식사대, 가족수당, 학생지도비, 효도휴가비 항목의 합산 금액을 계산한 후 실제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임금을 공제한 차액을 청구하고 있다.

4)

이에 대하여 피고는 ㉠ 위 원고들이 호봉표 산정의 기준점으로 삼고 있는 2008년 호봉표는 연봉제 실시를 전제로 직원 노동조합과의 임금협약에서 이례적으로 높은 11%의 인상률을 적용한 것이어서 이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므로, 그 전해인 2007년 호봉표가 기준이 되어야 하고, ㉡ 이 사건 연봉제가 도입된 이후의 임금인상률은 연봉제를 전제로 한 것이었으므로 호봉제가 계속되었다면 그와 같은 임금인상률이 그대로 적용될 수 없고, 이 사건 연봉제 시행 전 피고의 기본급 인상률은 등록금 인상률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 왔던 점에 비추어 보면 등록금이 동결된 2012년 이후에는 기본급 인상률도 동결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5)

먼저 위 ㉡ 주장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9 내지 17, 26 내지 41호증, 을 제15, 16, 25, 26, 3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 즉 ① 종전 급여규정 제6조는 ‘각 호급의 기본 급여액과 각종 수당은 매년도 예산범위 내에서 총장이 이를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피고는 이 사건 연봉제를 도입하기 전에는 직원 노동조합과의 임금협약에서 합의한 대로 기본급 인상률을 적용해 왔던 점, ② 종전 급여규정이 폐지되고 새로 제정된 이 사건 연봉제규정 제5조 제2항은 ‘기준 기본급 인상률과 등급별 가산인상률은 대학의 경영방침에 따라 총장이 따로 정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피고는 이 사건 연봉제 시행 이후에도 그전과 동일하게 직원 노동조합과의 임금협약에서 합의한 대로 기본급 인상률을 적용해 왔고, 피고와 직원 노동조합과의 임금협상 방식이 호봉제와 연봉제 하에서 서로 다르다고 볼만한 자료도 찾아보기 어려운 점, ③ 피고의 주장처럼 E대학교의 등록금 의존율이 높고, 이 사건 연봉제 시행 전 기본급 인상률이 등록금 인상률을 넘어선 적이 없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등록금 인상률과 기본급 인상률이 서로 밀접하게 연동되어 인상이 이루진 것으로 보이지 않고, 2012년 이후 등록금이 동결 내지 인하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피고는 정부로부터 국가장학금을 지원받을 수 있으므로, 등록금이 동결 내지 인하된 사실만으로 기본급 인상률도 동결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호봉제가 계속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직원 노동조합과의 임금협약에서 합의한 대로 기본급 인상률을 적용하였을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6)

다만, 피고의 ㉠, ㉡ 주장을 합하여 보면, 피고는 적어도 연봉제 실시를 전제로 이와 연계되어 이례적으로 높은 기본급 인상률을 합의한 부분은 호봉제가 계속 되었더라면 적용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기본급 인상률로 그대로 인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 을 제37, 3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 즉 ① 피고는 이 사건 연봉제를 시행하기 전에는 직원 노동조합과의 임금협약에 따른 기본급 인상률을 적용하여 호봉표를 만들어 왔는데, 이 사건 연봉제를 시행한 이후에는 업적평가에 따라 S등급과 A등급은 직원 노동조합과의 임금협약에 따른 기본급 인상률에 등급별 가산인상률을 합한 결과를, B등급은 기본급인상률만을, C등급은 기본급인상률의 적용 없이 전년도 기본급을 적용하였는바, 피고가 2000년부터 2023년까지 직원 노동조합과의 임금협약에서 합의한 기본급 인상률(이 사건 연봉제 시행 이후로는 B등급 인상률 기준)은 아래 표 기재와 같은 사실, ② 피고는 2008. 10. 23.자로 이 사건 연봉제규정을 제정·시행하였으나 이를 2008. 3. 1.부터 소급하여 적용하기로 하였고, 2008. 9. 30.자 내부결재 문서에서는 2008학년도 임금협상에 따라 2007학년도 기본급 대비 11%를 인상한다고 하면서, 그 적용에 관하여 ‘연봉제 시행 대상자에 한하여 2008. 3.부터 소급적용’이라고 기재되어 있으므로, 위 11%의 인상률은 연봉제 도입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이는 점, ③ 교수협의회 회장이 이 사건 연봉제 시행 이후인 2009. 6. 22. E대학교 총장에게 보낸 서신에는 ‘두 분 부총장께서는 교수들에 대한 연봉제 도입과 연계하여 총장께서 약속하신 2009년도 10% 봉급 인상은 올해에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도 언급하셨다’고 기재되어 있는바, 그 이듬해인 2010년도에 9.4%의 기본급 인상률이 결정된 것 역시 연봉제 도입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이는 점, ④ 아래 표에서 보듯이 이 사건 연봉제 도입 이전의 기본급 인상률은 3~7% 사이에서 이루어졌던 반면 이 사건 연봉제가 도입된 2008년에는 이례적으로 높은 11%, 2010년에도 9.4%의 기본급 인상률이 결정되었는데, 이는 이 사건 연봉제 도입과 연계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만일 이 사건 연봉제 도입이 없었다면 이와 같이 높은 기본급 인상률이 정해졌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연봉제가 도입되지 않고 기존의 호봉제가 계속 유지되었을 경우를 가정하여 2008년 이후에도 직원 노동조합과의 임금협약에 따른 기본급 인상률을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기본급 상승률이 이례적으로 높았던 2008년과 2010년의 기본급 상승률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므로, 이 사건 연봉제 도입 이전 5년 동안의 기본급 인상률 평균인 5.5%[= (5% + 5.7% + 5.1% + 5% + 6.7%) / 5년]만 적용함이 상당하다.

<1>

7)

위와 같은 결과에 따라 2008년도부터 2023년까지 교수의 1호봉부터 27호봉까지 호봉표를 작성하면 별지 1 기재와 같고,<2> 이를 기초로 앞서 든 증거들, 갑 제42, 43호증의 각 기재를 종합하여, 원고 A, B가 호봉제가 계속되었을 경우 지급받을 수 있었던 임금에서 실제로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임금을 공제한 결과는 별지 2, 3의 각 ‘합계’란 기재 금액의 총합에서 각 ‘실지급액’란 기재 금액의 총합을 공제한 ‘차액’란 합계 금액과 같이 원고 A은 72,240,473원, 원고 B는 62,601,093원이다.

다.

소결론

1)

이 사건 연봉제규정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 절차를 위반하여 무효이므로, 원고 C에 대하여 무효임을 확인한다.

2)

피고는 미지급 임금 차액으로 원고 A에게 72,240,473원, 원고 B에게 62,601,093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아가 위 원고들은 위 각 돈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인 2023. 1. 10.의 다음 날부터 연 5%의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고 있는데, 앞서 든 증거에 의하면 피고는 해당 월의 임금을 16일에 지급해 왔던 것으로 보이는바, 위 원고들의 경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이전에 발생한 임금 차액인 2020. 1.부터 2022. 12.까지의 청구에 관하여는 위 지연손해금을 인정할 수 있으나,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이후에 발생한 임금 차액 부분에 관하여는 이를 처음으로 청구한 청구취지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 다음 날부터만 지연손해금을 인정함이 타당하다.

3)

따라서 피고는 ① 원고 A에게 72,240,473원 및 그 중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이전에 지급의무가 발생한 2020. 1.부터 2022. 12.까지의 임금 차액 54,179,376원<3>에 대하여는 이 사건 소장 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다음 날인 2023. 1. 11.부터, 나머지 18,061,097원에 대하여는 청구취지 변경신청서 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다음 날인 2024. 6. 6.부터, ② 원고 B에게 62,601,093원 및 그 중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이전에 지급의무가 발생한 2020. 1.부터 2022. 12.까지의 임금 차액 61,206,045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소장 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다음 날인 2023. 1. 11.부터, 나머지 1,395,048원에 대하여는 청구취지 변경신청서 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다음 날인 2024. 6. 6.부터, 각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4. 11. 7.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결론

원고 C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원고 A, B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도균(재판장) 강대현 백승영

각주1) 갑 제30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2012년 B등급의 인상률은 2%나 원고 A, B는 이를 0%로 보아 청구하고 있는바, 위 원고들이 청구하고 있는 범위에서만 인정하기로 한다.

각주2) 별지 1 호봉표 중 원고 A, B의 청구기간에 해당하는 기본급 금액에는 노란색과 주황색 음영으로 표시하였다.

각주3) 위 원고들은 각 해당 기간에 대한 임금 차액으로, 호봉제가 적용될 경우 지급받았어야 할 임금 총액에서 피고로부터 실제 지급받은 임금 총액을 공제한 금액을 청구하고 있는바, 특정 월의 경우 호봉제가 적용될 경우 지급받았어야 할 임금보다 피고로부터 실제 지급받은 임금이 더 많은 경우도 있으나, 위 원고들의 계산방법에 따라 각 기간별 임금 총액을 기준으로 임금 차액을 계산하기로 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