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와 피고의 항소를 각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로 근무하다가 2019. 8. 8. 퇴임하였고, 2019. 8. 9. 피고와 사이에 상담역 위촉계약(이하 '이 사건 위촉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위촉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피고는 2020. 6. 2. 원고에게, 원고가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로 재직할 당시 추진했던 'C 프로젝트(이하 'C 프로젝트'라 한다)'가 실패하여 피고 회사에 손실이 발생하였다는 사유를 들어 이 사건 위촉계약 제10조 제1항 제4호를 근거로 이 사건 위촉계약을 해지한다는 통보(이하 '이 사건 해지 통보'라 한다)를 하였고, 위 통보는 그 무렵 원고에게 도달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원고
주위적 청구원인
이 사건 위촉계약 제10조 제1항 제4호의 해임사유는 이 사건 위촉계약 체결 이후 원고가 피고의 상담역으로 근무하면서 업무수행상 위법행위로 피고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적용되는 해임사유이고, 원고가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업무수행과 관련하여 행하여진 위법행위의 경우는 위 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해임사유가 아니다. 이 사건 위촉계약의 해지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원고에게 일방적으로 보낸 이 사건 해지 통보는 부적법하고, 이에 따라 이 사건 위촉계약 해지도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는 2020. 5. 30.부터 이 사건 위촉계약에서 정한 계약기간 종료일인 2020. 11. 29.까지의 월 보수 합계 172,320,060원 및 이에 대하여 각 보수 지급일 다음날부터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예비적 청구원인
설령 이 사건 위촉계약이 해지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이 사건 위촉계약 제10조 제1항 각호의 해임사유 없이 일방적으로 이 사건 위촉계약을 해지하고 원고에게 보수를 지급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위촉계약 제10조 제2항에 따라 손해배상금으로 잔여계약기간의 월 보수 합계 172,320,060원 및 이에 대하여 각 보수 이행기 다음날부터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원고는 피고의 '퇴임임원 처우 및 전직지원 기준'에 따라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로 근무하다가 퇴임한 직후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위촉계약을 체결하였는바, 피고가 2020. 1. 2.부터 2020. 3. 30.까지 실시한 자체감사결과 원고가 대표이사로 재임할 당시 C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수행업체 선정업무를 부실하게 수행하고 사전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피고에 약 53억 원에 이르는 손해를 입힌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피고는 이사회의결을 통하여 이 사건 위촉계약 해지를 의결하였고 2020. 6. 2. 원고에게 이 사건 해지 통보를 하였다. 위와 같은 이 사건 위촉계약 체결 경위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위촉계약 제10조 제1항 제4호는 원고가 피고의 상담역으로 근무하면서 업무수행과 관련하여 행하여진 위법행위의 경우만을 해지사유로 정한 것이 아니라 원고가 피고에서 임원으로 재직한 전체기간 중 업무수행과 관련하여 행하여진 위법행위의 경우도 해지사유로 정한 것으로 해석해야 할 뿐 아니라, 위와 같은 원고의 위법행위는 이 사건 위촉계약 제10조 제1항 제3호의 해지사유에도 해당하므로 이 사건 위촉계약 해지는 정당하다.
나아가, 피고는 이 사건 위촉계약 체결 이전 위와 같은 원고의 선관주의 의무 위반 사실을 알았더라면 원고와 이 사건 위촉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그 계약기간이 6개월을 초과하는 위촉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았을 것이므로, 민법 제109조에 근거하여 착오를 이유로 이 사건 위촉계약 체결을 취소한다. 따라서 이 사건 위촉계약은 소급하여 무효가 된다.
결국 어느 모로 보나 피고는 원고에게 잔여계약기간의 보수 또는 위 보수 상당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설령 이 사건 위촉계약 제10조 제2항에 따른 피고의 손해배상의무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피고가 이 사건 위촉계약을 중도 해지하게 된 경위 등을 고려할 때 위 조항에 따른 손해배상액은 부당하게 과다하므로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감액되어야 한다.
주위적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위촉계약을 체결하여 피고의 상담역으로 위촉되었으므로 원고와 피고 사이의 법률관계는 위임관계일 뿐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민법 제689조 제1항은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고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위촉계약은 그 해지 사유가 정당한지 여부와 관계없이 언제든지 해지가 가능하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해지 통보를 함으로써 이 사건 위촉계약을 해지한 이상, 그 해지사유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피고가 부당 해지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을 별론으로 하고 이 사건 위촉계약 해지 자체를 무효로 볼 것은 아니다. 그뿐 아니라 이 사건 위촉계약 제10조 제2항에서도 피고가 원고를 같은 조 제1항 각호의 해임사유 없이 임기만료 전에 해임하더라도 원고는 이에 대하여 피고에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아도 원고는 이 사건 위촉계약이 유효함을 주장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위촉계약이 임기만료시까지 유지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예비적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이 사건 위촉계약 해지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
원고에게 이 사건 위촉계약 제10조 제1항 제3, 4호 소정의 해지사유가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 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는 그 서면에 사용된 문구에 구애받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당사자의 내심적 의사의 여하에 관계없이 그 서면의 기재 내용에 의하여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며, 이 경우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다81957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채택한 증거에 변론의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위촉계약 제10조 제1항 각 호의 문언상 원고와 피고가 원고의 대표이사 재직기간의 위법행위까지를 이 사건 위촉계약의 해지사유로 포함시켰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위촉계약 체결 전 발생한 사정은 이 사건 위촉계약 제10조 제1항 각호에 규정된 각 해지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그 밖에 이 사건 위촉계약 기간 동안 위 각 해지사유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원고와 피고가 '퇴임임원 처우 및 전직지원 기준'에 따라 이 사건 위촉계약을 체결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 사건 위촉계약은 원고가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에서 퇴임한 후 피고의 상담역으로 위촉되면서 원고의 보수와 대우, 성과책임 및 해임 등 필요한 사항을 정하기 위하여 체결한 것으로 대표이사와 상담역은 수탁업무의 내용을 달리하는 별개의 직위로서 원고가 대표이사로 피고와 체결한 위촉계약과 이 사건 위촉계약은 명백히 구별되므로 원고가 대표이사로 근무한 기간동안 발생한 위법행위까지 이 사건 위촉계약의 해지사유로 정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위촉계약 제10조 제1항 제3호는 파산, 형사상 피소, 사회적 물의 야기, 심신장애, 기타 이와 유사한 사유로 인해 '상담역으로서의 임무와 책임'을 다하기가 현저히 곤란한 경우, 같은 항 제4호는 상담역으로서의 '업무수행상 또는 업무수행과 관련하여' 고의 또는 과실로 위법행위를 범한 경우 각 해지사유에 해당함을 명시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이 사건 위촉계약 제10조 제1항 제1, 2, 5호 역시 '위촉 당시' 또는 '위촉 이후' 자격요건을 결한 경우, '이 사건 위촉계약상'의 약정사항을 위반한 경우, 상담역으로서의 '직무청렴 의무'를 위반한 경우를 각 해임사유로 정하고 있다. 결국 이 사건 위촉계약 제10조 제1항에 나열된 해지사유들은 모두 이 사건 위촉계약 자체와 관련이 있는 사유들에 한정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고가 대표이사로 근무하면서 업무수행과 관련하여 행하여진 위법행위까지 이 사건 위촉계약의 해지사유로 편입하는 것에 동의하였다고 볼 만한 아무런 사정이 없다.
설령 이 사건 위촉계약 제10조 제1항 각호에 규정된 각 해지사유가 이 사건 위촉계약 체결 전 발생한 사정까지 포함한다 하더라도, 앞서 든 증거들 및 을 제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원고가 상담역으로서의 임무와 책임을 다하기 현저히 곤란하다거나(이 사건 위촉계약 제10조 제1항 제3호) 업무수행상 또는 업무수행과 관련하여 고의 또는 과실로 위법행위를 범하고 이로 인하여 피고에게 손해를 끼쳤다고(같은 항 제4호) 단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사는 법령 또는 정관에 정해진 목적 범위 내에서 회사의 경영에 관한 판단을 할 재량권을 가지고 있고, 기업의 경영은 장래의 불확실한 상황을 전제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거기에는 다소의 모험과 그에 따른 위험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사가 법령에 위반됨이 없이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합리적으로 이용가능한 범위 내에서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조사하고 검토하는 절차를 거친 다음, 이를 근거로 회사의 최대 이익에 부합한다고 합리적으로 신뢰하고 신의성실에 따라 경영상의 판단을 내렸고, 그 내용이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은 것으로서 통상의 이사를 기준으로 할 때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는 것이라면, 비록 사후에 회사가 예상했던 이익을 얻지 못하고 손해를 입게 되는 결과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이사의 행위는 허용되는 경영판단의 재량 범위 내에 있다(대법원 2023. 3. 30. 선고 2019다280481 판결 등 참조).
피고가 원고의 위법행위의 증거로 제출한 C 프로젝트 특별감사 결과보고서는 제3의 외부기관이 아닌 피고의 이사들로 구성된 감사위원회가 작성한 것이어서 그 내용을 그대로 취신하기 어렵고, 원고가 피고 주장의 위법행위와 관련하여 형사적 책임을 진 바도 없다. C 프로젝트 특별감사 결과보고서에도 원고에 대하여 "C 프로젝트 진행에 대한 최종 관리자로서 계약 체결부터 프로젝트 운영 관리에 대한 책임이 존재한다."라고만 기재되어 있을 뿐 원고가 C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위법행위를 하였는지 특정되어 있지는 않다.
원고는 C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유한회사 D(이하 'D'라 한다)에 위 프로젝트 관련 컨설팅을 의뢰하였다. 나아가 원고는 공개경쟁입찰 절차를 거치고 D의 컨설팅을 받아 주식회사 E 및 F 주식회사를 C 프로젝트 시스템 구축 업체로 최종 선정하였는데, 이는 원고의 경영판단 재량 범위 내에 있는 경영활동으로 보이고, 피고의 주장 및 그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특별히 위 선정 과정에서의 공정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을 인정하기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렇다면 설령 주식회사 E 및 F 주식회사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C 프로젝트가기한 내에 완성되지 못해 피고가 어떠한 손해를 입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의 위법 또는 선관주의 의무 위반 행위를 인정할 수는 없다.
결국 이 사건 위촉계약 해지는 이 사건 위촉계약 제10조 제1항 각호에 규정된 각 해지사유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위촉계약의 착오 취소가 가능한지 여부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 주장과 같은 원고의 선관주의 의무 위반 사실을 인정할 수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손해배상의무 발생 및 그 범위
이 사건 위촉계약 제10조 제2항에서 "피고가 제10조 제1항 각호의 해임사유 없이 원고를 중도해임하는 경우에는 잔여계약기간의 보수를 손해배상금으로 원고에게 지급한다."라고 규정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 사건 위촉계약에서 정한 해지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일방적으로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해지 통보를 한 것은 이 사건 위촉계약 제10조 제1항 각호의 각 해임사유 없이 원고를 중도해임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위 약정에 따라 원고에게 잔여계약기간의 보수 172,320,060원(= 2020. 5. 30.부터 2020. 11. 29.까지의 보수 월 28,720,010원 × 6개월)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손해배상예정액의 감액을 주장하나, 이 사건 위촉계약 제10조 제2항이 정하는 손해배상예정액은 부당해임이 없었더라면 피고가 원고에게 당연히 지급하였어야 할 잔여계약기간의 보수로서 그 금액이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보기 어렵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주장하는 원고의 위법행위를 단정할 수 없는 점 및 그 밖에 원고와 피고의 지위 등 제반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위촉계약 제10조 제2항이 정하는 손해배상예정액이 일반 사회관념에 비추어 피고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한편, 원고는 이 사건 위촉계약 제10조 제2항의 '잔여계약기간의 보수'는 위 위촉계약 제7조에 따른 보수를 말하는 것이므로 위 위촉계약 제7조에 정해진 이행기 이후의 지연손해금이 가산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위촉계약 제10조 제2항은 피고가 위 위촉계약 제10조 제1항 각호에 정해진 각 해임사유 없이 해임할 경우 그 부당해임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잔여계약기간의 보수 상당액으로 예정한 것일 뿐 위 위촉계약 제7조에 따른 보수 그 자체의 지급의무를 규정한 것이 아니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172,320,06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인 2020. 8. 14.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제1심판결 선고일인 2022. 8. 23.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행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무이므로 채무자는 채권자로부터 이행청구를 받은 때부터 지체책임을 지는데(대법원 2021. 5. 7. 선고 2018다275888 판결 참조), 원고가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이전에 피고에 대하여 이행청구를 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으므로, 위 인정범위를 넘는 원고의 지연손해금 청구 부분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와 피고의 항소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용범(재판장) 권가희 곽새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