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2. 19. 선고 2023가단5380497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주식회사 C는 군수품 제조, 판매업 등을 하는 회사이고, 주식회사 D은 2022. 11. 2. 위 회사의 방산사업 부문이 물적 분할되어 설립된 회사이다. 주식회사 D은 2023. 4. 4. 피고에 흡수, 합병되었다(이하 위 각 회사를 모두 ‘피고’라 한다).

2)

원고(E생)는 1981. 12. 1. F 주식회사에 입사하여 근무하다가 2001. 11.경 고용관계 승계에 따라, 2001. 12. 1.부터 주식회사 C, 주식회사 D을 거쳐 피고에서 근무하다가 2023. 9.경 퇴직하였다.

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1)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 제19조가 2013. 5. 22. 개정되어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하고, 2016. 1. 1.부터 상시 30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해 시행하기로 예정하면서, 피고는 근로자의 정년을 기존 57세에서 60세로 연장하는 대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였다.

2)

피고는 2015. 6. 30.경 위 법률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 및 임금피크제 도입 취지와 내용 등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의 ‘인사제도 변경 설명회’를 거친 후, 해당 내용과 관련한 취업규칙 변경과 관련하여 2015. 7.경 근로자 1,246명 중 1,117명의 동의(동의율 89.6%)를 얻었다.

3)

피고는 2016. 1. 20. ‘관리직군 임금체계 개편 안내문’을 공고(이하 ‘이 사건 공고’라 한다)하면서 다음과 같이 임금피크제(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 한다)를 시행할 것을 공지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 10호증, 을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장 및 판단

가.

원고의 주장

1)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에는 다음과 같은 절차상 위법이 있다. ① 동의대상 근로자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공고,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근로자 전원이 회의를 통해 찬반 의견을 교환하는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② 2015. 6.경 설명회 당시 포괄임금제와 상여금 개편 관련하여 일체의 불이익이 없다는 취지로 허위사실에 근거한 설명을 하였고, 전문직과 일반직 사이의 차별을 숨기고 일반직이 개편안에 동의하도록 유인하였다. ③ 부서별 연명부에 개인별 찬반을 표하고 서명토록 함으로써 부서장 등을 통해 강요와 제출 독촉을 하여 반대의견을 내지 못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④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내용이 포함된 취업규칙을 2018. 11. 26.에 소급 승인하였고, 변경규칙 적용일로부터 약 6개월이 지난 2019. 5. 14.에야 사내 온라인 시스템(G)에 게시하였다.

2)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고령자고용법상 강행규정인 연령차별금지 조항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위반한 것이어서 효력이 없다. ① 피고는 2015~2016년경 사상최대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었으므로 인건비를 절감할 절박한 경영상 필요가 없었다. ② 원고는 임금피크제 적용 이후에도 3명이 담당하여야 할 업무를 혼자서 처리하면서 거의 매일 연장근무를 하였는바, 임금삭감에 준하는 업무저감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③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이후 신규채용을 줄이고 다수에게 희망퇴직을 권고하였을 뿐,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확보한 재원을 제도 도입 목적에 맞게 사용했다는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다. ④ 고령자고용법 개정으로 2016년부터 정년이 기존 57세에서 60세로 변경되었는데,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기존 정년보다도 이른 55세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불합리하다. ⑤ 전문직(생산직) 직원은 단체협약에 따라 정년 직전 3년간 피크액 대비 90%, 80%, 80%의 임금이 지급되는바,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 이유 없이 일반직을 전문직과 차별하고 있다.

3)

따라서 피고는, 무효인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적용하였으므로, 원고에게, 주위적으로 미지급한 임금 차액인 146,805,722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거나(부당이득반환청구 또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 예비적으로 근로기준법에 따른 미지급 임금 3년분 119,541,837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1)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의 절차적 하자 유무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사용자가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 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한다. 이때 동의의 방법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의, 그와 같은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 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위와 같은 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 변경으로서의 효력을 가질 수 없다(대법원 1991. 9. 24. 선고 91다17542 판결 등 참조).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때에는 근로자들의 회의 방식에 의한 과반수 동의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그 회의 방식은 반드시 한 사업 또는 사업장의 전 근로자가 일시에 한자리에 집합하여 회의를 개최하는 방식만이 아니라 한 사업 또는 사업장의 기구별 또는 단위 부서별로 사용자 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 상호간에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의견을 집약한 후 이를 전체적으로 취합하는 방식도 허용된다고 할 것인데, 이때 사용자 측의 개입․간섭이라 함은 사용자 측이 근로자들의 자율적이고 집단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정도로 명시 또는 묵시적인 방법으로 동의를 강요하는 경우를 의미하고, 사용자 측이 단지 변경될 취업규칙의 내용을 근로자들에게 설명하고 홍보하는 데 그친 경우에는 사용자 측의 부당한 개입이나 간섭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1다18322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이 사건 공고는 임금피크제와 관련된 근로조건을 정하는 것으로 그 명칭에도 불구하고 취업규칙의 변경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당시 일반직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던 피고로써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을 위하여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런데 피고가 근로자들로부터 찬반 의견을 받기 전인 2015. 6. 30. 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임금체계 개편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하면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과 내용을 설명한 사실, 피고 회사 일반직 근로자들은 2015. 7.경 부서별 직원 서명부에 서명하는 방식으로 취업규칙 변경 동의 여부에 관한 찬반 의견을 표시한 사실, 해당 동의율이 89.6%로 집계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근로자들이 찬반 의견을 표시한 ‘취업규칙 변경 동의서’에는 ‘하기인은 ㈜C 화약/방산 부문의 임금체계 개편(임금피크제, 포괄임금제)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 인지하였으며, 구성원간 자유로운 토의를 거쳐 아래와 같이 의사를 표시하는 바입니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사실, ② 피고가 위 설명회 개최 무렵부터 근로자들로부터 동의를 받는 일련의 과정에서 근로자들을 기망, 유인하거나 강요, 독촉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그밖에 피고 측의 부당한 개입이나 간섭이 있었다고 볼만한 자료도 없는 점, ③ 변경된 취업규칙의 효력이 생기기 위하여는 반드시 근로기준법 제13조 제1항에서 정한 방법에 의할 필요는 없고, 그것이 새로운 기업 내 규범인 것을 널리 종업원 일반으로 하여금 알게 하는 절차 즉, 어떠한 방법이든지 적당한 방법에 의한 주지가 있으면 되는 점(대법원 2004. 2. 12. 선고 2001다63599 판결 참조)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관하여 피고 근로자들이 동의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의견교환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보이고, 해당 논의 끝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유효하게 시행되었다고 판단된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의 내용상 하자 유무에 관한 판단

한편, 앞서 든 증거들 및 을 제6, 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고 그 방법이나 정도도 적정한 경우라 판단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가)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서 정년을 기존 만 57세에서 만 60세로 연장하였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이른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한다. 고령자고용법 개정 시 정년 연장과 함께 ‘사업주와 근로자가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에 관한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는 내용의 규정을 신설(제19조의2 제1항)한 것은, 정년 연장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노사 간에 분담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사업주의 부담을 경감하려는 것으로써, 부분적인 감액을 수반하는 임금체계 개편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예정하고 있다.

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대상 근로자들의 정년 전 5년간 연평균 임금은 감소하나, 연간 임금 감액률은 ‘전년 대비 10%’로 매우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총액을 기준으로 보면, 정년 연장에 따른 효과로, 시행 전 만 55~56세 200%(기존 연봉 100% 기준)에서, 시행 후 만 55~60세 369%(= 90% + 81% + 73% + 66% + 59%)로 증가하므로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이 크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이 사건과 같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경우, 정년 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고 연장된 근로기간에 대하여 지급되는 임금이 감액된 인건비의 가장 중요한 사용처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설령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 근로자의 업무량, 업무강도 등에 관하여 명시적인 저감 조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라)

피고가 생산직과 사무직을 구별하여 다른 내용의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것은 근로자의 근로강도, 숙련 및 퇴화, 생산성 등을 고려하여 달리 정한 것으로 이를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 볼 수 없다.

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유효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주위적, 예비적 청구는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원고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피고의 다른 주장들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윤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