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6. 13. 선고 2023고정1414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

피해자 B는 ㈜C(부동산 시행사), ㈜D(부동산 시행사), ㈜E(분양대행사), ㈜F(분양광고사)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G은 분양대행 용역업체인 ㈜'H' 소속 분양상담사로서 위 ㈜C으로부터 인천 서구 I 오피스텔(이하 '이 사건 오피스텔') 등의 분양을 위탁받아 그 분양업무를 대행하였다.

G은 2018년경부터 ㈜C 관련 분양대금 횡령 등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되자 분양조건 등에 불만이 있어 분양계약 해지를 희망하는 수분양자들을 모아 피해자모임을 결성한 후 2019. 3. 7. 1차 피해자모임, 3. 24. 2차 피해자모임, 4. 9. 3차 피해자모임을 개최하였는데, 특히 사촌이자 변호사인 피고인에게 법률자문을 의뢰하면서 2019. 4. 9. 3차 피해자모임에 참석하여 수분양자들에게 위 분양계약 해지 등에 관한 법률적 조언을 해달라고 요청하였다.

[구체적인 범죄사실]

피고인 A는 G의 위 요청에 따라 그와 함께 2019. 4. 9. 20:30 서울 서초구 J 빌딩 3층에서 수분양자 20여 명이 모인 3차 피해자모임에 참석하여 아래 녹취록 기재와 같이 발언하였다.

[2019. 4. 9. 녹취속기록(53쪽 분량)(수사기록 136쪽) 중 주요 발언]

그러나 사실 ① 2018. 10.경 M언론뉴스 등에 'N'라는 기사가 보도되었고 2019. 4. 당시 피해자 B가 업무상횡령, 근로기준법위반 등으로 고소되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기는 하였으나 ㉠ 피해자 B는 '폭행'으로 수사를 받고 있지는 않았고 ㉡ 횡령 범행이 확인된 바도 없었으며(실제로 피해자 B는 모두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반면 G이 횡령 등으로 공소제기되어 유죄판결을 받았다) ㉢ 폭행, 횡령 등으로 구속되지 않으려고 다투거나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또한, ② 피고인은 2018. 11. 22. G으로부터 'B 대표한테 내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취지의 문자를 받은 적이 있었을 뿐 피해자 B로부터 직접 '사람 죽이는 건 일도 아니라'는 취지로 협박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와 같이 G 및 수분양자들 등에게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말하여 피해자 B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2.

판단

가.

허위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여부

1)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사실은 그것이 주관적 요건이든 객관적 요건이든 그 입증책임이 검사에게 있으므로, 형법 제307조 제2항의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기소된 사건에서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사실이 적시되었다는 점, 그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진실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허위일 뿐만 아니라 그 적시된 사실이 허위라는 것을 피고인이 인식하고서 이를 적시하였다는 점은 모두 검사가 입증하여야 하고, 이 경우 적시된 사실이 허위의 사실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적시된 사실의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보아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그 세부에 있어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도4757 판결, 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8도1421 판결 등 참조). 나아가 행위자가 그 사항이 허위라는 것을 인식하였는지 여부는 성질상 외부에서 이를 알거나 증명하기 어려우므로, 공표된 사실의 내용과 구체성, 소명자료의 존재 및 내용, 피고인이 밝히는 사실의 출처 및 인지 경위 등을 토대로 피고인의 학력, 경력, 사회적 지위, 공표 경위, 시점 및 그로 말미암아 예상되는 파급효과 등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5. 7. 22. 선고 2005도2627 판결 등 참조).

2)

판단

앞서 본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의 3차 피해자모임에서의 발언안에 다소 과장 · 왜곡되거나 부적절한 표현이 있더라도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 구체적 이유는 아래와 같다.

가)

피고인은 G의 부탁으로 3차 피해자모임에 참석하였다. 이 사건 오피스텔 분양계약의 해지, 대금 감액을 원하는 수분양자들이 3차 피해자모임에 참석하였고, 피고인은 참석자들에게 이 사건 오피스텔 분양의 법적 문제점을 설명하고, 참석자들의 질문에 대답하였다. 그 과정에서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발언을 하였다.

나)

피고인의 발언 중 검사가 허위사실적시로 기소한 부분은 ㉠ 피해자가 횡령을 했고, 폭행으로 수사받고 있다는 발언, ㉡ 피해자가 폭행, 횡령 수사 중 구속 여부를 다투고 있다는 발언, ㉢ 피해자로부터 사람을 죽이는 건 일도 아니라는 식의 협박을 받았다는 발언이다.

다)

먼저 ㉠, ㉡ 발언에 관하여 본다. L는 2018. 10. 22. '피해자가 직원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고, 상여금을 지급했다가 다시 돌려받는 수법으로 회삿돈을 횡령하였다'는 의혹을 뉴스로 보도하였고(이후 피해자가 위 보도에서 다룬 혐의에 관하여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고, L는 2023. 9. 22. 위 뉴스를 정정 하였다), 피해자는 이 사건 이후 불기소처분을 받았으나 실제로 2019. 4.경 업무상횡령, 근로기준법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변호사인 피고인은 G으로부터 법적 조언을 요청받은 후, G 및 일부 수분양자로부터 자료를 제공받아 이를 토대로 3차 피해자모임에서 발언하였는데, 피고인이 제공받은 자료 중에는 위 L 뉴스가 포함되어 있었다. 피고인은 참석자로부터 피해자의 횡령이 분양계약 해지사유가 되는지에 관한 질문을 받자, 피해자의 개인적인 위법행위가 해지사유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 ㉡ 발언을 하였다. ㉠ 발언은 공신력이 있는 언론사의 보도에 부합하는 내용이고, ㉡ 발언은 추측성 발언으로 다소 과장된 표현으로 보이나 당시 피해자가 받고 있던 혐의에 관한 것으로, 각 발언내용은 중요한 부분에 있어서 진실에 합치하는 것이거나, 적어도 피고인이 허위성을 인식하고 발언하였음이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라)

㉢ 발언에 관하여 본다. 피고인은 2018. 11. 22.경 피해자와의 갈등에 관한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G으로부터 '피해자에게 불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람작업할 수 있다는 위협을 받았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받았다. 피고인은 3차 피해자모임 참석자들에게 앞으로 피해자에 대한 내용증명 등 문서작업은 피고인이 드러나지 않게 다른 법무법인을 통해 하겠다는 설명을 하면서 ㉢ 발언을 하였는데, 피고인이 G으로부터 받은 메시지의 내용, ㉢ 발언의 경위를 종합하면, ㉢ 발언은 피해자로부터 위해를 입을 수 있어 다른 법무법인을 통해 대응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과정에서 G이 받은 위협을 피고인이 받았다고 오해할 수 있는 표현으로 볼 수 있을 뿐 그 내용이 허위라거나, 피고인이 허위성을 인식하고 발언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나.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여부

형법 제307조 제2항의 허위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의 공소사실 중에는 같은 조 제1항 소정의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의 공소사실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적시한 사실이 허위임에 대한 입증이 없다면 법원은 공소장변경절차 없이도 직권으로 위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7도1220 판결). 아래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는지 본다.

1)

공연성

명예훼손죄에 있어서의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므로, 비록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유포하더라도 이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한다 할 것이다(대법원1994. 9. 30. 선고 94도1880 판결, 1996. 7. 12. 선고 96도100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이 발언을 한 장소 및 경위, 피고인이 참석자들에게 명시적으로 녹음하지 말 것을 요청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오피스텔 분양과 관련하여 분양가 과다책정 등으로 일부 수분양자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점에 비추어, 3차 피해자모임 참석자들이 다른 수분양자들을 비롯하여 이 사건 오피스텔 관련자들에게 발언 내용을 전달할 가능성이 충분하므로 공연성이 인정된다.

2)

명예훼손의 고의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구성요소로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고의를 가지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데 충분한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는 행위를 할 것이 요구된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도2877 판결, 대법원 2018. 6.15. 선고 2018도4200 판결 등 참조).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 · 판단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은 G의 부탁을 받고 변호사로서 이 사건 오피스텔의 분양조건에 불만이 있는 수분양자를 상대로 법률 자문을 하기 위하여 3차 피해자모임에 참석한 점, ② 피고인이 3차 피해자모임에서 한 발언의 전체적인 내용은 '이 사건 오피스텔의 분양계약에 법적인 문제점이 있으니 분양계약 해제를 주장하고, 계약해제가 어려울 경우 잔금을 미지급하면서 협상하여 분양대금을 감액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겠다'는 것이고, 이 사건 각 발언은 피해자의 개인적인 위법행위만으로 분양계약을 해제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하거나, 피해자모임에서 논의된 내용에 관하여 비밀을 지켜달라는 부탁을 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점, ③ 변호사로서는 의뢰인이 제공한 자료를 기초로 법적 조언을 하는데, 피고인은 3차 피해자모임 전 G과 일부 수분양자들로부터 제공받은 자료를 토대로 ㉠, ㉡ 발언을 한 점, ④ 피고인이 3차 피해자모임 시작 전과 도중에 참석자들에 발언내용을 녹음하지 않을 것을 요청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변호사로서 법률 자문을 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각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이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명예훼손의 고의를 인정하기 부족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위 무죄 부분에 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동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