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 및 이 법원에서 확장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항소제기 이후의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적을 이유는 제1심판결서 이유 중 '1. 기초사실' 부분의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약어를 포함해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원고들 주장의 요지
원고 회사
피고 C, D의 정보통신망 침입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피고 C, D는 원고 회사의 정보통신망에 무단으로 침입하여 전자기록 등을 불법적으로 취거하고 그 내용을 탐지하는 등 정보통신망법 위반 행위를 하였으며, 이에 대해 유죄 판결이 확정되었다. 원고 회사는 고소대리인으로 변호사를 선임해 위 피고들의 행위에 대응하였으므로, 원고 회사의 변호사 선임비용은 위 피고들의 불법행위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에 해당한다. 또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이라 한다) 제2조 제2호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자료를 부정 취득한 자는 그 부정취득행위 자체만으로 영업비밀 보유자의 영업상 이익을 침해한 것인데, 피고 C, D가 원고 회사로부터 불법적으로 취거한 위 자료들은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에 해당하므로, 위 피고들의 영업비밀 불법취득으로 원고 회사는 무형의 손해를 입었다. 따라서 위 피고들은 원고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공동하여 변호사 선임비용 2,530만 원(수사단계 고소대리인 선임비용 1,100만 원, 기소처분에 대한 성공보수 1,100만 원, 피해자변호사 선임비용 330만 원) 및 영업비밀 불법취득에 대한 위자료 3,000만 원, 그리고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들의 원고 회사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피고 E은 피고 C, D가 불법적으로 취거한 자료를 제공받아 이를 조작·왜곡하여 인터넷 언론사 기자에게 제공하였고, 해당 자료를 바탕으로 원고 회사에 대한 허위기사가 보도됨으로써 원고 회사의 명예가 훼손되었으며, 해당 자료의 허위성 및 피고들의 의도에 비추어 이러한 행위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원고 회사에게 공동하여 위자료 2,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원고 B
피고 C, E의 부당고발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피고 C는 원고 회사의 자금을 횡령하였다는 혐의로, 피고 E은 화재사고로 인한 보험금을 과다 청구하여 보험사기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원고 B을 고발하였으나, 수사기관은 위 고발 사실에 대하여 무혐의 처분을 하였다. 위 피고들도 원고 B에게 위와 같은 혐의가 인정되지 않음을 충분히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위 피고들의 행위는 불법적인 부당고발에 해당하고, 원고 B은 피고들의 부당고발에 대응하기 위하여 변호사를 선임하였을 뿐 아니라 수사 과정에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 따라서 위 피고들은 위와 같은 부당고발 행위에 관한 손해배상으로, 원고에게 각 변호사 선임비용 2,750만 원 및 위자료 250만 원, 합계 각 3,000만 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
피고 C, E의 공갈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피고 E은 원고 B에 대하여, 피고 C, D가 불법적으로 취득한 자료를 이용하여 형사고발 및 민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협박하며 원고 B에게 돈을 달라고 요구하였고, 피고 C는 피고 E의 이러한 공갈행위를 지시 내지 묵인하였다. 따라서 위 피고들은 공갈행위로 인한 원고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으로, 공동하여 원고에게 위자료 5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원고 회사의 청구에 관한 판단
정보통신망 침입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변호사 선임비용 관련
불법행위에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불법행위와 손해와의 사이에 자연적 또는 사실적 인과관계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할 것인데, 변호사강제주의를 택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 법제하에서는 원칙적으로 변호사 비용을 불법행위 자체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포함시킬 수 없고, 다만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변호사의 선임이 피해 확대 방지 등을 위하여 필수적이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상당한 범위 내의 변호사 보수액을 불법행위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로 볼 것이다(대법원 1978. 8. 22 선고 78다672 판결, 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다60584 판결,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0다81315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증거들에 의하면 원고 회사가 피고 C, D를 고소하는 과정에서 그 고소대리인으로 이 사건의 원고들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유한) 바른을 선임하였고, 고소대리인이 수사기관과 법원에 고소장 및 의견서, 탄원서 등을 수차례 제출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피해자의 고소에 있어 고소대리인의 선임은 필수적 요건이 아닐 뿐 아니라(형사소송법 제236조), 기소독점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 법제하에서 증거를 수집하고 법리적인 검토를 거쳐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재량일 뿐 고소대리인이 제출한 의견 및 자료는 수사기관의 참고 사항에 불과하여, 설령 기소가 이루어져 유죄판결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고소대리인 선임과 상관관계 있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점에 비추어 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행위의 피해자가 형사고소를 위하여 고소대리인을 선임하였다고 하여 고소대리인 선임 비용을 불법행위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라고 볼 수 없다. 이 사건에서 원고 회사의 주장 및 제출된 증거들에 비추어 보더라도 원고 회사가 피고 C, D를 고소함에 있어 고소대리인을 선임했어야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아보기 어려우므로, 원고 회사의 고소대리인 선임 비용을 위 피고들의 불법행위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라고 볼 수 없어, 이 부분 원고 회사의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영업비밀 관련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의 '영업비밀'은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하는 것인데, 여기서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다'는 것은 정보가 간행물 등의 매체에 실리는 등 불특정 다수인에게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보유자를 통하지 아니하고는 정보를 통상 입수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는 것은 정보 보유자가 정보의 사용을 통해 경쟁자에 대하여 경쟁상 이익을 얻을 수 있거나 또는 정보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며,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다'는 것은 정보가 비밀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 표시를 하거나 고지를 하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대상자나 접근 방법을 제한하거나 정보에 접근한 자에게 비밀준수의무를 부과하는 등 객관적으로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식 가능한 상태인 것을 말한다(대법원 2011. 7. 14. 선고 2009다12528 판결 참조).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 C, D가 원고 회사의 정보통신망에 무단으로 침입하여 원고 회사가 보관하고 있던 문서 파일 다수 및 퇴사한 직원들의 신상정보를 지득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 피고들이 지득한 내용이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위하여는 그 내용이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은 것으로 상당한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된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자체로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한다. 그런데 위 피고들이 취득한 정보들 중 퇴직자들의 인적사항은 그 정보의 사용으로 경쟁상 이익을 얻거나 그 취득·개발을 위해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한 사항으로 보이지 않고, 문서 파일의 경우 위 피고들이 자신들의 영업 활동을 위해 이를 활용하였다고 볼 만한 정황이 없을 뿐 아니라, 갑 제20호증으로 제출된 파일명의 목록만으로는 그 내용이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인지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으므로, 위 문서 파일들이 원고 회사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결국 위 피고들이 원고 회사의 영업비밀을 지득하였음을 전제로 그 손해배상을 구하는 원고 회사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명예훼손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원고 회사는 피고 E이 피고 C, D가 불법적으로 지득한 자료를 받아 원고 회사를 비방할 목적으로 인터넷 언론사에 자료를 제공하였다고 주장한다. 앞서 본 사실에 의하면 원고 B이 보험사기 혐의로 고발되었다는 내용의 인터넷 기사가 보도된 사실은 인정되나, 원고가 제출한 갑 제15호증의1 신문기사에 고발장의 사진이 삽입되어 있다는 점만으로는 피고 E이 취득한 자료를 악의적으로 왜곡하여 언론사에 제공하였고, 피고 C, D가 피고 E과 이를 공모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또한 해당 기사의 내용을 보더라도, 원고 회사는 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으로서 그 대표이사의 혐의 사실은 사회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고, 기사의 내용은 원고 회사의 내부 자료에 기반한 것으로 기사와 같이 화재 사고가 발생하였고 기사에 게재된 문건도 실제 존재하는 것이어서 이후 원고 B이 수사기관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것만으로 해당 기사가 원고들을 비방할 목적에서 허위의 내용을 게재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에 비추어 보면, 해당 기사로 인하여 원고 회사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었더라도 이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그 위법성이 조각되는 행위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들이 원고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음을 전제로 한 이 부분 청구도 이유 없다.
소결론
원고 회사의 피고들에 대한 위 손해배상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
원고 B의 청구에 관한 판단
부당고발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고소·고발 등을 함에 있어 피고소인 등에게 범죄혐의가 없음을 알았거나 과실로 이를 알지 못한 경우 그 고소인 등은 그 고소·고발로 인하여 피고소인 등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인바, 이 때 고소·고발 등에 의하여 기소된 사람에 대하여 무죄의 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하여 그 무죄라는 형사판결 결과만으로 그 고소인 등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었다고 바로 단정할 수는 없고, 고소인 등의 고의 또는 과실의 유무에 대한 판단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표준으로 하여 기록에 나타난 모든 증거와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6. 5. 10. 선고 95다45897 판결, 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6다33241 판결 등 참조).
먼저 피고 C가 원고 B을 부당고발한 것인지에 관하여 살피건대, 앞서 본 사실에 의하면 피고 C가 원고 B을 업무상횡령 혐의로 고발하였고 이에 대해 수사기관에서 불기소처분을 한 사실은 인정되나, 수사기관의 불기소처분이라는 결과만으로 피고 C가 원고 B에게 범죄혐의가 없음을 알았거나 과실로 알지 못한 채 위와 같은 고발에 이르렀다고 단정할 수 없다. 오히려 불기소이유통지서(갑 제10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 C의 고발 내용에 적시된 주요한 사실관계, 즉 원고 B이 원고 회사로부터 인정상여금액 2,628,336,894원을 지급받으면서 원고 회사가 그에 따른 소득세 1,069,208,490원을 대납하고 이를 잡손실로 비용 처리한 사실 및 'J'의 계좌에서 233회에 걸쳐 1,161,571,414원이 인출된 사실 자체는 인정되나, 수사기관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가 법리적으로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거나 원고 B의 범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 C는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알게 된 후 원고 B에게 업무상횡령 혐의가 인정될지도 모른다는 나름의 판단하에 수사기관에 원고 B을 고발한 것으로 보이는바, 원고 B에게 범죄혐의가 없음을 피고 C가 알고서도 고발에 나아간 것이라거나, 이를 알지 못한 데 피고 C에게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 C의 고발이 원고 B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할 정도로 부당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다음으로 피고 E의 원고 B에 대한 고발에 관하여 살피건대, 역시 피고 E이 원고 B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고발하였고 이에 대해 수사기관에서 불기소처분을 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수사기관의 불기소처분이라는 결과만으로 피고 E이 원고 B에게 범죄혐의가 없음을 알았거나 과실로 알지 못한 채 위와 같은 고발에 이르렀다고 단정할 수 없음은 피고 C의 경우와 마찬가지이다. 나아가 피고 E은 원고 회사가 화재사고의 보험금을 과다청구했다는 내용으로 원고 B을 고발하면서 원고 회사의 내부 문건에 기재된 물류창고 실물재고액이 화재보험의 청구액과 다르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는데, 해당 문건이 실제로 존재하고 문건에 기재된 실물재고액이 화재보험의 청구액과 달리 기재되어 있는 점, 나아가 해당 문건에 '화재보험금 관련 자문 결과 사기죄 성립가능성이 높으며 보험금 반환가능성이 있다'는 내부 검토 의견이 기재되어 있기도 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 E의 고발은 이러한 사정을 근거로 보험사기의 성립 가능성이 있다는 나름의 판단하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고, 위 내부 문건의 작성일자가 화재 발생 이후라는 이유로 수사기관이 피고 E의 고발에 관하여 무혐의처분을 했다고 하여 원고 B에게 범죄혐의가 없음을 피고 E이 알고도 고발에 나아갔다거나, 이를 알지 못한 데 피고 E에게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 E의 고발 역시 원고 B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할 정도로 부당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결국 위 피고들의 고발이 불법행위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공갈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원고 B은 갑 제14호증 녹취록을 근거로 피고 E이 피고 C와 공모해 자신을 공갈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권리실행의 수단으로서 해악의 고지가 이루어진 경우 그 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를 넘지 않는 한 공갈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없는 것인데(대법원 1990. 8. 14. 선고 90도114 판결 참조), 피고 C는 위 녹취록상의 대화가 이루어지기 전인 2019. 4. 10. 이미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임금 체불 및 파견법 위반을 이유로 원고 B을 고발하였고, 그 고발 철회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녹취록상의 대화가 오간 것으로 보이며, 피고 E이 원고 회사의 인사팀장인 L에게 금전 지급을 요구한 것으로 보이긴 하나 이는 고발을 취하하려면 임금체불의 피해자이기도 한 피고 C에게 상응하는 배상이 이루어져야 함을 언급한 것이어서 그 발화의 내용, 수위 등에 비추어 볼 때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를 넘어 위법한 공갈행위에까지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 E의 행위가 공갈행위임을 전제로 한 원고 B의 손해배상 청구는 여러 모로 받아들일 수 없다.
소결론
원고 B의 피고 C, E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
결론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 원고들의 확장 전 청구를 기각한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고, 이 법원에서 확장된 청구 또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선의종(재판장) 정덕수 윤재남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