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9. 10. 선고 2023노3489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각 유죄 부분 및 피고인들에 대한 각 무죄 부분 중 별지2. 범죄일람표의 연번 12번 부분을 각 파기한다.

피고인 A를 징역 2년 6개월에, 피고인 B를 징역 2년에 각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피고인 A에 대하여는 4년간, 피고인 B에 대하여는 3년간 위 각 형의 집행을 각 유예한다.

피고인들에 대하여 각 보호관찰을 받을 것 및 각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각 명한다.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각 무죄 부분에 관한 검사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원심 무죄 부분)

C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조'라 한다)은 그 조합원들 대부분이 조합원 채용 없이 형식적으로 가입하였고, 조합비를 납부하는 실질적 조합원이 없었는바, 헌법 및 노동조합법상 보호받는 결사체의 실질이 없어 유급근로면제비(이하 '전임비'라 한다)를 요구하거나 받을 수 없음에도, 이 사건 노조의 위세를 보이며 전임비를 요구한 피고인들의 행위는 그 자체로 부당하다. 또한, 이 사건 노조는 여러 건설현장에 찾아가 조합원 채 용이나 전임비 지급을 요구하고 이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집회를 하거나 민원을 제기함으로써 금원을 갈취해 왔고, 건설현장 관리자들 사이에 이 사건 노조의 갈취 범행이잘 알려져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피해 회사들이 '피고인들로부터 협박을 받지 않았다'라거나 '피고인들의 요구 없이도 전임비를 주었을 것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은 이를 쉽게 그대로 믿기 어렵다. 나아가 이와 같은 관행이 만연한 상황에서 피고인들이전임비를 요구하였기 때문에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 없이 피해 회사들이 이에 응하였던 것이므로, 그 자체로 묵시적 공갈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별지 2. 범죄일람표(원심 무죄 부분, 이하 '원심 무죄 범죄일람표'라 한다)의 연번 12번 부분의 경우, 해당 피해 회사가 단체협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 해당 피해 회사의 직원인 BW의 진술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은 해당 피해 회사의 건설현장에서 집회를 개최하고 안전

신문고에 신고함으로써 구체적인 해악을 고지하였고, 이로 인하여 해당 피해 회사가전임비를 지급하게 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각 형(피고인 A: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등, 피고인 B: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등)은 모두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심 무죄 범죄일람표의 연번 7, 8, 10, 11번 부분에 관하여

1)

관련 법리

가)

공갈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행위자의 협박에 의하여 피해자가 외포되어야 하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가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여 행위자가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여야 하는 것이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도12629 판결 참조). 나) 현행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은 속심을 기반으로 하되 사후심적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 있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므로, 항소심이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때에는 이러한 심급구조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항소심 심리과정에서 심증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1심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

어서는 아니 된다. 특히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의 경우에는,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하면서 진술에 임하는 증인의 모습과 태도를 직접 관찰한 제1심이 증인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항소심이 이를 뒤집어 그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려면,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없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는 경우이어야 한다. 그것이 형사사건의 실체에 관한 유무죄의 심증은 법정 심리에 의하여 형성하여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 그리고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부합한다. 나아가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증명이 그만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않은 면이 있어 유죄의 의심이 가는 등의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유죄의 인정은 범행 동기, 범행수단의 선택, 범행에 이르는 과정, 범행 전후 피고인의 태도 등 여러 간접사실로 보아 피고인이 범행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할 만큼 압도적으로 우월한 증명이 있어야 하고, 피고인이 범행한 것이라고 보기에 의심스러운 사정이 병존하고 증거관계 및 경험법칙상 위와 같이 의심스러운 정황을 확실하게 배제할 수 없다면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 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된다는 것이 헌법상의 원칙이고, 그 추정의 번복은 직접증거가 존재할 경우에 버금가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2도14645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위 관련 법리에 비추어 이 부분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피고인들과 이 사건 노조원들이 아래 피해 회사들의 건설현장을 찾아가 조합원 고용이나 전임비 지급을 요구하면서 이를 들어주지 않으면 집회 개최나 민원 제기 내지 신고 등의 방법으로 공사를 방해할 것처럼 해악을 고지하였음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등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해당 피해 회사들 소속 직원들인 BJ(연번 7, 8번)과 BQ(연번 10번) 및 BU(연번 11번)은 원심법정에서 '피고인들이 해당 피해 회사들 측에 조합원 채용이나 전임비 지급을 요구하기는 하였으나, 해당 피해 회사들의 건설현장에서 집회를 개최하거나 민원을 제기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사업무를 방해하지는 않았다'라는 등의 취지로 진술하였다.<1> 해당 피해 회사들 소속 직원들인 BO과 BS도 수사기관에서 피고인들이 해당 피해 회사들의 건설현장들에서 실제 집회를 개최한 사실은 없다 등의 취지로 진술하였다.<2> 이와 같이 피고인들은 해당 피해 회사들을 상대로 조합원 채용이나 전임비 지급을 요구하였을 뿐 집회를 개최하거나 민원을 제기하여 공사업무를 방해하지는 아니하였던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들의 전임비 지급 요구 자체는 부당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전임비 지급 요구만으로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해악을 고지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②

원심 무죄 범죄일람표의 연번 7, 8번 부분에 관하여 해당 피해 회사들에서 운영총괄관리업무를 담당한 BJ는 원심법정에서 '이 사건 노조는 고양시 덕양구 BK 공사현장(연번 7번) 및 서울 중랑구 EL아파트 공사현장(연번 8번) 이전부터 교섭을 해온 단체인데, 위 고양시 현장의 경우 실제로 이 사건 노조가 투입되어 일을 하였고, 위 서울중랑구 현장에도 채용을 해주기로 하였는데, 거대 노조의 압박으로 인하여 채용을 해 주지 못하게 되면서 상호 협의 끝에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전임비를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라는 등의 취지로 진술하였다.<3> 이에 비추어 보면, 해당 피해 회사들이 이 사건 노조와 사전에 하였던 협의 등의 이유로 전임비를 지급하게 된 것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므로, 해당 피해 회사들이 피고인들의 공사 방해로 인한 공기 지연과 인건비 손해 등을 염려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하게 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볼 것이다.

해당 피해 회사들 중 BH 주식회사<4>의 공무부 차장인 BO이 수사기관에서 전임비 지급 경위에 관하여 '노동조합들이 현장에 찾아와 고용을 요구하고 이를 거절하면 집회를 개최하거나 민원을 제기하기 때문에 돈을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라는 등의 취지로 진술하기는 하였으나,<5> BO은 본사 근무 직원이어서 건설현장에서 노동조합과 직접 교섭하는 직원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당시 여러 노동조합들이 건설현장에 찾아와 조합원 채용이나 전임비 지급을 요구하며 건설회사로부터 금품을 수수하는 관행이 있었고, 실제로 해당 피해 회사들은 다른 노동조합들에도 전임비 등을 지급하였던 점<6> 등에 비추어 보면, 앞서 본 바와 같은 BO의 수사기관 진술은 노동조합에 전

임비를 지급하여 온 관행에 비추어 추측하여 진술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으므로, 위와 같은 진술만으로는 피고인들의 협박행위가 있었다거나 피고인들의 행위로 인하여 해당 피해 회사들이 피고인들에게 전임비를 지급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③

원심 무죄 범죄일람표의 연번 10번 부분의 경우, 해당 피해 회사의 현장관리 담당자인 BQ는 원심법정에서 '이 사건 노조와 다른 현장에서 교섭을 하였고, 다음 현장에 투입해주겠다고 약속하였는데, 이미 다른 노동조합에서 투입하기로 되어 있어서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어 자신이 먼저 단체협약을 체결하자고 제안하였다'라는 등의 취지로 진술하였다.<7> 해당 피해 회사의 상무이사인 BS이 수사기관에서 '돈을 주지 않으면 이 사건 노조원들이 현장에서 행패를 부리거나 공사가 원활하지 않게 방해하기 때문에 그것이 두려워 돈을 주는 것이다'라는 등의 취지로 진술하기는 하였으나,<8> 이어서 BS은 수사기관에서 '저희 회사 노조 담당 직원에게 물어보니, 피고인 B가 왔다고 하였다. 아마 11월쯤 현장에 찾아와서 돈을 요구하였을 것이다'라는 등의 취지로 진술하여,<9> 이 사건 노조에 전임비를 지급하게 된 경위에 관하여 추측하여 진술하였던 것이거나 제3자로부터 전해 들어 간접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BS은 해당 피해 회사에서 대외서류나 견적 및 입찰 등에 참여하는 공무업무를 담당하는 임원인 점<10> 등에 비추어 보면, 해당 피해 회사가 이 사건 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 등을 당시 현장관리 담당자인 BQ보다 더 정확하게 알고 있을 만한 지위로는 보이지 아니하므로, 앞서 본 바와 같은 BS의 일부 수사기관 진술만으로 피고인들이 피고인들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협박행위를 하였다거나 그로 인하여 해당

피해 회사가 피고인들에게 전임비를 지급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볼 것이다.

④

원심 무죄 범죄일람표의 연번 10번 부분에 관하여, 해당 피해 회사의 안전 담당 임원인 BU은 원심법정에서 '피고인들이 이 사건 노조원의 채용을 요구하여 이를 채용하지 않는 대가로 전임비 명목으로 돈을 지급하였던 것은 맞지만, 건설현장에서 전임비를 주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있었고, 단지 이 사건 노조원을 채용하지 않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전임비를 지급하고 끝내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 그렇게 결정한 것이다'라는 등의 취지로 진술하고,<11> 수사기관에서 '노동조합이 특별히 협박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조건 채용을 해달라고 요구하는데, 노동조합 조합원은 숙련공이 아니기 때문에 채용을 하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으므로, 채용하지 않는 조건으로 돈을 주고 떨어지라고 하는 것이다'라는 등의 취지로 진술하였다.<12>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해당 피해 회사에 이 사건 노조원의 채용을 요구하였던 것으로 보이나, 이를 거절할 경우 집회를 개최하거나 민원을 제기하겠다는 등 피고인들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해악을 고지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볼 것이고, 오히려 해당 피해 회사는 이 사건 노조의 채용 요구를 손쉽게 거절하기 위하여 피고인들에게 전임비 명목의 금품을 지급하여 준 것으로 보이는바, 해당 피해 회사가 피고인들의 협박행위로 인하여 외포심을 가지게 되어 피고인들에게 전임비를 지급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볼 것이다. 더욱이 BU은 해당 피해 회사의 보건, 안전, 환경 등의 업무의 책임자로서<13> 이 사건 당시 노동조합 관련 업무를 전담하지 아니하였던 점, BU은 원심법정에서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체결하거나 전임비를 주었다는 것은 현장소장으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고, 일반적인 상식이다. 이 사건 노조와 어떠한 계기로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전임비를 주게 된 것인지 그 구체적인 경위는 알 수 없다'라는 등의 취지로 진술하고,<14> 수사기관에서 '보통 노동조합들이 계속 찾아와서 일을 시켜달라고 요구한다. 거래내역을 보니 저희 회사 3곳의 현장에서도 아마 돈을 주기 위하여 약 2~3개월 전쯤 이 사건 노조 측이 찾아와서 고용을 요구하다가 전임비를 주는 조건으로 협상이 되어 지급한 것일 것이다'라는 등의 취지로 진술하였는바,<15> BU이 그 당시 일반적인 노동조합들의 행태에 비추어 이 사건 노조도 같은 방식으로 전임비를 지급받은 것으로 추측하여 진술하였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볼 것이다.

나.

원심 무죄 범죄일람표의 연번 12번 부분에 관하여

1)

관련 법리

공갈죄의 수단으로서 협박은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하고, 해악의 고지는 반드시 명시의 방법에 의할 것을 요하지 아니하며 언어나 거동에 의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어떠한 해악에 이르게 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면 족한 것이며, 또한 직접적이 아니더라도 피공갈자 이외의 제3자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할 수도 있으며, 행위자가 그의 직업, 지위 등에 기하여 불법한 위세를 이용하여 재물의 교부나 재산상 이익을 요구하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요구에 응하지 아니한 때에는 부당한 불이익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위구심을 야기하게 하는 경우에도 해악의 고지가 된다(대법원 2003. 5. 13. 선고 2003도709 판결, 대법원 2005. 7. 15. 선고 2004도1565 판결,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0도13774 판결 등 참조).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및 이 사건 노조원들의 협박행위로 말미암아 해당 피해 회사가 겁을 먹고 그로 인하여 이 사건 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한 후 전임비를 지급하였음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3)

당심의 판단

위 관련 법리에 비추어 이 부분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은 해당 피해 회사에 조합원 채용이나 전임비 지급을 요구하고 해당 피해 회사가 이를 거절하자 집회를 개최하고 민원을 제기하는 등 위력을 행사하여 해당 피해 회사에 해악을 고지한 후 그로 인하여 해당 피해 회사로부터 전임비를 지급받았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①

피고인들은 건설회사의 건설현장을 찾아다니면서 조합원 채용 요구 등의 명목으로 현장소장 등 현장 담당자와의 면담을 요청하다가 거절당하면 건설현장 입구 등 주변에 집회신고를 한 다음 차량으로 입구를 막거나 다수의 인원을 동원하여 확성기로큰 소음을 발생시켜 공사의 정상적인 진행을 방해하였고, 현장 담당자가 마지못해 피고인들과의 면담에 응하면 이미 근로자 채용이 완료되어 이 사건 노조원들을 추가로 채용하기 어려운 입장에 있는 해당 피해 회사의 담당자에게 이 사건 노조원의 채용을 요구하였다.<16> 피고인들이 이 사건 노조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한 노동조합활동의 일환으로 이러한 행동을 하였다면 이를 정당한 권리행사로 볼 여지가 없지 아니하다고 할 것이나, 피고인들은 해당 피해 회사가 자신들의 이 사건 노조원 채용 요구를 사실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이를 요구하다가 거절당하면 해당 피해 회사의 외국인 근로자 고용과 건설현장 환경 및 안전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관계기관에 신고하거나 집회를 진행하여 정상적인 공사 진행을 방해하였다. 피고인들은 이 사건 노조원들이 채용되어 있지 아니한 건설현장과 채용되어 있는 건설현장을 가리지 아니하고 위와 같은 행동을 하였고, 피고인들의 실질적인 목적은 이 사건 노조원들의 채용이 아니라 해당 피해 회사로부터 공사방해 중지의 대가를 수령하는 것이었는바, 피고인들이 자신들에 대한 공갈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다른 건설현장들과 이를 다투는 이 부분 건설현장을 다르게 평가할 이유가 없다고 볼 것이고, 더욱이 이 사건 노조원들의 채용을 강요하는 피고인들의 행위는 해당 피해 회사가 갖는 계약 체결 상대방의 결정에 관한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할 것이다.

②

해당 피해 회사는 원청으로부터 공사를 수주한 후 계약상 정해진 기한까지 준공을 할 의무가 있고, 준공기한이 도과할 경우 원청에 지체상금을 지급하여야 하는바, 피고인들이 물리적으로 공사 진행을 어렵게 만들거나 관계기관에 위법사항을 신고할 경우 실제로 해당 피해 회사가 위법행위를 하였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이를 처리하기 위하여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게 되는바, 해당 피해 회사는 이를 가장 우려하고 있었고,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피고인들은 이를 이용하여 해당 피해 회사의 담당자가 피고인들과 협상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었던 것으로 보인다.<17>

③

해당 피해 회사의 현장소장인 BX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 B가 해당 피해 회사의 건설현장에 찾아와서 이 사건 노조원들을 채용해 달라고 하였다. 그 당시 이미 다른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들어와 있어서 어렵다고 거절하자, 피고인들과 이 사건 노조원들

은 건설현장에서 집회를 하고 민원을 제기하여 전임비를 주게 되었다. 돈을 안주면 건설현장에 찾아와서 집회를 하고 민원을 넣고 그러면서 괴롭히니까. 그러면 공사를 전혀 할 수 없다'라는 등의 취지로 진술하고,<18> 원심법정에서도 '피고인들이 2021. 12.경 건설현장 출입구 앞에서 방송을 크게 틀고 시끄럽게 하였고, 건설현장에 대하여 안전신문고에 신고하였다고 들었다. 민원 등이 들어오면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실제로 근무하지 아니한 이 사건 노조원들에게 전임비를 지급하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라는 등의 취지로 진술하였는바,<19> 이에 비추어 보더라도 해당 피해 회사는 피고인들의 집회 개최 내지 민원 제기로 인하여 상당한 부담을 느끼게 되어 피고인들과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전임비를 지급하게 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BX가 원심법정에서 '피고인들 측에서 저희에게 집회를 하는 등 액션을 취한 것은 그때 처음 한 번밖에 없었고, 실질적으로 단체협약 체결의사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라는 등의 취지로 진술하기는 하였으나,<20> BX는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에 관하여 상당히 구체적으로 진술하면서 피고인들의 행위가 아니었다면 이 사건 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던 점,<21>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들이 해당 피해 회사의 건설현장에서 집회를 진행한 당일에 피고인들과 BX 사이에 단체협약에 관한 면담이 이루어졌고, 그 후 실제로 단체협약이 체결되었던 점, 해당 피해 회사의 공무 담당 부장인 BW도 원심법정에서 피고인들의 행위가 아니었다면 이 사건 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하거나 이 사건 노조원들에게 전임비를 지급하지는 아니하였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던 점,<22> 일반적으로 건설회사 현장관계자는 형사고소 등의 진행 시 보복성집회 등을 우려하여 구체적인 피해내용 진술을 꺼려할 뿐만 아니라,<23> BX는 수사기관 진술 후이고 원심 법정진술 전인 2023. 2. 6.경 해당 피해 회사를 대리하여 피고인들에게 합의서(처벌불원서)를 작성하여 주었던 점<24>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BX의 수사기관 진술은 충분히 그 신빙성이 있다고 볼 것이다.

④

이 사건 노조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의 대화내역에 의하면, 피고인 B는 2021. 12. 21. 13:01경 "고양3, 4 EV 원청 대표가 GA단체에 형틀철근 해체정리까지 다 주었다고 함. 대화 거부 집회"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송하였고, 이 사건 노조원인 AE은 2021. 12. 22. 09:56경 "고양3 EV 차량 2대 인원 3명 집회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송하고, 같은 날 10:32경 "고양3 EV 안전신문고 신고 완료"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송한 후, 이어서 같은 날 13:26경 "고양3 EV BM BX 이사 면담 12/23 오후 1시 이후 지부장님과 BM BX이사 미팅 약속 잡기로 함. 집회 종료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송하였다.<25> 이와 같이 BX는 피고인들이 집회를 시작한 당일에 피고인들에게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면담을 약속하였고, 집회 시작일이자 종료일로부터약 1달 이내인 2022. 1. 19.경 실제로 이 사건 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하여 전임비를 지급하기로 하였다. 위 단체대화방의 대화내역에 의하면, 피고인들이 공갈죄의 성립을 인정한 다른 건설현장들의 경우에도 집회가 시작된 날로부터 약 1달 이내에 단체협약이 체결되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해당 피해 회사는 피고인들의 집회 개최 및 민원 제기 등로 인하여 이 사건 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하게 된 것으로 봄

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⑤

나아가 피고인들의 주장과 같이 해당 피해 회사의 건설현장에 이 사건 노조원들이 이미 일부 채용되어 근무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26> 앞서 본 바와 같이 해당 피해 회사 소속 직원들의 진술에 의하면, 해당 피해 회사는 이 사건 노조원들이 근무하고 있다는 이유로 피고인들과 단체협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들의 공사 방해가 우려되어 어쩔 수 없이 피고인들과 단체협약을 체결하게 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할 뿐만 아니라, 만약 전임비가 정당하게 지급된 것이라면, 이는 이 사건 노조원들의 권익 향상 등을 위하여 사용되어야 할 것임에도, 피고인들은 이를 대부분 자신들의 생활비나 이 사건 노조의 상근 직원들의 급여 등으로 사용하였을 뿐, 이 사건 노조원들의 권익 향상 등을 위하여 사용하지도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3.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각 무죄 부분에 관한 검사의 항소는 일부 이유 있으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각 원심 무죄 범죄일람표의 연번 12번의 각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공갈)의 점은 각 파기되어야 할 것인데, 당심이각 유죄로 인정하는 피고인들에 대한 위 각 죄는 원심이 각 유죄로 인정한 피고인들에 대한 각 죄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피고인들에 대하여 각각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결국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각 유죄 부분 및 피고인들에 대한 각 무죄 부분 중 각 원심 무죄 범죄일람표의 연번 12번 부분은 각 파기되어야 한다. 따라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각 유죄 부분 및 피고인들에 대한 각 무죄

부분 중 각 원심 무죄 범죄일람표의 연번 12번 부분을 각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하며,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각 무죄 부분에 관한 검사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피고인들에 대한 각 파기 부분에 관하여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