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아래 사실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21호증, 을가 제1, 2, 3호증및 을나 제21 내지 3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피고 학교법인 S(이하 '피고 S'이라 한다)은 대한민국 교육이념에 의거하여 교육을 실시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으로 1982. 1. 8. 성립되어 의료인 및 의료관계자의 양성 및 보수교육실시 사업을 영위하며 산하에 T병원을 운영하고 있고, 원고들은 위 병원에서 전공의로 근무하고 있는 의사들이다.
피고 대한민국은 2024. 2.경 의사 인력 확충을 위해 2025학년도부터 전국 의과대학의 정원을 점진적으로 증원하기로 하는 정책을 추진하기로 발표하였고, U협회 등 의사 단체는 위 정책을 무산시키기 위한 단체행동에 나설 것을 예고하거나, 정원 증원 반대 목적의 집회를 개최하였다.
이에 피고 대한민국은 2024. 2. 7. 전국 221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하여 아래와 같은 내용의 '전공의 집단사직서 수리금지 명령'(이하 '이 사건 행정명령'이라 한다)을 발령하였다.
그럼에도 V협의회 회장과 국내 5개 주요 대학병원 각 전공의 대표들은 2024. 2.15. 회의를 거쳐 집단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할 것을 결의하였고, 위 결의에 따라 원고들은 2024. 2. 17.부터 2024. 2. 29.까지 피고 S에 사직서를 제출한 뒤 진료 현장을 이탈하였다.
이후 피고 대한민국은 2024. 2. 16. 전공의가 근무 중인 전국 수련병원에 대하여 '소속 전공의가 집단 진료거부에 동참하지 않고 환자 진료 업무에 정상적으로 임하도록, 집단 진료거부가 예고된 기간 중에는 전공의 연가를 불허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할 것,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분만·투석실 등을 차질 없이 운영하고 필수적인 진료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적절할 조치를 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행정명령 등(이하 '후속 행정명령'이라 한다)을 추가로 발령하였고, 2024. 6. 4. 이 사건 행정명령을 철회하였다.
원고들 청구의 요지 및 판단
원고들 청구의 요지
이 사건 행정명령은 전공의인 원고들이 제출한 사직서에 대한 수리를 금지하여 근로를 강제하게 하는 내용이므로 헌법 제15조에서 정한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근로기준법 제7조에서 정한 강제근로 금지를 위반하는 것으로서 위법하다. 이러한 피고 대한민국의 위법한 행정명령 및 이에 따른 피고 S의 사직서 수리 금지행위로 인하여 인턴인 원고 A, B, C, D, G, H, L(이하 '원고 A 등'이라 한다)은 근로기간이 종료된 다음날인 2024. 3. 1.부터, 나머지 원고들은 사직서를 제출한 날로부터 1개월이 경과한 시점부터 각 피고 S이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은 기간 동안 다른 병원에서 근무할 수 없게 되는 손해를 입었고, 그 구체적인 금액은 별지 '손해액'란 기재와 같다.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들에게 불법행위 손해배상으로 위 '손해액'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판단
이 사건 행정명령의 위법성 여부에 관한 판단
앞서 본 기초사실 및 그 증거들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의 사실이나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행정명령이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전공의는 일반적으로 종합병원, 대학병원 등으로 구성된 수련병원에서 근무하고 있고, 위 병원들은 각 지역 내에서 상급병원으로서 중증환자 등의 진단 및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전공의가 근무하고 있는 다수의 병원이 '권역책임의료기관', '지역책임의료기관'(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제14조의2, 같은 법 시행규칙 제13조의2), '권역외상센터'(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30조의2), '권역응급의료센터'(같은 법 제26조),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같은 법 제29조),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심뇌혈관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3조), '지역암센터'(암관리법 제19조), '긴급구조지원기관'(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조 제8호, 같은 법 시행령 제4조 제4호) 등으로 지정되어 있어 국민의 건강 및 국가 의료체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전공의 역할의 비중 또한 매우 높다.
종합병원, 대학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의사 중 약 30~50%가 전공의로 구성되어 있고, 전공의는 수술을 포함한 병원 내에서의 환자에 대한 진단 및 치료행위를 상당 부분 담당하고 있어, 간호사 등 의사 면허를 가지고 있지 않은 다른 인력만으로는 상급병원에서 전공의가 수행하고 있는 역할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고, 전공의가 근무 현장을 이탈할 경우 전공의가 평소 수행하고 있던 업무를 교수, 전임의 등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다른 의사들이 분담하여야 하므로, 교수, 전임의가 평소 수행하고 있던 진료 업무도 상당 부분 제한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 사건 행정명령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을 비롯한 다수의 전공의들은 2024. 2. 중순부터 근무하고 있던 수련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뒤 진료 현장을 이탈하는 방식으로 근무를 중단하였는데, 국내 주요 5개 대학교 병원을 기준으로 하여 2024.3.경 입원은 1년 전인 2023. 3.경 입원에 비해 34.7%가 감소하였고, 2024. 3.경 수술은 2023. 3.경 수술에 비해 43.5%가 감소하는 등 이 사건 행정명령을 통해 방지하고자 했던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의료 공백이 현실화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사정은 전공의의 집단적인 진료 현장 이탈 방지 및 이탈한 전공의의 복귀 유도가 국민의 건강 보호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뒷받침한다.
과거 2000년 의약분업 제도 도입, 2014년 원격의료 제도 도입, 2020년 의과대학 정원 증원이 논의되었을 무렵에도 전공의들을 포함한 의사 단체 등은 파업 또는 집단 휴진 등을 통해 정부 정책에 반대하였고, 특히 2020년에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하여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전공의들의 진료거부로 인하여 중환자 병상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과거사례에 비추어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되어 전공의가 다시 파업, 휴진 등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국가 의료체계에 혼란이 발생될 수 있음이 예견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2024. 2. 7.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방지하고자 의료법 제59조 제1항,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제15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행정명령을 발령하였음에도, 전국 16개 시도의사회는 2024. 2. 13.부터 2024. 2. 15.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의과대학 정원 증원 반대 집회를 개최하였고,2024. 2. 20.에는 전국 40개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 학생 대표가 동맹휴학을 선언하여 2024. 2. 21.까지 전국 의대생의 약 43%에 해당하는 총 8,753명의 의대생이 휴학계를 제출하기도 하였으며,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전공의들도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뒤 진료 현장을 이탈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피고 대한민국은 전공의의 집단 사직으로 인하여 국민건강에 중대한 위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전문적인 판단을 하여 이 사건 행정명령을 하게 된 것인바, 이 사건 행정명령에 이르게 된 앞의 사정들을 고려하면, 피고 대한민국의 위와 같은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인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거나 그 판단의 기준과 절차, 방법, 내용 등에 객관적으로 불합리하거나 부당하다고 볼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고, 나아가 이 사건 행정명령을 통하여 전공의의 집단 사직 및 진료 현장 이탈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 이외에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의료공백 및 그로 인한 국민보건상의 위험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다른 적절한 수단이 있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원고들은 이 사건 행정명령이 헌법 제15조에서 정한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근로기준법 제7조에서 정한 강제 근로 금지 규정을 위반하여 위법하다고 주장하나, ① 앞서 본바와 같이 이 사건 행정명령은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방지하지 위한 것인 점, ② 이 사건 행정명령은 기존에 근무하고 있지 않은 전공의로 하여금 근무를 개시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수련병원으로 하여금 전공의가 제출하는 집단사직서 수리를 금지하도록 함으로써 기존에 체결된 근로계약의 내용에 따라 계속 근무할 것을 유도하는 내용에 불과한 점, ③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관한 정책이 완료되거나 중도에 무산되는 등 위 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사이의 갈등과 분쟁이 마무리되면 이 사건 행정명령은 철회될 것임이 예정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고, 실제로도 이 사건 행정명령은 발령된 때로부터 약 4개월이 지난 후 철회된 점, ④ 이 사건 행정명령은 전공의들이 의과대학 정원 증원 반대 의사를 관철시킬 목적 하에 집단으로 제출하는 사직서의 수리만을 금지하고 있을 뿐이고, 건강 악화 등 개인 신상문제로 인하여 정상적인 근무가 불가능하거나 근무를 희망하지 않는 전공의가 개별적으로 제출하는 사직서의 수리를 금지하고 있지 않고 있으며, 실제 일부 전공의들은 이 사건 행정명령이 발령되어 있는 기간 개인적인 사유로 사직서를 제출하였고 그와 같은 사직서는 수리된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행정명령이 사회통념상 수긍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적 또는 신체적 제한을 가하여 근로를 강제하거나 전공의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 대한민국의 책임 여부에 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행정명령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고, 더하여 피고 대한민국이 전공의가 집단적으로 제출한 사직서의 수리를 금지한 이 사건 행정명령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위반함으로써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만한 사정도 찾아볼 수 없으므로 원고들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
피고 S의 책임여부에 관한 판단
피고 S은 이 사건 행정명령에 따라 원고들이 집단으로 제출한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은 것이고, 앞서 본바와 같이 이 사건 행정명령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 S이 위와 같이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은 것이 원고들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수 없다.
원고들은, 원고들이 제출한 사직서는 근로계약 해지의 의사표시에 해당하고 민법 제661조에 따르면 근로기간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도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므로, 피고 S이 원고들의 사직서를 수리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원고들과 피고 S 사이의 근로계약은 종료되었는데, 피고 S이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아 원고들이 다른 병원에서 근무할 수 없도록 한 것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앞서 본바와 같이 원고들은 의과대학 정원 증원 반대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하여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고, 이와 달리 원고들과 피고 S 사이에 근로계약을 존속시킬 수 없을 정도의 부득이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만한 별다른 증거도 없다. 원고들이 사직서를 제출하여 피고 S과 체결한 근로계약이 해지되었다는 전제 하에 원고들의 위 주장은 다른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원고 A 등은 인턴의 계약기간이 1년이어서 2024. 2. 29. 근로계약이 종료됨에도 불구하고, 피고 S이 위 원고들이 제출한 사직서를 수리하지 아니한 것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 즉 ① 피고 S은 이 사건 행정명령 및 그 이후에 이루어진 후속 행정명령에 기하여 원고 A 등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은 것인 점, ② 설령 위 각 행정명령이 위법하다고 가정하더라도 피고 S이 피고 대한민국이 발령한 행정명령의 취지에 반하여 원고 A 등이 제출한 사직서를 수리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 A 등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피고 S이 위 원고들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아니한 행위가 원고들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들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각 청구는 전부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안동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