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1. 14. 선고 2024가단5336329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피고 학교법인 E(이하 '피고 학원'이라 한다)은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제13조 제1항에 따라 전공의 수련병원으로 지정된 'F병원' 등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이고, 원고들은 위 수련병원에서 전공의<1>로 근무하였던 의사들이다.

나.

피고 대한민국은 2024. 2.경 의사 인력 확충을 위해 2025학년도부터 전국 의과대학의 정원을 점진적으로 증원하기로 하는 정책을 추진하기로 발표하였고, G단체 등 의사 단체는 위 정책을 무산시키기 위한 단체행동에 나설 것을 예고하거나, 정원 증원 반대 목적의 집회를 개최하였다.

다.

이에 피고 대한민국은 2024. 2. 7. 전국 221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하여 아래와 같은 내용의 '전공의 집단사직서 수리금지 명령'(이하 '이 사건 행정명령'이라 한다)을 발령하였다.

라.

그럼에도 H단체 회장과 국내 5개 주요 대학병원 각 전공의 대표들은 2024. 2.15. 회의를 거쳐 집단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할 것을 결의한 다음 '2024. 2. 19.까지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고 2024. 2. 20. 오전 6시를 기해 근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하였음을밝혔다. 위 결의에 따라, 피고 학원이 운영하는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던 원고들도 2024.2. 18., 같은 달 20., 같은 달 29.<2> 각 사직서를 제출하고, 그 무렵 진료현장을 이탈하였다.

마.

한편, 피고 대한민국은 ① 2024. 2. 16. 전공의가 근무 중인 전국 수련병원에 대하여 '소속 전공의가 집단 진료거부에 동참하지 않고 환자 진료 업무에 정상적으로 임하도록, 집단 진료거부가 예고된 기간 중에는 전공의 연가를 불허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할 것,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분만·투석실 등을 차질 없이 운영하고 필수적인 진료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적절할 조치를 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행정명령 등을 추가로 발령하고, ② 2024. 2. 19. 전국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들을 상대로 진료중단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진료유지명령 및 2024. 2. 26.경 추가적인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하였으며, 그럼에도 진료를 중단한 총 1,308명의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2024. 3. 19.자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하였다(이하 통틀어 '후속 행정명령'이라 한다).

바.

피고 대한민국은 2024. 6. 4. 이 사건 행정명령을 철회하였고, 피고 학원은 그 무

렵 원고들의 사직서를 수리하였다. 인턴이던 원고 B, D(이하 '원고 B 등'이라 한다)과 피고 학원 사이의 계약기간은 2024. 2. 29. 만료하여 그 수련계약관계가 종료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나 제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이 사건 행정명령은 전공의인 원고들이 제출한 사직서에 대한 수리를 금지하여 근로를 강제하게 하는 내용이므로 헌법 제15조에서 정한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근로기준법 제7조에서 정한 강제근로 금지를 위반하는 것으로서 위법하다. 이러한 피고 대한민국의 위법한 행정명령 및 이에 따른 피고 학원의 사직서 수리 금지행위로 인하여 인턴인 원고 B 등은 근로기간이 종료된 다음날인 2024. 3. 1.부터, 원고 A, C는 사직서를 제출한 날로부터 1개월이 경과한 시점부터, 각 피고 학원이 사직서를 실제 수리하기까지의 기간 동안 다른 병원 등에서 근무할 수 없게 되는 손해를 입었고, 그 구체적인 금액은 각 1,500만 원이다.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 A, B, D에게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으로 각 1,500만 원과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하고,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 C에게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으로 1,500만 원과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

3.

판단

가.

이 사건 행정명령의 위법 여부

1)

관련 법리

가)

행정처분의 위법 여부가 민사소송의 전제가 되는 경우에는 민사법원도 행정처분의 공정력과 상관없이 선결문제로 된 행정처분의 위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1972. 4. 28. 선고 72다337 판결 등 취지 참조).

나)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선언하고 있다(제36조 제3항). 한편,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비롯한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제37조 제2항).

다)

의료법 제59조 제1항은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보건의료정책을 위하여 필요하거나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규정의 문언과 체제, 형식,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려는 의료법의 목적 등을 종합하여 보면, 불확정개념으로 규정되어 있는 의료법 제59조 제1항에서 정한 지도와 명령의 요건에 해당하는지, 나아가 그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행정청이 어떠한 종류와 내용의 지도나 명령을 할 것인지의 판단에 관해서는 행정청에 재량권이 부여되어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지에 관한 판단은 고도의 의료·보건상의 전문성을 요하는 것이므로, 행정청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려는 목적에서 의료법 등 관계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에 대하여 전문적인 판단을 하였다면, 그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인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거나 그 판단이 객관적으로 불합리하거나 부당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행정청이 위와 같은 전문적인 판단에 기초하여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처분은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는 등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이 아닌 이상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3두21120 판결 등 취지 참조).

라)

이처럼 행정청의 전문적·재량적 판단을 요하는 처분행위에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점은 증명책임분배의 일반원칙에 따라 이를 주장하는 자가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1987. 12. 8. 선고 87누861 판결, 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6두57564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앞서 든 증거에 갑 제9, 10호증, 을나 제7 내지 제16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청에 대한 각 사실조회 회신결과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각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행정명령이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행정명령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가)

전공의는 일반적으로 종합병원, 대학병원 등으로 구성된 수련병원에서 근무하고 있고, 위 병원들은 각 지역 내에서 상급병원으로서 중증환자 등의 진단 및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전공의가 근무하고 있는 다수의 병원이 '권역책임 의료기관', '지역책임의료기관'(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제14조의2, 같은 법 시행규칙 제13조의2), '권역외상센터'(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30조의2), '권역응급의료센터'(같은 법 제26조),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같은 법 제29조),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심뇌혈관 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3조), '지역암센터'(암관리법 제19조), '긴급구조지원기관'(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조 제8호, 같은 법 시행령 제4조 제4호) 등으로 지정되어 있는바 국민의 건강 및 국가의료체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전공의 역할의 비중또한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나)

종합병원, 대학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의사 중 약 30~50%가 전공의로 구성되어 있고, 전공의는 수술을 포함한 병원 내에서의 환자에 대한 진단 및 치료행위를 상당 부분 담당하고 있어, 간호사 등 의사 면허를 가지고 있지 않은 다른 인력만으로는 상급병원에서 전공의가 수행하고 있는 역할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 전공의가 근무현장을 이탈할 경우 전공의가 평소 수행하고 있던 업무를 교수, 전임의 등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다른 의사들이 분담하여야 하므로, 교수, 전임의가 평소 수행하고 있던 진료 업무도 상당 부분 제한될 수밖에 없다.

다)

실제로 이 사건 행정명령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을 비롯한 다수의 전공의들은 2024. 2. 중순부터 근무하고 있던 수련병원에 사직서 내지 임용포기서를 제출한 다음 진료현장을 이탈하는 방식으로 근무를 중단하였는데, 국내 주요 5개 대학교병원을 기준으로 하여 2024. 3.경 입원은 1년 전인 2023. 3.경 입원에 비해 34.7%가 감소하였고,2024. 3.경 수술은 2023. 3.경 수술에 비해 43.5%가 감소하는 등 이 사건 행정명령을 통해 방지하고자 했던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이 현실화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사정은 전공의의 집단적인 진료현장 이탈 방지 및 이탈한 전공의의 복귀 유도가 국민의 건강 보호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뒷받침한다.

라)

보건복지부는 2024. 2. 1. '필수의료 살리기'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의료인력 확충을 포함한 4개 정책 패키지를 발표하였고, 구체적으로는 2035년까지 1만 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기로 하면서 2025학년도 의과대학의 정원 증원을 추진하였다.

이어 보건복지부는 2024. 2. 6. '2024년 제1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하여 2025년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증원하여 기존 3,058명에서 5,058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함과 동시에 국민보건 증진을 위하여 증원되는 정원은 비수도권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배정한다는 원칙도 함께 밝혔다.

그러자 G단체 등은 즉각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발하였고, 2024. 2. 7. G단체는 임시총회를 개최하여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뒤 정원 증원을 저지하기 위한 지역별궐기대회 개최 등을 각 지역별 의사협회에 요청하였다.

마)

과거 2000년 의약분업 제도 도입, 2014년 원격의료 제도 도입, 2020년 의과대학 정원 증원이 논의되었을 무렵에도 전공의들을 포함한 의사 단체 등은 파업 또는 집단 휴진 등을 통해 정부 정책에 반대하였고, 특히 2020년에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전공의들의 진료거부로 인하여 중환자 병상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되기도 하였다. 따라서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되어 전공의가 다시 파업, 휴진 등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국가의료체계에 혼란이 발생될 수 있음이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이었다.

바)

이러한 상황에서 보건복지부는 2024. 2. 7.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방지하고자 의료법 제59조 제1항,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제15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행정명령을 발령하였다.

사)

그럼에도 전국 16개 시도의사회는 2024. 2. 13.부터 2024. 2. 15.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의과대학 정원 증원 반대 집회를 개최하였고, 2024. 2. 20.에는 전국 40개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 학생 대표가 동맹휴학을 선언하여 2024. 2. 21.까지 전국 의대생의 약 43%에 해당하는 총 8,753명의 의대생이 휴학계를 제출하기도 하였으며, 앞서 살펴본 것 같이 전공의들도 집단사직서를 제출한 뒤 진료현장을 이탈하기에 이르렀다. 아) 이처럼 피고 대한민국은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인하여 국민건강에 중대한 위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전문적인 판단을 하여 이 사건 행정명령을 하게 된 것인바, 이 사건 행정명령에 이르게 된 앞서 살펴본 사정들을 고려하여 보면, 피고 대한민국의 위와 같은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인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거나 그 판단의 기준과 절차, 방법, 내용 등에 객관적으로 불합리하거나 부당하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자)

나아가 이 사건 행정명령을 통하여 전공의의 집단사직 및 진료현장 이탈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 이외에는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의료공백 및 그로 인한 국민보건상의 위험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다른 적절한 수단이 있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차)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이 사건 행정명령이 헌법 제15조에서 정한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근로기준법 제7조에서 정한 강제 근로 금지 규정을 위반하여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헌법 제15조는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개인이 원하는 직업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좁은 의미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그가 선택한 직업을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는 '직업수행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헌법재판소 2016. 3. 31. 선고 2013헌마585 등 결정 참조), 근로기준법 제7조는 '사용자는 폭행, 협박, 감금, 그 밖에 정신상 또는 신체상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으로써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를 강요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여 강제 근로를 금지하고 있으며, 근로기준법 제107조는 강제 근로 금지를 위반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그 밖에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이라고 하려면 사회통념상 수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정신적 또는 신체적 제한을 가하여 근로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살피건대, 이 사건 행정명령이 전공의들이 소속되어 있는 수련병원으로 하여금 행정명령 종료 시까지 집단사직서 수리를 금지하도록 하여 전공의들을 수련병원에서 계속 근무하게 함으로써 전공의들의 직업선택 자유를 일부 제한하는 점은 인정된다.그러나 ①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이 사건 행정명령은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의료 공백을 방지하고 평시와 다름없는 신속한 응급의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인 점, ② 이 사건 행정명령은 기존에 근무하고 있지 않은 전공의로 하여금 근무를 개시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수련병원으로 하여금 전공의가 제출하는 집단사직서 수리를 금 지하도록 함으로써 기존에 체결된 근로계약의 내용에 따라 계속 근무할 것을 유도하는 내용에 불과한 점, ③ 실제로도 원고들을 비롯한 대부분 전공의들의 자유의사가 제압되거나 강제 근로의 효과는 발생하지 아니하여, 진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로 하여금조기 복귀하도록 유도하거나 업무개시를 요청하는 동일한 취지의 후속 행정명령이 반복하여 이어지기도 한 점, ④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관한 정책이 완료되거나 중도에 무산되는 등 위 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사이의 갈등과 분쟁이 마무리되면 이 사건 행정명령은 철회될 것임이 예정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고, 실제로도 이 사건 행정명령은 발령된 때로부터 약 4개월이 지난 후 철회되었으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원고들의 사직서가 수리된 점, ⑤ 이 사건 행정명령은 전공의들이 의과대학 정원증원 반대 의사를 관철시킬 목적하에 집단으로 제출하는 사직서의 수리만을 금지하고 있을 뿐이고, 건강 악화 등 개인 신상 문제로 인하여 정상적인 근무가 불가능하거나 근무를 희망하지 않는 전공의가 개별적으로 제출하는 사직서의 수리를 금지하지 않고 있으며, 실제 일부 전공의들은 이 사건 행정명령이 발령되어 있는 기간 입원치료를 요하는 정도의 건강 악화 등을 사유로 전공의 수련과정 지속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하였고, 그와 같은 사직서는 수리된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행정명령이 사회통념상 수긍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적 또는 신체적 제한을 가하여 근로를 강제하거나 전공의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카)

또한 원고들은 다른 직종과 달리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평등권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행정명령은 국민보건의 중대한 위해 발생 방지를 그 목적으로 하는바, 상급병원의 의료체계상 지위, 상급병원에서 전공의가 수행하는 역할, 이 사건 행정명령의 존속기간 등에 비추어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존재하여 비례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

타)

또한 원고들은,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이후 약 1개월만인 2024. 3. 15.경 의료전달체계가 정상화되었고, 그 후 피고 대한민국이 이 사건 행정명령을 철회하였으며, 통계청의 2024년도 인구동향조사 결과에 의하더라도 2024년도의 전년 대비 사망자 수나 조사망률(粗死亡率)<3>에서 유의미한 증가율을 보이지 않은 사정 등에 비추어,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의료공백이 현실화된 것으로 볼 수 없고, 회피가능사망률<4>에도 특별한 변화가 없었으므로 입원, 수술 등 진료량의 감소만으로는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 우려'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면서, 피고 대한민국이 내린 전문적 판단의 정당한 근거가

제시되지 않는 이상 이 사건 행정명령은 위법한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재량권 일탈·남용에 관한 증명책임이 원고들에게 있음은 앞서 본 법리와 같다. 또한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사망률 상승'이라는 악결과가 반드시 발생하여야만'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 우려'가 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을뿐더러, 2024년도의 '회피가능사망률'이나 '조사망률' 변화는 아래에서 보는 전공의 집단사직에 대응한 여러 인적·물적 지원 및 예방적 조치들에 의해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①

피고 대한민국은 2024. 2. 19. 보건복지부장관 산하에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구성하여 환자의 불편과 피해를 최소화하고 응급·필수의료체계를 유지·지원하기 위한 「집단행동 대비 비상진료대책」을 수립한 데 이어, 2024. 2. 28. 상급종합병원의 중증·응급 진료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의 「비상진료 보완대책」을 발표하였다.② 위 「집단행동 대비 비상진료대책」의 주요 내용은 ㉠ 전국 409개 응급의료기관의 필수 진료기능 유지를 위해 신속한 현장 이송 및 전원을 지원하는 것(응급의료체계 유지), ㉡ 전공의가 상당수 근무하는 대형병원은 자체적인 비상진료대책에 따라 중증응급수술과 중환자실, 투석실 등 필수의료과목 중심으로 진료체계를 단계적으로 전환하며, 지방의료원 등 총 97개의 공공보건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평일 진료시간의 확대 및 주말과 공휴일 진료 실시, 12개 국군병원의 응급실을 민간인에게도 개방하고, 의원급 의료기관이나 보건소의 연장진료를 추진하는 것(전공의 이탈로 인한 필수의료 진료공백 최소화), ㉢ 응급의료정보시스템을 활용해 동네 문 여는 의료기관 등을 실시간으로 수집·제공하는 것, 비대면진료 전면 허용(환자 불편 최소화), ㉣ 공보의, 군의관 인력을 필요한 기관에 배치하고, 정규인력 확대, 재정지원 및 중증·응급진료 등에 대한 보상 등을 지원하는 것(인력지원 및 비상진료 지원), ㉤ 응급의료기관, 공공병원, 주요 수련병원등의 운영상황과 비상진료 현황을 모니터링 하는 것(범정부 비상진료 관리체계 전면가동) 등이다. ③ 피고 대한민국은 이러한 비상진료체계 운영을 위하여, ㉠ 한시적인 교수·전임의 등 당직 근무와 비상진료인력의 인건비 지원(580억 원), ㉡ 공중보건의사·군의관 파견(59억 원), ㉢ 공공의료기관 의료진의 평일 연장진료, 주말·휴일 진료 지원(393억 원), ㉣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와 신생아 집중치료 지역센터 등 진료 지원(12억 원), ㉤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간 전원체계 강화를 위한 일반병원의 전원환자 진료에 따른 추가 인센티브 제공(40억 원), ㉥ 경증·비응급환자의 지역응급의료센터 이송치료 지원(68억 원), ㉦ 구급차 이용료 지원(5억 원) 등에 2024. 3. 6. 예비비1,254억 원을 투입한 것 외에도 상당기간에 걸쳐 막대한 규모의 예산자원을 사용하였다. ④ 또한 이러한 비상진료대책의 시행에 따라 진료현장을 이탈하지 않고 남아있던 의료진들의 비상 연장근무가 불가피하였고, 전국의 응급의료기관, 지방의료원 등 공공보건의료기관 및 1, 2차 병원 등도 평일 진료시간 확대, 주말·공휴일 연장 진료 등을 통해 진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최대한 협조하였다.

파)

이 사건 행정명령은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국가의료체계에 혼란이 발생될 수 있음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전문적인 판단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이 현실화되자, 정부와 민간의 상당한 희생과 비용이 뒤따르는 여러 조치들을 거쳐 의료전달체계가 어느 정도 정상화 된 이후에 이 사건 행정명령이 철회되었다거나 결과적으로는 2024년도의 '사망자 수'나 '조사망률' 등에서 통계적으로 유 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게 되었더라도, 이는 '국민보건의 중대한 위해 발생 방지'라는 이 사건 행정명령의 목적에도 부합하므로, 그러한 사정들이 피고 대한민국의 전문적 판단을 위법하게 한다거나, 원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가 된다고는 볼 수 없다.

나.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여부

1)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행정명령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들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설령 이와 달리 보더라도, 어떠한 행정처분이 결과적으로 위법한 것으로 평가 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행정처분이 곧바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객관적 주의의무를 위반함으로써 그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제2조가 정한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때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는지 여부는 침해행위가 되는 행정처분의 태양과 목적, 피해자의 관여 여부 및 관여의 정도, 침해된 이익의 종류와 손해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부담시킬 만한 실질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하는바(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3다206368 판결 등 참조),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대한민국이 전공의의 집단적 사직서 수리를 금지한 이 사건 행정명령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위반함으로써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원고들의 주장은 어느 모로 보더라도 이유 없다.

2)

피고 학원에 대한 주장에 관한 판단

가)

피고 학원은 이 사건 행정명령에 따라 원고들이 집단으로 제출한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은 것이고,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이 사건 행정명령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 A, B, I(이하 '원고 A 등'이라 한다)의 피고 학원에 대한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한편 위 원고들은, 원고 A 등이 제출한 사직서는 근로계약 해지의 의사표시에 해당하는데, 민법 제661조에 따르면 근로기간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도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므로, 피고 학원이 위 원고들의 사직서를 수리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위 원고들과 피고 학원 사이의 근로계약은 종료되었고,그럼에도 피고 학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면허 등록<5>을 유지하여 위 원고들이 다른 병원에서 근무할 수 없도록 한 것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보건대, 민법 제661조 소정의 '부득이한 사유'라 함은 고용계약을 계속하여 존속시켜 그 이행을 강제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불가능한 경우를 말하는바(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3다51675 판결 등 참조),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원고 A 등은그 주장에 의하더라도 의과대학 정원 증원 반대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하여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고, 이와 달리 위 원고들과 피고 학원 사이에 근로계약을 존속시킬 수 없을 정도의 부득이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만한 별다른 증거가 없다. 따라서위 원고들이 사직서를 제출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 학원과 체결한 근로계약이 해지되어 종료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있는 위 원고들의 위 주장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다)

또한 원고 A 등은 근로기준법 제7조에 기하여 일방적인 계약해지가 가능하고, 민법 제660조 제2항을 유추 적용하여 상대방이 해지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1월이 경과하면 해지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7조는 헌법 제12조 제1항 제2문 후단이 정한 강제노역 금지를 구체화한 조문이지,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고용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아무런 제약 없는 계약 해지권을 보장하는 취지의 조문이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있는 위 원고들의 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라)

그리고 원고 B 등은, 인턴의 계약기간이 1년이어서 2024. 2. 29. 근로계약이 종료됨에도 불구하고, 피고 학원이 위 원고들이 제출한 사직서를 수리하지 아니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면허 등록도 말소하지 않은 채 2024. 7. 15. 이후에야 이를 수리한 것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각 사정, 즉 ① 피고 학원은 이 사건 행정명령 및 그 이후에 이루어진 후속 행정명령에 기하여 원고 B 등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은 것인 점, ②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설령 이 사건 행정명령에 중대·명백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고 가정하여 보더라도, 하자가 중대·명백하지 않은 행정처분은 취소되기 전까지는 공정력에 의하여 그 효력이 유효한 것으로 통용되므로(행정기본법 제15조), 피고 학원이 유효한 행정명령의 취지에 반하여 사직서를 수리하거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전공의사직 관련 말소 통보를 할 수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③ 한편 국민건강보험법 제43조에서 정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한 인력 등 현황신고는 요양기관의 요양급여비용 청구를 위한 절차에 불과하여 원고 B 등 지위에 어떠한 영향을 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원고들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피고 학원이 사직서를 수리하지 아니한 행위 등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위 원고들의 주장도 이유 없다.

4.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노아

각주1) 전공의는 의사 면허를 가진 자로서 전문의가 되기 위해 수련병원에 전속되어 근무하는 인턴(원고 B, D), 레지던트(원고 A, C)를 의미한다.

각주2) 원고 B는 2024. 2. 18., 원고 C는 2024. 2. 20., 원고 A, D은 2024. 2. 29. 각 사직서를 제출하였다.

각주3) 조사망률(Crude Death Rate)이란 사망수준을 나타내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로서, 연간 총사망자 수를 해당 연도의 연앙인구(연중 중앙시점의 인구, 보통 7월 1일 기준)로 나눈 수치를 1,000분비로 나타낸 비율을 말한다

각주4) [조사망률 = 특정 1년간의 총 사망자수 / 당해연도의 연앙인구 × 1,000]

각주5) 회피가능사망률(Awoidable Mortality)이란 예방 가능한 질병이나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을 의미하며, 질병 예방을 통해 막을 수 있는 사망(예방가능사망률)과 시의적절한 치료를 통해 막을 수 있는 사망(치료가능사망률)을 더한 수치이다.

각주6) 이는 국민건강보험법 제43조의 `요양기관의 인력현황에 관한 신고'절차를 말하는 것으로 보이므로, 이하에서는 이를 모두 선해하여 판단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