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10. 30. 선고 2024고단3263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 사건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

피고인은 피해자 B 주식회사(이하 ‘피해 회사’라 한다)의 안산중앙대리점(이하 ‘이 사건 대리점’이라 한다)에서 2001. 6. 9.부터 2016. 1. 15.까지 자동차 판매업무를 하는 영업사원인 ‘카마스터’로 근무하였던 사람으로, 대리점 소속 영업사원들은 근로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로 분류되어 4대 보험 가입 등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점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중, 2015. 8.경 다른 영업사원들과 함께 C조합를 결성하고, 2015. 9.경 피고인을 위원장으로 한 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조’라 한다) 설립인가를 받았다.

피고인은 2016. 1. 15. 이 사건 대리점에서 해고되고 2016. 1. 25.경 이 사건 대리점이 폐업을 하게 되자, 피고인이 노조위원장이라는 이유로 피해 회사가 자신을 해고하고 대리점을 폐업시킨 것으로 생각하고, 2016. 7.경 내지 10.경 다른 카마스터들과 함께 피해 회사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0. 1. 9. ‘피해 회사와 카마스터들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 내지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2021. 1. 15. 항소가 기각되고, 2022. 5. 26. 상고기각 판결이 선고되어 같은 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또한 D노동조합 E지회(지회장 피고인)는 2018. 6.경 피해 회사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형사 고소하였으나,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2020. 8. 10. ‘피해 회사가 카마스터들의 사용자임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피해 회사가 대리점주들과 공모하여 카마스터들의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해고, 재취업 방해, 대리점 폐업 등을 지시하거나 관여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하였으며, 이에 대하여 2020. 10. 27. 항고가 기각되고, 2021. 4. 22. 재정신청이 기각되었다.

피고인은 피해 회사를 상대로 복직을 요구하기 위하여 위와 같이 관련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모두 패소하자,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하여 2022. 1.경부터 피해 회사의 건물 앞에 현수막을 게시하고 집회를 하기 시작하였다.

피고인은 2022. 8. 29. 08:19경 서울 강남구 F건물 부근 G빌딩 오른쪽에 있는 불특정 다수의 행인이 지나가는 길에서 집회를 하던 중, 확성기를 이용하여 연설을 하면서 “노동조합 가입하고, B에 4대 보험을 가입해줄 것을 요구했더니 B가 하루아침에 그 노동자들을 모두 해고했습니다.”, “2015. 8. 22. 노동조합을 만들고, B에 4대 보험을 가입해줄 것을 요구하고,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은 참담하게도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4대 보험 가입을 요구하는 조합원을 모두 해고하겠다는 통보였습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노동조합에 가입한 조합원을 모두 해고하겠다는 통보였으며, 실질적으로 이 노동자들이 근무하고 있는 자동차 전시장을 강제로 폐업시키며 수백 명을 그렇게 해고했습니다.”, “이렇게 악질적으로 악덕하게 노조 탄압을 하는 B회사 H한테 평가 원칙을 구현해야 됩니다.”, “10년, 20년 일하던, 성실하게 일하던 일터에서 4대 보험 가입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하루아침에 쫓겨났습니다.”, “노조에 가입했다고 하루아침에 가장들을 무참하게 잘라내는 B는 정말 악덕하고 악질적인 기업입니다.”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사실은 위 관련 민․형사소송 결과와 같이 피해 회사와 대리점 소속 카마스터 사이에는 묵시적 근로계약관계 내지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하지 않고, 피해 회사가 노조 가입을 이유로 카마스터를 해고한 사실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와 같이 공연히 허위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 회사의 명예를 훼손한 것을 비롯하여, 2022. 1. 13.경부터 2022. 9. 29.경까지 사이에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총 32회에 걸쳐 현수막 게시, 집회 연설 등의 방법으로 공연히 허위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2.

관련 법리

형법 제307조 제2항의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범인이 공연히 사실의 적시를 하여야 하고, 그 적시한 사실이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으로서 허위이어야 하며, 범인이 그와 같은 사실이 허위라고 인식하였어야 하는데, 그 적시된 사실이 허위의 사실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적시된 사실의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에 있어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22. 11. 17. 선고 2022도8567 판결 등 참조). 또한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진실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허위일 뿐만 아니라 그 적시된 사실이 허위라는 것을 피고인이 인식하고서 이를 적시하였다는 점은 모두 검사가 입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09도12132 판결 등 참조).

3.

판단

피고인이 현수막 또는 집회 연설을 통해 적시한 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을 비롯한 피해 회사 대리점 소속 영업사원들이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또는 4대 보험 가입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피해 회사가 대리점을 기획폐업 또는 위장폐업 하도록 하고, 해당 대리점 소속사원들을 집단 해고하는 등의 부당노동행위를 하도록 하였다.’는 것이다(다만 범죄일람표 순번 11의 적시사실은 ‘피해 회사가 갖가지 노조탄압을 하면서 주거침입이라며 본사 건물 화장실에도 못 가게 막는다.’는 취지이고, 순번 18의 적시사실은 ‘피해 회사가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폭행 등 행위를 하도록 하였다.’는 취지인데, 이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한다).

그런데 이 법원이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여러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적시한 위와 같은 사실이 허위라는 점, 나아가 피고인이 그 사실이 허위임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피고인이 이 사건 노조를 설립한 후 설립총회를 개최한 2015. 8. 22. 바로 이틀 후, 이 사건 대리점을 관할하는 피해 회사 경기서부지역본부 차장 I은 이 사건 대리점 대표인 J에게 피고인이 이 사건 노조의 위원장인 사실을 통보하였고, 그 무렵부터 J은 피고인에게 노조를 탈퇴할 것과 퇴사할 것 등을 요구하면서 수시로 피고인을 모욕 또는 협박하고, 폭행과 상해를 가하기도 하였다. 또한 피해 회사는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2015. 10.경 이 사건 대리점에 대해 갑작스럽게 부정기적인 감사를 실시하겠다고 통보하였고,<1> 감사 결과 본사에서 지원하는 각종 수당의 지급중단 및 일정기간 계약출고정지 등의 조치를 취하였으며, 이로 인해 이 사건 대리점은 사실상 업무가 정지되어 2016. 1. 22.경 피해 회사와 대리점 계약을 해지하고 폐업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피고인은 폐업 직전인 2016. 1. 15.경 해고되었다.

(2)

J은 위와 같이 피고인을 모욕하거나 폭행, 상해를 가한 범죄사실로 2016. 6.경 유죄판결(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16고단267, 항소심 수원지방법원 2016노4634)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었는데, 위 형사판결에서는 J의 피고인에 대한 모욕, 폭행 등 행위가 피고인의 노조 결성과 활동으로 인해 갈등을 겪게 된 데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인정하였다. 한편 피고인은 2017. 1.경 J을 상대로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17가단50754)을 제기하여 그 손해배상을 명하는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는데, 위 민사판결에서 역시 J이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행위를 한 이유가 피고인이 노조활동을 함으로써 이 사건 대리점이 불이익을 받게 된 데서 비롯된 것임을 인정하였다. 또한 위 각 소송과정에서 J은 수차례 ‘피해회사에서 안산대리점주인 자신에게 피고인을 해고하라는 압력을 가해왔고, 이에 따라 피고인에게 노조를 탈퇴하라거나 출근하지 말라는 요구를 하였다.’, ‘폐업이유는 명목상으로는 대표자의 건강악화이나, 실질적으로는 피고인의 노조 결성에 따른 본사의 압력을 견디지 못한 것이었으며, 본사로부터 피고인을 퇴사시키라는 압력을 받고 표적감사까지 당하는 등 대리점을 폐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취지의 일관된 진술을 하였다. 나아가 J은 ‘피고인이 이 사건 노조를 결성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퇴사하라고 종용하거나 모욕․폭행 등의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하였다.’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의 범죄사실로 2016. 12.경 약식명령(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16고약18171)을 받아 그 약식명령이 확정되었다.

(3)

이 사건 대리점이 폐업한 직후부터 피해 회사의 광주신안대리점(2016. 2. 27. 폐업), 분당탑대리점(2016. 5. 30. 폐업), 의정부중앙대리점(2016. 7. 30. 폐업), K의 목동법원대리점(2017. 1.말 폐업) 등 피해 회사 또는 K의 다수 대리점이 연쇄 폐업하였는데, 이들 폐업 대리점들은 모두 소속 영업사원들 전부 또는 상당수가 이 사건 노조에 가입한 상태였다. 그 과정에서 광주신안대리점 대표는 ‘노조설립 때문에 피해 회사 본사 인사실에서 수없이 전화를 하는 등 버틸 수 없게 하여 폐업하였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K회사 목동법원대리점은 2017. 1.경 폐업하였는데, 이와 관련하여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6. 12.경 목동법원대리점 대표 L이 조합원들에게 노조탈퇴를 종용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것을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판정(M)을 하면서, L이 ‘노조에서 탈퇴하면 그 명단이 본사에 들어가고, 그래야 본사로부터 보호해 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4)

한편 폐업하지 않은 대리점들의 경우에도 상당수 대리점 대표들이 이 사건 노조 설립 후 노조 가입을 이유로 소속사원을 해고하거나, 노조 탈퇴를 종용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등의 행위를 하여 유죄판결을 받거나 노동위원회의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받았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과 과정은 다음과 같다.

①

송산대리점 대표 N는 2015. 9.경 소속사원인 O가 이 사건 노조의 사무국장으로 활동하였다는 이유로 O를 해고하였는데,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16. 2.경 이를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하였고, N는 2016. 12.경 같은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범죄사실로 약식명령(의정부지방법원 2016고약18078)을 받아 그 약식명령이 확정되었다.

②

의정부중앙대리점 대표 P는 ‘2015. 9.경부터 소속사원들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하거나 노조가입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부당노동행위를 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약식명령(의정부지방법원 2017고약20490)을 받아 그 약식명령이 확정되었다.

③

야탑대리점 대표 Q는 2016. 2.경 노조 가입을 이유로 소속사원들을 해고하거나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행위를 하였는데,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16. 7.경 위와 같은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판정(R)을 하였고, 그 과정에서 Q가 조합원들에게 ‘노조에서 전원탈퇴 해야만 모두가 살 수 있다. 본사에서 저렇게 고름(화) 났는데 재계약 안 해 줄 수도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한편으로 Q는 ‘소속사원들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하거나 노조가입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부당노동행위를 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약식명령(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16고약13966)을 받아 그 약식명령이 확정되었다.

④

S대리점 대표 T은 ‘2016. 4.경 소속 영업사원들에게 이 사건 노조에 가입하였는지 여부를 확인하면서 노조 가입여부를 본사에 보고하여야 하고, 심할 경우 대리점재계약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발언을 하여 노조가입을 하지 않았다는 서명을 받거나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부당노동행위를 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유죄판결(인천지방법원 2017고단5674)을 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⑤

금암대리점 대표 U은 2016. 4.경 노조 가입을 이유로 소속사원들을 해고하거나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행위를 하였는데, 전북지방노동위원회는 2016. 11.경 위와 같은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하고, 중앙노동위원회는 이에 대한 재심신청 사건에서 재심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U이 ‘우리 대리점이 노조에 가입되어 있는데, 회사에서는 다른 대리점으로 번질 것을 우려해서 일벌백계 차원에서 없애 버리려고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대리점 문을 닫으면 다른 대리점에서 근무하는 것도 받아주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위 판정은 재심판정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거쳐 그대로 확정되었다.

⑥

문래중앙대리점 대표 V은 ‘2016. 4. 경 노조 가입을 이유로 소속 영업사원을 해고하거나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부당노동행위를 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유죄판결(서울남부지방법원 2017고단5157)을 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V은 소속 직원들에게 ‘본사의 압박을 도저히 이겨낼 수가 없다. 회사에서는 더 번지기 전에 어떻게 해서든 막으려 하는 모습이 느껴진다.’는 발언을 하기도 하였고, 위 판결에서도 ‘소속사원을 해고한 실질적 이유는 이 사건 노조에 가입했기 때문이며, V이 대리점주로서 상당 부분 대기업인 본사를 의식하거나 그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단된다.’는 사실을 인정하였다.

⑦

남안산대리점 대표 W은 ‘노조에 가입해서 중앙대리점(이 사건 대리점) 박살나는 거 봐’ 등의 발언을 하면서 노조에서 탈퇴하지 않으면 대리점을 폐업할 것처럼 탈퇴를 종용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약식명령(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17고약10927)을 받아 그 약식명령이 확정되었다.

⑧

주례대리점 대표 X은 2016. 4. 경 노조에 가입하였다는 이유로 소속 영업사원들을 해고하거나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행위를 하였는데, 부산노동위원회는 2016. 9.경 이를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하는 판정(Y)을 하고, 중앙노동위원회는 그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 한편으로 X은 노조가입을 이유로 소속사원들을 해고하는 부당노동행위를 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약식명령(부산지방법원 2017고약10946)을 받아 그 약식명령이 확정되었다.

⑨

등촌대리점 대표 Z, AA은 2017. 3.경 노조가입을 이유로 소속사원을 해고하는 행위를 하였고,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2017. 8.경 이를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하는 판정(AB)을 하고, 중앙노동위원회는 그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

⑩

한편 피고인이 K회사 AC대리점 대표 AD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서 AD은 2016. 2.경 소속 직원들에게 노조탈퇴를 종용하는 등의 부당노동행위를 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유죄판결(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18고단170)을 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AD은 ‘노조의 교섭요구를 받고 교섭사실 공고문을 부착하였다가 지역본부의 지시로 공고문을 제거하였다. 안산중앙대리점이 폐업한 후 우리 대리점도 본사로부터 노동조합이 생기면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무언의 압박을 받은 상태였고, 본사에서는 10개 대리점이 됐든 15개 대리점이 됐든 행정소송에서 결론이 나오기 전에 대리점 문을 닫게 하겠다고 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바 있다.

(5)

이 사건 노조 설립 전까지는 피해 회사의 대리점이 폐업하면 인근 대리점이나 대체개소를 통해 소속 영업사원들의 고용이 승계되는 것이 통상적이었으나, 이 사건 대리점 폐업 후에는 해고된 영업사원들의 고용승계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그 후에 폐업한 분당탑대리점, 의정부중앙대리점, K회사 목동법원대리점 등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아무런 고용승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일부 영업사원들은 다른 대리점에 채용되었으나 피해 회사에서 사번 발급을 거부하는 등 취업을 방해함으로써 고용승계나 재취업이 무산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6)

2015. 10.경부터 언론을 통해 ‘피해 회사 대리점 대표가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영업사원에게 폭언과 폭행을 가하였다.’는 내용이 보도되기 시작하였고, 그 후부터 ‘비정규직인 피해 회사의 여러 대리점 영업사원들이 노조에 가입하자 피해 회사에서 이들을 노조에서 탈퇴시키려고 대리점주들을 압박하고, 이로 인해 여러 대리점들이 노조에 가입한 영업사원들을 해고하고 대리점을 폐쇄하였다는 의혹이 있다.’는 내용이 수차례 보도되기도 하였다.

(7)

위와 같은 여러 정황들과 함께, 피해 회사가 비록 대리점 영업사원들과 사이에는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대리점에 대해서는 재계약을 거절하거나 업무정지처분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존속 여부를 좌우하는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지위에 있었고, 이로 인해 대리점주들은 본사 또는 지역부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보이는 점, 이 사건 노조가 설립되어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피해 회사에서 갑작스럽게 노조 위원장인 피고인이 소속된 이 사건 대리점에 대해 종전에 없던 부정기감사를 실시하여 사실상 업무를 정지시키는 불이익처분을 하였고, 그것 외에 달리 이 사건 대리점에서 피고인에 대한 해고와 폐업을 단행할 만한 이유를 찾기 어려운 점,<2>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대리점 폐업 후 전국에 있는 피해 회사 또는 K의 여러 대리점들이 비슷한 시기에, 또한 비슷한 이유로 폐업 또는 해고, 노조 탈퇴 종용 등 부당노동행위가 연쇄적으로 발생하였고, 피고인은 이와 관련한 민․형사사건 또는 행정사건의 당사자로서 또는 노조위원장으로서 위 각 사건의 진행경과와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보고 들은 관계로 위와 같은 연쇄 폐업 또는 해고 등 부당노동행위가 피해 회사의 대리점주들에 대한 명시적 또는 묵시적 압박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하였을 여지가 충분한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는 적시한 사실이 진실한 사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피고인에게 허위사실을 적시한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나아가 이 사건 노조는 비정규직인 대리점 영업사원들이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고 정규직 사원들과 비교해 받는 차별을 개선하는 등 권리를 향상시킬 목적으로 설립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의 행위는 노조위원장으로서 위와 같이 정당하게 설립인가를 받은 노동조합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한 업무의 일환으로 볼 여지도 충분하므로, 사적인 명예훼손의 고의를 가지고 한 행위로 보기도 어렵다.

(8)

피고인이 해고된 후 피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청구소송(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합545090)에서 2020. 1.경 피고인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되고, 그 판결이 항소, 상고를 거쳐 확정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 사건에서 확인된 사실은 피고인이 이 사건 대리점주와 사이에 근로계약관계가 있을 뿐 피해 회사와 사이에는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 또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파견근로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일 뿐이므로, 그것만으로 피해 회사가 산하 대리점들의 연쇄적인 폐업과 해고 등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여 영향을 미친 사실이 없다는 점이 확인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9)

한편 D노동조합 E지회가 피해 회사를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한 사건에서 검찰이 2020. 8.경 ‘피해 회사가 카마스터들의 사용자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고, 대리점주들과 공모하여 대리점 폐업, 해고 등의 부당노동행위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혐의없음 결정을 하고, 이에 대한 항고 및 재정신청이 모두 기각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검찰이 무혐의처분 사유로 적시한 주요한 내용인 ‘대리점주들이 폐업 등에 피해 회사의 지시나 관여가 있었던 점을 부인하고 있는 점<3>이나 일부 대리점의 폐업 사유는 계약상 의무위반이나 대리점주의 개인적 사정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은 법원의 판결 등을 통하여 명확히 확인된 사실이 아닐 뿐만 아니라, 앞서 본 바와 같이 그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다수의 정황들이 존재하는 이상, 피고인으로서는 위와 같은 검찰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시한 사실이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인정되므로, 위 무혐의처분으로 인해 피고인이 적시한 사실이 허위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고 볼 수 없다.

(10)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범죄일람표 순번 11의 적시사실은 ‘피해 회사가 갖가지 노조탄압을 하는 와중에 주거침입이라며 본사 건물 화장실에도 못 가게 막았다.’는 내용인데, 이에 대해 피고인은 자신이 피해 회사 건물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던 중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회사 건물에 들어가려 하자 노조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출입을 금지당한 경험이 있어 이를 적시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검사는 위 사실이 허위라는 점, 즉 피해 회사가 위와 같이 피고인을 화장실에 가지 못하게 막는 행위를 한 적이 없다는 점을 증명할 만한 아무런 자료를 제출한 바 없으므로, 이는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고인이 허위사실임을 인식하고 적시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11)

한편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범죄일람표 순번 18의 적시사실은 ‘때리고, 눈 찌르고, 침 뱉고, 강제추행하고 B 판매대리점에서 노조 만든 탓’이라는 내용인데, 위 적시사실은 위와 같은 폭행 등 행위의 주체가 적시되지 않아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피해 회사로 특정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 있다. 그러나 설령 검사의 주장처럼 ‘피고인이 피해 회사 대리점에서 노조를 만든 탓에 위와 같은 폭행을 당하였다는 사실을 피해 회사 건물 앞에서 피해 회사가 기획폐업, 해고 등에 개입하였다는 취지의 여러 사실들과 함께 적시하였으므로 이로써 위와 같은 폭행행위 역시 피해 회사가 사주하였거나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피해 회사를 피해자로 특정할 수 있다고 본다고 하더라도,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 노조를 결성하여 활동하였다는 이유로 대리점 대표인 J으로부터 위와 같은 폭행 등 행위를 당한 것은 이미 민․형사 확정판결을 통해 인정된 사실에 해당하는 점, 앞서 본 바와 같이 기획폐업이나 해고 등이 실질적으로 노조 결성이나 활동을 이유로 이루어졌고 피해 회사가 이에 개입하였다고 볼 만한 여러 정황들이 있어 피고인으로서는 위 폭행행위 역시 피해 회사가 대리점 대표에게 피고인으로 하여금 노조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라는 강한 지시와 압박을 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했을 여지가 충분하므로, 이 부분에 있어서도 피고인이 적시한 사실이 허위사실임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따라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장성진

각주1) 이 사건 이전까지 피해 회사는 대리점들에 대해 2년에 한 번씩 정기감사를 실시해 왔고, 이 사건 대리점은 2015. 6.경에 이미 정기감사를 받은 상태였다.

각주2) 당시 폐업의 명목상 이유로 내세웠던 ‘대표자의 건강악화’와 관련해서는 J에 대한 진단서 등 관련 자료가 전혀 제출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폐업은 경제적 불이익과 더불어 소속사원들 모두의 실직과 생계에 대한 위협을 초래하는 것으로서 당시의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불이익을 모두 감수하고 급작스럽게 폐업을 결정할 별다른 이유는 없어 보인다.

각주3) 이와 관련하여 검사는 대리점들의 폐업과 해고 등에 피해 회사가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에 관한 증거로 당시 대리점주들인 P, U, Q, V, J, T, N, AD Z 등이 근로감독관 또는 검찰수사관과 전화통화한 내용을 기재한 수사보고서(추가 증거목록 순번 1 내지 13)를 제출하였으나, 이는 모두 제3자의 전문진술을 기재한 서류로서 피고인이 증거로 함에 동의한 바 없을 뿐만 아니라, 각 진술자의 서명날인이 없고 이 법정에서 그 진정성립이 인정된 바도 없어 모두 증거로 쓸 수 없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