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
o 피고인은 개인건설업자로 건설업 면허 전남 여수시 B 신축공사(이하 '이 사건 신축공사'라고 한다) 현장 견출·할석 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를 702,780,000원에 하도급 받아 상시근로자 20명을 사용하여 시공한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모든 금품을 지급해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당사자 사이 합의에 따라 그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공사현장에서 2020. 5. 28.부터 2021. 7. 21.까지 견출공으로 일한 C의 2021. 6월 임금 522만 원, 2021. 7월 임금 198만 원 합계720만 원을 당사자 사이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았다.
판단
형사재판의 기본원칙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을 인정하려면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을 갖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 따라서 검사가 법관이 위와 같이 확신을 갖게 하는 정도로 범죄사실을 증명하지 못했다면, 비록 피고인이 한 주장이나 변명에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피고인이 유죄가 아닌지 의심스럽더라도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해야 한다.
검서와 피고인의 주장은 모두 각각 일부는 진실을, 일부는 허위나 과장·왜곡·착오를 포함하고 있을 수 있다.
→ 그렇기 때문에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은 검사와 피고인의 상반되고 모순되는 주장들 가운데 허위·과장·왜곡·착오를 배제한 진실을 찾아내고, 그 진실들을 조합해 사건 실체를 파악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법원은 공평하고 공정해야 한다. 검사의 공소사실과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에서 보이는 여러 불일치, 모순, 의문에 대해서는 애써 눈감으면서, 피고인이 한 주장과제출한 증거는 믿지 않고 현미경을 들이대며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것은 법원이 가 지면 안 되는 태도다.
→ 그러므로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은 선입견 없는 태도로 검사와 피고인 양쪽 주장을 귀 기울여 듣고, 증거를 조사하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헌법에 규정된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유·무죄를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0도16628 판결 등 참조).
근로자의 사용자가 누구인지 판단하는 기준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 형식보다 근로자가 실제로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이런 법리는 구체적인 사건에서 근로자의 사용자가 누구인지를 판단할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인력공급업체가 직업안정법상 유료직업소개사업으로 근로자를 공급받는 업체와 해당 근로자 사이에 고용계약이 성립되도록 알선하는 형태로 인력공급을 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근로자의 사용자는 인력을 공급받는 업체라고 봐야 한다. 특히 일용직 인력공급의 경우 그 특성상 겉보기에는 인력공급업체가 임금을 지급하거나 해당 근로자들을 지휘·감독한 것으로 보이더라도, 이는 실질적으로 업무 편의 등을 위해 인력공급업체와 인력을 공급받는 업체 사이의 명시적·묵시적 동의에 따라 구상을 전제로 한 임금 대위지급이거나, 임금 지급과 관련한 근거 자료 확보 등을 위해 근로자들의 현장 근로상황을 파악하는 모습에 불과할 수 있으므로, 이를 근거로 섣불리 근로자들의 사용자를 인력공급업체라고 단정하면 안 된다(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1다255051 판결 등 참조).
사실관계
D의 지위
유한회사 D(이하 'D'이라고 한다)은 이 사건 신축공사 일부를 도급받은 건설회사이다.
D과 피고인 사이에 작성된 계약서 내용
D의 현장대리인 E과 피고인은 '피고인은 D으로부터 이 사건 신축공사 중 일부인 이 사건 공사를 공사대금 702,780,000원에 도급받아 시공한다'는 내용인 능률급시공계약서(이하 '이 사건 공사계약서'라고 한다)를 작성했다(증거기록 2권 9~15쪽).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일한 건설노동자들에 대한 임금지급 형태
C를 비롯한 건설노동자 20명(이하 '이 사건 건설노동자들'이라고 한다)은 2020. 2.1.부터 2021. 7. 25.까지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일하고 임금을 지급받았다. 이 사건 건설노동자들에 대한 임금은 매달 ▲ D이 피고인의 계좌로 이 사건 건설노동자들의 임금을 지급하면, ▲ 피고인은 그 중 일부를 알선수수료 명목으로 공제한 뒤 해당 건설노동자들의 계좌로 이체하는 방법으로 지급됐다.
관련 민사소송
이 사건 건설노동자들은 수원지법 안산지원에 D을 상대로 미지급 임금 지급청구소송을 제기했는데(2022가단2780호), 위 법원은 2022. 10. 4. 'D의 소송소계인 파산자 D의 파산관재인은 이 사건 건설노동자들에게 미지급 임금 전액을 지급하라'는 화해권고결정을 내렸고, 위 결정은 그대로 확정됐다(증거기록 2권 36~45쪽).
위 화해권고결정에 따라 C 역시 D으로부터 720만 원(이 사건 공소사실에 적혀있는 미지급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됐다.
구체적 판단
앞서 본 사실관계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통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 C의 사용자는 피고인이 아니라 D이라고 봐야 하고, ▲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C의 사용자가 피고인임을 전제로 하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법원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 사건 건설근로자들 중 한 사람이 이 사건과 유사한 사건에서 한 진술
이 사건 건설근로자들 중 한 사람인 F은 D이 시공한 다른 공사현장(대전 유성구 G 아파트 신축공사 중 H블럭 철근콘크리트공사 현장으로, 위 공사와 관련해서도 이 사건과 마찬가지로 D과 피고인 사이에 이 사건 공사계약서와 비슷한 '피고인이 D으로부터 위 신축공사 중 일부를 도급받아 시공한다'는 내용인 능률급시공계약서가 작성됐다)에서도 일했다.
그런데 F은 위 현장에서 일하고 지급받지 못한 임금과 관련해서 노동청에서 '자기 고용주는 D이고, 피고인은 이 사건 근로자들을 D에 소개해 주고 소정의 수수료를 수취하였을 뿐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들을 지시·감독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
C의 최초 진술
C도 2023. 9. 5. 이 사건과 관련해서 처음으로 노동청에 진술하면서 자기 사업주가 D이라고 진술했다(증거기록 2권 6쪽).
D의 현장대리인 E이 작성해준 임금체불확인서 내용
피고인과 이 사건 공사계약서를 작성한 D의 현장대리인 E은 2022. 3. 29. 'C의720만 원을 비롯해 이 사건 건설노동자들에게 지급하지 못한 임금이 합계 6,342만 원이다'라는 내용이 적혀있는 임금체불확인서를 작성해 주었다(증거기록 2권 62~65쪽).
기타 사항
기록상 D이 피고인에게 이 사건 건설노동자들의 임금 이외에 이 사건 공사대금을 지급했다거나, 피고인이 자기 계산으로 이 사건 공사를 시공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보이지 않는다.
결론
o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병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