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의 요지 『2024고합1041』 누구든지 전기통신금융사기를 목적으로 전기통신을 이용하여 타인을 기망·공갈함으로써 자금을 송금·이체·출금·교부받거나 교부하도록 하는 행위 등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성명불상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원은 2024. 4. 17. 오전경 사실은 대환대출을 해줄 의사나 능력이 전혀 없음에도 피해자 B에게 '대환대출을 해주겠다, 기존 대출금을 상환해야 하니 우리가 보내는 직원에게 기존 대출금을 현금으로 상환해라'고 거짓말하였다. 피고인은 위 성명불상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원과 공모하여, 위 조직원의 지시에 따라 2024. 4. 19. 13:20경 인천 미추홀구 C 건물 1층 주차장에서 피해자를 만나 위와 같이 성명불상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원에 의해 기망당한 피해자로부터 현금 1,500만 원을 교부받아 같은 날 이를 다른 성명불상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원에게 전달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성명불상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원들과 공모하여 피해자를 기망하여 현금 1,500만 원을 교부받았다. 『2024고합1183』 [기초사실 및 공모관계] 전기통신사기 조직은 중국 또는 기타 수사기관의 추적이 어려운 지역에서 인터넷 전화 등을 이용하여 한국에 있는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를 상대로 수사기관이나 금융기관사칭, 대출 빙자 등의 내용으로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관리하는 계좌로 금원을 이체 또는 무통장 입금하도록 하거나 피해자들로부터 금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는 속칭 '보이스피싱' 수법으로 범행하는 조직으로서, 범행 전체를 총괄하며 내부 각 점조직 간의 유기적인 연락을 담당하는 '총책',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금융기관 등을 사칭하는 거짓말을 하여 피해자들을 기망하는 '유인책', 계좌에 입금된 피해금을 인출하여 전달하거나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돈을 받아오는 '현금인출책'과 '현금수거책' 등으로 각각 분담된 역할을 수행하면서 검거에 대비하여 고도의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피고인은 'D 실장', 'E 부장'이라고 불리는 성명불상의 전기통신금융사기 조직원의 제안을 받고 피해자로부터 현금을 수거하여 전달하는 현금수거책 역할을 담당하기로 하는 등 성명불상의 조직원들과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을 하기로 순차 공모하였다. [구체적 범죄사실] 유인책 역할을 맡은 성명불상의 전기통신금융사기 조직원은 2024. 4. 8. 09:00경 불상의 장소에서, 피해자 F에게 전화를 걸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G 검사'를 사칭하며 'F씨 명의로 중고물품 사기가 발생하였는데, 명의도용 피해자인지 범행을 실행한 사람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통장에 있는 돈을 모두 인출하여 금융감독원 직원에게 전달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거짓말하였다. 그러나 사실 위 성명불상의 조직원은 검사가 아니었고, 피해자의 명의가 도용된 범죄가 발생한 사실도 없었다. 피고인은 'E 부장'이라고 불리는 성명불상의 조직원의 지시에 따라 같은 날 16:20경 서울 구로구 H 앞 노상에서 피해자를 만나 피해자로부터 현금 9,000,000원을 교부받은 다음, 위 조직원의 지시에 따라 불상의 장소로 이동하여 성명불상자에게 위 현금을 전달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성명불상의 전기통신금융사기 조직원들과 공모하여 전기통신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기망하고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9,000,000원을 교부받은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24. 4. 29. 16:04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총 5명의 피해자로부터 합계 69,380,000원을 교부받았다. 『2024고합1344』 전기통신금융사기(속칭 '보이스피싱') 조직은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수사기관이나 금융회사 직원 등을 사칭해 현금 또는 계좌이체 등으로 돈을 전달해 달라는 방법으로 기망한 후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금원을 편취하는 조직으로, 조직원을 관리하며 점조직간의 유기적인 연락을 담당하는 '총책', 피해자에게 전화를 거는 '전화 유인책', 새로 섭외된 조직원들을 '수거책', '전달책' 등으로 채용하여 현금수거 및 전달 방법 등을 교육·지시하고 조직원의 이탈을 감시하는 '관리책', 관리책의 지시에 따라 정을 모르는 피해자로부터 건네받은 현금을 수거하여 전달책에게 전달하는 '수거책', 수거책으로부터 현금을 받아 다른 조직원을 통해 '총책'에게 전달하는 '전달책' 등으로 그 역할이 분담되어 있고, 검거에 대비하여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피고인은 2024. 4.경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 등과 함께,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금융기관을 사칭하며 저금리 대출을 해줄 테니 기존 대출을 상환하라는 취지로 거짓말하고, 피고인은 이에 속은 피해자들을 만나 위 성명불상 조직원의 지시에 따라 마치 금융기관 직원인 것처럼 행세하며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교부받아 성명불상의 전달책에게 전달하는 '수거책' 역할을 각 담당하여 보이스피싱 범행을 할 것을 순차 공모하였다. 위와 같은 공모에 따라,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2024. 4.경 피해자 I에게 전화하여, 금융회사 직원을 사칭하며 "저금리 대출을 해줄 수 있다, 기존 대출금을 상환해야 대출 승인이 가능하다."라는 취지로 거짓말하고, 피고인은 2024. 4. 23. 16:09경 고양시 덕양구 J에 있는 K 앞 노상에서, 성명불상 조직원의 지시에 따라, 위와 같은 거짓말에 속은 피해자를 만나 피해자로부터 현금 1,080만 원을 교부받아 수거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들과 공모하여 위와 같이 전기통신을 이용하여 타인을 기망함으로써 자금을 교부받거나 교부하도록 하여 자금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는 전기통신금융사기를 행하였다. 『2024고합1345』 [기초사실 및 공모관계] 전기통신금융사기 조직은 중국 또는 기타 수사기관의 추적이 어려운 지역에서 인터넷 전화 등을 이용하여 한국에 있는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를 상대로 수사기관이나 금융기관 사칭, 대출 빙자 등의 내용으로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관리하는 계좌로 금원을 이체 또는 무통장 입금하도록 하거나 피해자들로부터 금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는 속칭 '보이스피싱' 수법으로 범행하는 조직으로서, 범행 전체를 총괄하며 내부 각 점조직 간의 유기적인 연락을 담당하는 '총책',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금융기관 등을 사칭하는 거짓말을 하여 피해자들을 기망하는 '유인책', 계좌에 입금된 피해금을 인출하여 전달하거나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돈을 받아오는 '현금인출책'과 '현금수거책' 등으로 각각 분담된 역할을 수행하면서 검거에 대비하여 고도의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피고인은 'D 실장', 'E 부장'이라고 불리는 성명불상의 전기통신금융사기 조직원의 제안을 받고 피해자로부터 현금을 수거하여 전달하는 현금수거책 역할을 담당하기로 하는 등 성명불상의 조직원들과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을 하기로 순차 공모하였다. [구체적 범죄사실] 누구든지 전기통신금융사기를 목적으로 전기통신을 이용하여 타인을 기망, 공갈함으로써 자금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에게 자금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게 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유인책 역할을 맡은 성명불상의 전기통신금융사기 조직원은 2024. 4. 25.12:20경 불상의 장소에서 '(전화번호 1 생략)'로 피해자 L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을 M은행 소속 N 대리라고 소개하며, "L씨는 2,700만 원에 연 8% 금리가 가능하다."라고 말한 후, 피해자가 이를 승낙하자 "대출 승인이 났다."라는 취지로 말하였다. 곧이어 성명불상의 조직원은 피해자가 기존에 대출을 받은 O카드 소속 P 직원이라고 소개하며 피해자에게 "O카드에서 대출을 받은 지 6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다른 금융권에서 대환대출을 하는 것은 계약 위반이다.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으면 모든 금융거래가 정지될 것이니 우리가 보낸 직원에게 기존 대출금 1,550만 원을 전달하라."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사실 위 성명불상의 전기통신금융사기 조직원은 M은행나 O카드 직원이 아니고, 오직 피해자의 돈을 편취할 목적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아도 피해자에게 저금리로 대출을 해줄 수 있는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피고인은 'E 부장'이라고 불리는 성명불상의 조직원의 지시에 따라 2024. 4. 26.12:00경 서울 송파구 Q, R 앞 노상에서 피해자를 만나 피해자로부터 현금 1,550만 원을 교부받은 다음, 위 조직원의 지시에 따라 혜화역 인근 S 편의점 앞으로 이동하여 성명불상자에게 위 현금을 전달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성명불상의 전기통신금융사기 조직원들과 공모하여 전기통신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기망하고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재물을 편취하였다.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피고인이 이 사건 각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받아 제3자에게 이를 전달한 사실은 있다. 그러나 피고인은 'T'이라는 취업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려놓았는데, 이를 보고 연락한 'D 실장'이라는 사람을 통해 'U'라는 명품 판매 회사에 취직하여 재무팀 보조업무라고 믿고 현금구매 고객들로부터 현금을 받아 재무팀 직원에 전달하는 업무를 수행하였을 뿐이고,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이라는 인식이 전혀 없었다. 따라서 피고인은 전기통신금융사기 조직원들과 보이스피싱 범죄를 공모하지 않았고, 이 사건 범행의 고의도 없었다.
판단
관련 법리
2인 이상이 범죄에 공동 가공하는 공범관계에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어느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그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비록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자라도 다른 공모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의 형사책임을 지며(대법원 1998. 3. 27. 선고 98도30 판결, 대법원 1998. 11. 24. 선고 98도2654 판결, 대법원 2000. 3.14. 선고 99도4923 판결, 대법원 2000. 11. 10. 선고 2000도3483 판결 등 참조), 공모공동정범에 있어서의 공모나 모의는 범죄사실을 구성하는 것으로서 이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엄격한 증명이 요구되지만, 피고인이 그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공모의 점과 함께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고,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88. 9. 13. 선고 88도1114 판결, 대법원 1988. 11. 22. 선고 88도1523 판결, 대법원 1998. 2. 10. 선고 97도2919 판결, 대법원 1998. 11. 24. 선고 98도2654 판결,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2도868 판결,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도6103 판결 등 참조). 공모 내지 공동가공의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해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공모공동정범의 성립 여부는 범죄실현의 전과정을 통하여 각자의 지위와 역할, 공범에 대한 권유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종합하여 위와 같은 상호이용의 관계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하며, 그와 같은 증명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대법원 2005. 3. 11. 선고 2002도5112 판결,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2255 판결,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5도5355 판결 등 참조).2)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라 함은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을 불확실한 것으로 표상하면서 이를 용인하고 있는 경우를 말하고,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하며, 그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의 여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아니하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하여 일반인이라면 당해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경우에도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의 주관적 요소인 미필적 고의의 존재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며, 한편,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 대법원 2024. 4. 4. 선고 2021 도15080 판결, 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6도15470 판결 등 참조). 이 경우 피고인의 나이·지능·지적능력 및 판단능력, 직업 및 경력,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구체적 행위 태양 및 행위 전후의 정황, 피고인의 평소 행동양태·습관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하고, 피고인이 고의로 범행을 하였다고 볼 만한 징표와 어긋나는 사실의 의문점이 해소되어야 한다. 이는 피고인이 자폐성 장애인이거나 지적장애인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서, 외관상 드러난 피고인의 언행이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이례적이라거나 합리적이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고의를 추단하거나 이를 뒷받침하는 간접사실로 평가하여서는 아니 되고, 전문가의 진단이나 감정 등을 통해 피고인의 장애 정도, 지적·판단능력 및 행동양식 등을 구체적으로 심리한 후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행위 당시 특정 범행의 구성요건 해당 여부에 관한 인식을 전제로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까지 있었다는 점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살피건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면, 1 피고인은 대면 면접이나 근로계약서의 작성·교부 없이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채용된 사실, 2 피고인은 짧게는 하루, 길게는 1주일 간격으로 서울 · 인천 · 고양시 · 시흥시 · 광주시 · 천안시 · 제주시 등 전국각지를 다니며 약 10회에 걸쳐 위 각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상당한 액수의 현금을 수령한 사실, 3 피고인은 자신에게 현금을 교부하는 피해자들이나 자신이 위 현금을 전달한 다른 현금수거책과 사이에 특별한 대화 없이 현금을 수수하였고, 이를 증빙할 만 한 영수증 등 서류를 받지 않은 사실, 4 피고인은 이 사건 각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교부받을 때마다 자신의 수당 7만 원을 위와 같이 수령한 현금에서 직접 빼가는 방식으로 챙긴 사실, 5 피고인은 2024. 4. 26.경 천안경찰서 경찰과 소속 경장 V으로부터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2 기재 범행 관련 전화 및 문자메시지를 받았음에도 계속하여 2024. 4. 29.경 같은 표 연번 5 기재 범행을 저지른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고,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조직의 범행에 가담하는 불법적인 행위에 해당하고 자신이 피해자들로부터 수거한 현금이 보이스피싱 범행의 편취금일 가능성을 인식하였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위 법리에 더하여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위 각 인정사실이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하여 이 사건 각 범행을 저질렀다거나 '보이스피싱 조직이 전기통신을 이용하여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현금을 편취하고 있는데,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위 범행에 가담하는 불법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고 인식하였음에도 이를 용인 내지 감수하면서 보이스피싱 범행에 공동정범으로 가담하였다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인은 'T'이라는 취업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려놓았는데, 자신을 'D 실장'이라고 소개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이하 'D'라고 한다)은 T에 이력서를 올려놓은 피고인에게 먼저 연락하여 '자신의 회사가 U라는 온라인 명품 판매 회사로 현금구매 고객에게는 30%를 저렴하게 판매하는데 본사는 부산에 있으니, 서울에 있는 피고인이 현금을 수거하여 재무팀 직원에게 전달하는 업무를 수행해달라'는 취지로 피고인을 속였다. 나아가 D가 피고인을 채용한 이유, 현금구매 고객들이 계좌이체를 하지 않는 이유, 피고인이 수거한 현금의 액수를 확인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피고인이 수거한 현금을 다른 현금수거책에게 다시 전달하는 이유 등 각종 사항에 대하여 그럴듯한 설명을 함에 따라 피고인은 이를 그대로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2024고합1183 사건의 증거목록 순번 17 중 6 내지 9쪽). 이에 피고인은 자신이 위 회사의 재무팀 보조로 채용되었다고 생각하고, D에게 자신의 신분증, 등본, 계좌번호, 전화번호 및 전화가입내역 등 개인정보를 제공하였다.
위와 같은 채용과정에서 피고인이 대면 면접을 거치지 않았고, 근로계약서를 작성·교부하지는 않았지만, 1 근로기준법 등 관계법령에도 불구하고 계약직이나 아르바이트 채용 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인 점, 2 그 동안 피고인은 일을 하면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본 경험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3 피고인은 채용과정에서 D에게 위와 같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제공하였던 점, 4 보이스피싱 조직은 피고인에게 본사가 부산에 있다고 말하면서 대면 면접을 생략한다는 취지로 설명하였을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피고인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위 회사에 대해 확인하였던 점, 5 피고인이 담당하게 될 업무가 정규직이 아니었고, 현금수거 업무의 난도(難度)가 특별히 높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대면 면접이나 근로계약서의 작성·교부 없이 채용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조직에 연루되어 있다고 알아챌 수 있었다거나 보이스피싱 범죄와 연관되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피고인은 위와 같은 채용과정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월급 180만 원에 수당 7만 원의 지급을 약속받았는데, 이는 월 고정급여가 있다는 점에서 정상적인 회사가 지급하는 급여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피고인은 위 조직으로부터 '중간에 일을 하지 못한 날은 월급으로 대체해준다'는 말을 들었으나 실제로 월급을 지급받지 못하였다고 진술하는 등 월급을 지급받을 것을 기대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택시비와 같은 비용은 별도로 지급된다는 측면에서는 비교적 고액의 급여라고 볼 여지가 없지는 않으나, 피고인이 수행한 업무의 특성상 업무가 일정하게 제공되지 않았고, 대기시간이 많았으며, 서울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까지 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볼 때 피고인이 수령한 급여가 이례적으로 고액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피고인은 2024. 5. 3. 충남천안동남경찰서에서 처음 수사를 받기 시작할 때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당시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죄의 일부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고 진술하였다. 피고인은 '2024. 4. 30.경 제주동부경찰서에서 보이스피싱이라는 전화연락을 받고 나서 그 말을 듣고 너무 놀라 그날 바로 제주도를 가려고 했는데 그날따라 제주행 비행기 표가 없었다. 제가 말을 더듬으니 누나가 혼자 가지 말고 변호인과 같이 가라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등(2024고합1345 사건의 증거목록 순번 13 중 13쪽) 이때 비로소 자신이 하는 일이 보이스피싱인 줄 알게 되었고, 가족과 상담한 후 지체 없이 변호인을 선임하여 비교적 가까운 충남천안동남경찰서부터 출석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위와 같은 경위 설명 역시 일관되고 그 내용이 비교적 상세하고 자연스러워 뒤에서 살펴볼 피고인의 지능이나 인지능력 등을 고려할 때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이와 같이 진술하기 어려워 보인다.
1 피고인은 2024. 4. 26. 12:00경 피해자 L을 만나러 갔을 때를 제외하고는 피고인 자신 명의의 카드를 이용하여 택시를 타고, 편의점 및 카페에서 물품을 구매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2024고합1041 사건의 증거목록 순번 10, 11, 2024고합1344 사건의 증거목록 순번 9, 13 내지 15), 2 피해자 L을 만나러 갔을 때도 자신과 동거하는 W 명의의 카드를 사용하였던 점(2024고합1345 사건의 증거목록 순번 10, 11). 3 피고인은 피해자들을 만날 당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기도 하였고, 대부분 동일한 옷을 착용한 것으로 보이며, 항상 눈에 띄는 빨간색 가방을 소지하였던 점(2024고합1041 사건의 증거목록 순번 6, 2024고합1183 사건의 증거목록 순번 8, 순번 29 중 6쪽, 순번 43 중 6쪽, 순번 73, 84, 2024고합1344 사건의 증거목록 순번 4, 2024고합1345 사건의 증거목록 순번 6)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각 범행 당시 특별히 자신의 신원을 숨기려는 시도를 하였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은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수령할 당시, 자신을 'E 부장'이라고 소개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이하 'E'라 한다)이 지시한 바대로 "○○○ 부장님 부탁으로 왔습니다.", "○○○ 부장이 보내서 왔습니다."와 같이 말하였을 뿐, 피해자들과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다만, 이때 피고인은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통화 중이던 피해자로부터 전화를 넘겨받아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피고인의 신원을 확인받은 다음 피해자로부터 현금을 수거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 직후 피고인은 대부분 지체 없이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본사 직원이라고 알려준 다른 현금수거책에게 그 현금을 넘겼다. 따라서 피고인으로서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굳이 영수증이나 증빙 서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였을 수 있다.
피고인은 2024. 4. 8.부터 2024. 4. 29.까지 짧게는 하루, 길게는 1주일 간격으로 서울 · 인천 · 고양시 · 시흥시 · 광주시 · 천안시 · 제주시 등 전국 각지를 다니며 약 10회에 걸쳐 위 각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상당한 액수의 현금을 수령하였던 것이 다소 이례적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보이스피싱 조직이 피고인에게 '본사가 부산에 있어서 재무팀 직원이 서울 지리를 잘 몰라서 서울에 있는 피고인에게 물품대금 수거업무를 지시하는 것이다'라는 취지로 기망하였고, 피고인은 자신이 지능 문제로 직장생활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자신을 채용하고 친절하게 일을 시켜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으므로(2024고합1344 사건의 증거목록 순번 16 중 7쪽) 서울 이외의 지역에 가라는 지시에도 별다른 이의 없이 충실히 따르려고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위 3주의 기간 동안 10회에 걸쳐 현금을 수령한 것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되었을 가능성을 인식하기에 충분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특히, 피고인은 2024. 4. 18. 16:08경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가서 현금을 수령하고, 같은 날 18:25경 다시 김포행 비행기를 탑승하여 서울로 돌아온 다음, 같은 날 20:30경 서울에서 다른 현금수거책에게 위 현금을 건넨 사실이 있는데, 이는 본사가 부산에 있어서 서울에 거주하는 피고인을 채용하게 된 것이라는 취지의 채용경위 설명과는 부합하지 아니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되었음을 인식하였던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피고인이 제주 도로 가게 된 경위에 대하여는 "E가 문자로 제주도 갈 수 있냐고, 제주도 가야한다고 문자가 왔는데, 표를 예매할 수 있냐고 해서, 예매를 못한다고 하니까 김포공항에 나가보시라고 했습니다. 김포공항 가서 시간을 보니까 표가 하나 있어서 문자를 보내니 E가 바로 출발하라고 하였습니다."라고 진술하고, 자신을 제주도로 보낸 이유에 대하여는 "쉬는 사람이 나밖에 없나보다 했습니다. 사실 깊게 생각을 안 해 봤습니다."라고 진술하는 점(2024고합1183 사건의 증거목록 순번 17 중 11쪽), 피고인이 제주도에 다녀온 것은 평소 자신을 채용해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고 있어 회사 측의 지시에 따라 열심히 업무를 이행하려는 피고인의 태도와 오히려 부합한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동이 보이스피싱 범행을 인식하였음을 나타낸다고 단정할 수 없다.
피고인은 2024. 4. 26.경 천안경찰서 경찰과 소속 경장 V으로부터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2 기재 범행 관련 전화 및 문자메시지를 받았음에도 이를 중단하지 아니하고 계속하여 2024. 4. 29.경 다시 같은 표 연번 5 기재 범행을 저지른 사실이 있는데, 이는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되었을 가능성을 인식하고서도 범죄일람표 연번5 기재 범행을 계속 이어갔다고 해석할 수 있는 반면, 피고인이 그 인식이 없었기에 경찰의 연락에도 불구하고 현금 수거 업무를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고도 해석할 여지도 있으므로, 관련 사정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1 피고인과 V의 통화 내용 및 문자메시지 내용이 무엇인지 객관적 증거로 확인할 수 없는 점, 2 V은 피고인으로부터 "(V의 통화일로부터 나흘 정도 후인) 제주경찰서 형사님에게 연락이 왔을 때 불법인 것을 알았어요.", "처음에 (V) 형사님이전화를 했을 때는 장난인 줄 알았어요. 그러고 나서 문자를 받았을 때는 진짜인 것 같아서 D와 전화 통화를 했었어요. 그랬는데 거기에서 세금 조사를 나와서 그런 거라고 했고 신경 쓰지 말고 무시해도 된다고 했어요. 그때까지도 세금 문제 때문인 줄 알았고 보이스피싱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라는 대답을 듣고도 피고인에게 자신의 연락을 받고도 보이스피싱 범죄 연루 가능성을 알아채지 못한 이유를 더는 추궁하지 않은 점(2024고합1183 사건의 증거목록 순번 36 중 7, 8쪽), 3 이후 제주동부경찰서 측이 2024. 4. 30.경 피고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는 "A씨 전화인가요? 저는 제주동부경찰서 X 경위입니다. 혹시 2024. 4. 18. 제주도에 내려오신 적 있으신가요? 전화를 받지 않아 문자 보냅니다. 문자 보시면 연락주세요.", "제주동부경찰서 형사과 Y 경장입니다. 2024. 4. 18. 16:00경 제주시 주민센터 앞에서 돈을 받고 건 거 때문에 전화드렸습니다. 연락바랍니다."와 같은 내용인데(2024고합1183 사건의 증거목록 순번 26), 그 기재만으로는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죄 혐의를 받고 있음을 바로 알기는 어려워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과 위 V 사이의 전화 내지 문자메시지가 피고인으로 하여금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되었을 가능성을 인식하게끔 하는 내용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위와 같은 사정에, 4 피고인은 2024. 5. 3. 충남천안동남경찰서에서 조사받을 때부터 'D가 세금 문제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점, 5 위 조사 이후 확보한 피고인의 스마트폰에 대한 디지털 증거분석에 따르면, 실제로D 내지 E가 피고인에게 2024. 4. 28. 16:20경에는 "네 무시하면 됩니다. 그전에 법무팀에서 대응하지만 혹 계속 전화 오시면 그냥 무시하고 조사 받으러 가지 않아도 됩니다.", 2024. 4. 30. 17:16경에는 "대리님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내일은 5.1절 휴무이고 목요일 정상 근무합니다. 달말 세금조사로 많이 복잡합니다. 법무팀에서 바로 해결될 부분이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 확인되는 점, 6 위와 같은 문자메시지 내용은 피고인의 위 진술에 부합하는 점 등을 더하여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되었을 가능성을 인식하고서도 범행을 계속 이어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피고인이 그 당시까지도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되었음을 인식하지 못하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나아가 피고인의 스마트폰에 대한 디지털 증거분석에 따르면, 피고인은 2024.4. 30. 16:54경 D와 사이에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통화하였다. 위 통화는 피고인이 경찰로부터 계속 연락이 오자 D에게 그 상황을 솔직하게 설명하면서 경찰로부터 연락이 오는 이유를 묻는 내용으로서, 피고인이 당시까지도 D를 포함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기망 내지 사술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그들을 믿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보이스피싱 조직은 위 통화 직후인 2024. 4. 30. 17:16경 피고인에게 위 자)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리님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내일은 5.1절 휴무이고 목요일 정상 근무합니다. 달말 세금조사로 많이 복잡합니다. 법무팀에서 바로 해결될 부분이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들은 그때까지도 기망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피고인을 계속 속이고 이용하려 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피고인은 위 문자를 받은 직후인 2024. 4. 30. 17:17경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아 그래요 전화 문자가 계속 와서 불안해서 일을 못하겠어요."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서 더 이상 일을 하지않을 의사를 표시하였다. 피고인의 위와 같은 통화 및 문자메시지 내용은, 피고인이 위 디지털 증거분석이 확보되기 이전인 2024. 5. 3. 충남천안동남경찰서에서 조사받을 당시 "제주동부경찰서측으로부터 연락이 왔을 때 불법인 것을 알고 더 이상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에도 부합한다.
피고인은 보이스피싱 조직에 채용될 무렵 D와는 통화 및 카카오톡으로, E가 업무지시를 할 때에는 텔레그램으로 각 연락을 취했고, 그중 카카오톡은 대화내용이전부 또는 일부가 남아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2024고합1041 사건의 증거목록 순번 12 중 6, 15쪽, 2024고합1183 사건의 증거목록 순번 49 중 11 내지 13쪽), 피고인이 2024. 5. 14. 제주동부경찰서에 출석하여 수사를 받을 당시 피고인은 보이스피싱 조직원들과 연락할 때 사용한 스마트폰을 그대로 소지하였고, 제주동부경찰서는 같은 날 제주지방법원에서 발부한 압수영장에 의해 피고인의 위 스마트폰을 압수하였으므로, 수사기관으로서는 피고인의 스마트폰에 대한 디지털 증거분석에 앞서, 그 스마트폰에 카카오톡 대화내용이 남아있는지, 만약 남아있다면 그 내용은 어떠한지, 만약 남아있지 않다면 피고인이 이를 삭제한 것인지 등을 확인함으로써,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피고인에 대한 구체적인 기망 내지 사술 내용,
는데(2024고합1041 사건의 증거목록 순번 12 중 6, 15쪽, 2024고합1183 사건의 증거목록 순번 49 중 11 내지 13쪽), 피고인이 2024. 5. 14. 제주동부경찰서에 출석하여 수사를 받을 당시 피고인은 보이스피싱 조직원들과 연락할 때 사용한 스마트폰을 그대로 소지하였고, 제주동부경찰서는 같은 날 제주지방법원에서 발부한 압수영장에 의해 피고인의 위 스마트폰을 압수하였으므로, 수사기관으로서는 피고인의 스마트폰에 대한 디지털 증거분석에 앞서, 그 스마트폰에 카카오톡 대화내용이 남아있는지, 만약 남아있다면 그 내용은 어떠한지, 만약 남아있지 않다면 피고인이 이를 삭제한 것인지 등을 확인함으로써,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피고인에 대한 구체적인 기망 내지 사술 내용, 피고인의 이 사건 보이스피싱 범행에 대한 인식 정도, 이에 관한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 등을 파악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나, 기록상 이에 대한 증거를 찾아 볼 수 없다.
한편, 피고인 스스로는 자신의 IQ가 80 정도라고 진술하였고(2024고합1183 사건의 증거목록 순번 11 중 5쪽, 순번 87 중 5쪽), Z병원 의사 AA은 2024. 8. 19.경 작성한 소견서에서 '피고인의 IQ가 60 정도로 정신 지체 소견을 보이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므로(피고인 제출의 증 제1호 참조), 피고인의 지능은 비교적 높지 않은 편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피고인은 비록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는 하였으나, 상당 기간 주로 배달 업무 등과 같은 간단한 업무에 종사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최근에는 고객의 주소를 잘 찾지 못하여 해고되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인은 높지 않은 지능으로 인해 인지능력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상 피고인이 자신의 각 범행사실을 열거하여 진술하고 있는 사정(2024고합1345 사건의 증거목록 13 중 7쪽 참조)을 들면서 피고인의 지능이 그리 낮지 않다고 여길 수도 있겠으나, 피고인은 처음 수사를 받기 시작할 때부터 현재의 변호인을 선임하였고, 변호인은 "조서상으로는 피고인이 술술 진술한 것 으로 되어 있으나, 당시 피고인은 경찰관의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이었고, 조서에 남겨진 것처럼 피고인이 다 기억하여 하나씩 말한 것은 아니었다."라고 진술한 점(제2회 공판조서 참조)에 비추어 볼 때, 위 사정만으로 피고인의 지능이나 인지능력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피고인 및 변호인은 수사 초기 단계부터 피고인의 지능이 낮은 사실을 밝히면서(2024고합1041 사건의 증거목록 순번 12), 그로 인해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되었을 가능성을 인식하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다(2024고합1183 사건의 증거목록 순번 11, 37, 57, 76, 91, 2024고합1344 사건의 증거목록 순번 17, 2024고합1345 사건의 증거목록 순번 14). 이에 수사기관으로서는 피고인의 동거인, 누나, 매형, 전처, 자녀, 전 직장동료 등 주변인의 진술을 청취하거나, 피고인의 스마트폰 사용 내역을 파악하여 평소 어떤 글을 읽고 동영상을 보는지, 어느 장소를 방문하여 어떤 활동을 하는지 등을 확인함으로써, 피고인이 실제로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되었을 가능성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지능이 낮거나 사회경험이 부족했는지, 피고인이 주변인의 충고나 조언을 통해 보이스피싱 조직원에 의한 착오 내지 기망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특별한 계기나 사정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 증거를 수집할 수 있었고, 그러한 증거수집에 특별한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수사기관은 이에 대한 별다른 추가 조사를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구체적인 증거를 제출하지도 않았다. 결국 피고인의 지능 내지 인지능력, 사회경험 정도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할 증거가 부족하게 되었는바,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상황 하에서 피고인의 지능 내지 인지능력 등에 대해 함부로 피고인에 불리하게 판단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 참조).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오세용(재판장) 임휘재 두홍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