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이 법원이 이 부분에 적을 이유는 제1심판결의 해당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인용한다.
원고의 주장
피고가 이 사건 진정을 제기한 후 근로감독관을 통해 원고에게 “미지급 금원을 선지급받고 합의서를 작성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하였고, 이에 원고는 “퇴직금 등 미지급 급여는 합의서 작성에 앞서 지급하고, 해고예고수당은 합의서 작성 후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하였다. 그런데 원고 경영지원팀은 해고예고수당이 ‘1개월치 월급’이라고 생각하여 피고의 1개월치 월급에 해당하는 2,213,105원을 해고예고수당으로 기재한 합의서를 작성하였고, 원고의 재무팀에서는 2023. 4. 28. 실수로 합의서 작성 후 지급해야 할 해고예고수당(근로기준법상 30일분 통상임금으로 계산한 2,308,800원)을 포함한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을 피고에게 지급하였다. 원고의 경영지원팀은 재무팀에서 해고예고수당을 이미 지급한 사실 및 그 액수도 2,213,105원이 아닌 2,308,800원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합의서 초안을 근로감독관을 통해 피고에게 전달하였고, 피고가 이에 서명하였다.
이러한 정황에 비추어 이 사건 합의서 제4조에서 정한 합의금 2,213,105원은 해고예고수당을 의미하는 것이고, 피고도 근로감독관을 통해 ‘해고예고수당은 합의서 작성 후 지급하겠다’는 원고의 입장을 전달받았던 점, 이 사건 합의서 제4조의 금액이 1개월치 급여이므로 해고예고수당의 성격을 갖는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점, 원고가 피고에게 미지급 임금, 퇴직금, 해고예고수당과 별개로 합의금을 지급할 이유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원·피고 사이에 이 사건 합의서 제4조에서 정한 합의금 2,213,105원이 해고예고수당이라는 점에 관한 의사 합치가 있었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① 원고가 이 사건 합의서상 합의금, 즉 해고예고수당을 모두 지급한 이상 피고에게 별도의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없고, ②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합의서에 따른 합의금을 구하는 이 사건 지급명령신청은 이 사건 합의서 제1항 제1호 부제소합의에 위반한 것이어서 부적법 각하되었어야 하므로, 부적법한 지급명령에 집행력을 부여해서는 안된다.
판단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사용된 문언에만 구애받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가 어떤지에 관계없이 그 문언의 내용에 의하여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 의하여 그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형식과 내용, 그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법률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6다221368 판결).
앞서 본의 인정 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해고예고수당과 이 사건 합의서 제1조 제2항, 제4조 제1항에서 정한 합의금은 별개의 금원으로서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해고예고수당과 별개로 이 사건 합의서에서 정한 합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인다.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원고는 2023. 4. 28. 피고에게 해고예고수당, 미지급 임금, 퇴직금을 모두 지급하였는데, ‘원고는 피고에게 2,213,105원의 합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이 사건 합의서가 피고에게 전달된 것은 그 이후인 2023. 5. 2.이므로, 이러한 상황이라면 경험칙상 원고가 이미 지급한 금원을 착오로 중복하여 기재하였다기보다는 이미 지급한 금원과 별도로 합의금을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피고로서도 원고가 이미 지급한 해고예고수당, 미지급 임금과 별도로 1개월치 월급을 ‘합의금’ 명목으로 추가 지급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합의서 제4조 제1항은 ‘합의금 및 손해배상금액’이라는 제목 하에, “위 1, 2, 3항의 합의를 이유로 금 2,213,105원을 원고에서 지급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 위 2,213,105원이 어떻게 산정된 것인지에 관하여는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아니하다. 원고가 피고의 한 달 분 기본급에 해당하는 금원을 위 합의금으로 산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원고가 나름대로 합의금액을 결정한 기준으로 보일 뿐이다. 원고가 위 합의금 2,213,105원을 피고에게 지급할 해고예고수당으로 생각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원고의 내심의 의사에 불과하고, 이 사건 합의서의 문언에 표시되지 않았다.
이 사건 합의서 제4조 제2항은 ‘위 1, 2, 3항의 합의를 지키지 않는다면 합의금의 3배를 원고에 배상한다.’는 위약벌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바, 원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합의서에서 정한 합의금이 해고예고수당과 같이 원고가 근로기준법에 의하여 피고에게 지급하여야 하는 금원이라면, 피고가 이 사건 합의서 1, 2, 3항에서 정한 의무를 위반하였다 하여 위 금원을 원고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합의서 제4조 제2항은 그 소정의 합의금이 이 사건 해고예고수당 등과 별개로 이 사건 합의서 1, 2, 3항에서 정한 의무를 준수하는 대가로서, 피고가 위 의무를 위반할 경우 원고에게 3배의 위약벌을 부담하게 된다는 취지의 규정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원고는 위 합의금이 해고예고수당이라는 사실을 피고도 알고 있었고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에 관한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 법원의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강남지청장에 대한 문서제출명령 회신결과에 의하면 피고도 이 사건 진정을 제기할 당시인 2023. 4. 21.경 피고의 해고예고수당 액수가 1개월분 기본급인 2,213,105원이라고 착오하였던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나, 그러한 사실만으로 피고가 이 사건 합의서상 합의금이 해고예고수당임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고<1>, 갑 제9, 10호증의 각 기재 및 녹음 내용만으로 원고가 근로감독관을 통해 피고에게 “미지급 임금, 퇴직금을 먼저 지급하고, 해고예고수당은 합의서 작성 후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위 합의금이 해고예고수당이라는 점에 관하여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
한편, 원고는 피고의 지급명령신청이 부제소합의에 반한다고도 주장한다.
부제소합의는 소송당사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포기와 같은 중대한 소송법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그 합의의 존부 판단에 따라 당사자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리게 되는 소송행위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를 해석할 때는 표시된 문언의 내용이 불분명하여 당사자의 의사해석에 관한 주장이 대립할 소지가 있고 나아가 당사자의 의사를 참작한 객관적·합리적 의사해석과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되는 당사자의 의사조차도 불분명하다면, 가급적 소극적 입장에서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부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권리의무의 주체인 당사자 간에서의 부제소합의라도 그 당사자가 처분할 수 있는 특정된 법률관계에 관한 것으로서 그 합의 당시 각 당사자가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하게 된다(대법원 2019. 8. 14. 선고 2017다217151 판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합의서에서 정한 합의금은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해야 할 미지급 임금, 퇴직금, 해고예고수당과 별개의 금원이라고 보아야 할 것인데, 앞서 본 인정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이 사건 합의서 제1조 제1항은 “향후 근로관계 종료를 이유로 한 민형사상, 행정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한다”는 내용으로, 이 사건 합의의 목적은 합의금을 지급하는 대가로 미지급 임금, 해고예고수당, 퇴직금 등 근로관계 종료로 인한 분쟁을 종결하는 데에 있다고 할 것이고, 그 분쟁 종결의 전제조건이라고 볼 수 있는 합의금의 지급에 관한 법률관계까지 그 부제소합의 대상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는 점, 합의금의 지급에 관한 법률관계까지도 부제소합의에 포함된다고 보면 피고는 합의금 지급에 대해 원고의 임의이행을 기대할 수 있을 뿐 그 이행을 강제할 수 없어 지급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되어 부당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합의금에 관한 부제소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이와 다른 전제에 있는 원고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고충정(재판장) 지상목 박평균
각주1) 해고예고수당도 1개월 분 급여이고, 합의금도 1개월 분 급여이므로 우연히 액수가 동일할 뿐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도 있고, 2023. 4. 28. 해고예고수당 2,308,800원을 지급받은 후 실제 해고예고수당이 2,213,105원이 아니라 2,308,800원임을 알게 되어 오히려 그 후 원고가 제시한 합의금 2,213,105원은 해고예고수당과 별개의 금원이라고 생각하였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