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2. 14. 선고 2024나29108 판결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손해보험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2020. 2. 10. ㈜C와 사이에, 보험기간 2020. 2. 11.부터 2020. 3. 20.까지, 피보험자 ㈜C, 보장대상을 아래와 같이 규정한 해외근재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보험자이다.

<1>

나.

이 사건 보험계약상 부보근로자에 해당하는 E(이하 ‘피재자’라 한다)은 미생물 처리용 배관을 설치하기 위해 컨테이너선 D에 승선하여 근무하던 중 2020. 2. 25. 10:30경 갑판 위에서 내려준 배관을 받기 위해 기관실에 대기하고 있었는데 배관을 묶은 실링바 한 쪽이 풀리며 흔들리는 배관에 충격을 당하여(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우측 요골 상단 골절, 우측 정중신경 손상 등의 상해를 입었다.

다.

원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피해자에게 2020. 7. 24. 43,199,085원(= ① 요양보상 39,804,565원 + ② 휴업보상 3,394,520원), 2022. 2. 4. 13,700,000원<2>{= ① 2,776,000원(= 향후치료비 3,470,000원 × 과실상계 80%) + ② 위자료 10,926,080원}, 합계 56,899,085원의 보험금을 지급하였다.

[인정 근거] 갑 1 내지 3, 6 내지 1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 주장의 요지

가.

원고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의 주의의무위반과 ㈜C의 과실 등이 경합한 사고이고, 근로자 파견계약에 의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는 산재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공동하여 부담한다. 원고는 피재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함으로써 ㈜C와 피고를 공동 면책시켰으므로 상법 제682조 보험자대위의 법리에 따라 ㈜C가 피고에 대해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하여 행사할 구상권을 가진다.

나.

피고

피고는 피재자를 파견한 파견사업주 내지 사용자가 아니라 피보험자인 ㈜C의 근로자나 근로자에 준하는 지위를 가지고 있어 원고는 피고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와 달리 피고가 피재자의 사용자라고 본다면, ㈜C뿐 아니라 피고 또한 이 사건 보험계약의 피보험자라고 보아야 한다. 나아가 구상권 행사 시 피재자의 과실이 고려되어야 한다.

3.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및 범위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1)

관련 법리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근로자보호법’이라고 한다)의 목적과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근로자를 고용하여 타인을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근로자보호법이 적용되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사자들이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받을 것이 아니라, 계약의 목적 또는 대상에 특정성, 전문성, 기술성이 있는지 여부, 계약당사자가 기업으로서 실체가 있는지와 사업경영상 독립성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 계약 이행에서 사용사업주가 지휘․명령권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 등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1두7076 판결 등 참조). 파견근로자보호법에 의한 근로자 파견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사용사업주와 사이에 체결한 근로자 파견계약에 따라 사용사업주에게 근로자를 파견하여 근로를 제공하게 하는 것으로서,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의 사업장에서 그의 지시·감독을 받아 근로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사용사업주와의 사이에는 고용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하는 반면, 파견사업주는 파견근로자의 근로계약상의 사용자로서 파견근로자에게 임금지급의무를 부담할 뿐만 아니라, 파견근로자가 사용사업자에게 근로를 제공함에 있어서 사용사업자가 행사하는 구체적인 업무상의 지휘·명령권을 제외한 파견근로자에 대한 파견명령권과 징계권 등 근로계약에 기한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파견근로자를 일반적으로 지휘·감독해야 할 지위에 있게 되고, 따라서 파견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는 민법 제756조의 사용관계가 인정되어 파견사업주는 파견근로자의 파견업무에 관련한 불법행위에 대하여 파견근로자의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져야 한다(대법원 2003. 10. 9. 선고 2001다24655 판결 참조). 근로자파견에서의 근로 및 지휘·명령 관계의 성격과 내용 등을 종합하면, 파견사업주가 고용한 근로자를 자신의 작업장에 파견받아 지휘·명령하며 자신을 위한 계속적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와 관련하여 그 자신도 직접 파견근로자를 위한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함을 용인하고, 파견사업주는 이를 전제로 사용사업주와 근로자파견계약을 체결하며, 파견근로자 역시 파견사업주 및 사용사업주가 위와 같은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함을 전제로 사용사업주에게 근로를 제공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60247 판결의 취지 참조).

따라서 파견근로자는 파견사업주 및 사용사업주의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 위반이 있는 경우, 파견사업주 및 사용사업주에게 채무불이행책임 또는 불법행위책임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2)

피고의 파견사업주 해당 여부

가)

앞서 든 증거들, 특히 갑 2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즉, ① D의 미생물 처리용 배관설치작업을 위하여 ㈜C는 피고에게 2020. 2. 11.부터 2020. 3. 20.까지를 공사기간으로 정하여 3명 노무비조로 9,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하고 근로자파견요청을 하였던 사실, ② 이에 피고는 피재자 외 2명의 근로자를 파견하였던 사실, ③ 피고와 피재자는 2020. 2. 10. 피고를 사업주로, 피재자를 근로자로 하여 피재자가 2020. 2. 13.부터 2020. 3. 20.까지 D에 승선하여 엔진룸 발라스트 파이프 설치작업을 하고 일금 30만 원을 지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고, 피재자에게 피고 명의의 ‘일용노무비 지급명세서’를 발급하고 출역일수에 따른 노무비를 지급한 사실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를 피재자의 파견사업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을 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의 2월 급여 지급명세서에는 피재자가 급여를 지급받은 내역이 나타나 있지 아니하나, 을 3호증은 피고가 임의로 작성한 문서이므로 을 3호증의 기재만으로 피고가 피재자의 파견사업주가 아니라고 볼 수 없다. 또한 피고는, 피재자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것은 산업재해보험금을 받기 위해 필요하다고 해서 작성하였다고 주장하나, 피고와 피해자 사이에 근로계약이 체결한 바 없음에도 허위로 위 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나)

나아가 피고는, 피고 대표자이자 사내이사인 F 또한 ㈜C의 근로자로 파견되었으므로 피고 역시 ㈜C의 근로자이거나 근로자의 지위에 있고, 해외근재보험약관(갑 제4호증) 제4조 제5호는 ‘피보험자가 아닌 다른 자연인 또는 법인에 의하여 사실상 고용되어 있는 동안에 생긴 손해는 보상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보험증권(갑 제1호증)의 특기사항에도 ‘상기에 명시되지 않은 모든 업체의 근로자는 보상되지 않습니다.’라고 기재되어 있으므로, 피재자가 원고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았다면 이는 피재자가 ㈜C의 근로자였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과 갑 4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C는 피재자의 사용사업주일뿐 피재자와 직접적인 근로계약을 맺었다고 인정할 수 없고, 피고 역시 ㈜C의 근로자 혹은 근로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의 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대표자인 F이 이 사건 보험계약상 부보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사정만으로는 자연인이 아닌 주식회사를 ㈜C의 근로자나 근로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②

피고는 ㈜C의 파견 요청에 따라 피재자와 F, G을 파견하여 ㈜C는 피재자의 사용사업주에 해당한다.

③

피재자는 당초 이 사건 보험계약상 부보근로자 3인에 포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사용사업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파견근로자에 대하여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가 있으므로 원고가 피재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사실만으로 피재자가 ㈜C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다)

또한 피고는 피재자를 피고의 근로자로 보는 경우, ㈜C뿐 아니라 피고 또한 이 사건 보험계약의 피보험자라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나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고, 달리 피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의 피보험자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3)

소결

피고는 파견사업주로서 이 사건 작업현장에 근로자들을 파견하기 전 파견근로자들이 수행해야 할 업무를 확인하고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파견근로자들에게 주의사항을 숙지시키며 사용사업주에게 안전교육을 요구하는 등 사고 발생을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하였고, 피고의 이와 같은 보호 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 위반이 이 사건 사고의 발생에 기여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의 주의의무위반과 ㈜C의 과실이 결합하여 발생한 것으로 피고와 ㈜C는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이 사건 사고로 피재자가 상해를 입은 사실, 원고의 손해사정사가 이 사건 사고로 인한 피재자의 손해액을 56,899,085원으로 산정하여 원고가 피재자에게 보험금 56,899,085원을 지급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피재자에게 지급된 보험금이 곧바로 피고와 ㈜C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손해배상액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감정의견이 소송법상 감정인 신문이나 감정의 촉탁방법에 의한 것이 아니고 소송 외에서 전문적인 학식 경험이 있는 자가 작성한 감정의견을 기재한 서면이라 하더라도 그 서면이 서증으로 제출되었을 때 법원이 이를 합리적이라고 인정하면 이를 사실인정의 자료로 할 수 있는바(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다6659 판결 등 참조), 위 손해액 산정이 비합리적이라고 볼 별다른 사정이 없으므로, 위 손해사정액을 이 사건 사고로 인한 피재자의 손해액으로 인정함이 타당하다.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책임의 제한

피고는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피재자의 과실을 40%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나,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사고는 배관을 묶은 실링바가 풀리며 흔들리는 배관에 피재자가 충격을 당하여 부상을 입은 사고인 점, ② 이 사건 사고의 현장이 협소하여 피해자가 피할 공간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재자에게 다른 공간에서 대기하다가 배관이 완전히 내려진 후에야 배관을 받는 방법 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사고 발생에 피재자의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4.

구상권의 성립 및 범위

원고가 피재자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금 56,899,085원을 지급하여 파견사업주인 피고와 사용사업주인 ㈜C를 공동으로 면책시킨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작업 공간에서 피재자는 피고가 아닌 사용사업주인 ㈜C의 독립된 지휘와 감독 아래 배관을 설치하는 작업을 수행하였던 점, ② 피재자를 파견한 이후에는 피고로서는 이 사건 사고를 예방하거나 대응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그 밖에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전체적인 경위, 피재자의 피해 정도, 손해 분담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피고의 내부 분담비율을 30%로 제한함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원고의 변제는 부담부분을 넘은 변제로서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17,069,725원(= 56,899,085원 × 30%, 원 미만 버림)의 구상권을 취득하였다. 피고는 원고에게 위 17,069,725원과 이에 대하여 보험금 최종지급일 다음 날인 2022. 2. 5.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제1심 판결 선고일인 2024. 5. 14.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결론

그렇다면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임은하(재판장) 김용두 최성수

각주1) F, E, G

각주2) 13,702,080원이나 원고는 천 원 이하 버림하여 13,700,000원을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