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신용정보법’이라고 한다)에 따라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신용조사업, 채권추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원고는 2015. 5. 11.경부터 2021. 6. 30.까지 피고의 인천지점에서 위임직 채권추심인으로서 채권의 관리 및 추심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는 피고와 매년 ‘채권추심업무 위임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3,390,615원 및 이에 대하여 2021. 7.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9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
원고는 비록 피고와 위임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업무수행에 있어 피고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 등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원고는 피고와 대등한 입장에서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스스로의 판단과 재량에 따라 수임 받은 업무를 처리하였을 뿐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에게 종속되어 피고의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판단
관련법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 위임계약인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5다59146 판결 등 참조).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소속된 채권추심회사의 지점, 지사 등 개별 근무지에서의 업무형태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심리 결과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밝혀지거나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당해 사건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증명할 증거를 제출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대법원 2022. 8. 19. 선고 2020다296819 판결, 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252891 판결 등 참조).
원고의 근로자성 여부에 대한 판단
앞서 본 인정사실 및 갑 제4 내지 6, 9, 12, 22, 30, 31호증, 을 제6, 13 내지 1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제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에 대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계약의 체결경위와 내용
피고는 2014. 10. 31.경 피고 회사의 모든 지점장 및 팀장에게 위임직 채권추심인 등은 피고의 근로자가 아니므로 이를 유념하여 운영하라는 공문을 보내고 2014. 10.부터 위임직 채권추심인과 체결하는 위임계약서 양식을 위임계약의 본지에 더욱 부합하는 내용으로 개정하였으며, 원고는 그 후인 2015. 5. 11.경부터 피고와 근무를 위한 계약서를 작성하고 위임직 채권추심인으로 근무하였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작성된 계약서의 명칭은 ‘채권추심업무 위임계약서’이고, 원고의 신분은 ‘독립사업자’이다(제2조 제1항). 원고는 이와 같은 명칭을 잘 알면서 피고와 사이에 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와 피고가 체결한 계약은 원고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함을 전제로, 원고에 대하여 취업규칙이나 상벌규정 등을 적용하지 아니하며 근로기준법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하는 한편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한 수수료의 환수가 가능하고, 신용정보법, 채권추심법 등 관련법규에서 정한 바를 제외하면 업무수행에 있어서 시간적, 장소적 제약을 받지 않고 겸업도 가능한 것으로 정하고 있다.
수수료 지급, 비용 보전 및 세금 부과 등
피고의 위임직 성과수수료 지급기준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근속기간이나 업무내용과 관계없이 채권의 수임 및 회수 실적에 따라 일정 비율의 수수료만을 지급하였을 뿐 기본급이나 고정급을 지급한 바 없다. 수수료 자체는 상한과 하한 없이 지급되었고, 실제로 원고는 피고의 위임직 채권추심인으로 근무하는 동안 수수료를 최소 270,750원(2016. 3.분) 받은 달이 있는가 하면 최대 14,962,750원(2017. 8.분) 받은 달도 있다. 이와 같은 편차를 고려하면 원고가 지급받은 월별 수수료가 근로 자체에 대한 대상적 성격을 지닌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는 원고에게 사무실 자리를 배정하고 각종 비품 등을 제공해 주었으나, 이는 모두 위임계약관계에서도 가능한 일이다(민법 제687조, 제688조 참조).
원고는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하였고, 피고를 사업자로 한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에 가입된 바 없다.
업무지시 및 근태관리 등
피고는 원고에게 추심할 채권들을 배정하였을 뿐, 그 배정된 채권들 중 어느 채권을 먼저 추심할 것인지, 구체적인 추심방법은 어떻게 할지 등의 업무수행방법은 모두 원고가 스스로 결정하였다. 원고는 채권자와 소통한 내용, 채무자 기본 정보, 채권 추심 계획 등이 포함된 ‘추심 활동 표준 체크리스트(이하 ’체크리스트‘라고 한다)’를 작성하였으나, 이는 위임계약에서 수임인이 부담하는 보고의무(민법 제683조)에 따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피고가 원고에게 체크리스트 작성 및 제출을 강제하였다거나, 이를 원고에 대한 관리·감독 수단으로 사용하였다고 볼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
피고가 원고로 하여금 개인별로 등록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피고의 채권관리 전산시스템에 접속한 후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는 신용정보법에서 정한 신용정보전산시스템에 대한 제3자의 불법적 접근을 방지하고(신용정보법 제19조), 타인의 신용정보 등의 업무목적 외 사용을 금지하며(같은 법 제42조), 이를 위반할 경우의 민·형사상 책임 발생<1>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보인다.
피고 소속 C 대리가 원고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영업 세미나, 지점전체 모임 등에 관한 피고의 공지사항을 전달하거나, 원고가 속한 피고의 인천지점에서 채권추심인들을 대상으로 체육대회를 개최한 바 있으나, 이는 위임계약관계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이고, 피고가 원고에게 세미나 등의 참석을 강제하였다거나 참석하지 않았다고 하여 불이익을 주었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다.
그 밖에 원고가 피고의 업무지시나 출퇴근을 포함한 근태관리에 관한 자료로 제출한 증거들<2>은 그 작성 시기가 불분명하거나 원고가 피고의 위임직 채권추심인으로 근무하기 전에 작성된 것으로서, 위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의 원고에 대한 상당한 지휘·감독으로 볼만한 업무지시 또는 근태관리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실적 관리, 교육 등
피고가 원고로 하여금 채권회수 실적 등을 피고의 채권관리 전산시스템에 입력하게 하였으나, 이는 금융감독원의 ‘채권추심 및 대출채권 매각가이드라인’ 제29조 제1항<3>을 준수하기 위한 조치이며 위임사무의 처리상황을 보고하게 하는 수단(민법 제683조 참조)으로 보인다.
피고가 원고를 비롯한 채권추심인들의 월별 매출현황, 방치율 등의 실적을 관리하고 이를 피고 회사 게시판을 통해 공지한 사실은 인정되나, 피고가 채권추심인들의 실적을 내부적으로 취합하여 관리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실적을 바탕으로 원고를 평가하여 원고에 대한 처우에 반영하였다고 볼 근거가 없다. 피고는 위임인으로서 수임인인 원고의 실적에 관하여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피고가 원고의 실적을 관리하는 것이 종속적인 근로계약관계에서만 가능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피고가 원고를 대상으로 주기적인 직무교육을 실시하였으나, 이는 금융감독원의 ‘채권추심 및 대출채권 매각가이드라인’<4>에 근거한 것으로써 피고의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조치로 보이는 점, 원고가 위 직무교육에 불참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로부터 불이익을 받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위와 같은 직무교육을 통하여 원고의 업무수행을 지휘·감독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소결
원고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가 근로자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사건 퇴직금 청구는 퇴직금의 산정 등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이상아(재판장) 송영환 김동현
각주1) 채권추심인들의 불법적인 채권추심이나 신용정보법 위반행위가 발생하면 피고 역시 손해배상 외에 신용정보법이나 채권추심법 등에 따른 벌칙, 과태료, 금융위원회 등 감독기관의 조치명령 등의 대상이 된다.
각주2) 일일출장명령보고(갑 제18호증), 피고의 복장 관련 공지사항(갑 제31호증), 피고 직제규정(갑 제32호증), 채권 추심 업무 관련 공지사항(갑 제34호증), 출퇴근 시간 준수 관련 공지사항(갑 제43호증) 등
각주3) 제29조(채권추심 사후관리)
금융회사등은 채권추심과정에서 발생하는 채무자에 대한 소재파악 및 재산조사, 추심업무 착수 전 안내사항통지, 채권에 대한 변제 요구, 변제금 수령 등 일체의 추심활동이 전산으로 기록·관리 될 수 있도록 전산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
각주4) 제8조(추심 관련 내부 통제)
금융회사등은 금융회사등임직원이 관련 법규 등을 준수하도록 지도하여야 한다.
금융회사등은 금융회사등임직원에 대한 내부통제 및 지속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어야 하며, 금융회사등임직원이 채권추심 과정에서 관련법규 또는 내규를 위반하는 경우 제재 등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각주5) 제11조(금융회사등임직원의 관리 및 교육)
금융회사등은 금융회사등임직원으로 하여금 채권추심과 관련된 교육을 이수하도록 하거나 신용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하는 등 금융회사등임직원의 자질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채권추심회사는 채권추심업 종사자를 채용(등록)하는 경우, 관련 법규 및 이 가이드라인 내용에 대하여 교육을 실시하여야 하며, 정기(반기 1회) 또는 수시로 기존 채권추심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민원예방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 채권추심회사는 필요 시 소속 협회를 통하여 통합하여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사건정보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사건
2024나4451
판결선고
2024. 11. 12.
판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