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12. 5. 선고 2024나52221 판결

주문

1.

원고의 피고 A에 대한 항소와 피고 B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피고 A는 농업회사법인 합자회사 C(이하 ‘C’이라 한다) 대표사원이고, 피고 B은 화물차 기사로서 C의 퇴비를 운반한 다음 (차량번호 1 생략) 3톤 지게차(이하 ‘이 사건 지게차’라 한다)를 운행하여 퇴비를 화물차에서 하역하는 작업을 수행하였던 사람이다.

나.

이 사건 사고의 발생

피고 B은 2021. 1. 25. 14:25경 동해시 일출로 279 어달삼거리 도로에서 이 사건 지게차에 퇴비 160kg을 싣고 운행하다가 브레이크 오작동으로 내리막길에서 뒤로 내려가게 되면서 이 사건 지게차 뒤편에서 통행하던 피해자 D(이하 ‘피해자’라고만 한다)을 치어 우측 무릎 아래 절단, 좌측 족관절 삼과 개방성 골절, 좌측 비골 원위부 만성 골수염 등의 중상해를 입게 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다.

관련 형사사건의 경과

1)

피고 B은 업무상과실치상, 피고 A와 C은 이 사건 지게차 대여자의 안전조치의무 위반에 의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범죄사실로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22고정44로 기소되어 2022. 8. 10. 피고 B은 금고 8월, 피고 A와 C은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다. 한편 피고 A의 업무상과실치상, 피고 A와 C의 사업주로서의 안전조치의무 위반에 의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범죄사실에 관하여는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23고단343으로 기소되었으나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2)

위 각 제1심판결에 대하여 검사가 항소하였고, 항소심은 이를 병합심리하여{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22노363, 2024노302(병합)} 2025. 9. 18. 피고 A와 C에 대한 사업주의 안전조치의무 위반에 의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점, 피고 A의 업무상과실치상의 점은 각 무죄를, 피고 B의 업무상과실치상의 점과 피고 A, C의 이 사건 지게차 대여자로서의 안전조치의무 위반에 의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점에 대하여는 각 유죄를 선고하였다.

라.

원고의 치료비 지급

원고는 범죄피해자보호법에 근거한 ‘범죄피해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 업무처리지침(대검찰청 예규 906호)’에 따라 ‘서울남부지방검찰청 범죄피해자 경제적 지원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2023. 5. 2. 피해자에게 치료비 13,254,830원을 지급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주장의 요지

피고 B은 지게차 운전자로서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 하여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였고, 피고 A는 지게차 대여자 및 피고 B에게 업무를 지시한 자로서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하 ‘자동차손배법’이라 한다) 제3조 운행자책임 또는 민법 제756조 사용자책임 또는 민법 제760조 공동불법행위책임이 있다.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원고가 피해자에게 지급한 치료비 13,254,830원 중 환자부담 납입사실이 명확히 증명되는 ‘9,178,706원과 그 지연손해금’에 대하여는 이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원고의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피고 B에 대한 청구

앞서 본 기초사실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건대, 피고 B은 이 사건 지게차 운전자로서 퇴비를 운반하기 전 제동장치에 이상이 있음을 인지하였음에도 지게차를 점검하거나 비탈길의 보행자에 대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고 만연히 이 사건 지게차를 운전하여 퇴비를 운반한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로 피해자에게 상해 등 손해를 가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 B은 피해자에게 치료비 상당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이를 대위행사하는 원고에게 치료비 중 9,178,706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A에 대한 청구

1)

자동차손배법 제3조 운행자책임에 관한 판단

자동차손배법 제3조 소정의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 라 함은 일반적, 추상적으로 자동차의 운행을 지배하여 그 이익을 향수하는 책임주체로서의 지위에 있는 자를 말한다 할 것이므로 통상적으로 그 지위에 있다고 인정되는 자동차의 소유자는 비록 제3자가 무단히 그 자동차를 운행하다가 사고를 내었다 하더라도 그 운행에 있어 소유자의 운행지배 및 운행이익을 완전히 상실하였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사고에 대하여 위 법조의 운행자로서의 책임을 지고, 운행지배 및 운행이익의 상실여부는 자동차나 그 자동차열쇠의 관리상태, 소유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운행이 가능하게 된 경위, 소유자와 운전자의 인적관계, 운전자의 차량반환의사의 유무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이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88. 3. 22. 선고 87다카1011 판결 등 참조).

앞서 든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퇴비운송약정에 따라 피고 B은 퇴비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로 운송해야 하는데, 피고 A가 피고 B의 업무수행 방법이나 그 과정, 구체적인 운송경로 및 운송시간에 개입하지 않고, 피고 B에게 일임되어 있는 점, ② 피고 B이 C으로부터 퇴비운송을 요청받고 이를 수락하면, 피고 B이 함께 퇴비를 운송할 화물차 기사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고, 여기에 피고 A는 관여하지 않는 점, ③ 하역업무에 사용되는 이 사건 지게차가 C의 소유라고는 하나, C이 이 사건 지게차를 퇴비운송업무에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보유한 것은 아니고, 화물차기사의 요청에 따라 그의 편의를 위하여 무상으로 지게차를 대여하게 된 것인 점 등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을 종합하면, 피고 A에게 이 사건 지게차에 대한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이 남아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 A에게 운행자책임이 인정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2)

민법 제756조 사용자책임에 관한 판단

도급인은 도급 또는 지시에 관하여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수급인이 그 일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으나(민법 제757조), 다만 도급인이 수급인의 일의 진행 및 방법에 관하여 구체적인 지휘 감독권을 유보한 경우에는 도급인과 수급인의 관계는 실질적으로 사용자 및 피용자의 관계와 다를 바 없으므로 수급인 또는 그 피용인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도급인은 민법 제756조에 의한 사용자 책임을 면할 수 없고 사용자 및 피용자 관계 인정의 기초가 되는 도급인의 수급인에 대한 지휘 감독은 도급업무 현장에서 구체적인 도급업무의 운영 및 시행을 직접 지시 지도하고 감시 독려함으로써 도급업무 자체를 관리함을 말하는 것이고, 단순히 도급업무의 운영 및 시행의 정도가 예정대로 시행되고 있는가를 확인하여 그 과정을 감독하는 데에 불과한 경우에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2. 6. 23. 선고 92다2615 판결 등 참조).

앞서 든 각 증거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관계 등을 종합하면, 피고 B은 화물차량 운송업을 하는 개별화물운송사업자들로 C과의 운송약정(하역업무를 포함한다)에 따라 퇴비를 운송하여 온 사람인바, C 또는 피고 A와 피고 B은 도급인과 수급인의 지위에 있고, 피고 A가 ‘어느 날 어느 곳에 어느 만큼의 퇴비를 운송하여 달라’고 요청하고 피고 B이 이를 수락하면 사실상 퇴비운송약정이 체결되고 그 이후 운송 업무는 피고 B이 C이나 피고 A의 관여 없이 독자적으로 처리하는 점, 피고 A가 퇴비운송약정에 따른 피고 B의 운송 업무에 관하여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지휘․감독하여야 할 지위에 있어 운송업무 자체를 관리하는 사람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A에게 민법 제756조 사용자책임이 성립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3)

업무상 과실로 인한 공동불법행위책임에 관한 판단

앞서 살펴본 기초사실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피고 A가 이 사건 지게차의 결함을 알면서도 피고 B에게 이 사건 지게차를 제공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고, 피고 B이 퇴비운송약정에 따라 퇴비를 운송하고 배송지에서 하역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단순히 퇴비운송을 의뢰한 피고 A에게 지게차 유도자 또는 보행자의 안전한 통행을 위한 보행로를 안내할 직원을 배치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 A에게 업무상 과실이 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피고 A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상의 점은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되었고, 이 사건 지게차 대여자로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산업안전보건법 제169조 제1호, 81조)에 관하여는 벌금 100만 원이 선고되었으나, 이는 피고 A가 이 사건 지게차를 대여하면서 기계의 성능 및 방호조치 내용, 주의사항, 정밀진단 및 안전점검내역 등이 기재된 서면을 대여받는 자에게 발급하지 않아 산업안전보건법상 서면발급의무를 위반하였다는 것이고 그에 따라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은 것이어서, 위 의무위반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기는 어려우므로 피고 A에게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도 볼 수 없다].

4.

피고 B의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주장의 요지

피고 B은 ① 원고가 피해자의 과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치료비 명목의 범죄피해자 구조금을 지급하였고, ② 피고 B이 피해자를 피공탁자로 하여 3,000만 원을 공탁하였으며, ③ 피해자 또는 피해자의 보험사가 피고 B을 상대로 위자료 지급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이중지급의 위험이 있으므로, 피고 B은 원고의 이 사건 청구에 응할 수 없다는 취지 등으로 주장한다.

나.

판단

피고 B이 피해자에 대한 모든 손해를 지급하여 면책시켰음에도 원고가 뒤늦게 과잉 또는 이중으로 피해자에게 구조금을 지급하였을 경우라면, 피고 B이 위 각 주장으로 원고에게 대항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피고 B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그가 아직 피해자에 대한 모든 손해를 배상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이고, 원고가 피고 B의 손해배상범위를 초과하여 이 사건 구조금을 지급하였다는 증거도 없는바, 그렇다면 피고 B이 이 사건에서 패소하여 원고에게 구상금을 지급하게 되더라도 이후 피해자 또는 피해자의 보험사에 대하여, 이 사건 구상금의 지급과 피고의 원고에 대한 위 각 주장을 항변사유로 주장할 수 있을지언정, 이 사건에서 곧바로 피고 B이 원고에 대하여 위 각 주장으로 대항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결국 피고 B의 위 각 주장은 이유 없으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5.

결론

피고 B은 범죄피해자보호법에 따라 피해자에게 치료비를 지급한 원고에게 구상금 9,178,706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피해자에게 치료비를 지급한 다음날인 2023. 5. 3.부터 이 사건 지급명령결정 정본 송달일인 2024. 2. 5.까지는 민법에서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에서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 B에 대한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하고, 피고 A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하는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피고 A에 대한 항소와 피고 B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용두(재판장) 최성수 임은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