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3. 12. 선고 2024초기4707 판결

2024

주문

피고인은 무죄.

배상신청인의 신청을 각하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21. 5. 24. 인천지방법원에서 근로기준법위반죄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2022. 9. 14. 확정되었으며, 2023. 6. 7. 인천지방법원에서 조세범처벌법위반죄로 징역 3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2024. 7. 9.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피고인은 인천 서구 C에 있는 ‘D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의 원장이었고, 피해자 B는 ‘E’라는 상호로 엠뷸런스 차량 매매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20. 8. 21.경 불상의 장소에서, 피해자에게 전화하여 “내 소유인 (차량번호 1 생략) 그랜드 스타렉스 구급차(이하 ‘이 사건 구급차’라 한다)를 매도하겠다. 위 구급차에 압류가 되어있어 당장 소유권 이전을 할 수 없으나, 700만 원에 매입해 주면 2020. 8. 31.까지 압류를 해제한 뒤 소유권을 이전해 주고, 만약 압류를 해제하지 못하면 매도 대금으로 받은 700만 원 및 제반 비용을 상환하겠다.”라고 거짓말 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위 병원 운영이 어려워 약 3-4천만 원 상당의 4대 보험료를 체납 중이었고, 직원들 급여, 거래처 약품 구입 대금, 임대료 등도 연체하는 상황이었으므로, 피해자로부터 이 사건 구급차의 매도 대금을 받더라도 2020. 8. 31.까지 압류를 해제하거나, 압류를 해제하지 못하면 700만 원 및 제반 비용을 상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에게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위 구급차 매도 대금으로 2020. 8. 21.경 피고인 명의의 농협 계좌(계좌번호 1 생략)를 통해 700만 원을 송금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기망하여 피해자의 재물을 편취하였다.

2.

판단

가.

관련 법리

피고인의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그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그 행위 이후의 경제사정의 변화 등으로 인하여 피고인이 채무불이행 상태에 이르게 된다고 하여 이를 사기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8도5618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어떠한 행위가 타인을 착오에 빠지게 한 기망행위에 해당하는지 및 그러한 기망행위와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거래의 상황, 상대방의 지식, 성격, 경험, 직업 등 행위 당시의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일반적ㆍ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88. 3. 8. 선고 87도1872 판결 등 참조). 한편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고, 그 범의는 확정적인 고의가 아닌 미필적 고의로도 족하고,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라 함은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을 불확실한 것으로 표상하면서 이를 용인하고 있는 경우를 말한다.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하고, 그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의 여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아니하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하여 일반인이라면 당해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경우에도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의 주관적 요소인 고의의 존재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7도8726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구급차를 피해자에게 매도할 당시 피해자로부터 그 매매대금을 지급받더라도 2020. 8. 31.까지 압류를 해제하거나 매매대금 700만 원 및 제반 비용을 피해자에게 상환할 의사와 능력이 없으면서도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 사건 구급차의 매매대금 700만 원을 송금받아 이를 편취하였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피고인은 의사로서, 피해자와 사이에 이 사건 구급차에 관한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이 체결되던 2020. 8. 21. 당시 인천 서구 C에서 이 사건 병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2)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매매계약 전인 2020. 7. 29. 국민건강보험공단 인천남동지사가 건강보험료 등의 체납을 이유로 이 사건 구급차에 압류등록을 마친 사실, 2020. 8.경까지 이 사건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거나 퇴직한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등이 지급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병원을 운영하는 데에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을 가능성은 있었다고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당시 이 사건 구급차에 관하여 압류등록이 이루어진 체납 건강보험료 등이 공소사실에 나타난 바와 같이 3,000만 원 내지 4,000만 원에 이르렀다거나 그 밖에 피고인이 약품 구입 대금이나 임대료 등의 지급을 지체하고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는 제출되지 아니하였고, 나아가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피고인 자신이나 피고인이 운영하던 이 사건 병원의 재정 상황이 구체적으로 어떠하였는지를 알 수 있는 아무런 자료도 제출되지 아니하였다. 그러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 그와 같이 건강보험료 등을 체납하거나 근로자에 대한 임금 등을 체불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구급차에 관한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를 해제하거나 피해자에게 이 사건 매매대금 700만 원과 관련 비용을 상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3)

오히려 피고인은 2021년 초경 피해자에게 이 사건 병원의 직원 F를 보내어 매매대금과 제반 비용을 정산하고 이 사건 구급차를 다시 인수해 가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당시 피고인이 이 사건 구급차를 인수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상환할 금액과 인수시점에 관하여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에 이르지 못하여 결국 무산되기에 이르렀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구급차 매매대금 700만 원과 제반 비용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던 것은 그 지급의사나 능력이 없었던 것 때문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구체적인 금액이나 이 사건 구급차의 인수 시점 등에 관하여 피해자와 사이에 의견이 불일치되었던 것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보인다.

4)

한편,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후 피해자로부터 지속적으로 이 사건 구급차에 관하여 이루어진 압류등록을 해소해 달라는 취지의 요구를 받고도 이 사건 매매계약에서 정한 2020. 8. 31.까지의 기한이 도과된 이후까지도 이에 응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피고인이 그와 같이 압류등록을 해소해 달라는 피해자의 요구에 불응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피해자로부터 이 사건 구급차의 매매대금 700만 원을 편취할 범의를 가지고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추단할 수는 없고, 따라서 피고인에게 민사상의 채무불이행책임을 넘어 사기죄의 책임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배상신청인의 신청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 제3항 제3호, 제32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강균

각주1) 배상신청인의 배상명령신청을 각하하므로,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2조 제3항에 따라 배상신청인의 성명 일부 및 주소의 기재를 생략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