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12. 19. 선고 2025가합9827 판결

해고무효확인 등 청구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피고는 교육용 교재 교구 제조 및 도 · 소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나.

피고의 창업주는 망 C(2024. 11. 2. 사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이고, 현재 대표이사는 D이며, 원고는 망인의 딸(1남 8녀 중 장녀)이자 D의 누나이다.

다.

피고는 2025. 2. 10. 원고에게 '경영상 필요에 의한 인원 감축으로 해고를 통보한다'는 내용의 해고통지서를 교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5, 2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2013. 3.경부터 피고 출판부에서 근무한 근로자인데, 원고가 D과 사이에서 망인의 상속재산 분할협의에 협조해 주지 아니하자 피고는 경영상 필요를 내세워 정당한 이유 없이 원고를 해고하였다. 이 사건 해고는 해고통지서에 해고사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아니한 절차적 하자가 있고, 정리해고의 요건을 불충족한 실체적 하자가 있어 무효이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해고의 무효 확인을 구하고, 해고일 다음날부터 복직 시까지의 임금 지급을 구한다.

나.

피고의 주장

원고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으므로 피고의 근로자가 아니다. 그동안 피고가 지급한 급여 명목의 돈은 망인의 요청에 따라 원고의 생활비를 지원하기 위해 지급한 가공인건비에 불과하고, 피고가 이 사건 해고통지를 한 것은 원고와의 형식적인 근로관계를 종료하고 가공인건비 지급을 중단하여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것인바,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임을 전제로 하는 이 사건 청구는 부당하다.

3.

판단

가.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인지 여부

1)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 · 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 · 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 · 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한편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별 근무지에서의 업무형태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실심의 심리 결과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밝혀지거나, 근로자성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소송과정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증명할 증거를 제출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20다207864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가)

갑 제2, 3, 4호증의 각 기재에 따르면, 원고가 2013. 3.경부터 2025. 2.경까지 피고로부터 매월 정기적으로 급여 명목의 돈을 지급받은 사실, 원고가 피고를 사업장으로 하는 근로자 지위에서 고용보험 및 국민연금에 가입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나)

그러나 앞서 든 증거, 갑 제10 내지 16, 19, 20, 23, 24, 25, 28, 29호증, 을 제1, 2, 4 내지 17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실질적으로 원고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보기 어려운바, 위 인정사실 및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근로기준법 상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원고는 피고 출판부에서 주간으로 근무하면서 교재 및 교구의 기획 및 제작, 저자 섭외, 출판물 수정 및 보완 등의 업무를 총괄하여 수행하였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피고에게 위와 같은 노무를 제공한 사실을 알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제출되어 있지 않다. 피고의 직원들은 원고가 피고 사무실에 출근한 적이 없고, 원고와 같이 근무한 동료도 없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제출하였는바, 원고는 피고가 지정한 근무시간과 근무장소에 구속받지 않았을 뿐더러, 피고의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거나 피고로부터 지휘 · 감독을 받았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원고는 피고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적도 없다).

(2)

원고는 피고에서 근무하며 수행한 프로젝트 목록을 제시하였으나, 해당 프로젝트는 대부분 피고가 아닌 E 주식회사(이하 'E'라 한다) 내지 F 주식회사(변경 전 상호는 'G 주식회사'이나 변경 전 · 후 관계없이 'F'이라 한다)가 수행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가 회사 간판이나 카탈로그에 'B · E'라고 표시한 사정을 들어 피고와 E 및 F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회사라고 주장하나, E와 F은 피고와 별도로 설립된 별개의 법인으로서 실질적으로 담당하는 업무가 구별되는바,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이들을 사실상 동일한 회사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3)

설령 E 및 F을 피고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회사로 보더라도, 원고가 위 회사에서 교재 및 교구의 기획 및 제작 등 구체적인 업무를 실제로 수행하였음을 알 수 있는 객관적 증거가 제출되어 있지 않은 점, E 및 F은 원고에게 집필진 소개 등의 대가로 급여 명목의 돈 외에 별도의 금원을 지급한 것으로 보이는 점(E는 2014. 12.경 5,000만 원, 2021. 4.경 1,000만 원, F은 2015. 9.경부터 2017. 12.경까지 합계 1,000만 원을 각 지급하였다)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E 및 F이 수행한 프로젝트를 위하여 종속적인 관계에서 직접 노무를 제공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피고 또는 E 및 F으로부터 상당한 지휘 · 감독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도 어렵다.

(4)

D은 망인의 요청에 따라 2012. 5.경부터 2013. 2.경까지 원고의 생활비 지원을 위하여 매월 300만 원을 송금하였고, 망인과 D은 2013. 2.경 세무회계사무소에 피고가 특수관계인인 원고에게 급여를 지급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세무문제에 관하여 자문을 구한 후 2013. 3.경부터는 피고가 원고에게 급여 형식으로 매월 돈을 지급하였으며, 원고는 망인이 소유하던 건물(서울 동대문구 H건물, 2층 전부 및 4층 일부)에 관하여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였음에도 보증금 및 차임을 지급하지 않고 무상으로 사용하였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원고에게 급여 명목으로 지급한 돈은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 망인의 요청에 따라 원고의 생활비를 지원하기 위해 지급한 가공인건비에 불과하다는 피고의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 있어 보인다.

나.

소결론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가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누림(재판장) 이수경 김현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