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해근로자 F이 2024. 7. 21.부터 같은 달 29.까지의 기간 동안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였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그 동안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피고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관련법리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나,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참조).
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 즉 실 근로시간을 말하고, 휴게시간이란 근로시간 도중에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해방되어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작업시간 도중에 실제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이라 하더라도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0. 8. 20. 선고 2019다14110, 14127, 14134, 14141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해근로자가 2024. 7. 21.부터 같은 달 29.까지의 기간 동안 근로를 제공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피해근로자는 2024. 5. 9. 피고인에게 'H 육성사업 외주용역 제안서'를 교부하였다<1>. 그 후 피고인은 피해근로자와 협의하여 8,800만 원의 용역대금을 데이터 구매비용 3,000만 원, OCR 개발비용 3,000만 원, 피해근로자 인건비 2,800만 원으로 나누
어 진행하기로 하고, 연봉이 2,800만 원<2>으로 기재된 근로계약서를 피해근로자에게 송부하였다<3>. 피고인은 2024. 5. 16. 피해근로자에게 'OCR-외주용역, 5~12월 계약직 4대보험 가입 진행, 기업부설 연구소장 등록. 1주일 1회 사무실 근무, 4일 기술관련 질의응답 최대 2시간, 자사 주니어들의 업무 진행 중 어려움에 관한 기술지도(예 : 엘라스틱 서치 개발) 등 가능할지 여쭤봅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 제안하였고, 피해근로자도 이에 동의하였다. 그에 따라 주식회사 D(이하, 'D'라 한다)와 피해근로자가 최종 작성한 근로계약서<4>(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에 따르면, 근무장소는 D 연구소, 업무의 내용은 AI개발, 소정근로시간은 4시간(시차출퇴근제, 대면재택혼합근무), 연봉은4,800만 원으로 정하여져 있다.
피해근로자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대질조사에서 "실질적인 업무 내용은 동사업장 근로자들의 업무 관련 기술지도 최대 2시간이었다"고 진술하였고, 피고인도 "피해근로자의 말이 맞다. 근로계약서 내용이 맞고, 1주 1회 사무실 출근, 4일 기술관련 질의응답 최대 2시간 자사 주니어들의 업무 진행 중 어려움에 관한 기술지도를 하는 것이었다"라고 진술하였다<5>. 또한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주 5일 근무이고 하루는 사무실 출근이고, 나머지 4일은 비대면으로 2시간씩 기술지도이다. 근로계약서상 업무가 AI 개발로 되어 있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어차피 AI를 포함한 기술지도여서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진술하였다<6>. 한편 피해근로자는 원심 증인신문에서 "피고인이 반드시 국가과제이고 인건비로 처리해야 된다고 했다. 국가과제는 인건비 비율과 외주비용이
정해져 있고, 주니어들에 대해 조언하는 것은 이 가격에 할 수 없다고 협상을 하고 있었다. 피고인이 내가 여기 와서 근무를 하고 인건비를 받아가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했고, 내가 받아들여 근로계약을 맺은 것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7>.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피해근로자가 수행하기로 한 주된 업무는 재택근무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자문 및 기술지도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인은 피해근로자가 재택근무 기간 동안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근로자는 피고인과의 합의에 따라 주 4일은 재택근무의 형태로 근무하기로 되어 있었고, 이러한 근무 형태에 비추어 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기간 동안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추단함이 타당하다. 또한 피해근로자의 근로 내용은 재택근무 시 피고인 회사 구성원들의 업무와 관련된 자문 및 기술지도를 하는 것이었는데, 실제로 피해근로자는 2024. 7. 15. 피고인 회사 인턴 직원에 대한 자문을 수행하였고, 퇴사 당일인 2024. 7. 29.에도 자문 요청을 받은 사실이 확인<8>되는 반면, 피해근로자가 위 기간 동안 근무하지 않았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해근로자가 위와 같은 자문 및 기술지도를 제공하기 위하여 대기한 시간 역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있는 시간으로 평가될 수 있으므로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인은 피해근로자의 업무는 단순한 수동적 답변 대기 업무가 아니라, 피고인 회사의 AI기술 개발에 필요한 기술적 지원과 지도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9>. 그러나 피해근로자의 구체적인 근로 내용은 주 4일 동안 기술 관련 질의응답(최대 2시간) 및 자사 주니어 개발자들의 업무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술적
어려움에 관한 지도였고, 이는 주니어 개발자들의 질문에 대해 답변하는 방식으로 수행될 수 있는 업무이다. 따라서 피해근로자가 적극적으로 별도의 자문이나 지도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 나아가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피해근로자가 주니어 개발자들에 대한 기술 자문을 어떠한 방식으로 수행할 것인지에 대하여 당사자 사이에 구체적으로 정한 바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고<10>, 기록상 2024. 7. 20. 이전까지 피해근로자가 수행한 자문 및 기술지도 업무 방식에 대하여 피고인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한 사정도 확인되지 않는다.
피고인은 피해근로자가 2024. 7. 25. 업무 내용 공유 요청을 거부하였으므로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해근로자는 같은 날 피고인의 API 키 전달과 관련된 질문에 답변하고, 피고인에게 서버 API를 전달하는 등 일정 부분 업무에 협조한 사실이 확인되는 점<11>, 2024. 7. 26. 피고인에게 업무 내용을 공유하는 내용의 주간보고를 전달하였으며<12>, 그 이전에도 주간보고를 통해 업무 내용을 공유하여 온 것으로 보이는 점<13>, 피해근로자의 재택근무 내용은 자문 및 기술지도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근로자가 일부 업무 내용 공유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재택근무 기간 동안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인은 피해근로자가 2024. 7. 26. 무단결근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해근로자가 "만나서 이야기하시죠"라고 하자 피고인이 "내일 전체 참여도 아니고 중간에 가시겠다면 다음에 뵙는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라고 답하였고, 이에 피해근로자가 "그러면 다음 주 월요일에 통화하시죠"라고 하자 피고인이 "넵. 알겠습니다"라고 답한 사
실이 확인된다<14>. 이러한 대화 내용에 비추어 보면, 피해근로자가 피고인과의 협의에 따라 2024. 7. 26.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피고인의 주장이 재택근무의 경우 업무성과물을 제출하거나 업무보고를 하여야 비로소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라고 보더라도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는 업무성과물의 제출이나 업무보고 의무에 관한 내용이 명시되어 있지 않고, 기록상 피고인과 피해근로자 사이에 위와 같은 사항에 별도로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볼 만한 사정도 확인되지 않는 점,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인과 피해근로자 사이의 계약 관계는 본래 용역 형태로 논의되던 것이 피고인의 필요에 따라 근로 계약의 형식으로 체결된 측면도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근로자에게 별도로 업무보고나 업무성과물을 제출하여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엄철(재판장) 윤원묵 송중호
1증거순번 8, 9
2단, 피해근로자는 2024. 5. 31. 피고인에게 데이터구매계약서, 연구용역계약서, 표준근로계약서, 비밀유지협약서를 송부하면서'표준근로계약서에 연봉 2,800만 원으로 기재되어 있는데, 7개월에 2,800만 원이니 연봉은 4,800만 원으로 기재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아 수정하였다'는 취지로 말하여, 연봉은 4,800만 원으로 최종 기재되었다.
3증거순번 60 내지 62.
4증거순번 2
5증거순번 19, 증거기록 27쪽
6증거순번 68, 증거기록 140쪽
7원심 증인신문 녹취서 5, 6쪽
8증거순번 21, 증거기록 44쪽.
926. 3. 10. 피고인 의견서 4쪽.
10증거순번 68, 증거기록 140쪽
11증거순번 48, 증거기록 101쪽
12증거순번 21, 증거기록 40쪽
13증거순번 21, 증거기록 39쪽
14증거순번 48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