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5. 22. 선고 2025노2595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 공동피고인 B 주식회사, C은 항소하지 않았고, 검사도 위 공동피고인들에 대하여 항소하지 않았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위 공동피고인들 부분은 분리 · 확정되었으므로 이 법원의 심판범위에서 제외된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피해자가 A자형 사다리를 설치한 후 지상 약 80cm 높이에서 작업하였으므로 '바닥으로부터 약 2.7m 높이에 올라가야 하는 등 추락위험이 있었다'라는 원심 판단은 부당하다. 또한 피해자가 전열교환기 덕트 설치 작업을 위해 올라간 높이, 작업 대상물의높이, 작업 난이도 등을 고려하면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42조 제1항이 규정하는 '근로자가 추락하거나 넘어질 위험이 있는 장소'에 해당하지 않아 피고인에게 비계를 조립하는 등의 방법으로 작업발판을 설치할 의무가 없다. 그럼에도 작업 대상물인 전열교환기 덕트의 높이가 약 2.7m라는 점만을 고려하여 피고인에게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 및 업무상과실치사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120시간, 산업재해 예방강의 수강명령 40시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3.

판 단

가.

사실오인 주장 부분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에게 비계를 조립하여 작업발판을 설치하는 등 추락에 의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의무가 있음에도 피고인이 이와 같은 조치를 하지 않았고, 이러한 조치의무의 위반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천장 배관 덕트 작업 중 바닥에 떨어져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2)

당심의 판단

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 · 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였는지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 근거한「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안전보건규칙'이라 한다)의 개별 조항에서 정한 의무의 내용과 해당 산업현장의 특성 등을 토대로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목적, 관련 규정이 사업주에게 안전 · 보건조치를 부과한 구체적인 취지, 사업장의 규모와 해당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의 성격 및 이에 내재되어 있거나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안전 · 보건상 위험의 내용, 산업재해의 발생 빈도, 안전 · 보건조치에 필요한 기술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규범 목적에 부합하도록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해당 안전보건규칙과 관련한 일정한 조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어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는 안전보건규칙을 준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0도9188 판결 등 참조).

나)

구 안전보건규칙(2024. 6. 28. 고용노동부령 제41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2조는 근로자가 추락하거나 넘어질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경우 비계(飛階)를 조립하는 등의 방법으로 작업발판을 설치하도록 정하고(제1항), 작업발판을 설치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일정한 기준에 따라 추락방호망을 설치하거나 근로자에게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하도록 정하고 있다(제2항, 제3항). 현행 안전보건규칙(2024. 6. 28. 고용노동부령 제417호로 개정된 후의 것) 제42조는 작업발판이나 추락방호망을 설치하기 곤란한 경우 일정한 기준에 따라 이동식 사다리를 사용하여 작업을 하게 할 수도 있도록 새롭게 정하고 있는바(제4조), 개정 전 · 후 안전보건규칙의 규정 취지에 비추어 보면 구 안전보건규칙이 적용되는 경우에 이동식 사다리를 사용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안전보건규칙이 정한 안전 · 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개정 후 안전보건규칙이 정한 기준에 준하는 안전 · 보건조치 의무를 다하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살피건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 즉 ① 사건 당일 피해자는 천장에 전산볼트와 이에 연결된 O자 형태의 덕트행거를 설치하고 덕트를 덕트행거에 거치한 다음 덕트행거 상부에 너트를 체결하여 ○자 형태로 덕트행거를 고정하는 작업을 실시하였고, 사건 당시에는 그 중 덕트행거 상단에 너트를 체결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위 현장 바닥부터 천장까지 높이는 약 2.9m, 바닥부터 덕트행거까지 높이는 약 2.7m인데, 신장이 170cm 초반인 피해자가 시야를 확보하여 덕트행거 상부에 너트를 체결하려면 적어도 바닥에서 1m 이상 높이에 서서 피해자의 머리가 바닥부터 약 2.7m높이에 위치한 상태로 작업할 필요가 있었던 점, ③ 위 현장은 공간이 충분하여 비계를 조립하는 등 작업발판을 설치하기 곤란한 사정이 없었음에도 피해자는 최상부 발판높이가 약 2.1m인 A형 사다리를 이용하여 작업을 실시한 점, ④ 현행 안전보건규칙 제42조 제5호는 이동식 사다리의 최상부 발판 및 그 하단 디딤대에 올라서서 작업하지 않도록 정하고 다만 높이 1m인 사다리의 경우는 예외로 하고 있는데, 위 A형 사다리의 구조상 적어도 피해자는 바닥부터 높이 약 1.1m에 위치한 4번째 디딤대에 올라서 서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⑤ 현행 안전보건규칙 제42조 제4항 제6호는 작업 높이가 2m 이상인 경우 반드시 안전모와 안전대를 함께 착용하도록 정하고 있으나, 당시 피해자는 안전대를 착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건 발생 후 최초 발견 당시 피해자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아니한 채 의식이 없는 상태였던 점에 비추어 안전모조차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⑥ 사고 당일 피해자와 함께 일한 L는 "현장소장이 사고 발생일에 인원 확인하기 위해 5층에 잠깐 왔다가 간 사실은 있으나, 안전 보호구착용 관리 감독을 하거나 작업 시 주의사항에 관해 이야기 한 것은 없습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한바, 피고인이 피해자 등 작업자의 보호구 착용 상태를 점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작업시 준수하여야 할 구체적인 주의사항을 고지하거나 관련된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등의 실질적인 관리 · 감독을 수행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산업안전보건법과 안전보건규칙이 정한 안전 · 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였고 그로 인해 피해자가 작업 도중 추락하여 사망케 하였다고 봄이 타당한바,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양형은 법정형을 기초로 하여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을 두루 참작하여 합리적이고 적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재량 판단으로서,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정들과 아울러 항소심의 사후심적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피고인에게 유리 · 불리한 여러 정상들을 충분히 고려하여 형을 정한 것으로 보이고, 원심판결 후 양형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사정변경도 발견할 수 없다.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전과 관계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 조건을 고려해보면, 피고인이 항소이유로 주장하는 사정들을 살펴보더라도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이 부분 피고인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4.

결 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차승환(재판장) 최해일 최진숙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