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소송의 경과 및 이 법원의 심판범위
소송의 경과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환송 전 당심 공동피고인 C 부분은 기재하지 아니하였다)
검사는, D 주식회사(이하 'D'이라 한다)에서, 피고인 A은 2016년 12월경부터 조선사업부 조선협력사지원팀 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7년 12월경 상무보로 승진하여 조선사업부 조선협력사지원팀, 조선노사지원팀, 해양플랜트사업부 해양노사협력사지원팀의 담당 임원으로 근무하면서 조선사업부 및 해양플랜트사업부의 협력사, 노사 관련 업무를 총괄하여 오고 있고, 피고인 B는 2017년 12월경부터 해양플랜트사업부 해양노사협 력사지원팀 팀장으로 근무하며, 해양플랜트사업부의 협력사 운영 및 기획, 협력사 법률문제 사전예방 및 대응, 하청노조 및 현장 노사문제 지원, 협력사 경영분석 및 제도 개선, 협력사 계약 관리, 협력사 책임경영체제 구축 등의 업무를 총괄하여 왔는데,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이라 한다) 위반 및 「파견근로자 보호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 한다) 위반 사안과 관련하여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라고 한다) 등 정부당국의 D 조사가 임박하자, 피고인 A의 경우 피고인 B 등에게 조사가 예상되는 부서에 보관되어 있는 하도급법위반 및 파견법위반 자료를 삭제하고, 향후 업무에 필요한 중요자료는 별도로 보관할 것을 지시하고, 위 부서 소속 직원들이 사용하는 업무용 개인컴퓨터(PC, personal computer), 캐비닛 등에 법위반 관련 자료가 남아있는지 여부에 대해 점검을 실시할 것을 지시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인 B 등 직원들은 업무용 개인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던 각종 하도급법위반 자료를 공용으로 사용하는 외장하드에 옮겨 저장한 다음 업무용 개인컴퓨터에서 위 자료들을 삭제하였고, 피고인 B는 위와 같이 점검을 실시한 결과 각 생산부서 및 생산기획부에 여전히 하도급법위반 및 파견법위반 자료가 다수 보관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자, 이를 피고인 A에게 보고하였으며, 이에 피고인 A은 2018. 7. 25. 피고인 B에게 업무용 개인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포맷하거나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고, 2018. 7. 26.부터 그 다음날까지 사이에 업무용 개인컴퓨터를 교체하라고 지시하였으며, 그에 따라 피고인 B 등은 업무용 개인컴퓨터를 데스크톱 가상화(VDI, Virtual Desktop Infrastructure) 장비로 교체하고, 데스크톱 가상화 장비를 사용하는 임직원들의 데스크톱 가상화 계정을 교체할 것을 지시하였고, 이에 따라 데스크톱 가상화 운영팀 직원들은 그 무렵부터 2018년 8월말까지 해양생산기획부, 해양노사협력사지원팀 등 10개 부서 임직원들의 업무용 개인컴퓨터 101대를 데스크톱 가상화 장비로 교체하고, 데스크톱 가상화 장비를 사용하는 임직원 82명의 데스크톱 가상화 계정을 교체하였으며, 한편, 피고인 B 등은 2018. 7. 27. 대책회의 결과에 따라 임직원들로 하여금 하드카피 문건은 8층으로 이동시켜 보관하고, 보관할 필요가 없는 문건은 모두 소각하게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인 A을 증거인멸교사죄로, 피고인 B를 증거인멸죄로 각 기소하였다.
원심판결
원심은 피고인들 및 환송 전 당심 공동피고인 C에 대한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 전부에 대하여 무죄판결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검사는 사실오인, 법리오해를 이유로 항소를 제기하였다.
환송 전 당심판결
환송 전 당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공동피고인 C에 대한 부분을 제외한 부분, 즉, 피고인 A, B에 대한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그중 'E 고발사건' 및 'F의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인해 추가로 수사 개시가 예측되는 파견법위반 사건'에 관한 증거인멸교사 및 증거인멸행위를 하였다는 부분을 제외한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고 피고인 A, B에 대하여 원심판결(각 무죄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 A에 대하여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피고인 B에 대하여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선고하였다('E 고발 사건' 및 'F의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인해 추가로 수사 개시가 예측되는 파견법위반 사건'에 관한 증거인멸교사 및 증거인멸행위를 하였다는 부분에 관하여는 이유무죄로 보았다). 이에 대하여 검사는 환송 전 당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피고인 A, B는 환송 전 당심판결 중 유죄부분에 대하여 상고를 각 제기하였다.
환송판결
대법원은, 검사의 상고에 대하여는 이를 기각하고, 피고인 A, B(이하 그들을 함께 지칭할 때 '피고인들'이라 한다)의 상고에 대하여는 "피고인들에게 증거인멸죄에 있어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다는 인식과 의사가 있었다는 점 등을 인정할 수 있더라도, 피고인들의 이 부분 각 행위의 경우 양벌규정에 따라 피고인들 자신도 행위자로서 직접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행위로 그 증거가 될 자료를 인멸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므로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 유죄부분은 파기되어야 하고, 위 파기 부분은 이유무죄로 판단된 부분과 일죄의 관계에 있으므로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면서 환송 전 당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이 법원에 환송하였다.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판결
중 공동피고인 C에 대한 부분(무죄판결)은 환송 전 당심 항소기각판결 선고후 검사가 상고하였으나, 상고심인 대법원이 상고기각 판결을 선고하여 확정되었다. 따라서 위 공동피고인에 대한 원심판결은 분리 · 확정되어 이 법원의 심판범위에서 제외된다.
그러므로 이 법원의 심판범위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에 한정된다.
항소이유의 요지(피고인들에 대한 부분)
검사는, (1) 피고인들에 대하여 수사당국이 조사한 피의자신문조서(검사증거 순번31,44, 45, 179, 227, 307, 318)에 관하여 피고인들 및 변호인이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불채택한 것은 채증법칙에 위반한 법리오해라고 주장하고, (2) 제출된 증거들에 의하여 피고인들이 D에 대한 공정위원회의 고발을 넉넉히 예상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공정위원회의 조사를 대비하면서 한편으로 수사당국이 진행할 수사를 대비하는 증거인멸의 고의가 병존하고 있다고 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피고인들에 대한 무죄판단을 한 원심판결의 파기를 구한다.
판 단
채증법칙위배 주장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18조 제1항은 "검사와 피고인이 증거로 할 수 있음을 동의한 서류 또는 물건은 진정한 것으로 인정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공판조서의 기재가 명백한 오기(誤記)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판기일의 소송절차로서 공판조서에 기재된 것은 조서만으로써 증명하여야 하고 그 증명력은 공판조서 이외의 자료에 의한 반증이 허용되지 않는 절대적인 것이므로, 검사 제출의 증거에 관하여 동의 또는 진정성립 여부 등에 관한 피고인의 의견이 증거목록에 기재된 경우에는 그 증거목록의 기재는 원칙적으로 절대적 증명력을 가지지만, 공판조서의 일부로서 명백한 오기가 있을 경우 그 증명력이 배제된다(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1도12571 판결 참조).
위와 같은 관련 법률규정과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피고인들의 변호인<1>이 원심 재판이 진행되던 2022. 6. 15. 3쪽에서 검사 증거순번31, 44, 45, 179, 227, 318 각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 동의(성립의 진정 및 임의성 인정)를 한 사실, 2022. 6. 16. 원심 공판조서 기재상 이 사건 증거인부서 중 이 부분에 대하여 피고인들이나 변호인이 번의하였음을 알 수 있는 기재가 전혀없이 막연히 "증거관계 별지와 같음(검사)"라고 되어 있고, 증거의견 및 증거결정에 "×" 표시가 된 사실, 원심과 동일한 당심 변호인이 환송 전 당심 재판 중이던 2023.12. 5. 제출한 중 이 부분에 관하여 "원심 공판과정에서는 이에 관한 (추가적인) 언급이나 논의가 전혀 없었고, 피고인들이 알기로는 피의 자신문조서도 증거로 채택되어 증거조사를 하였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 증거목록 상의 기재는 단순한 오기(誤記)일 것으로 추측됩니다."라는 취지로 본문과 각주에서 기재되었고, 당심 변호인이 2024. 4. 17. 환송 전 당심 제1회 공판기일에 위 를 어떠한 이의도 유보하지 않고 진술한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위 증거들은 모두 증거능력이 있는 증거로서 원심에서 이미 증거조사를 마친 것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검사 증거순번31, 44, 45, 179, 227, 318에 관한 증거목록상 증거의견 및 증거결정은 각 "○", 증거조사기일은 각 "4"로 기재되었어야 할 것인바, 이러한 사정은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주장 내용과 취지, 소송절차의 진행경과 등에 비추어 단순한 오기를 정정하는 정도에 불과하여 항소심의 심판대상이 제1심과 실질적으로 달라졌다고 평가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사정을 들어 반드시 제1심판결을 직권으로 파기할 필요는 없다고 할 것이고, (원심이 검사 증거순번31, 44, 45, 179, 227, 318 각 피의자신문조서의 채택 · 조사를 하지 않았음을 전제로 하는) 검사의 채증법칙위배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 자기사건의 증거인멸에 해당하는지 여부
법리(대법원 2026. 1. 15. 선고 2024도15728 판결 참조)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피고인 자신이 직접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그 증거가 될 자료를 인멸하였다면, 그 행위가 동시에 다른 공범자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증거인멸죄로 다스릴 수 없다. 여기서 말하는 '피고인 자신이 직접 형사처분을 받게 될 것'에는 피고인이 양벌규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는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행위자로서 처벌받게 될 수 있는 경우도 포함된다. 양벌규정에 따라 처벌되는 행위자와 행위자 아닌 법인 간의 관계는, 행위자가 저지른 법규위반 행위가 사업주의 법규위반행위와 사실관계가 동일하거나 적어도 중요 부분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내용상 불가분적 관련성을 지닌다. 피고인이 양벌규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는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행위자로서 처벌받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 위반행위와 관계되는 증거를 인멸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및 이에 대한 고의가 인정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야 한다.
한편, 하도급법은 원사업자 등이 제3조 제1항(서면의 발급), 제3조의4(부당한 특약의 금지), 제4조(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 금지), 제8조(부당한 위탁취소의 금지 등), 제10조(부당 반품의 금지), 제11조(감액금지), 제12조의2(경제적 이익의 부당요구 금지), 제12조의3(기술자료 제공 요구 금지 등), 제13조(하도급대금의 지급 등), 제18조(부당한 경영간섭의 금지) 위반행위 등을 하면 제30조 제1항 또는 제2항의 벌칙 규정에서 정한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하도급법 제31조는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30조의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하도록 양벌규정을 두고 있다. 이 규정의 취지는 제30조에서 정한 위와 같은 각 위반행위를 원사업자인 법인이나 개인이 직접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그 행위자나 원사업자 쌍방을 모두 처벌하려는 데에 있으므로, 이 양벌규정에 의하여 원사업자가 아닌 행위자도 원사업자에 대한 제30조의 벌칙 규정의 적용 대상이 된다.
증거인멸죄에 있어서 타인의 '형사사건'이란 인멸행위 시에 아직 수사절차가 개시되기 전이라도 장차 형사사건이 될 수 있는 것까지를 포함하고, 그 형사사건이 기소되지 아니하거나 무죄가 선고되더라도 증거인멸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다. 증거인멸죄에서 '증거'라 함은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하여 수사기관이나 법원 또는 징계기관이 국가의 형벌권 또는 징계권의 유무를 확인하는 데 관계있다고 인정되는 일체의 자료를 의미하고, 타인에게 유리한 것이건 불리한 것이건 가리지 아니하며 또 증거가치의 유무 및 정도를 불문한다.
마지막으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환송 후 당심의 판단
원심 및 환송 전후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여러 사정을 앞서 본 법리 등에 비추어 살펴보면, 설령 피고인들에 대하여 증거인멸죄에 있어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다는 인식과 의사가 있었다는 점 등을 인정할 수 있더라도, 피고인들의 이 부분 각 행위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행위로 평가할 여지가 있어 보이는 등 환송 전 공동피고인 C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피고인들이 양벌규정에 따라 자신도 행위자로서 직접 형사처벌을 받게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그 증거가 될 자료를 인멸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피고인 B의 행위가 동시에 다른 공범자나 D의 증거를 인멸한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증거인멸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결국 검사 제출의 모든 증거를 살펴보아도, 정범인 피고인 B가 저지른 행위의 경우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 인멸일지도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기에 부족하다. 나아가 이러한 이유로 정범인 피고인 B에 대한 증거인멸죄가 성립하지 않는 이상 피고인 A의 교사행위에 관한 증거인멸교사죄도 성립하지 않는다.
D 해양플랜트협력사지원팀의 2018년 기준 주요 업무 중에는 '사내협력사와의 1년 단위 기본 계약 체결업무', '협력사 애로사항 청취 업무'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공소사실 기재처럼 피고인 B는 2017년 12월경부터 D 해양플랜트협력사지원팀 팀장으로 근무하며, 해양플랜트사업부의 협력사 운영 및 기획, 협력사 법률문제 사전예방 및 대응, 하청노조 및 현장 노사문제 지원, 협력사 경영분석 및 제도개선, 협력사 계약 관리, 협력사 책임경영체제 구축 등 업무를 총괄하고 있었다.그는 하도급대금 결정과 관련된 의 기안자로 결재하였고, 계약 해지 및 유보 기성금 처리업무와 관련된 에 기안자로 결재하였으며, 경영지원금을 부정수급한 협력사들을 적발하고 벌점을 부과하는 조치에 대하여도 기안자로 결재하였다. 또한 그는 협력사와 기성 공사대금에 대한 이견이 발생하여 기성금 지급을 유보한 상태에서 해당 협력사의 채권자들이 미지급 기성금채권에 대하여 채권압류를 한 사안에서 미지급 기성금 처리방안을 기안하였다.
증거인멸죄에 있어서 타인의 '형사사건'이란 인멸행위 시에 아직 수사절차가 개시되기 전이라도 장차 형사사건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까지를 포함하는 것이어서, 사후적으로 실제 수사 또는 기소가 이루어진 사건으로 이를 한정할 이유가 없다. 공정위는 피고인 B의 이 부분 각 행위 무렵 D에 대하여 사후적으로 고발 조치된 서면발급의무 위반(하도급법 제3조 제1항),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하도급법 제4조) 부분만이 아니라, 사실상 하도급법 위반 전반에 대한 포괄적 조사를 계획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 B의 이 부분 각 행위 역시 그러한 포괄적 조사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공정거래원회는 D에 대하여, 서면발급의무 위반(하도급법 제3조 제1항),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하도급법 제4조) 이외에도 하도급법 제3조의4(부당한 특약의 금지), 제8조(부당한 위탁취소의 금지 등), 제10조(부당반품의 금지), 제11조(감액금지), 제12조의2(경제적 이익의 부당요구 금지), 제12조의3(기술자료 제공 요구 금지 등), 제13조(하도급대금의 지급등), 제14조(하도급대금의 직접 지급) 및 제18조(부당한 경영간섭의 금지) 위반행위에 대한 직권조사에 착수하여 관련 현장조사를 실시하였다. 그리고 그중 대부분은 그 위반행위와 관련한 업무를 실제로 집행한 행위자에 대한 처벌근거 규정이 될 수 있는 하도급법 제31조의 양벌규정 적용 대상이었다. 그러므로 피고인 B의 위와 같은 이 사건 당시 업무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피고인이 소속된 해양플랜트협력사지원팀의 업무가 아니라 조선사업부나 조선협력사지원팀의 업무에 해당하는 것 으로 보이는) 서면발급의무 위반(하도급법 제3조 제1항),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하도급법 제4조)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피고인 B의 실제 업무가 양벌규정의 적용 대상이기도 한 하도급법 제3조의4(부당한 특약의 금지), 제8조(부당한 위탁취소의 금지등), 제11조(감액금지), 제13조(하도급대금의 지급 등) 등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 B가 이 부분 각 행위 당시 그 위반행위와 관련한 업무를 실제로 집행한 행위자로서 하도급법 제31조의 양벌규정에 따라 자신이 직접 형사처분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자기의 형사사건과 관계될 수 있는 자료를 인멸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회사 구성원 사이의 내부 업무는 회사의 이익이라는 동일한 지향점 위에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어 회사 내 특정 부서나 팀에서의 업무에 대하여 다른 부서원이나 팀원들이 관여하는 것이 이례적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도 많다. 피고인 B의 D 해양플랜트협력사지원팀의 업무 내용 등에 비추어 피고인 B가 기본 계약 외에 개별 계약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하여 서면발급의무 위반(하도급법 제3조 제1항),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하도급법 제4조) 행위와 전혀 무관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피고인 B가 검찰에서 '자신의 업무가 하도급법 위반과 관련이 없다거나 자신의 범죄에 대한 증거를 없애기 위해 이 부분 각 행위를 한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적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자신은 하도급법 위반과 관련하여 잘못된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자기방어적 취지의 진술이거나 '자신의 사적 목적이 아니라 D의 업무와 관련하여 한 행위이다.'라는 취지에서 단순하게 진술한 내용이라고 이해할 여지도 있다. 법률전문가가 아닌 피고인 B가 한 위와 같은 진술을 'D의 하도급법 제30조 위반행위와 관련하여 피고인 B 자신은 양벌규정에 따라 D과 함께 형사처분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전혀 없었던 상황'이라거나 '양벌규정 적용 시에도 자기의 형사사건과는 무관한 자료만 인멸한 것'이라는 취지로 나름의 구체적 법률적 평가를 담아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인멸 혐의를 인정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B에 대하여 증거인멸죄 자체가 성립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없지만) 설령 피고인 B에 대하여는 증거인멸죄로 처벌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가정하더라도 피고인 A의 경우 증거인멸교사죄가 성립하지않을지도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없다.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할 때 성립하고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인멸 행위는 형사소송에 있어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인정하는 취지에 따라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인멸을 위하여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 역시 원칙적으로 처벌되지 아니하나, 다만 그것이 '방어권의 남용'이라고 볼 수 있을 때는 증거인멸교사죄로 처벌할 수 있다. 방어권 남용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는, 증거를 인멸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목된 행위의 태양과 내용, 범인과 행위자의 관계, 행위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 형사사법작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성의 정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데 피고인 A의 경우 2016년 12월경부터 D 조선사업협력사지원팀 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7년 12월경 상무보로 승진하여 조선사업협력사지원팀, 해양플랜트협력사지원팀의 담당 임원으로 근무하면서 조선사업부 및 해양플랜트사업부의 협력사, 노사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었다. 즉, 피고인 B가 팀장으로 있던 해양 플랜트협력사지원팀뿐만 아니라, 환송 전 당심 공동피고인 C이 팀장으로 있던 조선사업협력사지원팀을 모두 담당하는 임원이었다. 그렇다면 피고인 A도 피고인 B와 마찬가지로 이 부분 각 행위 당시 그 위반행위와 관련한 업무를 실제로 집행한 행위자로서 하도급법 제31조의 양벌규정에 따라 자신이 직접 형사처분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자기의 형사사건과 관계될 수 있는 자료를 인멸하도록 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어 보인다. 물론 피고인 A도 피고인 B와 마찬가지로 검찰에서 '자신의 업무가 하도급법 위반과 관련이 없다거나 자신의 범죄에 대한 증거를 없애기 위해 이 부분 각 행위를 한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적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나름의 구체적 법률적 평가를 담아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인멸 혐의를 인정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와 같이 피고인 A은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의 인멸을 교사한 경우에 해당하고, 타인으로 하여금 증거를 위조하게 하거나 허위의 증거를 작출하게 하는 등으로 증거인멸죄를 범하게 한 것도 아니므로, 방어권이 범위를 일탈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결 론
그렇다면,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송중호(재판장) 엄철 윤원묵
각주1) 원심 변호인이 당심 변호인과 동일하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