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기초사실
다음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제1호증의 1, 2(인권이사회견해 표지 및 내용), 갑제2호증의 1 내지 3 (각 판결)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원고는 소외 주식회사 B의 노동조합 위원장으로서, 전국의 16개 노동조합이 가입하여 이루어진 C노동조합회의 (이하 C라고 한다)의 D, E지역 대표로서 활동하던 중, 위 C의 구성원인 F 노동조합이 1991. 2. 8.경부터 파업농성에 돌입하자, 그 일시경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C 소속 노조대표자가 참석하는 C 대표자 회의를 비롯하여 C 교육선전부장회의, C 실무자회의, 교육선전부장회의 등을 잇달아 개최하여 위 F의 쟁의를 공동지원할 것을 결의하고, 공동투쟁을 다짐하는 내용의 C 명의의 성명서를 채택하여 약 16,000부에 달하는 노조지지성명서와 지지광고를 인쇄한 후 이를 위 F 노조 간부들로 하여금 파업중인 F 글노자들에게 배포하게 하였다.
원고든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노동쟁의에 제3자 개입을 금지한 노동쟁의조정법 제13조의 2를 위반한 죄 등으로 구속기소되어 1991. 8. 9. 서울형사지방법원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고, 원고의 항소 및 상고가 각 기각되어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원고는 위 판결 확정 후인 1992. 7. 7. 원고가 F 노조의 파업에 관하여 지지의 의사를 표명한 행위에 대하여 피고 소속 공무원들이 원고를 노동쟁의조정법 위반으로 처벌한 것은 시민적 및 정치적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이하 국제규약이라 한다) 제19조 제2항이 인정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였다는 사유를 들어 시민적 및 정치적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선택의정서(The Optional Protocol to the 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이하 선택의정서라 한다)에 따라 위 국제규약에 의거하여 설치된 인권이사회(Human Rights Committee)에 이 사건을 통보하였다.
국제규약 및 선택의정서는 1966.12.16. 국제연합 총회의 결의로 채택되어 1976.3.23. 발효된 다자간 국제조약으로, 피고는 1990.4.10. 국제규약 및 선택의정서에 각 가입함으로써 1990.7.10.부터 국제규약의 당사국이 되었는데, 국제규약 제19조 제2항은 모든 사람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제2조 제3항 a.에는 규약의 당사국은 위 규약에서 인정되는 권리 또는 자유를 침해당한 사람에 대하여, 그러한 침해가 공무집행중인 자에 의하여 행하여진 것이라고 할지라도 효과적인 구제조치를 받도록 확보할 것을 약속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며, 제2조 제2항에서 위 규약의 당사국은 현행의 입법조치 또는 기타 조치에 의하여 아직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 위 규약에서 인정되는 권리들을 실현하기위하여 필요한 입법조치 또는 기타의 조치를 취하기위하여 자국의 헌법상의 절차 및 위 규약의 규정에 따라 필요한 절차를 취할 것을 약속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인권이사회는 1995. 7. 15. 피고가 위와 같은 행위를 이유로 원고를 처벌한 것은 국제규약 제19조 제2항이 인정한 원고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며, 이에 따라 원고는 국제규약 제2조 제3항 a.에 따라 그의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것을 이유로 처벌된 데 대하여 적절한 배상을 포함한 효과적인 구제조치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피고에 대하여 노동쟁의조정법 제13조의 2를 재검토할 것을 권고하고, 피고에 대하여 90일안에 이사회의 견해를 실현하기 위하여 취한 조치에 관한 정보를 받기를 기대한다는 취지의 견해를 채택하였다.
원고의 주장사실
원고는 이 사건 청구원인사실로서, 원고의 C 관련활동은 위 국제규약 제19조 제2항이 인정한 '구두, 서면 또는 인쇄, 예술의 형태 또는 스스로 선택하는 기타의 방법을 통하여 모든 종류의 정보와 사상을 추구하고 접수하며 전달하는'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것일 뿐, 범죄로 처벌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는 정당한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피고 소속 공무원 성명불상자들은 이를 노동쟁의조정법 제13조의 2 위반으로 인정하여 원고를 공소제기하고 원고에 대하여 유죄의 판결을 선고하였고, 또한 원고가 포함된 C가 범죄행위를 한 듯이 일간신문 등에 보도됨으로 인하여 원고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받았고 또한 명예를 훼손당하였는바, ① 인권이사회가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가 원고를 형사처벌한 행위는 국제규약 제19조 제2항이 인정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며 피고는 국제규약 제2조 제3항 a.에 따라 위 원고에게 금전배상을 포함한 적절한 구제조치를 제공할 의무가 있고, ② 또는, 피고가 국제규약에 가입함으로써 위 규약에 위배되는 노동쟁의조정법 제13조의 2는 당연무효가 되었고, 그렇지않더라도 피고 소속 공무원으로서 수사, 재판업무를 담당하는 성명불상자들은 노동쟁의조정법 제13조의 2를 해석, 적용, 집행함에 있어 국제규약에 위반되지 않도록 하여야 할 의무가 있슴에도, 이에 위반하여 원고의 행위를 노동조합법 위반으로 수사하고 공소제기하여 유죄의 판결을 선고하였으므로, 피고는 그 소속공무원의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하여 배상할 의무가 있고, ③ 더 나아가, 피고는 국제규약에 가입하게 되었으면, 위 규약이 정하는 기준과 일치하도록 국내의 모든 법과 제도를 변경할 법적 의무를 부담하고 있슴에도 위 규약에 위배되는 노동쟁의조정법 제13조의 2를 변경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존치함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위 조문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음으로써 정신적 손해를 입게 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서 금20,000,000원을 지급하고, 명예회복에 필요한 조치로서 이 판결을 송달 받은후 15일 이내에 별지 제1목록에 기재한 공고문을 별지 제2목록에 기재한 방법에 따라 별지 제3목록에 기재한 일간신문에 피고의 비용으로 기재하여 공고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판단
살피건대, 국제규약 제19조 제3항은, '제19조 제2항에 규정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의 행사에는 특별한 의무와 책임이 따른다. 따라서 그러한 권리의 행사는 일정한 제한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그 제한은 법률에 의하여 규정되고, 또한 국가안보, 공공질서, 공중보건, 도덕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정된다'고 규정하여 권리의 본질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한 민주사회에서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합법적인 제한을 가하는 것을 용인하는 유보조항을 두고 있으며, 한편, 쟁의행위는 노동관계당사자가 임금 및 근로조건 등을 정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함에 있어 보다 유리한 결과를 자신에게 가져오게 하기 위하여 행사하는 최후의 강제수단으로 주로 단체협약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사항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만 허용되는 것이고, 단체협약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자에 의하여서만 이루어져야 하는 것으로, 이 점에서 쟁의행위에는 원칙적으로 제3자가 개입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성질상의 한계가 있게 되며, 노동쟁의조정법 제13조의 2와 위조문 위반행위에 대한 벌칙규정인 같은 법 제45조의 2는 헌법이 인정하는 근로3권의 범위를 넘어 분쟁해결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입법이다 (헌법재판소는 1990.1.15. 89헌가103호 사건에서 노동쟁의조정법 제13조의 2, 제45조의 2는 헌법 제11조 제1항, 제12조 제1항 및 제33조 제1항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
이 사건에서 헌법 제6조 제1항에서 헌법에 의하여 체결, 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하여, 원고의 구체적인 행위에 관하여 C의 결성목적이나 결성의 경위, 활동상황, 성명서 및 지지광고의 내용, 이를 배포한 목적, 경위, 수량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의 행위는 단순히 성명서를 채택하여 배포한 것으로서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의 범위에 든다기보다는, 그 범위를 넘어서 노동쟁의조정법 제13조의 2 위반에 해당된다고 인정되어,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최종적으로 합헌결정된 조문에 의거하여 피고 소속 공무원들이 공소를 제기하고, 유죄의 확정판결을 선고한 행위에 대하여, 피고가 국제규약 제2조 제3항 a.에 의하여 직접 원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거나, 피고 소속 공무원들의 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거나, 피고가 구체적으로 노동쟁의조정법 제13조의 2를 폐지 또는 개정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고, 인권이사회의 견해는 이른바 권고사항으로서 이에 대하여 법적인 기속력을 인정할 근거가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할 것인바, 원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고, 이에 대한 원고의 항소는 이유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1996. 11. 15.
판사 김의열(재판장) 민유숙 이병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