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 김옥화, 명영선은 각 1987.1.12에, 원고 이선이는 1986.1.15에, 원고 박보선은 1985.1.5에 각 피고회사(변경 전 상호 제일생명보험 주식회사)에 입사하여 근무하다가 1998.7.25 각 사직서를 제출하고 1998.8.31 각 퇴직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피고회사가 원고들이나 그 남편에게 전화 또는 면담을 통하여 사내부부는 둘 중의 하나는 그만두어야 하는데 부인이 사직하지 아니하면 남편들을 지방으로 발령내거나 지역본부에 대기발령시키거나 기타 인사상의 불이익을 줄 것이며, 퇴직시까지 승진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원고들의 사직을 강요하여, 원고들은 사직의 의사가 없었음에도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하여 제출한 것으로써 원고들의 위 퇴직은 실질적으로는 해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데, 위 해고는 정리해고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고,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 제1항 및 제2조의 2 제1항을 위반한 것이므로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그 확인을 구함과 아울러 복직될 때까지의 임금의 지급을 구한다.
해고무효확인 청구부분에 대한 판단
근로자가 사용자로부터 퇴직의 권유를 받고 자유의사에 의하여 사직서를 제출하거나 또는 근로자가 스스로 제출한 사직서를 사용자가 수리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직은 근로계약의 합의해지로써 유효하다고 할 것이지만, 그렇지 않고 사용자가 사직의 의사가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한 후 이를 수리하는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을 종료시키는 경우에는 그 형식만 의원면직의 외형을 갖추고 있을 뿐 실질적으로는 해고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는 근로계약을 종료시키고자 하는 진의가 없는 상태에서 사직서를 제출하고, 사용자도 그와 같은 사정을 알면서 그 사직서를 수리한 것이므로 그 근로자의 사직의 의사표시는 이른바 진의 아닌 의사표시로써 무효라고 할 것이다.
다만 이 때의 진의라 함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 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표의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표시를 하였을 경우에는 이를 내심의 효과의사가 없는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고, 따라서 그와 같은 의사에 기한 퇴직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한 해고라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0.4.25 선고 99다34475 판결 등 참조).
그렇다면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원고들이 피고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피고회사가 이를 수리한 것은, 그 사직서의 제출이 피고회사가 전혀 사직의 의사가 없는 원고들을 협박, 강요함으로써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없는 한, 원칙적으로 근로계약의 합의해지에 해당하여 유효하다고 할 것이고, 비록 원고들의 퇴직이 피고회사의 퇴직권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와 다르게 볼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결국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들의 사직서 제출이 피고회사의 강요, 협박 등에 의한 것이고 나아가 그것이 사직의 의사 없는 비진의 의사표시에 해당하여 그에 따른 원고들의 퇴직을 피고회사의 일방적 의사에 의한 해고로 볼 수 있는지의 여부라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고들의 구체적인 퇴직 경위에 관하여 살피건대, 갑 제1호증의 1 내지 5, 제2호증의 1 내지 4, 갑 제3호증, 갑 제4호증의 1 내지 3, 갑 제5호증의 1 내지 5, 갑 제6호증의 1 내지 70, 갑 제7호증의 1, 2, 3, 갑 제10호증, 갑 제11호증의 1 내지 230, 갑 제12호증의 1, 2, 갑 제13호증의 1, 3, 5, 7, 을 제1호증, 을 제3호증의 1, 2, 을 제5호증의 1 내지 3, 을 제6호증, 을 제8호증의 1, 2, 을 제9호증의 1 내지 4의 각 기재 및 증인 임태진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1997.12월경 IMF 외환위기가 발생하자, 우리나라 보험업계는 전반적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게 되었고, 1998.1월경부터 시작된 대규모 보험해약사태는 대부분의 보험회사에 심각한 현금 유동성 문제를 초래하게 하였다.
피고회사는 손익계산서상 1997년 회계연도(1997.4.1부터 1998.3.31까지)에는 7,634,780,464원의, 1998년 회계연도(1998.4.1부터 1999.3.31까지)에는 2,187,047,868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으나 영업수지는 1997년 회계연도에 -169,264,531,365원, 1998년 회계연도에 -2,873,045,298원의 영업손실을 나타내고 있었다.
피고회사는 1997.12.31 당시 모회사인 조양상선 주식회사와 그 계열사인 주식회사 남북수산, 주식회사 진주햄, 삼익종합운수 주식회사에 대하여 107,790,000,000원의 신용대출금 채권을 가지고 있었고, 주식회사 제일건설 등 조양상선 주식회사가 지분을 가지고 있거나 그 주주들이 조양상선 주식회사의 주주들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회사들에게 대한 대출금 채권까지 합치면 모두 200,000,000,000원을 넘어섰는데, 위 계열사들은 당시 자본금까지 잠식되어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 상태에 있었을 뿐만 아니라 상당한 액수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었고, 특히 피고회사의 모회사인 조양상선은 당시 부채총액이 1,027,463,910,000원, 자본총액은 -379,207,090,000원에 이르렀고, 당기순손실은 429,431,869,000원에 이르러 부도임박설이 난무하는 상태였고, 피고회사 역시 곧 연쇄부도를 맞을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아, 피고회사의 경영진 뿐만 아니라 직원들 사이에서도 피고회사의 파산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모회사 부도에 따른 부실사 전락시에도 독자 생존할 수 있는 효율적인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넓게 확산되어 있었다.
그 무렵 언론에서 많은 회사들이 사내부부 중 1명을 자연스럽게 퇴직시킨다는 보도를 하여 좋은 구조조정의 사례처럼 여겨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피고회사의 직원들 사이에서도 사내부부들 중 한쪽 배우자가 퇴직하는 것이 회사에 의한 인위적인 대규모 인력조정을 피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하여, 시간이 갈수록 사내부부 직원이 구조조정의 1차 대상으로 인식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1998.4월경 피고회사의 사내부부인 원당영업소의 소외 김해숙 참사가 사직한 것을 시작으로 하여 1998.6월경까지 사이에 사내부부 중 10명이 자발적으로 퇴직하였다.
1998.7월경 피고회사의 지점장, 지점의 과장 등은 서울지역본부 업무부장으로서 산하기관 직원의 인사관리업무의 책임자인 소외 최환복에게 사내부부의 퇴직이 회사정책으로 진행되는 것인지를 문의하였고, 위 최환복은 본사 인사부서에 문의한 결과 회사형편도 어렵고 인력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자진사직하는 직원이 많을수록 좋은 현상이 아니겠느냐면서 사내부부 중 한사람이 그만두더라도 당장 생계문제가 생기지 않으므로 효과가 있을 것 같으니 큰 무리가 되지 않는다면 그렇게 해보라는 답변을 듣고 산하 지점에 그런 뜻을 전달하였다.
이와 같은 내용을 전해 들은 지점장들이 다시 위 최환복에게 구체적인 설명방법을 문의하자, 위 최환복은 사내부부에게 회사의 사정을 충분히 설명하고 부부가 상의한 후 진로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되, 설명하는 당사자는 사내부부의 당사자와 친분관계가 있는 사람이 하도록 안내하였다.
위 최환복은 1998.7월 중순경부터는 각 지점에 지점별 진행상황을 알려 주었으며, 사내부부가 누구인지에 대한 문의가 있으면 인사자료를 이용하거나 본사 인사부에 확인하여 알려준 경우도 있었다.
원고 김옥화의 남편인 소외 한상은은 1998년경 피고회사 동작지점 양서영업소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위 동작지점장인 소외 김현철은 1998.7월 중순경부터 수회에 걸쳐 위 한상은에게 전화를 하여 부부사원은 그 동안 두 사람이 회사로부터 월급을 받아왔고 한사람만 벌어도 살아갈 수 있으니 회사가 어려운 이때 부인이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설득해 달라, 부인이 사직서를 쓰지 않으면 부부를 각기 가장 먼 지역으로 인사조치 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하였고, 같은 달 16일에는 위 한상은을 포함한 동작지점 산하 부부사원의 남편들을 불러 함께 점심식사를 하면서 부인이 사표를 쓰지 않으면 비연고지 지방으로 인사이동, 승진불가, 기타 인사조치 등을 하겠다, 지금 사직하면 불이익도 없고 잘 보살펴주겠다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
원고 이선희, 박보선, 명영선의 남편들도 각 소속 지점장으로부터 전화 또는 직접면담을 통하여 위와 비슷한 내용의 말을 수차례 들었고, 원고 박보선은 남편의 소속 지점장으로부터 남편이 회사에서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며 사표를 내지 않고 남편을 지역본부에 대기시킨다는 취지의 전화를 받기도 하였으며, 피고회사의 다른 사내부부들에게도 이와 같은 퇴직권유가 있었다.
피고회사의 노조는 사내부부인 여사원들에 대한 우선해고를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사내부부인 여직원들에게 절대로 사표를 내지말라는 취지의 입장을 표명한 외에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1998.8월경까지 피고회사의 사내부부 8쌍 중 원고들을 포함한 86쌍의 한쪽 배우자가 사직하였는데 그 중 2쌍은 여사원이 아닌 남자직원이었고, 나머지 사내부부 여사원 2명도 결국 1999.2월과 같은 해 12월 사직하였다.
그 후 피고회사는 1999.8월경 독일계 보험회사(알리안츠)에게 매각되었다.
1999.9월경 대통령비서실에 피고회사가 사내부부들을 부당해고 하였다는 내용의 민원이 접수되었는데, 대통령비서실은 이를 노동부장관에게, 노동부장관은 다시 서울지방노동청장에게 이첩하여, 같은 해 12월경 서울지방노동청은 피고회사의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게 되었는데, 그 무렵 피고회사의 퇴직사원 중 일부가 피고회사의 대표이사 이태식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서울지방노동청에 고발하였다.
서울지방검찰청은 2000.1월경 서울지방노동청으로부터 위 사건을 송치받아 같은 해 6.30 서울지방법원에 위 이태식을 근로기준법 위반죄로 약식기소하였다.
서울지방법원은 2000.7.20 위 이태식을 벌금 10,000,000원에 처하는 약식명령을 발령하였고, 위 이태식은 2000.8.5 정식재판을 청구하였다.
한편 피고회사는 2000.2월경 위 퇴직사원들에게 위 고소취하의 조건으로 퇴직시의 기본금 12개월분과 위로금 1,000,000원을 지급하겠다는 합의안을 제시하였고, 같은 해 5월경 위 퇴직자 중 71명은 위와 같은 내용의 합의를 하고 위 합의금을 수령하였다.
위 인정사실과 같은 원고들의 퇴직 경위와 그 전후사정에 비추어, 비록 피고회사의 지점장 등이 원고들의 남편을 통하거나 원고들에게 직접 퇴직을 권유하는 과정에서 피고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다소 과장하거나 퇴직하지 않을 경우 남편에게 인사상의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을 한 바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원고들이 사직의 의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우월적 지위에 있는 피고회사의 협박, 강요로 인하여 어쩔 수없이 위 사직서를 제출하였다고 볼 수는 없고, 피고회사의 대표이사인 위 이태식이 근로기준법 위반죄로 약식명령을 발령받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위 이태식이 정식재판을 청구하여 위 약식명령이 확정되지 아니한 이상 이같은 사정만을 들어 피고회사가 원고들의 퇴직을 강요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피고회사가 퇴직자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하고 합의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원고들은 위 사직서를 제출할 당시 진정으로 사직하기를 원하지는 않았다고 할지라도 그 당시 또는 장래의 피고회사를 비롯한 동종업계의 실정이나 경영상황, 퇴직할 경우와 계속 근무할 경우에 있어서의 이해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당시의 상황으로써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위 사직서를 제출하기에 이르렀다고 보이므로, 원고들의 위 사직원 제출이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고들의 퇴직 당시 원고들이 피고회사의 권유에 따라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고 피고회사가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원고들과 피고회사 사이에 근로계약은 유효하게 합의해지 되었다고 할 것이고, 그 이외에 원고들의 퇴직을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 사건에서, 원고들 주장의 정리해고의 요건 결여,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 제1항 및 제2조의 2 제1항 위반은 원고들과 피고회사 사이의 근로계약 합의해지의 효력을 좌우할 사유가 되지는 못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주장은 나머지 점에 대하여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금원 청구부분에 대한 판단
원고들은 위 퇴직이 부당해고에 해당하여 무효임을 전제로 복직될 때까지의 임금의 지급을 구하나,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원고들과 피고회사 사이에 근로계약은 유효하게 합의해지 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 부분에 관한 원고들의 주장은 나머지 점에 대하여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선종(재판장), 김동준, 원형일 ♧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